페이스북판 ‘실급검’, 편집 알고리즘에 넘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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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간으로 지난 8월29일, 페이스북 웹페이지 우측 상단 트렌딩 코너에 ‘메긴 켈리’라는 폭스 뉴스 아나운서 이름이 상단에 노출됐다. 이 키워드를 마우스로 누르면 ‘폭스 뉴스가 힐러리를 지지한 배신자 메긴 켈리를 쫓아냈다고 폭로했다’는 제목의 기사가 커다랗게 표시됐다.

이미 확인된 사실이지만, 해당 기사는 오보로 밝혀졌다. 메긴 켈리는 폭스 뉴스에서 해고된 적이 없을 뿐더러, 내용에 기술된 것처럼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한 사실도 없었다. 팩트 체크도 되지 않은 기사가 페이스북의 트렌딩 코너에 그것도 상단에 노출되면서 미국 안에선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메긴 켈리의 이름이 트렌딩에 오른 날(8월29일)은 페이스북엔 특별한 날이었다. ‘사람’ 편집자에게 맡겨뒀던 트렌딩 토픽을 알고리즘으로 대체한 뒤 맞은 첫 번째 월요일이었다. 트렌딩 토픽은 비유하자면 페이스북판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해당한다. 페이스북은 트렌딩 키워드를 자동으로 추출해 서비스한 첫주에, 오보 가득한 기사를 관련 뉴스로 연결시킨 실수를 범한 것이다.

트렌딩 토픽과 편집자의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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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딩 기능의 개편 전과 후 이미지. 개편 뒤 화면에서는 요약문으 짧아지거나 단순해졌다.(출처 : 페이스북 블로그)

이 사건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5월로 돌아가야 한다. 미국의 IT 전문 매체 <기즈모도>가 당시 페이스북 트렌딩 토픽에 보수적인 이슈가 배제되고 있다는 뉴스를 내부 담당자 인터뷰를 통해 내보냈다. 페이스북은 즉각 부인했다. 인터넷에는 트렌딩 토픽 편집 원칙이 들어있는 관련 문서가 공개되기도 했다.

대선 후보 경선과 맞물리면서 이 사건은 일파만파 커져갔다. 급기야 마크 저커버그는 미국 내 대표적인 보수 인사를 팔로알토 본사로 불러 해명하는 이벤트까지 벌여야 했다. 트렌딩 토픽에 “특정 편향을 드러낸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원칙론적 답변은 유지했지만, 일각에서 제기된 의구심이 완전히 가신 건 아니었다. 이를 기점으로 페이스북이 ’사람’ 편집자에게 내맡긴 에디팅 권한을 회수해 알고리즘에 넘겨주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전망됐다.

전망은 현실이 됐다. IT 전문 미디어 <쿼츠>는 지난 8월29일 “페이스북 쪽은 트렌딩 토픽을 편집하던 인력 15~18명을 해고했다”라고 보도했다. 심지어 오후 4시에 해고를 통보한 뒤 오후 5시까지 빌딩 밖으로 나갈 것을 요구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트렌딩 코너 편집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후속 조치였다.

알고리즘과 오보 노출

알고리즘은 페이스북의 의도만큼 인간의 빈자리를 채워주지 못했다. 사람 편집인이 근무할 때엔 이데올로기에 따른 편향이 발생했다면, 알고리즘이 해당 업무를 대체했을 때엔 오보 기사가 버젓이 내걸리는 한계를 드러냈다.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서 벗어나려던 페이스북의 구상은 보기좋게 엇나간 것이다. “알고리즘 기반 처리 방식은 더 많은 토픽을 알려줄 것이며 전세계 더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도록 도울 것”이라고 했던 호언장담도 상처를 입었다.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숙련되지 않은 ‘사람’이 관여하면서 이런 사고가 터졌다는 주장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8월26일 블로그에서 “페이스북은 (트렌딩 기능을) 더 자동화시켰으며 더 이상 사람들에게 요약문을 작성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인간의 조력을 완전히 배제했다고는 쓰지 않았다.

<디애틀랜틱>은 8월30일 “트렌딩 코너가 고품질을 유지 과정에서 사람의 관여를 여전히 허용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이를테면 현재 발생하고 있는 뉴스 사건을 최종적으로 확인해주는 정도라는 것이다. 알고리즘으로 걸러낸 토픽을 최종적으로 승인하는 역할은 사람이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페이스북은 사람의 몫을 알고리즘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에서도, 알고리즘의 부족분을 사람의 능력으로 보완하려는 시도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스 배치 영역에서 알고리즘을 통한 완벽한 정치적 균형은 한국의 포털도 페이스북도 실패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