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어리면 스마트폰 감시당해도 된다고?

가 +
가 -

성년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스마트폰의 활동마저 감시당한다면 어떨까? 현행법상 아직 성년이 되지 않은 청소년들은 유해정보 차단 앱을 무조건 설치하고, 모니터링의 대상이 돼야 한다. 일명 ‘청소년 스마트폰 감시법’이다. 사단법인 오픈넷이 8월30일 청소년과 청소년의 부모를 대리해 청소년의 스마트폰에 차단 수단을 강제설치하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지난해 4월16일부터 시행된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의7’에서는 이동통신사가 청소년과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청소년유해매체물 및 음란정보에 대한 차단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고 정한다. 같은 법 시행령에서는 이동통신사가 차단 수단의 종류와 내용 등을 고지하고 차단 수단을 설치하도록 강제하고 있으며, 계약 체결 후에는 차단 수단이 삭제되거나 15일 이상 작동하지 아니할 경우 법정대리인에게 통지하도록 한다. 여기서 차단 수단이라 함은 스마트폰 앱을 말한다. 현재 ‘T청소년유해차단’, ‘올레자녀폰 안심’ 등 현재 총 19개의 앱이 유통되고 있다.

smartphone

앱을 설치하면 이렇게 스마트폰을 뺐을 필요도 없이 통제할 수 있다. flickr, Pete, CC BY

 “사생활 침해 소지 다분”

유해정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지는 법의 취지는 좋지만,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이동통신사는 청소년이나 부모의 의사와 상관없이 차단 수단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고, 차단 수단의 삭제나 비활성화 여부를 확인해서 부모에게 통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동통신사는 차단 수단을 통해 청소년이 스마트폰으로 어떤 정보를 검색하고 접근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차단수단의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청소년의 스마트폰을 항상 감시해야만 한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차단 앱 중 대다수는 유해정보 차단을 넘어 스마트폰 사용 모니터링, 위치 조회 등 청소년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기능들을 갖추고 있다.

법이 청소년을 유해정보로부터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청소년의 사생활은 무시하고 철저한 감시의 틀에 가둔 셈이다. 오픈넷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청소년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고, 청소년과 법정대리인의 개인정보를 수집, 보관, 이용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자기결정권도 침해한다”라고 이번 헌법소원청구의 배경을 밝혔다.

phone-with-schoolbook

flickr, Intel Free Press, CC BY

명확하지 않은 법률이 24시간 감시를 만들다

법률에서는 음란물에 대한 ‘차단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고만 정할 뿐, ‘제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게다가 청소년보호법상의 절차에 따라 사전적으로 규정되는 청소년유해매체물과 달리 음란물은 그러한 절차가 없는데도 사업자가 사전적인 조치인 ‘차단 수단’을 제공하라고 한다. 이는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반한다. 법이 너무 막연하다는 의미다.

또한, 해당 시행령은 ‘차단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는 모법에서 훨씬 나아가 청소년의 스마트폰에 대한 365일 24시간 상시적인 감시를 요구한다. 법률이 시행령에 위임한 한계를 넘어섰다. 오픈넷은 “특히 개인의 분신과도 같은, 개인의 공사생활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는 기기에 대해 상시적인 감시를 요구하는 것을 입법자가 의도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오픈넷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감시 앱 강제 설치법은 전근대적이고 국가주의적일 뿐만 아니라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에 기대고 있다”라며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네티즌의견(총 6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