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 시즌2’를 또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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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더 이상 와닿지 않습니다. 1년이면 휴대폰 사양이 바뀌는 시대입니다. 어찌 10년을 섣불리 예측하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자고 나면 새 기술이 등장하는 세상입니다. 한치 앞을 못 보는 시대입니다. 미래 예측은 커녕, 현재를 제대로 진단하기에도 벅찹니다. 정보는 넘치고, 변수는 다양해졌습니다.

언론 환경도 시대를 따라가나봅니다. 지하철 출퇴근족 손을 독점하던 무가지 신문들은 이제 찾아볼 수 없습니다. PC 앞에서 마우스를 분주히 움직이던 손은 어느덧 ‘터치’에 익숙해졌습니다. PC웹이 저물고 모바일이 우리와 더불어 삽니다. 손 안에서 뉴스를 ‘보는’ 시대로 바뀌었습니다.

10년 전께였습니다. 그때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고. 2016년, 사람들은 말합니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고. 10년 전도 지금도, 언론 환경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건 딱 하나,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말 뿐입니다.

2006년 9월5일, 천둥벌거숭이로 <블로터>란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웹2.0’이, ‘1인 미디어’가 총아로 떠오르던 시기였습니다. 새로운 문법으로 뉴스를 전달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IT를 해석하고, 새로운 채널로 독자와 소통하고 싶었습니다. 그땐 겁이 없었고, 잃을 것도 없었습니다.

2016년 9월5일, 주변을 둘러봅니다. 모바일 시대입니다. 손바닥 위에서 뉴스가 흘러갑니다. ‘가상현실(VR) 저널리즘’이 등장하고, ‘드론 생방송’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습니다. ‘싸이월드’가 저물었고, ‘페이스북’이 소통을 지배합니다.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여 시스티나 성당 굴뚝만 하염없이 바라보던 사람들은 이제, 저마다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교황 선출 풍경을 SNS로 실시간 전달하는 ‘미디어’가 됐습니다.

2016년 9월5일, <블로터>가 만 10살이 됐습니다. 그렇습니다. <블로터>는 ‘10년차 미디어 스타트업’입니다. 출발도 실험이었고, 지금도 실험 중입니다. 그동안 겉모습만도 예닐곱 차례 바뀌었습니다. 뒷단에선 더 많은 미시적인 변화가 이어졌습니다. 그때마다 <블로터>는 ‘시즌2’를 외쳤습니다. 새로운 실험을 하고 싶다는 각오를 매번 되새겼습니다. 10살 <블로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원한 베타’로 남고 싶습니다.

찰리 채플린은 10살 무렵, 아버지가 집을 나가고 어머니는 정신병으로 수용소에 수감됐다고 합니다. 그는 닥치는 대로 일하며 끼니를 채우면서도 꿈을 잃지 않았습니다. 5살 무렵부터 어머니를 대신해 무대에 올랐던 채플린은 10대로 들어서며 삶을 스스로 꾸리는 주체로 거듭납니다. 훗날 위대한 희극배우이자 감독으로 우뚝서게 된 전환점이 마련된 것입니다.

<블로터>도 10대가 됐습니다. 많은 독자님들 도움으로 유년기를 통과해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제 또 다시 ‘블로터 시즌2’를 시작하려 합니다. 5살 <블로터>를 응원해주셨던 독자님들이라면, 10살 <블로터>의 새로운 성장도 변함없이 격려하고 지지해주시리라 믿습니다.

<블로터>가 10살 생일을 자축하고자 조그만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그동안 <블로터>에 쌓인 댓글을 돌아보는 자축연도 갖고요. 국내 디지털 금융의 10년사도 돌아볼 예정입니다. <블로터>의 주된 독자층인 개발자분들을 위한 기획도 따로 마련했습니다. 즐거운 성찬 즐기시길 바랍니다. 음식값은 응원으로 대신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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