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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쌓은 SBS 영상창고, 미디어 스타트업에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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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를 보면 항상 그랬다. 창고에 쓰지도 못할 먹거리나 재화를 쟁여두고 절대 풀지 않는 졸부는 욕심에 의한 자충수든, 의적이라는 외부 요인이 됐든 영 좋지 않은 결과를 맞는다. 이 클리셰가 주는 교훈은 뭘까? 욕심부리지 말자? 나눠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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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ckr, Markus Spiske, CC BY

물론 사유재산권에 대한 개념이 보편화한 시대에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지극히 드물다. 무조건 나눠 갖자는 말은 아닐 거다. 아마도 쌓여 있는 재산을 좀 더 사회적으로 활용하길 바라는 목소리가 투영된 것일 테다. 거창하게 ‘노블레스 오블리주’까지 가지 않고, 그 재산에 돈이나 보물(=요즘엔 건물일까?)만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아깝게 쌓아두고 썩혀둘 바에야 좀 더 사회적으로 가치를 증진할 방안을 찾을 수 있지 않겠냐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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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미래부 이정애 차장(왼쪽)과 미디어비즈니스센터 동영상포털 우승현 담당

SBS가 ‘SDF 넥스트 미디어 챌린지 2016’을 맞아 그간 축적해 온 영상 아카이브의 API를 공개한다. 25년간 영상으로 빼곡하게 쌓아온 창고는 여는 셈이다. 스타트업과의 상생은 물론, SBS의 미래 먹거리도 찾아보려는 시도다. SBS 보도본부 미래부의 이정애 차장, 미디어비즈니스 센터 동영상 포털 담당 우승현 담당을 만나 SBS의 영상 API 공개가 가진 의미를 들어봤다.

클립형 영상 콘텐츠의 한계, 다른 가능성은 없을까

“방송사의 영상이 저작권으로 보호되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 불법으로 쓰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왕 쓰는 거 합법적으로 쓸 수 있게 하고, 한 번 만든 영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유통해보자는 겁니다. 다양한 활용방안을 보면서 저희도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 우승현 담당

영상 콘텐츠가 소비되는 주요 통로는 모바일로 바뀌었고, 계속 바뀌어 가는 중이다. 이에 맞춰 영상 시장에서도 새로운 플레이어가 뜨고 지지만, 아직도 TV용 콘텐츠가 중심인 방송사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방송사에서 만든 콘텐츠는 꾸준히 화제가 되고,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린다. 모바일 시대에도 방송사는 빼어난 콘텐츠 경쟁력을 바탕으로 영상 콘텐츠의 주도권을 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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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의 콘텐츠는 여전히 영향력이 크다(사진=SBS)

하지만 언제까지고 방송사가 맨 앞에 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나가지 못하면 언젠가는 전통 미디어도 뒷줄에 설 수 있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미디어 비즈니스의 새로운 가능성을 짚어봐야 하는 이유다. 이미 방송국은 모바일에 맞춰 영상 콘텐츠는 클립의 형태로 유통하면서 다른 수익을 창출해냈다. 그러나 영상 클립의 비즈니스 모델에는 한계가 있다. 기본적으로 영상 클립은 기존 TV 광고나 온라인의 배너광고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많이 보면 그만큼의 광고 노출로 이어지는 구조다.

“지상파 미니드라마의 경우, 회당 평균 제작비가 3~4억원 이상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든 콘텐츠의 유통기한이 길진 않아요. ‘월화드라마’라고 치면 그 주 주말까지 클립이나 VOD 재생이 활발하지, 길게 봐도 석 달 이후까지 유통되진 않거든요. 이걸 좀 더 온라인에서 활용할 수 있는 동적인 영상 콘텐츠로 만들어 보자는 겁니다” – 우승현 담당

이번 영상 아카이브 공개는 영상 콘텐츠의 활용을 다각화하려는 시도다. SBS는 25년치의 SBS 영상 콘텐츠를 디지털로 아카이빙 했다. 물론 대규모의 데이터는 저장만 한다고 활용도가 저절로 생기진 않는다. 어떤 자료가 어떤 형태로 저장돼 있는지 설명하는 ‘메타 정보’가 정리돼 있어야 한다. SBS는 영상 콘텐츠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2단계의 메타 정보 입력 작업을 거쳤다. 하나는 ‘장면 메타’다. 누가 나오는지, 어떤 장면인지를 알 수 있는 정보를 넣는다. 다른 하나는 ‘서비스 메타’다. 예컨대 드라마의 한 장면에서 노트북이나 지갑 등이 보일 때, 지금 화면 속에 어떤 물품이 등장했다는 정보를 정리한다. 아직은 수동으로 메타 정보를 입력하고 있지만, 객체 인식으로 영상 내 정보들을 정리하는 방법도 적용할 예정이다.

“혼자서는 잘 될 수 없다”

영상 콘텐츠의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방송사의 콘텐츠를 쪼개는 권한을 사용자에게 넘겨주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방송사 욕구에 맞춰 하이라이트 위주로 클립이 공급됐다면, 영상 콘텐츠 공개에 따라 각자의 욕구에 맞춰 다양한 활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음은 그 예시다.

  • 의류쇼핑 : 닥터스 박신혜 드레스 모음 + 쇼핑
  • 맛집지도 : 3대천왕, 맛의 달인 출연 전국 맛집
  • 유아심리 :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영상 + 아이 상담 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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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이 장면에는 “‘박신혜’와 ‘김래원’이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 장면’이다”라는 ‘장면 메타’를 넣고, 라면, 스팸 등의 상품이 있다는 ‘서비스 메타’를 넣을 수 있다. (사진=SBS)

영상을 활용하지만 영상이 꼭 중심일 필요는 없다. 영상을 활용해 본 서비스의 활용도를 증진하는 형태가 유력하다. 예컨대 ‘동물농장’의 콘텐츠를 애완용품 쇼핑몰에서 구매를 유도하는 영상 클립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굳이 추가 비용을 들여 프로모션용 영상을 만들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그 외에도 백종원이 맛있는 음식을 먹는 장면을 활용해 바로 식당 정보로 접근하게 하거나, 드라마에 나온 상품의 구매 화면 링크를 걸어볼 수도 있다.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SBS는 영상 아카이브 API 공개를 위한 작업의 1차 마무리 시점을 9월 중으로 잡았다. 10월14일에 있을 ‘SDF 넥스트 미디어 챌린지’를 통해 좀 더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정식 공개는 내년 초로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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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 넥스트 미디어 챌린지 2016은 SBS가 해마다 주최하는 ‘서울디지털포럼’(SDF)의 부대행사다. SDF는 디지털 시대의 흐름을 읽고 혁신을 위한 영감을 공유하는 비영리 국제 컨퍼런스다. SDF 넥스트 미디어 챌린지는 이 가운데 ‘미디어’를 주제로 한 혁신 아이디어와 기술을 겨루는 경진대회다. SBS와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콘텐츠진흥원과 사단법인 앱센터가 주관하며, 디캠프가 후원한다. 지난해에 이어 <블로터>는 올해도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한다. 이번 2회 대회는 영상을 활용하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뒀다.

“지난해 SDF는 처음으로 진행했던 만큼 이것저것 알아가는 과정이었어요. 올해는 ‘왜 SBS가 이런 미디어 챌린지 행사를 하는 걸까?’, ‘SBS라서 잘할 방법은 뭘까’에 대한 고민의 결과로 영상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 이정애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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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식으로 활용한다(사진=SBS)

영상 콘텐츠 활용은 어떻게?

SBS는 영상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도록 참가 업체별로 마스터 아이디를 발급한다. 업체는 이 아이디로 개방형 영상 아카이브에 접근해 원하는 콘텐츠를 검색할 수 있다. 이렇게 찾은 장면들은 멀티구간·멀티소스에서 발췌해 편집할 수 있다. 넥스트 미디어 챌린지 한정으로 최신 콘텐츠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물리적으로 영상 클립을 다운로드할 수 있게 만드는 건 아니다. 실시간 연동 형태로 제공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존 서비스와 유사한 하이라이트성 클립 서비스나, 다시보기형 서비스는 지양한다.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유형이 아니기 때문이다. SBS는 이번 SDF 넥스트 미디어 챌린지에서 영상 콘텐츠가 다른 비즈니스 모델과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를 중점으로 볼 심산이다.

우선 영상 아카이브에 접근하는 것은 넥스트 미디어 챌린지에 참여하는 업체에 한정되지만, 앞으로는 공개할 계획이다. 비즈니스 측면의 활용 방안을 고민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당장 이걸로 돈을 벌 생각도 없다. 우승현 담당은 “수익화보다는 공개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며 “(수익화를 하더라도) 파트너들이 자기 비즈니스를 운용함에 부담이 없게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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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미디어+테크를 고민하는 스타트업과 함께

방송사 입장에서 오랜 기간 동안 쌓아온 영상 콘텐츠는 귀중한 자산이다. 비싼 돈을 들여서 만든 고급 콘텐츠다. 그러나 SBS 내부에만 쌓여 있었을 때는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다. 외부 업체가 일부 활용할 순 있었지만, 이용 조건이 까다롭고 적잖은 비용도 지불해야 했다. 이번 영상 API 공개는 잠자고 있던 영상 콘텐츠의 더 많은 활용 방안을 탐구하고, 스타트업과의 상생은 물론 SBS의 새로운 비즈니스 가능성도 찾아보려는 시도다. 아끼던 창고를 연 SBS의 실험을 주목한다.

“내부에서 여러 의견이 있었음에도 영상 API를 공개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강력하게 추진했습니다. 스타트업에도 어떤 혜택을 줄 수 있을지 무척 고민해서 진행하는 만큼, 좋은 분들이 좋은 콘텐츠를 잘 활용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이정애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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