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 챗봇으로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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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

인터넷 커뮤니티를 하나 이상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봤을 법한 표현이다. 중고나라는 회원 수만 1470만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의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중고나라에서는 안전성이 떨어지고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연락을 하는 중고거래의 특성상 별의별 일이 다 벌어진다. 돈은 받아놓고 잠적하는 사기는 거의 일상이고, 30만원짜리 물건을 매달 3만원씩 입금할 테니 팔라고 하는 ‘셀프할부’ 등 이상하고도 별난 사건사고가 일어난다.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는 이 상황을 희화화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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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불명(뽐뿌에서 인용)

중고나라는 네이버 카페에 자리잡고 있어서 평범한 커뮤니티 같기도 하지만, 그 운영 주체는 기업이다. 직원 40여명이 근무하는 큐딜리온이 중고나라의 운영 및 서비스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큐딜리온의 이승우 대표를 만나 중고나라의 탄생 이야기부터 향후 목표까지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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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큐딜리온 대표(사진=큐딜리온)

동호회로 시작해 국내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저희도 중고나라가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습니다. 중고나라 시작이 13년 전인데, 그때 현재의 모습을 생각했다면 거짓말이죠.”

시작은 미약했다. 13년 전, 결제 관련 솔루션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마음 맞는 3명이 팀을 짰다. 중고나라는 그 솔루션을 실험할 수 있는 일종의 ‘테스트베드’ 개념으로 기획됐다. 사람은 모아봐야겠고, ‘중고거래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서비스니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각자 다른 생업이 있는 상태에서 막연한 목표로 움직이던 상태였던지라, 작성하고 덤벼든 것도 아니었다. 그저 사람을 많이 모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중고거래 매매자에게 연락하고 중고거래 상품들을 중고나라로 끌어모았다. 꾸준히 쌓다보니 자연스럽게 커졌고, 이후에는 눈덩이 굴러가듯 규모가 불었다. 그렇게 중고나라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고, 온갖 물품이사고 팔리는 공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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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는 눈병도 사고 판다. (사진=출처불명, 티스토리 블로그에서 인용)

처음에는 기업도 아니었고, 당연히 이익이 나지도 않았다. 2003년에 시작한 중고나라가 수익화를 처음 시도한 게 2009년이고, 법인설립은 2014년이다. 중고나라는 여타 커뮤니티처럼 스탭을 선출해서 커뮤니티 관리를 위임했다. 100여명 정도의 스탭이 중고나라 관리를 함께했지만, 워낙 많은 제품이 올라오다보니 문제 해결 측면에서 부족함이 많이 노출됐다. 고객 만족보다는 관리 편의성 위주로 운영됐다. 중고나라 관리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잡음이 나왔던 이유다. 이승우 대표는 “저희가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기업이 아닌 상황에서 스탭들에게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닌만큼 일정 권한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라며 “개인의 열정에 기반을 두는 운영에 기댔다”라고 말했다.

지금 중고나라 회원 수는 1470만명, 하루 평균 방문자는 500만명이다. 기존 운영방식으론 이 규모를 감당하기가 어렵다. 2년 전부터 법인을 설립했다. 좀 더 온전한 서비스를 만들고, 고객을 대한다는 태도로 운영하기 위해서다. 지난해엔 대규모 투자도 받았다. 9~10월 중으로 시스템을 대폭 개편하고, 그간 쌓아왔던 규제도 대부분 풀 예정이다.

여전히 ‘커뮤니티’ 지향하는 판매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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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기자가 중고나라에 팔았던 개사료

판매 불발되서 다시 올립니다. 어제 밤에 고양이 사료인 줄 착각해서 잘못샀고 개봉까지 해버려서 반품을 못해가지고 팝니다.

1.36kg이고요, 손에 크기 보여드릴려고 찍은 저 한알 빼고는 손도 안 댔습니다. 유통기한은 내년4월까지고요. 원래 21000주고 산건데 만 원에 팝니다. 신촌역에서 직거래 합니다. 주중에는 7시 이후, 주말에는 거의 언제든 가능합니다. 댓글이나 1대1 주세요~

1~2년쯤 전에 사료를 팔기 위해 중고나라를 이용한 적이 있다. 사룟값은 2만원이었다. 하지만 내가 먹어서 치울 것도 아니고 어차피 못 쓰게 된 것 팔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생각에 중고나라에 반값으로 올렸다. 그냥 올려도 됐겠지만, 나름 신뢰도를 높여보겠다고 이야기를 덧붙였다. 거의 바로 팔렸고, 강아지를 안고 오신 분에게 사료를 건네드렸다.

개인 경험을 사례로 들어서 좀 이상하지만, 어쨌든 중고나라에 올라오는 물건에는 스토리가 있다. 거창하게 짜여진 이야기는 아니다. 중고라는 특성이 만들어내는 소소한 이야기다. 물론 이 스토리라는 게 있어서 사기도 벌어지는 것이겠으나, 물건을 파는 개개인이 MD가 돼 스토리를 담아 물건을 판매하는 구조는 뚜렷한 장점이다. 업체 차원에서 상품기획을 하는 쇼핑몰과 구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쇼핑몰은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 잠깐 방문하는 공간이지만, 중고나라는 커뮤니티의 성격을 짙게 가지며 머무르는 공간이다. ‘나눔게시판’은 중고나라의 커뮤니티성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무료 나눔, 먹거리 나눔, 재능기부 등 하루평균 400개 정도의 나눔이 일어나고 있다. 나눔게시판이 꼭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는 취지의 나눔만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냥 중고나라 안에서 나누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음을 보여준다. ‘불량/사기신고’게시판도 비슷하다. 단순히 신고에 그치지 않고, 다른 사용자에게 사기 방지를 당부하며 같이 공분한다. 중고나라가 가지고 있는 ‘커뮤니티’라는 독특한 성격이 바로 이익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모으고 잡아둘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만으로도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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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카페 ‘중고나라’ 화면 갈무리

“네이버 카페 안 버립니다”

“사람들이 ‘카페에서 앱으로 옮겨가는 거냐’라고 물어봐요. 아닙니다. 카페는 카페고 앱은 앱입니다.”

중고나라는 네이버를 대표하는 카페 중 하나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공식적으로 다른 카페와 다르게 서비스를 받거나 하지는 않는다. 가끔 네이버 카페 담당자와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나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정도다. 물론 그간 쌓인 노하우도 많아서 중고나라 측에서 제안하는 사항들이 카페 전체에 적용되는 형태로 많이 반영되곤 한다. 단순히 규모가 크다고 말을 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매매’는 어떤 카페든지 가장 기본적이고 활성화된 카테고리 중 하나다. 육아 카페도 육아 관련 물품 교환이 활발하고, 장난감 등 취미생활이 목적인 카페도 중고거래가 활발하다. 중고거래는 네이버 카페의 보편적인 특성이고, 그 대표 격인 중고나라의 상황이 자주 반영되는 수준이다.

물론 잘 반영된다는 정도이지, 큐딜리온의 바라는 방향에 완전히 합치되게 서비스를 운영할 수는 없다. 아무래도 네이버 카페를 메인으로 사용하면 기술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별로 없다. 보편적으로 설계된 기능만을 가지고 운영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런 부족한 지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앱도 개발했다.

중고나라 앱이 출시되면서 사용자들은 ‘사람들을 카페에서 앱으로 옮기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낸다. 이승우 대표는 “카페는 카페고 앱은 앱이다”라고 강조했다. 큐딜리온에는 앱 개발 인력도 있지만, 카페 서비스만 개발하는 팀이 또 따로 있다. 물론 진짜 개발인력이 붙어 있는 것은 아니다.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사용 경험을 올리는 방식이다. 이승우 대표는 “중고나라가 네이버 카페라는 커뮤니티로 시작했기 때문에 그 정체성을 무시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카페에서 앱으로 사람들을 옮기기보다는, 카페는 카페대로 유지하고 앱은 앱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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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나라 챗봇 소개 영상 갈무리

챗봇으로 플랫폼 진화한다

중고나라의 미래는 챗봇이다. 큐딜리온은 중고나라 챗봇을 통해 서비스를 진화시키고자 한다. 금융결제원의 ‘은행권 공동 API’를 활용한 중고나라 챗봇은 중고거래에서 특히 단점으로 지적돼 왔던 개인정보보호, 안전성, 결제 편의성 부문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크게는 3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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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챗봇을 통해 메신저에서 상품 검색
  2. 챗봇이 구매자-판매자를 매개하는 실시간 대화(서로 다른 메신저를 사용해도 가능)
  3. 간편 송금으로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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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나라 챗봇 서비스 소개 영상 갈무리(영상=큐딜리온)

사용 방식은 단순하지만, 기존에 응대 수준만 진행했던 챗봇과는 수준이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 중고나라는 단순 플랫폼 역할만 했기 때문에 판매자와 구매자가 매개되기 위해서는 전화번호 등 서로의 개인정보를 노출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거래 위험도가 높아지기도 했다. 중고나라 챗봇은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구매자는 굳이 앱이나 카페에 들어올 필요도 없이 평소 사용하는 메신저로 중고상품을 검색할 수 있고,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 휴대폰 번호나 메신저 아이디를 교환할 필요가 없다. 거래도 간편 송금으로 해결한다.

사소하게는 프로필 사진을 보고 집적거리며 추행을 일삼는 사람을 거르는 역할부터 크게는 ‘중고나라’라는 브랜드에 기반, 챗봇을 중심으로 앱과 카페마저 넘는 플랫폼 구축 가능성까지 열 수 있다. 중고나라의 기반이 되는 카페나 앱에 굳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채팅을 통해서 중고나라의 핵심적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승우 대표는 “거의 모든 개발인력이 챗봇에 집중하고 있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간 중고나라에서 부족했던 건 개발 시스템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IT기업으로서, 개발 중심의 회사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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