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10년 전 IT를 돌아봅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10년 전에 사람들이 많이 사용했던 기기의 과거와 지금을 짚어보겠습니다. 물론 10년은 그냥 생각해도 긴 시간이지만 1년 주기로 신제품이 나오는 IT 기기, 심지어 스마트폰의 등장이 끼어 있는 10년이기에 변화가 더 가파르게 느껴집니다. 과거에는 어떤 기기가 있었는지, 지금은 어떤 모습인지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 MP3플레이어

mp3

AK70

아스텔앤컨 AK70

2000년대 초중반을 대표하는 기기는 단연 ‘MP3 플레이어’입니다. 휴대성이 떨어졌던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흔히 ‘워크맨’으로 알고 있는)나 CD 플레이어와 달리 압도적인 휴대성, 디자인으로 시장에 혁신을 불러왔습니다. 음원유통시장을 MP3로 채웠던 소리바다, 저작권에 다소 무감했던 분위기, 아직 초창기라 미약했던 스트리밍 서비스의 상황이 결합해 MP3 파일을 다운받고, MP3 플레이어에서 이를 소비하는 시장을 안착시켰습니다.

국내 MP3 플레이어 시장을 대표하는 브랜드는 아이리버, 삼성 옙(YEPP), 코원이 있었습니다. 2006년에는 음원 재생 이상의 기능이 들어간 MP3 플레이어가 보편화되는 시기였는데요. 2~3인치가량의 액정으로 동영상, 텍스트 뷰어, 이미지 뷰어 등의 기능을 포함한 제품이 주류를 이뤘습니다. 코원의 ‘D2’가 대표적인 제품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다른 브랜드의 제품으로는 삼성의 ‘T9’, 아이리버 ‘U10’도 있습니다. 2007년에 출시된 삼성 ‘P2’, 아이리버 ‘클릭스’도 비교적 널리 알려진 편입니다. 물론 ‘아이팟’도 빼놓을 수 없죠. 이후에는 거의 모든 기능을 집약하면서도 PMP를 압도하는 휴대성을 자랑하는 스마트폰이 삶에 자리잡으면서 사라졌습니다.

스마트폰이 완전 자리잡기 전까지는 휴대성을 강조한 포터블 미디어 플레이어(PMP)의 방향성으로 제품들이 간혹 출시됐지만, 금세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습니다. 이 지난한 시기를 대표할 수 있는 기업이 아이리버(구 레인콤)인데요, 힘든 시기를 거쳐 지금은 아스텔앤컨이라는 고품질의 오디오 전문 기기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마스터링 퀄리티 음원(MQS)을 재생하는 플레이어로 음향기기로서의 고유성을 극대화했습니다. 다소 역설적이지만 가장 본질인 ‘음악’에 집중하는 방법으로 회생한 셈입니다.

P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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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테이션 T43

MP3 플레이어 시대의 후반부에 등장해 비슷하게 내리막길을 걸은 기기가 PMP입니다. 2006년의 대표적인 PMP로는 단연 아이스테이션의 ‘T43’ 시리즈를 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강의를 봐야 하는 학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인강’은 PMP를 구매하기에 정말 최적의 핑계였거든요. 제 기억으로 PMP를 제대로 공부에 활용하는 친구는 한 반에 10명이 안 됐습니다. 예능을 보든, 애니메이션을 보든, 뭘(?) 보든 하여간 다른 동영상을 보는 용도로 많이 사용됐습니다. 특히나 위의 T43을 비롯한, 몇몇 PMP는 USB 호스트 기능을 제공했기 때문에 파일 돌려보기에 지대한 역할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이스테이션은 이제 없습니다. 2010년의 몇몇 제품이 마지막입니다. 2013년에 파산선고를 받았습니다. PMP와 같은 사이클을 그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PMP 시장 자체를 없애버렸습니다. 인터넷강의 시장은 학습용 태블릿이 그나마 빈자리를 조금 채운 수준입니다.

전자사전

d20

아이리버 D20

idt700

아이리버 딕플 IDT7000

이 시기의 전자사전도 마찬가지로 포터블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를 지향했습니다. 아이리버 ‘딕플 D20’이 이때 나왔습니다. 연예인 김태희 씨가 광고 모델로 나서 주목을 받았던 ‘D10’의 후속작이죠. 물론 멀티플레이어로 불리기에는 영상 지원이 안 되던 기기라 다소 아쉬움은 있었습니다만, 노트북에 주로 쓰이는 팬터그래프 키보드를 채택해 많은 주목을 끌었습니다. 샤프의 ‘리얼딕’도 자주 접할 수 있는 브랜드였습니다.

전자사전도 PMP와 비슷한 길을 걷긴 했습니다. 카시오, 샤프 등은 전자사전 사업을 접었습니다. 다만, 사전이라는 특성 때문에 교육용 수요가 어느 정도는 유지되고 있다고 합니다. 중고 수요도 꽤 보이고요. 사전을 켜놓고 물리키보드로 입력하며 단어를 검색하는 편리성까지 스마트폰이 쉽게 넘보기는 어렵다는 점도 한몫을 합니다. 다양한 제2외국어 사전도 장점이죠. 비교적 최근에도 신제품이 나왔습니다.

노트북

lg xnote

lg gram15

LG 그램15

노트북의 변화는 크다면 크고, 적다면 적은 제품입니다. 생산성을 대표하는 기기인 노트북을 사용하는 모습은 크게 달라지진 않았습니다만, 사양 측면에서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월등하게 좋아졌고, 가격도 훨씬 저렴해졌습니다. 좀 더 많은 사람이 좀 더 많은 작업을 이동하면서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어디를 가나 일할 수 있게 된 거죠. 이제는 고사양을 요구하는 작업이나 게임용이 아니라면 일반적인 용도는 휴대용 노트북으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습니다.

사진 속 제품은 LG전자의 ‘엑스노트 A1’과 ‘C1’입니다. A1은 무려 1.1kg이라는, 지금 기준에서도 꽤 가벼운 무게로 나온 제품입니다. 물론 10.6인치 제품인 걸 고려하면 ‘에이~’ 소리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10년 전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엑스노트 A1은 인텔 코어 듀오 U250 1.5GHz CPU, 1GB RAM, HDD 60GB 등을 갖췄습니다. 지금 기준에서야 ‘이거 뭐 거의 넷북 아니냐’ 싶지만, 당시에는 엔비디아의 지포스 GO7300 칩셋을 내장해 서브 노트북이지만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C1은 A1의 태블릿 버전 모델입니다.

지금 LG는 ‘LG PC’라는 브랜드로 노트북 라인업을 짜고 있습니다. ‘그램’이 대표적입니다. 가장 최근에 공개된 ‘그램15’는 숫자 키패드까지 달고 나오는 15.6인치의 노트북임에도 980g이라는 가벼운 무게를 자랑합니다. 측정에 따라서는 그 이하도 나온다고 합니다. 사실상 휴대성이 거의 없었던 15.6인치 제품군에서 휴대성을 창출해내다시피 한 제품이죠. 그램15는 6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i5, i7)로 동작하고 8GB 메모리, SSD 256GB 이상을 저장장치로 갖췄습니다. 윈도XP가 윈도10까지 올라오는 동안 노트북의 생산성이 얼마나 향상됐는지 느껴지시나요?

UM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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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센스 Q1(사진=센스 NT-Q1 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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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서피스 프로4

UMPC가 뭔지 모르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잘 몰랐는데요. 울트라 모바일 퍼스널 컴퓨터, 그러니까 ‘이동성이 짱 좋은 PC’라는 의미 정도 되겠습니다. 휴대성을 극대화한다는 취지에서 PMP와 유사한 수준의 작은 크기의 PC입니다. PMP와 노트북 그 사이 어딘가 있는 제품입니다.

휴대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전히 많은 제조업체가 2가지를 잡기 위에 애를 쓰고 있죠. 2가지의 장점을 갖겠다는 포부는 자칫하면 그저 어중간한 제품을 만들기 쉽습니다. 삼성 ‘센스 Q1’은 세계 최초의 UMPC로 주목은 받았지만, 앞서 이야기한 ‘어중간함’을 극복하진 못했습니다.

요즘에는 에이수스에서 나온 ‘T300 chi’ 같은 보급형 제품이나, MS의 ‘서피스’ 시리즈처럼 고급형 태블릿PC를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UMPC의 이데아를 현실 세계에 끌어낸 모습이랄까요? 어느 정도 휴대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잡은 제품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iOS나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생산성을 높이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죠. 지금의 트렌드를 생각해보면 UMPC를 낳은 아이디어는 시대를 너무 앞서갔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chaibs@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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