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맞은 오라클 오픈월드의 추억

가 +
가 -

이번 주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오라클의 연례 고객 행사인 ‘오픈월드 2016’이 열리고 있습니다. 벌써 20회 오픈월드라고 합니다. IT업계는 매해 급변하기 때문에 20년 동안 살아남기도 힘든데, 한 컨퍼런스를 20년 동안 지속했다는 것도 대단한 일입니다.

1460825906_4836555606001_20399867-thumb

개인적으로 여러 IT회사의 고객 컨퍼런스에 취재를 가봤지만, 가장 인상적인 행사 중 하나가 오픈월드입니다.

우선 그 규모가 어마어마 합니다. 오픈월드는 제가 아는 한, IT업계에서 가장 큰 (특정 기업의) 고객 컨퍼런스입니다. 무려 6만여명의 개발자, 고객, 파트너 등이 참석합니다.

오픈월드는 샌프란시스코 중심가 모스콘센터에서 개최됩니다. 모스콘센터는 서관, 남관, 북관으로 구성된 대규모 컨벤션센터입니다. 오라클은 오픈월드에 모스콘센터 전체를 사용합니다. 애플이나 구글, 인텔 등 유명 기업들도 개발자 행사에 이 컨벤션센터를 자주 이용하지만, 북관이나 남관 일부만 사용합니다.

이뿐 아닙니다. 모스콘센터 주변의 호텔들도 오픈월드에 동원되고, 심지어 이 마저 부족해 모스콘센터가 있는 하워드 거리를 막은 후 천막을 치고 행사를 진행합니다.

1

오픈월드 행사를 위해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에 천막을 친 모습

서울로 비유를 하자면, 한 기업이 고객 행사를 위해 코엑스 전체를 다 빌려쓰면서 이것으로 부족해 주변의 코엑스인터콘티넨탈 호텔과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까지 동원하고, 심지어 영동대로에 거대한 천막을 치는 셈입니다. 샌프란시스코시 입장에서도 오픈월드가 매우 중요한 행사이기 때문에 하워드 거리(우리로 치면 영동대로)를 막아줍니다. 오라클 측 추산에 따르면, 오픈월드는 그 동안 샌프란시스코에 32억달러(우리돈 약 3조6천억원)의 경제효과를 일으켰다고 합니다.

오픈월드 기간동안 샌프란시스코 중심가는 오라클의 상징인 붉은 물결로 가득합니다. 오픈월드 배지를 제시하면 할인해주는 상점이나 식당도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마치 오라클의 도시인 듯한 느낌을 줍니다.OOW-680x177

오픈월드의 백미는 래리 엘리슨 이사회 의장의 기조연설입니다. 엘리슨 의장은 오픈월드 기간에 보통 2회에 걸쳐 기조연설을 합니다. 심지어 일요일 오후 5시에 기조연설을 하기도 합니다.

래리 엘리슨 의장의 발표가 재미있는 것은 경쟁사를 언급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는 점입니다. 보통 기업들은 경쟁사를 언급하지 않는 것이 관례입니다. 그러나 엘리슨 의장은 이런 관례를 따르지 않습니다. 경쟁사와의 비교, 경쟁사 기술 비판을 서슴지 않습니다.

몇 년 전에는 새로운 서버를 내놓으면서 IBM보다 성능이 떨어지면 100억원을 보상하겠다고 큰소리를 치기도 하더니 올해 행사에서도 역시 “AWS 다 죽었어!”를 외쳤다고 하네요.

art_1474262065

래리 엘리슨 의장은 제멋대로입니다. 한 번은 자사가 후원하는 요트팀이 국제 요트대회(아메리카컵)에서 결승해 진출하자 예정된 오픈월드 키노트에 참석하지 않은 적도 있습니다. 요트 대회 응원을 위해 6만명의 고객과 파트너가 기다리는데 나타나지 않은 것이죠. 래리 엘리슨 의장의 연설을 듣기 위해 고객들은 1~2시간 줄을 섰는데 말입니다.

그의 과감한 발언은 때로 자충수가 되기도 합니다. 올해 오픈월드 2016 첫 날 기조연설에서 엘리슨 회장은 클라우드를 무척 강조했다고 합니다. AWS를 넘어서기 위한 출사표를 세게 던진 것입니다. 그런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엘리슨 회장은 클라우드는 마케팅 용어에 불과한 것이라거나, 클라우드는 헛소리라고 큰소리쳤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본인이 클라우드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네요.

이런 경우는 많습니다. 엘리슨 회장은 지난 2010년 오픈월드에서 세일즈포스닷컴을 비판하면서 “멀티테넌트는 끔찍한 기술”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멀티테넌트는 하나의 소프트웨어나 DB를 여러 고객이 사용하는 기술인데,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의 기반이 됩니다. 엘리슨 의장은 자사의 SaaS인 퓨전애플리케이션은 싱글테넌트로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엘리슨 의장은 이 말 역시 몇 년 뒤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바꿨습니다. 오라클의 최신 DB 제품인 ‘오라클 DB 12c’의 핵심 기능 중 하나가 멀티테넌트입니다. 물론 오라클의 SaaS 서비스도 멀티테넌트 기반입니다.

엘리슨 의장은 기행이나 독특한 발언이 언론의 주목을 받지만, 사실 오픈월드는 IT업계의 트렌드를 바꾸는 중요한 발표들이 많았습니다.

456KjRWImzm20Ta2OGeW

예를 들어 오라클 ‘엑사데이터’라는 제품이 처음 등장한 것도 오픈월드입니다. 당시에는 그저 신제품 하나 나왔구나 생각했지만, DB 소프트웨어와 서버, 스토리지 등 하드웨어를 통합한 엑사데이터는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했습니다. 이후 오라클 뿐 아니라 IBM, SAP 등 DB 회사들이 유사한 제품을 내놓았고, 소프트웨어·하드웨어 통합은 하나의 거대한 트렌드로 자리잡았습니다.

올해도 오픈월드에서는 아마 수십개의 신제품이 쏟아져나올 것이고, 새로운 발표가 있을 것입니다. 올해 발표된 무언가가 2~3년 후에 IT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네티즌의견(총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