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요’, ‘토마스’를 추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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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쯤 전, 지금은 우리 집으로 놀러 와서 ‘형아 노트북’으로 ‘오버워치’나 ‘리그오브레전드’를 시켜달라는 사촌 동생이 한참 꼬마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내가 이모 집으로 종종 놀러가곤 했는데, 이모 집에는 뽀로로 류의 유아용 비디오가 항상 준비돼 있었다.

그때 키즈콘텐츠(Kids Content,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는 거의 <EBS>가 전부였다. 다른 방송국에서도 키즈콘텐츠를 편성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시간대나 양적 측면에서 접근성이 아주 낮았다. <EBS>는 사정이 그나마 나았지만, 아무리 <EBS>라고 해도 매번 뽀로로를 틀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5살 미만의 아이가 방송국의 편성 같은 걸 고려할 리 없다. 지금 뽀로로를 보고 싶으면 봐야 하는 거다. 없으면 운다. 울면 집안의 평화가 깨진다. 이것을 해결했던 게 지금은 역사 속으로 퇴장하기 직전인 ‘비디오테이프’다. 언제든 아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도와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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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요가 어떤 놈이야…(flickr, Henry Burrows, CC BY)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고, 비디오테이프의 자리는 유튜브가 대체했다. 오히려 TV 플랫폼을 넘어 콘텐츠 소비의 중심에 자리 잡기에 이른다. 아이가 있는 장소라면 어디든 부모님의 스마트폰을 뺐어 들고 집중하고 있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지금 한국의 키즈콘텐츠는 유튜브는 물론 구글플레이와 결합해 전 세계를 무대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신흥 강자 ‘타요’는 유튜브에서 전통의 강자 ‘토마스’를 눌렀다. 수치 면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내고 있다. 국내의 키즈콘텐츠가 해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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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코리아는 9월2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역량있는 국내 키즈콘텐츠 제작사들이 구글플레이와 유튜브를 활용해 성공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들을 발표했다. 이번 기자간담회에서는 최신 키즈콘텐츠의 해외 진출 트렌드 및 구글플레이와 유튜브 플랫폼의 특성을 소개하고, 국내 주요 키즈콘텐츠 기업인 아이코닉스, 블루핀, 스마트스터디가 참석해 두 플랫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각 사의 차별화된 전략과 성공 사례를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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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진수 구글플레이 키즈앱 사업 개발담당 매니저(사진=구글)

사용자와 구매자가 다른 ‘키즈콘텐츠’

목진수 구글플레이 키즈앱 사업 개발담당 매니저는 키즈콘텐츠의 특징을 두 가지로 설명했다. 첫 번째는 키즈콘텐츠는 사용자와 구매자가 다르다는 점이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은 아동이지만, 사는 것은 부모다. 부모가 생각하기에 해당 콘텐츠가 유해하지 않아야 하며, 교육적일 경우는 구매에 플러스 요소다. 아이가 소비하는 콘텐츠지만, 부모를 사로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구글은 키즈앱에서 ‘안전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구글플레이에서 키즈앱은 전면 검수를 통해 인증마크를 달아야 한다. 콘텐츠뿐만 아니라 광고, 사용자 경험 등의 측면에서 아이들이 사용하기에 유해하지 않음을 보여줘야 한다. 두 번째는 연령별로 소비 콘텐츠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성장이 빠른 시기인 만큼, 소비하는 콘텐츠의 변화도 빠르게 이뤄진다. 구글플레이에서는 이를 반영하기 위해 ‘만 5세 이하’, ‘만 6~8세’, ‘만 9세 이상’으로 세분화했다.

그 외에 캐릭터 성을 강점으로 내세운다는 점도 키즈콘텐츠의 특징이다. 구글플레이에서는 ‘인기 캐릭터’를 따로 보여준다. 활성화가 많이 되는 캐릭터를 태깅하고, 리스트를 보여주는 기능이다. 개발사는 캐릭터 인지도에 바탕을 둬 효과적으로 앱을 노출할 수 있고, 아이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앱을 소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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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유튜브 키즈콘텐츠 파트너십 매니저(사진=구글)

아이들은 모바일로 타요를 만난다

이어서 발표한 정재훈 유튜브 키즈콘텐츠 파트너십 매니저는 “자녀가 있는 분들은 느낄 수 있지만, 영상 소비가 모바일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플랫폼만 TV에서 유튜브로 바뀐 게 아니다. 플랫폼이 바뀜에 따라 소비 습관도 달라졌다. 아이들은 능동적으로 보고 싶은 콘텐츠를 검색하면서 시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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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꼬마버스 타요’ 소개 영상 갈무리

키즈콘텐츠의 세계화에도 유튜브의 공이 크다. 글로벌 플랫폼인 만큼 해외 시장에 접근하기가 쉽다. 영유아용 콘텐츠는 번역도 비교적 수월한 편이라는 점도 한 몫한다. 정재훈 매니저는 “지난 2년간 한국 키즈/교육 콘텐츠의 유튜브 시청시간은 8배 성장했다”라며, “현재 키즈 상위 20개 채널 시청시간의 70% 이상은 해외에서 발생할 정도로 국내 키즈콘텐츠가 유튜브를 활용해 전 세계를 무대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유튜브와 플레이는 서로 시너지를 내며 키즈콘텐츠의 성장을 돕는다. 유튜브를 통해 팬덤을 만들고 브랜딩을 제고하며, 이를 게임 등 다른 형태의 앱으로 발전시켜 플레이 스토어와 연계한다. 앱을 중심으로 했던 서비스는 앱의 캐릭터를 유튜브 콘텐츠로 만들고, 이를 통해서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 정재훈 매니저는 ”구글플레이 앱에서 유튜브로, 혹은 유튜브에서 구글플레이 앱으로 확장하는 등 더 많은 사용자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여 만족도와 충성도를 높이는 다각화된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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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윤 아이코닉스 차장, 박현우 스마트스터디 부사장, 김정수 블루핀 대표(사진=구글)

유튜브와 구글플레이의 선순환

이서 유튜브와 구글플레이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세 업체의 사례 소개가 있었다. 뽀로로-타요 등을 제작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아이코닉스’와 인터랙티브 교육 솔루션 제작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블루핀’, 교육 콘텐츠 제작사 ‘핑크퐁’이다. 업체들은 구글플레이와 유튜브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브랜드를 강화하고, 실제 성과로 연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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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코닉스 : 유튜브 -> 구글플레이

뽀로로와 타요가 유튜브에서 기록한 수치는 엄청나다. 아이코닉스가 운영하는 채널은 누적 40억뷰를 넘었고, 월평균 2억 뷰를 기록하고 있다. 유튜브는 아이코닉스가 새로운 시장을 여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기존에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면 방송에 공급해서 제한된 영역에 노출하는 게 전부였지만, 유튜브에 올라타면서 편리하게 콘텐츠를 노출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로 뻗어 나가는 발판도 됐다. 현재 아이코닉스의 매출 60%는 해외에서 나온다. 특히 타요의 해외 매출 비중은 90%다. 2008년부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 ‘토마스와 친구들’의 누적조회 수는 6억뷰지만, 2011년부터 채널을 운영한 ‘꼬마버스 타요’의 누적조회 수는 15억뷰다. 구독자 수도 120만명으로 토마스와 친구들에 비하면 거의 3배 수준이다. 타요가 키즈콘텐츠 전통의 강자 토마스를 추월한 셈이다.

아이코닉스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은 2012년과 비교했을 때 시청시간은 약 30배, 매출은 18배, 조회 수는 7배 이상 뛰었다. 이종윤 차장은 “유튜브에 맞게 제작한 콘텐츠로 성장세를 증폭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애니메이션보다 좀 더 적은 제작비가 드는 실사 콘텐츠도 효과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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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 콘텐츠.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사진=유튜브 ‘뽀로로의 일기’ 영상 갈무리)

아이코닉스는 유튜브에서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구글플레이에서의 세도 늘리고 있다. 유튜브 내에서만 22개에 달하는 자사 공식 애니메이션 채널이 있고, 구글플레이에는 37개의 맞춤형 키즈 앱이 있다. 유튜브에서는 캐릭터 콘텐츠의 호감도를 바탕으로 유튜브 독자를 늘리고, 이를 바탕으로 스토어에서 성과를 낸다. 앱에서의 경험은 다시 캐릭터 콘텐츠의 호감도 증가에 도움이 된다.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시너지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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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키즈월드 소개화면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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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핑코퐁 소개영상 갈무리

블루핀, 스마트스터디 : 유튜브를 앱 마케팅 채널로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교육, 게임 콘텐츠를 접목하는 앱 개발사 ‘블루핀’은 월 정액제로 운영되는 ‘키즈월드’라는 유료 앱이 핵심이다. 블루핀은 인터랙티브 교육 솔루션 제작 분야의 강점을 바탕으로 600개 이상의 앱과 2만 개 이상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으며, 아시아/미국/유럽에서 총 18개 버전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핑크퐁’으로 알려진 스마트스터디도 구글플레이를 중심으로 교육용 앱을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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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블루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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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 스마트스터디 부사장

두 업체 모두 유튜브 채널을 오픈해 기존 앱의 마케팅은 물론, 유튜브 추가 수익까지 얻고 있다. 김정수 블루핀 대표는 “유효한 유통 채널이 확보된 상태에서 유튜브를 통한 소통을 대폭 늘려 추가적인 사용자 유입을 이끌어냈다”라고 밝혔고, 박현우 스마트스터디 부사장은 “주요 국가와 언어를 고려한 영상 콘텐츠를 유튜브로 추가로 공유하면서 앱 성과에 비견되는 성공을 끌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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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콘텐츠, 악순환에서 선순환으로

신창환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창작분과위원장은 마지막 격려사에서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며 키즈콘텐츠가 악순환에서 선순환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현재를 짚었다.

신창환 위원장은 과거의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이 왜곡된 유통구조하에 있다고 진단했다. <EBS>를 제외한 다른 지상파는 애니메이션을 좋은 시간대에 편성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요즘 아이들이 학원 등으로 너무 바쁘므로 애니메이션이 나오는 해당 시간에 TV 앞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지도 않다. 한편 방송용 콘텐츠는 제작비가 많이 들어 충분한 시청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수익률이 낮아진다. 이 세 가지 요소는 악순환을 이뤘다.

그러나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방송 외의 새로운 콘텐츠 유통경로가 확보됐다. 모바일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제작비도 저렴하다. 누구나/언제든지 접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글로벌 진출에도 쉽다. 모바일 시대의 키즈콘텐츠는 유통경로와 제작비 구조를 해결할 가능성을 얻게 됐다. 신창환 위원장은 “애니메이션의 글로벌 진출도 가능해졌고, 콘텐츠 제작 기획만 좋으면 성공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애니메이션 제작자 입장에서 큰 가능성을 보고 있다”라고 기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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