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CEO] 신재일 어빌리티 “SI, 가격 아닌 기술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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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돈 좀 빌려줘.”

어느 날 회사 대표가 찾아와 돈을 빌려달라고 한다. 커피값, 점심값 수준이 아니다. 작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이 필요하다며 빌려달란다. 이런 상황에 마주쳤을 때, 선뜻 대표를 믿고 돈을 빌려줄 직장인이 몇이나 될까.

신재일 어빌리티시스템즈 대표는 그랬다. 2004년 회사를 세우고 2년째, 어빌리티시스템즈는 자금 위기를 맞았다. 솔루션을 납품한 회사가 도산하면서 납품 대금을 받지 못했다. 회사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신 대표는 직원들에게 손을 벌렸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아주 놀라운데, 더 놀라운 일이 그다음에 벌어졌다. 그 당시 함께 일하던 직원들이 흔쾌히 돈을 내어줬다. 그중엔 사는 아파트를 담보 잡아 대출 받은 돈을 건넨 직원도 있었다.

신재일

더 나은 소통 방법을 고민하다

물론 이런 분위기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건 아니다. 회사 어렵다는데 위기감을 안 느낄 직원이 어디 있겠는가. 어빌리티시스템즈 안에서도 당연히 동요가 일어났다. 매일 아침 출근해서 서로 일하는 모습을 마주하면서 지낼 때였다. 아무리 가족처럼 지낸다 하더라도 회사 대표가 돈을 빌려달라고 얘길 꺼내는 건 다른 문제다.

“회사를 계속 운영해야 하는데,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해진 상황이었습니다. 감당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순간을 넘기면 수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지요. 열심히 일하면 이에 따른 대가가 돌아온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어빌리티시스템즈는 10년 넘게 순항 중이다. 그 사이 부도 직전까지 가는 위기가 2번 정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회사는 신기하게도 그 위기를 잘 이겨냈다. 신재일 대표는 고비마다 도움을 준 직원들의 공로를 잊지 않았다. 나중에 20%가 넘는 이자까지 쳐서 후하게 보답했다. 지금도 종종 웃으면서 “대표님, 돈 필요하시지 않으세요”라고 얘기를 꺼내는 직원이 있을 정도다. 회사 초기부터 끊임없이 직원 얘기를 귀담아듣고, 비판을 수용하며 서로 소통하는 회사 분위기를 만들어간 덕이다.

회사 설립 때부터 신재일 대표는 소통을 강조했다. 아무리 바빠도 서로 얘기 나눌 기회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뭐가 힘들고, 현재 고민하는 일은 무엇인지, 비전은 무엇인지, 가족 얘기 등을 자연스럽게 나눴다.

어빌리티시스템즈의 의사소통 방식은 자유롭다. 3~4명 일할 때와 비교해 지금은 약 90명에 가까운 직원이 있음에도 필요하면 전사 토론회를 통해 회사 주요 사안과 문제에 대해서 논의한다. 누구든지 찬성과 반대 의견을 내고 토론할 수 있다.

최근에는 ‘현지 출근과 현지 퇴근 제도 시행’과 관련해서 전사 토론회를 열었다. 부서마다 해당 제도에 대해서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을 대표로 얘기할 사람을 정해 회의 공간을 빌려 얘기를 나눴다. 지사에서 일하는 직원을 위해 영상회의 솔루션을 이용해 회의를 중계했다. 시간이 되고, 참석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석해 의견을 밝혔다. 서로 얘기를 주고 받으면서, 상대방의 생각을 배우고 회사 전체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조직문화에 회사 비전을 녹여내는 건 사실 어렵습니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일하고 뭔가 의견을 제시해서 피드백을 받는 선순환 과정 자체를 하루아침에 만들 순 없습니다. 특히 회사가 커지면서 사내 소통은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그럴수록 사내 문화가 정착될 수 있는 사내 시스템, 직원들이 같은 언어와 프로세스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 중입니다.”

전사토론회 문화 외에도 어빌리티시스템즈는 ‘친해지길 바래’라는 사내 문화 프로젝트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서로 다른 팀에 속한 직원 3명 이상이 모여 커피 또는 밥, 술을 마실 때 일정 금액을 지원해준다. 분기마다 6만원을 지급해서 같은 팀 외에도 다른 직원과 교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유도한다. 신입사원에게는 5만원을 지급한다.

“우리 회사 직원들은 언제부터인가 저 지원금을 ‘알’이라고 부르더군요. ‘알거지’, ‘알사냥꾼’ 등 자기들끼리 서로 호칭도 만들어 부르면서 차도 마시고 회식도 합니다. 저도 분기마다 받는 알로 직원들에게 밥을 삽니다. 이렇게 모이면 인증샷을 찍어 사내 게시판에 올리지요.”

사물인터넷과 올플래시 스토리지에 집중

어빌리티 시스템즈는 SI(시스템통합) 사업을 하는 회사다. 시스템 유통, 솔루션 사업, 유지보수 사업, 사물인터넷 서비스 사업 등 다루는 영역이 다양하다. IT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 영역까지 모두 도맡았다.

“SI 시장은 경쟁이 치열합니다. 가격 경쟁을 통해 제살 깎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죠. 식상한 얘기로 들리겠지만, 가격으로만 이 시장에서 승부를 보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는 요즘 같은 때,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 도전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신재일 대표는 SI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술에 주목했다. IT업계 특성상 특정 아이템에서 비즈니스가 생기면서 태동기, 안정기, 쇠락기 같은 사이클을 거치기 마련이다. 한 아이템만 가지고 있으면, 이 아이템과 회사 성장 곡선이 흐름을 같이 한다고 판단했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템에 시선을 돌렸다.

어떻게 보면 참 기웃거리는 부분이 많아 집중도가 떨어지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신재일 대표는 전체 직원의 70%를 전문기술자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사업 전문성을 키우면서 집중도를 높였다. 말로만 설명할 줄 아는 사람보다는 전문성을 가진 사람으로 회사를 채웠다. 직원 간 소통을 통해 어떤 사업 분야를 집중할지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최근 어빌리티시스템즈가 주목하는 영역을 크게 2가지다. 하나는 3년 전부터 시작한 사물인터넷(IoT)과 올플래시 스토리지다.

“IoT 분야는 아직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수준까지 올라오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가능성이 많은 시장이지요. 준비하지 못해 나중에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을 때 준비된 회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플래시 스토리지를 좀 다릅니다. 전통시장에서 차세대로 넘어가는 시장이 있는데, 스토리지 솔루션이 지금 그 길목에 있습니다. 이 영역을 특히 주목해서 사업을 하려고 합니다.”

올 플래시 스토리지 사업을 위해 어빌리티시스템즈는 카미나리오라는 올플래시 스토리지 전문기업과 지난 9월 총판 계약을 체결했다. 어빌리티시스템즈는 신기술 도입이 빠르고 구현 수준이 높은 한국 고객의 특성을 고려해 스토리지 용량과 성능을 맞춤형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는 카미나리오만의 스케일아웃과 스케일업 아키텍처의 이점을 시장에 적극적으로 알린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