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수 메디아티 대표 “미디어 혁신, 새로운 인재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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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방법에서 각론은 약간 다릅니다. 기존 언론사가 실험을 통해서도 충분히 잘할 수 있고, 돈도 많으므로 잘할 수 있다는 입장이 있습니다. 자칭타칭 ‘뉴미디어’의 ‘저널리즘’이 사회에서 기대하는 기능을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물음표를 잔뜩 찍어둡니다.

다른 입장은 아예 새로운 플레이어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시대에 맞지 않는 ‘공채’라는 선발 방식과 공채 인력만이 성골로 인정받고 주요 보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혁신은 불가하며, 한국 언론은 서서히 독자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지난 8월 출범한 ‘메디아티’는 미디어 스타트업만을 전문으로 하겠다고 나선 액셀러레이터입니다. 미디어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초기 단계의 성장을 도와서 한국 저널리즘에 혁신을 가지고 올 수 있는 새로운 미디어를 찾고자 합니다. 초기 투자금 최대 6천만원을 제공하고, 밀착 멘토링으로 미디어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게 목표입니다.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에게 ‘청년 미디어 스타트업’을 키우는 까닭을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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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수 메디아티 대표

– 메디아티의 설립 배경은.

제가 대학교 강의를 하면서 알게 된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 친구들과 계속 새로운 미디어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한 번 해봐라’해서 나온 게 <미스핏츠>였어요. 어느 정도 좋은 퍼포먼스를 내다가 이후에는 몇 팀으로 갈려서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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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핏츠 로고(사진=미스핏츠)

이후에도 꾸준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한 친구가 지난해 겨울쯤 찾아와서 창업하겠다고 나서는 거예요. 처음엔 말렸죠. “창업 어렵다. 하지 마라. 괜히 창업하지 말고, 공채 준비하고 평범하게 가자.” 저는 <미스핏츠>가 거둔 어느 정도의 성공이 이 친구들에게 마약 같은 존재로 남지 않길 바랐어요. 그냥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고 끝내기를 바랐죠.

그래도 꾸준히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또 말렸어요. 제가 실패했던 이야기도 했고요. “이거 먹고 사는 문제다. 대학 때 잠깐 동아리처럼 하는 거랑 다르다. 여러분 살면서 몸이 아플 수도 있고, 여행이 가고 싶을 수도 있고, 차도 사고 싶을 수도 있고, 부모님이 아플 수도 있다” 이런 얘기도 했어요. 월급을 받으면서 살기가 얼마나 힘든 사회예요. 심지어 저널리즘으로 월급 받고 사는 거, 진짜 힘들거든요. 가능하면 안 하길 바랐죠.

기어이 하겠다길래 같이 포트폴리오 수정하고, 투자자를 찾아다녔습니다. 이 친구 말고도 뉴스랩 이후에 준비하겠다고 나서는 팀도 있었거든요. 그 친구들도 준비하겠다고 나섰고요.

투자자를 찾아갔는데 그냥은 투자를 못 하겠다고 해요. ‘미디어 판을 바꿔보자’면서 저더러 직접 하래요. 제가 당시에 다른 곳에서 좋은 조건으로 제안받은 것도 있어서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이 기회가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았어요. 결심을 굳히고 올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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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미디어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싶나.

기자 5년, 10년 하셨던 분들의 아이디어 제안 같은 건 많이 와요. 그런 건 거절해요. 기자 출신이라 거절하는 건 아니고, 아이디어가 저희가 추구하는 바랑 맞지 않습니다. 저희는 기존 미디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를 꾸릴 수 있는 미디어 스타트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차별화 포인트입니다. 시장에서 스타트업이 가치 있으려면 ‘남들이 못하는’ 걸 해야 합니다. 남들 다 하는 거 똑같이 따라가는 게 미디어 스타트업이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실수입니다. 정권 비판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건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같은 곳에서 이미 하고 있습니다. 카테고리의 차별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에 접근해야 합니다. 시장에서 차별적 존재로 설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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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 프로그램으로 참여하고 있는 ‘ALT’

– 메디아티의 프로그램 구성은.

투자 프로그램과 파트너 프로그램을 구분해서 운용하고 있습니다. 파트너 프로그램은 투자 결정을 잠시 보류하는 거죠. 저희 프로그램이 4달짜리인데, 파트너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이 세상에 나가는 시간을 한두 달 정도 늦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현재 투자가 확정된 스타트업은 ‘닷페이스’ 입니다. 그 외에 ‘디에디트’, ‘알트’, ‘코리아 엑스포제’, ‘희철리즘’이 현재 파트너 프로그램으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저널리즘을 꿈꾸는 학생들은 창업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아요. 다 취직을 준비하죠. 요즘에는 창업 열풍이다 뭐다 하는데, 정작 미디어에서는 비껴가고 있어요. 어느 정도 기자 생활을 하면서 확보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창업하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20대가 들어온 건 아니었거든요. 메디아티에서는 20대 미디어 창업이 왜 중요한지, 어떤 비전을 가질 수 있는지 설명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창작은 물론, 실제 창업 단계에 필요한 도움들도 제공하려고 해요.

다른 하나로는 미디어 판에 있는 사람들이 다양한 시도를 모색하는 공간으로도 만들려고 합니다. 미디어 창업에 관심 있는 젊은 친구들이 와서 공부할 수 있게 수익모델 같은 것도 공부해보려고 하고요, 소소하게 브런치 행사나 미디어 워크샵을 꾸준히 열고자 합니다. 미디어에 열정을 가지고 있고, 공채가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들어오고 싶은 사람에게 징검다리가 되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이 들어가나.

지분 10%에 4천만원, 15%에 6천만원으로 투자금을 지원합니다. 다른 액셀러레이터 사례도 참고했는데요. 이미 있는 기업은 가치평가 방법이 달라지지만 저희가 투자하는 미디어는 법인도 없는 완전 초창기 상태에서 가능성을 보고 4억원으로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추가 투자도 고려하고 있거든요.

공개 교육도 진행하지만, 멘토링 프로그램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고 운영합니다. 콘텐츠 제작, 플랫폼, 조직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멘토링을 진행합니다. 투자가 확정된 닷페이스 팀에는 추가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닷페이스의 영역별 담당 에디터에게 메디아티 운영진이 한 명씩 붙는 맞춤형 멘토링도 추가했습니다. 개별 미팅도 갖고 있습니다.

파트너 프로그램 미디어에도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의 미팅을 진행하고, 소정의 지원금도 줍니다. 획일적으로 정해진 건 아닙니다. 다양하게 모색하고, 필요하면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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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커, Michael Mandiberg, CC BY-SA

–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미디어 스타트업에서 특히 부족한 분야는 어디인지도 궁금하다.

미디어 스타트업을 하려는 친구들은 특히 ‘법인을 만든다’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져요. 콘텐츠는 잘 만들어왔겠지만, 이제 하나의 스타트업을 끌고 가면 법인의 주체로서 많은 식구의 먹고 사는 문제를 걱정해야 합니다. 여태까지는 콘텐츠 만들면서 추가근무수당, 주휴수당 같은 거 안 지켜지면 비판했겠지만, 이제 본인도 해당하는 문제가 됐거든요. 여태까지는 하다가 안 맞으면 그냥 각자 갈 길 가면 되는 거지만, 이제는 퇴직금 안 주면 책임져야 해요. 사소하고 중요한 부분에 대한 인지가 떨어집니다.

법인을 만드는 과정을 함께하면서 이런 부분이 개선되고는 있습니다. ‘부채가 늘어난다’고 생각해야 치열하게 먹고사는 문제를 고민하게 됩니다. 월급 안 주면 빚이 되는 거잖아요. 저널리즘을 비즈니스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회문제만 걱정하는 건 월급쟁이 저널리스트들이나 할 일이에요. 창업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정당하게 나의 먹고사는 문제를 생각해야 합니다. 정당하기만 하다면 수단과 방법을 고민해서는 안 됩니다. 메디아티를 거쳐가는 미디어는 광고도 달 거고, 콘텐츠 마케팅도 할 수 있습니다.

크고 작은 수익사업을 진행하고, 적은 돈이라도 꾸준히 들어오는 게 중요합니다. 돈의 흐름이 예측 가능해야 여기에 맞춰서 조직 구조를 짤 수 있습니다. 미디어로서의 퍼포먼스를 유지하면서 좀 더 많은 사람이 오게 해야 하고, 꾸준히 성장할 수 있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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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커, CristianAllendesPhotos, CC BY-SA

– 수익을 내는 초기 단계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첫째가 외주, 두 번째가 강연 나가는 겁니다. 당장 돈이 된다고 브랜드와 전혀 상관없는 외주 사업을 하는 건 피해야 합니다. 자잘한 외주 사업은 인건비 떼면 2-3% 정도의 마진 밖에 안 남아요. 그거 하는 동안 자기 미디어는 죽어갑니다.

미디어 스타트업 대표가 강연 많이 나가는 것도 주의해야 합니다. 닷페이스가 뜨기 시작하니까 조소담 대표에게 강연 요청이 많이 들어와요. 이거 하는 동안 또 원래 하던 사업은 죽어가는 겁니다.

미디어 브랜드가 뜨기 시작하면 주위에서 해당 제작자에 주목해요. 브랜드를 찾는 게 아닙니다. 물론 이거 하면 프리랜서로는 잘 살 수도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볼 때는 짭짤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러는 동안 본인 사업은 죽어가는 거죠. 브랜드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미디어 창업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새로운 영역도 개척하고, 콘텐츠 퀄리티도 높이고 계속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기업으로서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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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중인 닷페이스

– ‘닷페이스’가 첫 번째 투자 대상이 됐다. 어떤 점을 높이 평가했나.

우선 맨파워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중요한 것은 인재와 그 구성이거든요. 혹독한 상황에서도 견뎌나가는 걸 봤고, 힘든 와중에도 미디어로서의 꾸준함을 유지했습니다. 생산을 꾸준히 유지한다는 점을 높게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너무 트래픽에 목매지 않고, 이슈 발굴을 잘 했죠.

닷페이스의 단기적인 목표로는 시리즈A 투자(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기 전에 받는 투자)를 받게 하는 것이고, 미디어의 형태로는 복스미디어 같은 모델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다양한 브랜드를 협력 브랜드로 갖고, 브랜드가 서로 협력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나가는 걸 생각하고 있어요.

엑싯(=기업공개나 인수합병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일)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사가 실험한답시고 10억, 20억씩 씁니다. 차라리 이런 미디어 스타트업을 구매해서 성장동력으로 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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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디아티의 향후 목표는?

환경 문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으로 화석연료를 버려야 합니다. 그럴 때가 됐거든요. 저널리즘을 여기에 빗댔을 때, 저널리즘이 위기라면 우리가 근본적으로 혁파해야 하는 건 공채입니다. 예전에는 공채가 잘 작동했어요. 70-90년대 까지만 해도 당시 저널리즘 환경에는 최적화된 모델이었죠.

공채가 네모난 사람을 뽑는 제도라면, 지금 저널리즘 혁신에 필요한 인재는 세모 모양입니다. 그 구조에서는 인재들이 언론사로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과거의 ‘혁신이었던 것’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현재의 혁신을 막는 일종의 딜레마 상황이죠. 새로운 변화가 요구될 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인재입니다. 미디어 스타트업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새로운 인재가 이 판에 들어올 수 있어야 하는 겁니다. 이전과는 다른 인재가 필요합니다. 미국도 예전에는 월스트리트나 디트로이트에서 성장 동력이 공급됐지만, 이젠 아니잖아요. 새로운 인재는 실리콘밸리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저널리즘도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언론사(言論史)가 쓰이지 않고 있어요.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진 <한겨레>, <오마이뉴스> 정도가 있고, 종편 정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역사를 쓰는 미디어의 탄생은 모바일을 중심으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물론 ‘메이크어스’나 ‘피키캐스트’가 그런 길을 가고 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조금 더 사회성이 강한 모델도 나올 수 있다고 봐요.

지금은 언론사들이 공채를 유지하고 있지만, 나중에 좀 더 많은 언론사가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고, 시장의 흐름을 끊임없이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마치 벤처캐피털처럼 움직이면서 훌륭한 인재들을 영입해야 합니다. 그때가 되면 메디아티의 역할은 많이 줄어들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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