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4일(미국 현지시간) 구글이 무려 5가지 하드웨어를 한꺼번에 내놓았다. 구글표 스마트폰 ‘픽셀(Pixel)’, 인공지능 비서 ‘구글 홈(Google Home)’, 가상현실(VR) 헤드셋 ‘데이드림 뷰(Daydream View)’, 가정용 라우터 ‘구글 와이파이’(Google WiFi), 그리고 3세대 크롬캐스트 ‘크롬캐스트 울트라’(Chromecast Ultra)다.

그 중 픽셀은 구글이 직접 만들었다고 말하는 첫 번째 스마트폰이다. 다른 기기 제조업체를 통해 생산했던 기존 ‘넥서스’(Nexus) 시리즈가 아니다. 구글이 이들 제품을 위한 준비한 웹사이트의 도메인이 모든 걸 말해준다. ‘메이드 바이 구글’. 픽셀에는 ‘안드로이드’를 중심으로 스마트폰 생태계에서 지대한 위치를 차지했던 구글이 앞으로 취할 방향성이 함축돼 있다.

▲구글폰 ‘픽셀’ (출처 : 메이드 바이 구글 페이지 ‘픽셀’ 소개 갈무리)

▲구글폰 ‘픽셀’ (출처 : 메이드 바이 구글 페이지 ‘픽셀’ 소개 갈무리)

크롬북·태블릿PC 이어 스마트폰 브랜드로 귀환

넥서스를 대신해 내놓은 새 스마트폰의 이름인 픽셀은 기존 제품군에서도 사용되던 이름이다. 제품명인 ‘픽셀’은 본디 구글이 직접 내놓은 고급형 ‘크롬북’에 붙은 이름이다. 원래 크롬북은 ‘크롬OS’에 기반해 구글 문서와 클라우드에 의존하며, 기존 노트북에서 필요한 많은 부분을 덜어내 하드웨어 부담을 최대한 낮춰 가격도 20-30만원 수준으로 유지하던 노트북이었다.

▲크롬북 픽셀 (출처: 구글)

▲크롬북 픽셀 (출처: 구글)

2013년에 구글이 직접 내놓은 크롬북은 달랐다. 고해상도의 터치 디스플레이, 코어,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등을 갖추고 가격도 최고 1499달러에 나왔다. 애플의 레티나 맥북프로(13인치, 128GB SSD 기본형)와 같은 가격이다. 여기에 처음으로 붙은 이름이 바로 ‘픽셀’이다.

▲픽셀C (출처: 구글)

▲픽셀C (출처: 구글)

2015년에 내놓은 태블릿도 ‘픽셀’의 브랜드를 계승한다. 2015년에 구글이 내놓은 태블릿 ‘픽셀C’는  디스플레이, 메모리, 코어 등에서 고급형의 사양을 갖춘 것은 물론, MS의 ‘서피스’나 애플 ‘아이패드 프로’처럼 태블릿에 최적화된 전용 키보드까지 갖췄다. 픽셀은 이처럼 구글이 직접 내놓은 모바일 기기를 상징하는 브랜드다.

다른 제조사 플래그십 모델과 동등한 사양 갖춰

▲픽셀 (출처: 구글)

▲픽셀 (출처: 구글)

픽셀은 구글이 ‘넥서스’ 브랜드를 버리고 내놓은 첫 구글폰이다. 넥서스는 ‘레퍼런스’라는 의미 그대로 ‘안드로이드 OS를 담은 스마트폰은 이래야 한다’라는 기준에 참조가 됐던 휴대폰이다. 제조사의 커스텀(최적화 작업)이 없는 순정 안드로이드를 경험할 수 있는 기기다.

픽셀은 설계와 제작을 직접 구글이 맡고 생산만 HTC에서 했다는 점에서 구글의 레퍼런스폰인 ‘넥서스’ 시리즈와는 구분된다. 보급형이 주를 이뤘던 넥서스 시리즈와는 달리, 사양도 여타 제조업체의 플래그십과 동급이다.
픽셀은 최신 ‘안드로이드7.1’(누가)을 탑재했다. 무엇보다 구글 인공지능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첫 폰이기도 하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질문에 대한 답변부터 일정관리, 음악·동영상 재생, 사진 촬영 등을 알아서 처리해주는 똑똑한 비서다.

카메라 성능도 눈에 띈다. 후면 1230만 화소, 전면 8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해 고화질 촬영을 지원한다. 손떨림을 방지하는 광학 이미지 안정화 모듈도 내장했다.

▲픽셀XL (출처: 구글)

▲픽셀XL (출처: 구글)

픽셀은 ‘구글 포토’를 기본 내장했다. 촬영한 사진은 무제한 저장공간인 구글 포토에 저장된다. 구글의 영상채팅 앱인 ‘듀오’와 인공지능 메신저 ‘알로’도 탑재했다. 4GB 메모리에 스냅드래곤 821 칩을 품었으며, 후면엔 지문인식 센서 ‘픽셀 임프린트’가 달려 있다. 배터리는 15분 충전하면 최대 7시간 동안 쓸 수 있다.

픽셀은 화면 크기에 따라 두 종류로 나눠 출시된다. 5인치 ‘픽셀’과 5.5인치 ‘픽셀XL’이다. 저장 용량은 32GB와 128GB로 나뉜다. 색상은 콰이어트 블랙, 베리 실버, 리얼리 블루 3가지다. 가격은 32GB 기준으로 픽셀이 649달러, 픽셀XL은 769달러다. 아이폰7, 아이폰7플러스와 정확히 같은 가격이기도 하다.

▲픽셀과 픽셀XL 사양

▲픽셀과 픽셀XL 사양

픽셀과 안드로메다, 구글이 그리는 모바일 기기의 미래

일상 속 경험을 아우른다는 차원에서 구글의 픽셀은 통합 OS와도 엮어서 볼 필요가 있다. 구글은 이르면 2017년께 안드로이드와 크롬OS를 통합한 새로운 OS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OS의 이름은 ‘안드로메다’다. 안드로메다는 모바일과 PC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엮어보려는 시도다.

▲안드로메다는 구글이 준비중인 통합 OS의 이름이다. (배경사진 출처: 나사)

▲안드로메다는 구글이 준비중인 통합 OS의 이름이다. (배경사진 출처: 나사)

구글의 크롬북, 태블릿, 스마트폰은 ‘픽셀’이라는 단일 브랜드로 엮인다. PC와 스마트폰을 아우르는 통합 OS의 개발도 진행 중이다. 최근 내놓은 안드로이드7.0 누가 역시 통합 OS의 단서를 제공한다. 안드로이드 누가에서는 이전 버전에 비해 생산성을 대폭 강화하기 위한 기능들이 포함됐다.

픽셀의 등장으로 인해 구글이 향후 하드웨어 제조업체 시장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비교 대상인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완성도를 동시에 확보하며 성장해왔고, MS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바탕으로 윈도우를 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서피스’ 시리즈를 내세우고 있다.

PC에서 여전히 잘 나가는 MS는 모바일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애플은 그렇지 않다. 다만 애플 역시 모바일과 PC 각각에 걸맞는 OS를 따로 제공하고 있다. 구글의 픽셀과 안드로메다가 생산성과 소비, PC와 모바일을 아우르는 구글의 새로운 OS 전략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두고볼 일이다.

앞으로 10년, 인공지능이 더 중요해진다

▲구글 어시스턴트 (사진 : 메이드 바이 구글 행사 영상 갈무리)

▲구글 어시스턴트 (사진 : 메이드 바이 구글 행사 영상 갈무리)

‘픽셀’은 통합 OS는 물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원활한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해 더 큰 의미에서의 구글 생태계를 만들어가려는 첫 발자국으로 이해할 수 있다.

픽셀을 두고 바라보는 입장은 2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하드웨어 시장으로의 진출이다. 그간 구글은 안드로이드OS를 공급해 제조업체들과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는데, 이번 ‘픽셀’ 공개는 제조업 경쟁에 뛰어드는 첫 단계로 보인다. 두 번째는 인공지능 강화다. 픽셀은 하드웨어 그 자체의 시장을 노렸다는 분석보다는, 구글 어시스턴트를 통해 서비스 강화와 데이터 수집에 있다고 보는 견해다.

릭 오스텔로 구글 하드웨어 부문 총책임자는 메이드 바이 구글 행사에서 “구글 어시스턴트는 구글이 만드는 하드웨어의 중심에 있다”라며 “구글은 차세대 혁신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상호 작용에 있으며 그 중심에 인공지능이 있다”라고 말했다.

▲구글 어시스턴트 (출처: 메이드 바이 구글 행사 영상 갈무리)

▲구글 어시스턴트 (출처: 메이드 바이 구글 행사 영상 갈무리)

픽셀의 핵심은 사양이 아니다. 픽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구글 어시스턴트’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애플의 ‘시리’와 유사한 기능이다.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스마트폰 활용을 돕는 비서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구글이 9월에 공개한 새로운 메신저 앱 ‘알로’에 내장돼 소개된 바 있다.

채팅을 돕는 알로에서의 구글 어시스턴트는 시작일 뿐이다. 구글은 인공지능이 보편화된 세상을 그리고 있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우리는 다음 10년 동안 인공지능 퍼스트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라고 구글 어시스턴트 소개를 통해 밝혔다. 집에서 쉬든, 일을 하든, 차를 타고 이동하든 모든 삶의 단면에서 기술과 함께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순다 치파이는 “이 접점은 더욱 자연스럽게, 직관적으로, 똑똑하게 변할 것”이라고 구글 어시스턴트의 개발 배경을 밝혔다.

구글 서비스는 단순히 인터넷에서의 크롬이나 모바일에서의 안드로이드 등 소프트웨어만을 중심으로 하는 것 이상을 생각한다. 구글이 픽셀을 공개한 행사에서 데이드림 뷰, 크롬캐스트 울트라, 구글 와이파이, 구글 홈 등 다른 기기들을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앞으로는 기술이 삶에 더욱 깊숙이 스며든다. 인공지능은 마치 통역가처럼 기계과 사람을 이어준다. 내가 원하는 바를 편하게 말해도 기계가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이것이 픽셀로 대표되는 ‘메이드 바이 구글’의 초점을 구글 어시스턴트에 놓고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일상에 더 밀접하게 엮이는 기술과 구글 서비스, ‘픽셀’은 이를 상징하는 신호탄격 제품이다.

※ 참고자료

이 글은 ‘네이버캐스트→테크놀로지월드→용어로 보는 IT’에도 게재됐습니다. ☞‘네이버캐스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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