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도’ 시험대 오른 P2P 금융

가 +
가 -

자본잠식 5년째, 규모는 약 42억원. 가상계좌는 압류된 상태. 국내에서 10여년 가까이 P2P 금융 서비스를 운영하던 머니옥션이 최근 마주한 문제다. 김동연 한국금융플랫폼 회장이 머니옥션 웹사이트에 알림창을 띄우고 “회사 재무구조개편과 계좌압류를 방지하기 위해 ‘기업회생절차’를 준비하겠습니다”라며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P2P 금융 운영 방식에 대한 신뢰는 이미 금이 갔다.

최근 일어난 머니옥션 문제에 대한 다른 P2P 금융 업체는 ‘서비스 운영 방식이 다르다’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1~2년 사이 등장한 P2P 금융 업체는 플랫폼에서 심사를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번 머니옥션 운영 과정에서 주목할 부분은 투자자가 사용하는 가상계좌가 동결된 점이다. P2P 금융 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한 대출금이 제대로 회수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리하는 모계좌가 동결되면 일부 투자자가 피해를 보았다. 투자자는 가상계좌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후 사정을 파악하지 못한 채 갑자기 해당 계좌에서 출금하지 못했다. P2P 금융 상품 자체 부도 문제가 아닌 중계 플랫폼, 예치금 계좌에서 부도가 발생할 가능성이 드러난 셈이다.

대부분 금융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이번 머니옥션처럼 가상계좌 하나의 문제로 은행에서 모계좌를 압류하는 일은 드문 일이다. 모계좌를 압류하면 이와 연관된 서비스가 모두 중지되면서, 해당 서비스에 연결된 다른 사용자가 피해를 본다.

은행에서 가상계좌를 압류하려면 법원으로부터 허락을 받은 ‘압류통지서’가 있어야 한다. 은행은 압류통지서를 바탕으로 계좌를 압류 조치한다. 게다가 손해 입은 금액 이상으로 압류를 신청할 수 없다. 500만원을 손해 입었다면, 이 금액만큼 자산 압류가 이뤄진다. 가상계좌에서 보이는 금액은 해당 가상계좌에 들어가 있는 게 아니라 모계좌로 들어간 상태이며, 모계좌보다 더 큰 금액으로 압류를 신청해야 자산이 동결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런 가상계좌 방식은 사기에도 응용될 수도 있다”라며 “가상계좌 때문에 본질이 흐려지지만, 일반적인 금융 사기에서 잘 활용되는 방식으로 P2P 업체인 만큼 쉽게 돈을 끌어모을 수 있으며, 이 돈을 가지고 도망갔을 때 피해는 고스란히 P2P 업체에 투자한 사람들에게 돌아간다”라고 경고했다.

한국P2P금융협회는 회원사 22곳과 함께 지난 6월 23일(목) 하반기 활동 시작을 위한 화합의 자리를 가졌다.

한국P2P금융협회는 회원사 22곳과 함께 지난 6월 23일(목) 하반기 활동 시작을 위한 화합의 자리를 가졌다.

뜨는 P2P 금융, 대비는 어떻게

현재 투자자 보호를 위해 예치금 관리를 따로 운영하는 곳은 테라펀딩, 피플펀드, 빌리 등이다. 그 외 다른 업체는 대안을 준비 중이거나 검토하고 있다.

누적대출액 기준 P2P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테라펀딩은 신탁회사에서 자금을 관리한다고 답했다. 모든 자금을 신탁회사를 통해 처리하며, 대출금과 투자금 모두 신탁회사를 통해 이뤄진다. 매달 투자자가 받는 이자도 역시 신탁회사에서 관리한다.

피플펀드와 서티컷 등은 은행에서 자금을 관리한다. 피플펀드 측은 “예치금 관리는 전북은행에서 하며, 예금자 보호라고 얘기할 순 없지만, 그에 따르는 돈 관리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피플펀드는 P2P 투자 관리금 서비스 협약에 따라 은행을 통해 투자금 관리와 자금 집행이 이뤄진다. 투자자가 가상계좌에 예치하는 예치금 100%는 전북은행에서 관리한다.

빌리는 PG업체인 페이게이트에서 예치금 계좌 관리를 맡아주고 있다. 빌리 측은 “휴대폰 인증을 통해 입·출금 상황이 실시간으로 확인되며, 회사 임의대로 계좌를 동결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라며 “만약 계좌 해킹 등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이에 대한 보상은 페이게이트에서 이뤄진다”라고 밝혔다.

다른 P2P 금융 업체 일부는 가상계좌를 통해 투자금을 관리하고 있다. 8퍼센트는 예치금관리를 현재 가상계좌로 직접 관리 중이다. 렌딧도 상황은 비슷하다. 어니스트펀드도 가상계좌를 통해 예치금을 관리한다.

8퍼센트 측은 “특수관계사인 인터넷전문은행 혹은 KG 이니시스와 협업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렌딧은 회사 운영 자금과 별도의 계좌로 예치금 계좌를 관리하고 있다. 렌딧 측은 “업무가 종료되더라도 대출 채권 계약은 소멸하지 않아, 대출 고객은 여전히 원리금 상환의무를 가지며 투자 고객의 원리금 수취권도 법적으로 보호받는다”라며 “회사의 부도에 따라 원리금 수취 및 배분의 주체가 달라질 수 있으나 대출 및 투자 고객 모두 보호받을 수 있으며, 해외에서는 플랫폼사 파산시 제3의 업체가 대출과 투자 계약을 이어받아 관리하는 사례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P2P금융협회 차원에서 해결책을 마련하는 방법도 진행 중이다. 협회는 금융위원회와 함께 P2P 협회 일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현재 협회 정관에는 회원 가입사가 부도가 났을 때, 채권관리나 사후 처리를 협회에서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승행 한국P2P금융협회장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채권을 협회가 받아 투자자에게 분배하는 걸 고민 중으로, 협회 차원에서 안전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라며 “신탁계좌를 사용하면 2일 정도 시간이 걸려 즉시성이 침해받는 등, 여러 가지로 방안을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협회에 참가한 업체들만큼은 회계 감사를 통해 불법적인 요소를 찾아내 문제를 방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네티즌의견(총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