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CEO] 백동훈 휴머스온, “생각의 힘이 SW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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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대표가 회사를 세울 때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회사 이름을 짓는 일이다. 사업 방향과 비전, 포부를 담아 신중하게 짓는다. 사람 이름 짓는 것처럼 말이다. 제품 이름은 몰라도 회사 이름은 바꾸기도 쉽지 않다.

한국 이랜드는 1997년 중국 시장 진출 이후 지난 2012년 중국에서 약 매출 2조원을 달성했다. 이랜드의 중국어 이름인 ‘이롄’ 뜻이 ‘옷과 사랑을 나눈다’라는 뜻을 가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진 화장품 브랜드 ‘미샤’도 마찬가지다. 미샤는 중국에 진출하면서 ‘아름다움을 고민한다’라는 뜻의 ‘메이쓰(美思)’를 택하고 성공을 거뒀다.

백동훈 휴머스온 대표

백동훈 휴머스온 대표

국내에서도 사업 성공을 위해 10여년 넘게 잘 유지한 회사 이름을 바꾼 대표가 있다. 지난 2010년, 백동훈 휴머스온 대표는 2년이란 시간을 들여 회사 이름을 ‘에이메일’에서 ‘휴머스온’으로 바꿨다.

에이메일은 1998년, 이메일 마케팅 솔루션 회사로 시작한 곳이다. 2008년 아이폰이 등장하고 모바일 기기를 활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점차 모바일 메시지 전달 솔루션과 분석 기술 시장으로 사업 범위를 넓혀나갔다. 모바일과 웹기반 메시징·이메일 마케팅 서비스도 시작했다. 고객사도 여럿 확보하면서 회사 규모를 키워나갈 때, 백동훈 대표는 고민에 빠졌다.

“에이메일이란 사명은 수명이 다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모바일로 뻗어나갈 때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지요. 우리 사업을 담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신 ‘우리 고객을 잘 되게 성공시켜주는 토양이 되자’라는 뜻에서 휴머스온이란 이름을 지었지요.”

무한한 사고를 해서 창의성을 발휘하는 회사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백동훈 대표가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다.

미션, 생각하는 힘을 키워라

“에이메일이란 회사 이름으로 모바일 솔루션 사업을 하니 뭔가 맞지 않는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원도 맨날 이메일만 생각하고, 고객사도 이메일만 떠올리더군요. 회사 이름 자체가 사고를 제한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름을 바꿔야겠다는, 사명에 아무 의미도 담지 않아서 뭐든 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 이름을 직원들의 사고 확장을 위해서 바꿨을 정도로 백동훈 대표는 ‘생각하는 힘’을 강조한다. 소프트웨어는 생각이 반영된 결과물이지, 코딩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백 대표 설명에 따르면, 소프트웨어는 생각이 뒷받침돼야 한다. 코딩은 그저 표현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좋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면 생각이 필수다.

이런 힘을 키우기 위해 휴머스온에는 기획 업무만을 전담하는 팀이 없다. 말 그대로 회사에 기획팀이 없다. 기획하는 개발자가 있을 뿐이다. ‘왜 이 제품을 써야 하는지’ 개발자가 개발 초기 단계부터 많은 사람과 함께 고민한다. 이 과정에서 여러 사업 분야와 협업하며, 프로젝트 단위로 업무를 기획하고 진행한다.

“복도에 휴지가 떨어졌는데 줍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당 직원을 나무라면 안 됩니다. 애사심이 없다는 게 아니라, 그 일이 자기 업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장이 줍는 이유는 회사 전체 업무를 자기 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직원이 못나서가 아니라 자기 눈에 휴지가 보이지 않는데, 이걸 왜 휴지를 줍지 않느냐고 비난하면 안 되지요. 기획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발자가 기획자와 달리 생각하는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자기 업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익숙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이걸 생각하게 만드는 게 대표의 능력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자 하는 백 대표의 노력은 회사 문화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휴머스온은 야근이 거의 없다. 생각하려면 야근이 없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생각할 시간이 있어야 생각을 하고, 그 결과물이 제품에 반영된다고 백동훈 대표는 믿는다.

출근해서 야근까지 회사에서 종일 시간을 보내는 직원이 생각할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영화도 보고, 책도 보고, 사람들과 얘기도 나누면서 아이디어도 샘솟고 생각할 힘이 나온다. 백동훈 대표는 단순히 업무 능력만 좋은 기계적인 직원보다는 스스로 판단하고 고민할 줄 아는 인재를 키워내는 게 회사의 힘이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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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화는 업무 방식에서도 엿보인다. 휴머스온에는 ‘해커톡’이라는 문화가 있다. 하루종일 개발하는 ‘해커톤’ 문화에서 본떠 만든 문화다. 해커톡은 결론이 어느정도 정리될 때까지 팀원들이 회의실에 모여 3일 연속 회의만 한다. 대표는 가끔 들어가 참석할 뿐, 회의 운영과 진행은 각 팀에서 맡는다.

이 회의엔 노트와 필기도구만 가져갈 수 있다. 노트북도 안 된다. 회의를 위한 사전 준비는 회의실 밖에서 할 수 있다. 어느정도 자료 수집 등 회의할 내용이 모이고 준비되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각 팀은 회의실에 모여 ‘왜 이 사업을 해야 하는지’, ‘이 사업을 하면 무엇이 좋은지’, ‘왜 이 사업은 하면 안 되는지’, ‘지난 솔루션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 무엇이 있는지’, ‘이번에 새로 나온 기능에 대해 고객 반응은 어떤지’ 등과 같은 얘기를 나눈다. 때론 회의실에서, 때론 근처 카페에서 얘기를 나눈다.

“단순히 지시해서 개발하는 게 아니라, 왜 이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 부여와 제품 철학을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고자 시작한 문화입니다. 서로 ‘내가 개발한게 어디에 쓰일 것인지’에 대해서 공유할 수 있지요.”

처음 이 문화를 도입했을 때, 어떤 부서는 7일간 마라톤 회의를 했다고 한다. 다들 어리둥절해하면서 뭘 얘기해야 할지 몰라 멀뚱멀뚱 얼굴만 쳐다보느라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연차가 어린 직원은 발언해도 되는지 눈치만 봤다.

“지시받는 상황에 익숙해져서지요. 저는 회사가 더 커나가고 품질 개선을 위해서 이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케팅 클라우드팀은 마케팅 클라우드 개념부터 시작해서 얘기를 나눴지요. 신규사업일수록 해커톡을 자주 도입했습니다. 괜히 신규사업이겠어요? 지식이 있을 수 없지요. 그래서 공부할 시간이 절실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메일·모바일 마케팅 넘어 ‘클라우드 마케팅’으로

휴머스온은 이메일 전송, 모바일 메시지 마케팅을 넘어 클라우드 마케팅을 제공하는 회사로 도약을 준비 중이다. 단순히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에서 나아가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디지털 마케팅 회사로 변신을 꿈꾸고 있다.

“소프트웨어 판매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려고 합니다. 안정성과 확장성을 위해서지요. 솔루션 시장만 바라보면 시장 한계가 존재하지요. 2006년과 2007년 서비스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마케팅 클라우드란 글로벌 서비스를 기획했지요.”

마케팅 클라우드는 말 그대로 마케팅과 클라우드를 더한 개념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등 다양한 클라우드 인프라 위에 마케팅 솔루션을 더해 사용료만 받는다. 이를 위해 휴머스온은 문자, 이메일, SNS 메시징 채널을 TMS(통합 메시지 채널 최적화 서비스) 하나로 다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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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S를 활용하면 이메일, SMS, 푸시 알림,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양한 콘텐츠 채널을 통합 관리할 수 있다. 고객별, 채널별 반응률을 분석해 높은 반응이 예상되는 채널을 선택해 마케팅을 펼칠 수 있게 도와준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많다. 오라클, 세일즈포스 등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강자들이 그렇다. 어도비도 마케팅 클라우드 서비스를 한다. 그러나 백동훈 대표는 자신 있다는 눈치다.

“오라클은 DB 회사다보니 마케팅 클라우드 사업을 위해 요소 기술을 인수하는 데 약 5조원을 들였다고 하더군요. 어도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도비는 더는 포토샵 만드는 회사가 아니죠. 이들 기업은 5조, 10조씩 들여 디지털 마케팅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그만큼 사용료도 비쌉니다.”

파운데이션캐피탈은 지난 2015년 발표한 자료에서 2015년 기준 12억 달러에 불과한 마케팅 기술 시장 규모는 2025년이 되면 약 12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디지털 마케팅이 대세가 돼 가고 있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 못지않게 중소중견기업도 디지털 마케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백동훈 대표가 오라클, 세일즈포스, 어도비와의 경쟁에서 자신감을 드러내는 이유가 여기 있다. 휴머스온만의 마케팅 클라우드로 작고 단순하게 오라클이나 어도비나 세일즈포스가 가지 못한 영역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마케팅 시장은 어마어마합니다. 문제는 그만큼 솔루션과 서비스 가격도 많이 비싸지요. 사실 중견기업은 쓰기 어렵습니다. 휴머스온 마케팅 클라우드는 SMB 레벨에서 전세계 솔루션 제공하는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솔루션으로 하이엔드 시장을 겨냥하고 서비스로는 로우엔드 시장을 겨냥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