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여 년간 한 우물을 파기란 사실 쉽지 않다. 특히 IT 분야에서.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술들이 쏟아지는 홍수 속에서 회사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기술 흐름에 적응하기란 더욱 어렵다. 그런 면에서 데이터분석과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의 한 우물을 파고 있는 데이터웨어하우스(DW) 전문업체인 테라데이터는 독보적이다. IT 업계에서 어떻게 하면 자신의 영역을 굳건히 지키면서도 동시에 변화하는 시대에 생존해 나갈 수 있을지 보여주는 몇 안되는 회사 중 하나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 남은 자가 강자’라는 말처럼 테라데이터는 30여 년간 DW 분야에서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시장의 변화에 꾸준히 대응해 온 결과다. 최근 DW 분야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테라데이터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밀결합해 고객들이 시장과 고객을 제대로 분석할 수 있도록 돕는 전용 장비를 제공해 왔다. 일명 DW 전용 어플라이언스. 이 시장에 오라클, IBM, HP, 네티자, 그린플럼 등이 속속 발을 담그고 있다.
35년간 관련 분야에서 일해 온 마이크 코엘러(Michael F. Koehler) 테라데이터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새로운 도전자들의 출현에 대해 “오라클이나 IBM의 DB는 설계 당시부터 트랜잭션과 OLTP(Online Transaction Processing])을 위해 만들어졌다. 분석 전용과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며 ‘그들은 아직 멀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닐 맥도널드 테라데이터 CMO가 “경쟁사들의 제품은 테라데이터의 최상의 기종인 ‘액티브 엔터프라이즈 데이터 웨어하우스 5600′과 경쟁도 안되고 그 하위 기종인 ‘테라데이터 웨어하우스 어플라이언스 2580′ 수준이지만 그것도 경쟁이 안된다”고 거들었다.
경쟁 업체들의 출현과 시장의 요구에 테라데이터도 변화를 선택했다. 초기 테라데이터는 자신만의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고성능으로 분석할 수 있는 전용 장비를 제공해 왔다. 하지만 데이터 사이즈가 늘어나 장비를 증설할 경우 필요한 만큼의 용량만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접근하지 않았다. 사무실에 있는 탁자 하나 나르자고 20톤 짜리 화물 트럭을 이용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 고객들은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되는 문제에 봉착하면서 다른 업체들에 눈을 돌렸다.
시장과 고객들은 개방형 시스템을 요구했고, 사이즈가 늘어나는 만큼 저렴하게 시스템을 증설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메인프레임이 개방형 시스템 바람에 대응하기 위해 리눅스를 수용했듯이 테라데이터는 x86-64 기반 중앙처리장치(CPU) 기반의 하드웨어로 바꾸고 운영체제도 수세리눅스도 바꿨다. 최근엔 대용량 제품만 제공하다가 미드레인지와 로우앤드, 자사 DW 전용 소프트웨어까지 제공하면서 새로운 시장에 새롭게 도전하고 있다.
새로운 무기들을 마련해 놓고 있지만 테라데이터는 기업 내 존재하는 대부분의 데이터들을 하나의 거대한 저장소(DW)에 모아놓고 이곳에서 데이터를 정제하고 관리, 공유해야 된다는 입장을 표하고 있다. 개별 사업부서나 특정 업무 요구 사항에 따라 조그만 저장소(데이터마트)를 만들어 놓는 방식은 비용 측면이나 데이터의 품질 관리 측면에서 별로 권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DW와 DM 진영은 각자의 목소리를 높여 고객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고객들은 이 두 진영의 말에 모두 귀를 기울이고 자신들에게 맞도록 하이브로드로 엮어서 사용한다. 특정 업체 한 곳의 손을 들어주고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해 DW 신봉론자인 마이크 코엘러 회장의 입장이 궁금했다. 최근 나온 가트너의 DW 보고서에도 시장에서 데이터마트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꾸준하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그는 “시장에서는 데이터마트와 데이터웨어하우스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선도적인 기업들은 이전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통합하고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데이터의 가치에 대해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분산된 데이터를 통합했을 때 더 나은 가치를 얻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모든 데이터를 다 통합하라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통합해도 특정 부서, 특정 업무에 속한 일부만 사용할 경우엔 데이터마트도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대세는 데이터의 통합”이라고 강조했다.
고객들은 대형 저장소를 마련해 놓고 있으면서 동시에 특정 부서별로 데이터마트를 위해 별도 시스템도 마련해 놨다. 테라데이터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통합 요구가 발생하면서 새로운 협력 관계도 확대해 가고 있다. SAS와 기업용 솔루션 1위 업체인 SAP와의 협력이 바로 그것이다. 고객들은 DW에 저장된 데이터들을 별도의 SAS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IBM, HP, 썬 등의 서버 위에 가동하는 데이터마트를 운영해 왔다. 이에 테라데이터는 SAS의 제품들을 자사의 데이터베이스 제품군에 포함해 고객에게 전달하고 있다. 분석 시간이나 시스템 운영이 대폭 간소화되는 것이다.
SAP 고객들이 사용하는 비즈니스 웨어하우스도 테라데이터의 하드웨어 장비에 통합시켜 SAP 데이터와 Non-SAP 환경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모두 하나의 장비에서 처리토록 협력하고 있다. IBM이나 썬을 인수한 오라클, HP의 서버와 DW나 DM 분야에서 정면 승부를 해보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SAS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DW 안에 미리 통합돼 제공되기 때문에 그만큼 분석 시간도 빨라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근 IT 분야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현재 아마존 EC2에 자사의 분석 제품을 제공하면서 시장을 타진하고 있고, 일부 고객 대응과 관련해서는 SaaS(Software as a Service)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오픈소스 분산 파일 시스템인 하둡(Hadoop)에 대해서는 다닐 맥도널드 테라데이터 CMO가 나섰다. 그는 “하둡이나 맵리듀우스를 지원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분석을 더욱 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무상으로 다운로드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구글이나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고객 분석을 위해 별도의 DW 전용 어플라이언스 업체들에 도움을 요청하기 보다는 ‘하둡’ 기반의 DW 시스템을 구축해 사용하고 있다.
경쟁자들의 출현에 대해 윤문석 한국테라데이터 사장은 “오히려 그들의 등장이 테라가 걸어 온 30년의 시간이 올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어느 회사나 기회가 있고 위기가 있다. 위기의 순간에 테라는 개방형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선택했고, 최근엔 심지어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서버 기반의 전용 DW용 소프트웨어도 판매하고 있다. 최상위 고객부터 소규모 기업들의 분석 요구에 모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최상위 기종을 통해 대규모 데이터 볼륨 위주로 처리해 왔던 테라데이터는 점차 적은 볼륨의 중견 기업 시장으로 발을 담그고 있고, 전용 어플라이언스를 통해 테라의 아성에 도전하는 IBM, 오라클, HP, 네티자, 사이베이스, 그린플럼은 테라의 텃밭을 노리고 있다. 정보 기술의 최근 변화가 빚어내는 이 흥미로운 경쟁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 재밌는 경기의 서막이 이제 막 시작됐다.
한편, 마이크 코엘러 회장은 최근 자사가 헬스케어와 공공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들이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2008년 전체 매출에서 4%를 차지했던 헬스케어는 2009년 8%로 두배 성장했고, 2008년 5%였던 정부 분야는 2009년 7%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DW의 새로운 시장이 개화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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