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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는 지켜야할 자존심
by 기쁘미 | 2008. 02. 25

“FTA는 자유무역협정이니까 미국이 한국에 대해 관세를 내려준다면, 한국에서 수출이 늘어날 것이다. 만일 농업하는 분이나 수산업하는 분들이 일부 손해를 본다고 하더라고 전체 이익을 잘 나눠 가질 수만 있다면 전체적으로 좋은 것 아니냐?라는 생각입니다. 여기 계신 분들도 이 이야기에 대해서 맞는것 같은데하고 생각하실 겁니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봐도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한미FTA는 이런 식으로 해석되는 듯 하다. 얻는게 있으면 잃는게 있다는 게임의 관점이다. 이를 기반으로 잃는것 보다는 얻는게 많으니 한미FTA는 불가피하다는 이른바 대세론이 파생되는게 아닐까 싶다. 대세론에는 항상 국익이니 국가경쟁력이니 하는 다소 두루뭉술한 명분들이 따라다닌다.

한미FTA는 과연 국익에 플러스인가? 한미FTA하면 국가경쟁력은 올라가는가? 참여정부 경제비서관 출신으로 그동안 한미FTA를 강하게 비판하고 숨겨진 이면을 알리는데 앞장서온 정태인씨는 이 같은 질문에 대해 ‘네버’(Never)라고 결론내린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한미 FTA는 관세에 대한 협정이 아닙니다. 국경을 넘어가는 문제가 아니라 국경안의 문제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자유무역협정은 국경안의 문제입니다.  미국 의회조사국은 CRS레포트에서 “한미FTA는 관세장벽을 중요시하는 것이 아니라 비관세 장벽, 곧 한국의 법과 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법과 제도와 관행을 왜 바꾸느냐? 미국 다국적 기업의 이익을 최대한 추구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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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는 지켜야할 자존심>에서 정태인씨는 한미FTA를 다시한번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다. 공공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양극화는 더욱 심화된다는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미국 회사가 우리 나라에 공공 서비스를 공급하려 들어오는 것이고, 그 순간부터 문제가 생깁니다.  우리나라의 공공 서비스가 민영화되도록 돼 있습니다. 민영화해도 나쁠거 없죠.  택배도 여러개가 경쟁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산골 오지에 가는 택배 요금이 높아질 것은 틀림없습니다. 망산업의 특징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비용이 올라갑니다.”



우체국에서 제공하는 택배 서비스의 민영화는 공공성 훼손의 많은 사례중 하나일 뿐이다. 의료, 수도, 전기, 철도 등 국가기간망들 역시 한미FTA로 인해 민영화될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재벌들이야 민영화로 사세를 확장할 수 있겠지만 공공성이 훼손되면 서민들 살림살이는 더욱 힘들어진다. 지역간 격차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에 정태인씨는 한미FTA를 이렇게 바라볼 것을 주문한다.

“여러분이 상위 10%에 드는 계층이라면 조약 맺자고 예스하십시요. 여러분의 아이들도 10%에 들 자신이 있다면 예스 하십시요. 또 그 아이들의 아이들까지 10%에 들게 할 자신 있으면 예스 하십시요. 우리나라가 이미 신분이 세습되는 사회가 됐어요. 과거에는 교육이 신분상승의 통로였지만, 이제는 신분 상승을 가로막는 통로가 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10%가 아니라면, 아이들도 아닐 확률이 99%입니다. 그 아이들의 아이들도 그 확률이 99%입니다.”


<21세기에는 지켜야할 자존심>은 정태인씨를 비롯, 진중권, 정재승, 박노자, 하종강, 정희진, 고미숙 등 우리사회 지식인들이 한겨레 인터뷰 특강에서 했던 강연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미학과 과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자존심,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통해 본 우리 사회의 자존심, 여성운동을 통해본 우리사회의 다양한 모습들이 자존심을 키워드로 헤쳐모이고 있다. 표현들이 직설적이어서인지 글을 읽는맛도 많이 느껴진다.  언론에서 제공하는 시각을 넘어 좀더 입체적으로 세상을 해석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독자분들께도 일독을 권하고 싶다.

[관련글] 장하준, 한국경제 길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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