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P2P 금융, 모호한 생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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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 금융은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일까?

지난 2006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P2P 금융 서비스를 선보인 머니옥션이 팝업 공지를 통해 ‘회사 재무구조개편과 계좌압류를 방지하기 위해 기업회생절차를 준비하겠다’라고 밝히면서 P2P 금융 신뢰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P2P 금융은 왜 떴을까

P2P 금융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지속되는 저성장, 저금리 기조로 인해 전통적인 은행 모델이 위기에 부딪히면서 등장했다. 저성장, 저금리가 수년째 이어지자 대출 상품을 중심으로 한 자산 운용에 한계가 드러났다. 예대마진 수수료 중심의 은행 모델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새어나왔다.

은행의 위기를 틈타 자금을 직접 연결하는 인터넷 기반 대출 플랫폼, P2P 금융이 대안으로 등장했다. 신용을 바탕으로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기존 금융 시스템의 틀을 깼다.

P2P 금융은 돈을 빌려주는 사람과 빌리는 사람을 직접 연결한다. 그 결과 직접 돈을 빌려주는 역할을 하는 은행이 겪는 만기전환 이슈를 해결했다. P2P 금융은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직접 돈을 빌려줄 수 있다. 금융기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주목받았다.

출처 : 한국금융연구원

출처 : 한국금융연구원

글로벌 조사기관인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2016년에서 2020년 사이 P2P 금융 시장 규모는 약 53% 성장할 것으로 보았다. 모건스탠리는 2015년 보고서를 통해 P2P 시장 규모가 2015년 1500억달러에서 2020년 490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P2P 금융업체도 이런 가능성을 보고 P2P 금융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 P2P 금융은 초창기 중금리 대출을 내걸며 은행과 저축은행 사이 대출 시장을, 은행보다 높은 이자로 투자 시장을 노렸다.

10년 전 머니옥션과 팝펀딩으로 시작한 국내 P2P 금융 시장은 2014년 들어 조금씩 늘어나더니 지금은 수많은 P2P 금융 업체가 영업 중이다. 2015년 12개 업체로 시작한 P2P 금융 회사는 2016년 6월말 기준 37곳에 이른다.

2015년 연간누적대출액 393억원으로 시작한 P2P 금융 시장은 2016년 상반기 기준 1930억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P2P 금융은 은행이 아니다. 해당 상품을 취급하는 P2P 금융회사에 문제가 생겨도, 취급하는 상품이 부도나도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없다. 투자자가 사용하는 가상계좌가 동결돼 투자금을 인출할 수 없던 머니옥션 사례처럼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출자나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P2P 금융을 좀 더 신중하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상품 안정성은 인정, 회사 안정성은?

P2P 금융업체에서는 취급하는 상품의 안정성을 홍보한다. 특히 2014년 이후 생긴 P2P 금융 회사는 ‘머니옥션과 서비스 운영 방식이 다르다’라며 선을 긋고 ‘최근 1~2년 사이 등장한 P2P 금융 업체는 플랫폼에서 심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라고 강조한다. 머니옥션에서 생긴 일을 극히 일부분일 뿐, P2P 금융 플랫폼 신뢰도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블로터에서 회사 설립 후 서비스 운영 경험이 1년 넘은 회사를 대상으로 지난 6월30일 기준 조사한 결과 부도율은 대부분 0%를 기록하고 있다. 상품 자체가 부도나서 피해가 발생한 경우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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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상품이 아닌 회사 자체를 살펴보면 상황이 좀 다르다. 국내 P2P 금융회사 중 제대로 된 수익모델을 갖춘 곳은 드물다. 대부분 엔젤투자 등 벤처캐피털(VC)에서 받은 투자금과 수수료로 버티고 있다.

빌리와 테라펀딩은 대출과 투자 분야에서 수수료를 받고 있다. 렌딧은 현재 대출 수수료만 받고 있으며, 투자 수수료를 받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8퍼센트는 신용등급별 대출 수수료와 투자 수수료를 다르게 매기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수수료를 받지 않는 곳도 있다.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는 “현재 P2P 금융에서 수수료 외에 다른 수익모델이 없는 부분이 가장 큰 고민”이라며 “현재 어니스트펀드는 수수료를 받고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

P2P 금융회사는 대부분 강남, 여의도 등 임대료가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무엇으로 돈을 벌어 임대료 및 각종 비용을 충당하는지 염려되는 대목이다.

어니스트펀드는 최근 63빌딩으로 회사를 옮겼다. 최근 KB인베스트먼트, 한화인베스트먼트, 신한캐피탈 및 복수의 기관투자자로부터 총 60억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유치했지만, VC 투자 외 거둔 이익은 확인된 바 없다.

어니스트펀드뿐 아니다. 광화문 트윈타워에 위치한 8퍼센트 역시 DSC인베스트먼트, SBI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등 유력 VC로부터 투자를 유치했지만, 안정된 수익모델은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 P2P 금융업체가 VC 투자로 연명하고 있으며, VC 투자를 유치하지 못한 한 P2P 금융 업체는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라며 “투자 거품이 꺼지고 난 직후 P2P 금융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걱정이 든다”라고 밝혔다.

해외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최초 P2P 대출 중개업체로 시작한 프로스퍼는 아직까지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2013년부터는 자본잠식에 들어갔다. 렌딩클럽은 2013년 5월 구글로부터 약 1400억원을 투자받으며, 흑자를 달성하면서 이듬해인 2014년 12월 나스닥에 상장했다. 그러나 2014년부터 다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프로스퍼와 렌딩클럽 ROA(총자산이익률)를 살펴보면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2016년 6월 기준 렌딩클럽의 ROA는 -5.62%, 프로스퍼는 ROA는 7월 기준 -165.37%에 이른다. 기업이 창출한 순이익이 기업의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사실상 P2P 금융 플랫폼 자체만으로 이익을 거두긴 어렵단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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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 금융이 살아나려면

결국 확실한 수익모델을 마련하지 못하면 P2P 금융은 잠시 떴다 사라지는 신기루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한순간 사라지는 신기루가 되지 않으려면 부도율을 관리하고, 금융기관과 협업하는 모델이 필요하다.

해외에서는 렌딩클럽이 시티뱅크와 함께 개인 신용대출 연계 상품을 통해 투자자와 대출자 모집에 나섰다. 산탄데르은행과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지난해 영국 P2P 금융사 펀딩서클과 손을 잡고 RBS의 개인 대출 상품을 펀딩서클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경험과 데이터를 갖춘 P2P 금융업체가 기존 금융기관과 연계를 통해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상품을 다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증권화를 통해 자금조달 비용감소도 하나의 방법이다. 증권화란 기업이 재원조달 수단으로 대출채권을 기초로 하여 유동화 채권을 발행·유통하는 방법을 말한다.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는 “증권화를 통해 자금조달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라며 “해외 P2P 금융업체 사이에서는 증권화가 중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