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활성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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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는 금융과 산업, 기술이 결합한 산업 영역이다. 우리가 익숙하게 느끼는 예금, 송금, 결제 기능부터 시작해서 분산원장 기술, P2P 금융, 비대면 거래 등 기존엔 없던 새로운 서비스까지 다룬다.

다양한 산업을 담은 일종의 융합 분야인 셈이다. 그런 탓에 핀테크는 사업 과정에서 다양한 기존 규제에 부딪힌다. 국내에서 핀테크 사업을 하려면 다음과 같은 다양한 법을 고려해야 한다. 금융업 전체에 관련된 법부터 시작해서 금융권별 관련된 법, 정보통신 관련 법에 영향을 받는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금융지주회사법, 예금자 보호법, 이자제한법,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은행법, 상호저축은행법, 여신전문금융업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보험업법, 전자금융거래법,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외국환 거래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전자서명법,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등 열거하면 끝이 없다.

주무부처도 다양하다.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공정거래위원회, 행정자치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다양한 곳에서 핀테크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 다양한 부처가 저마다의 정책 방향을 가지고 핀테크 산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관되고 체계적인 정책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오죽하면 핀테크 스타트업 관계자 사이에서 “사업 아이템에 대한 고민보다 해당 사업을 진행해도 되는지 주무부처에 유권해석을 요청하는 데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라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일까.

이군희 서강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이군희 서강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핀테크, 나무가 아닌 숲으로 접근하라

다행히 이런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 11월3일 한국은행에서 진행된 ‘지급결제제도 컨퍼런스’에서 이군희 서강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영국과, 미국, 중국의 사례를 들며 국내 핀테크 발전을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핀테크 발전을 위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이군희 교수가 이날 제시한 해결책은 간결하다. 서로 다른 주무부처에서 핀테크 관련 사업을 맡지 말고, 관련 사업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중앙기관이나 부서를 만들어 다루자는 얘기다. 핀테크가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 만큼, 모든 부처를 통합할 수 있는 지휘소 없이는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국내에서는 핀테크와 관련해 어떤 규제가 필요하고 필요 없는지에 대한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무조건 규제를 없애고 산업을 육성하자는 논리로 접근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모든 규제엔 저마다 나름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군희 교수는 이런 부분을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어떠한 모습으로 핀테크 영역을 가져갈지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통합적으로 핀테크 영역에 접근해 이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바탕으로 핀테크 규제가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재 국내 시장은 금융위원회 주도로 핀테크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1월 금융위원회는 ‘IT-금융 융합 지원방안’을 통해 규제 완화, 자금지원을 통해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드러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과도한 사전심사, 보안 규정, 책임에 대한 불명확성으로 인해 금융기업이 새로운 서비스 출시와 보안 강화에 소극적인 만큼 금융 및 IT기업에 자율성을 보장해서 전자금융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공인인증서나 액티브X와 같은 특정 기술 사용의무를 폐지하고 기술 중립성 원칙을 구현하며, 보안성 심의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 외에도 오프라인 위주로 금융제도를 개편하고, 핀테크 지원센터를 통해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금융보안을 통한 소비자 보호를 바탕으로 사전적이고 세세한 규제에서 벗어나 창의와 혁신을 유도하는 선진형 규제방식으로 개선하겠다는 목표도 드러냈다.

IT-금융 융합 지원방안

IT-금융 융합 지원방안

그러나 발표 내용과 달리, 국내는 여전히 핀테크 스타트업이 사업하기 불편한 구조다. 허락된 기술만 사용하는 ‘포지티브 규제’다 보니 금융기관이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기란 쉽지 않다.

공인인증서가 폐지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은행이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 로그인 과정에서 공인인증서를 사용하고 있는 것과 맥락을 함께한다.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윈도우 외 맥이나 리눅스 운영체제에서 금융기관 사이트에 접속해 금융 업무를 보는 건 불편하다. 연말정산은 꿈도 못 꾼다.

스타트업은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서 여전히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부터 시작해 각종 주무부처 눈치를 본다. 사전 보안성심의 규제가 폐지됐지만, 지난 2012년부터 시행된 전자금융감독규정 시행세칙 3조에 따라 신규로 전자지급 결제대행업 등 전자금융업을 하려는 사업자는 보안성 기준을 충족하는지 사전심의를 받아야 한다.

보안성 심의를 획득하려면 약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걸린다. 신생 스타트업이 간편결제 시장에 진출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 외에도 모바일 간편송금 서비스를 위해 은행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 핀테크 기업부터 시작해 ‘카드 터치 본인확인 기술’이라는 신용카드 인증 방식을 선보였지만, 이동통신사와 방송통신위원회 반대에 부딪혀 서비스 상용화까지 수개월을 보낸 곳도 있다.

저마다 다른 정부부처에서 핀테크 사업 관련 규제가 얽혀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금융위원회에서 통과해도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자치부가 다루는 규제에 따라 사업성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핀테크를 숲이 아닌 나무로 보고 다가간 결과다.

영국·미국·중국서 핀테크 꽃 핀 이유를 보자

해외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영국과 미국, 중국은 핀테크를 육성해야 할 산업 관점에서 바라보고 ‘네거티브 규제’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 꼭 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아니면 무엇이든 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4년 8월 영국은 글로벌 핀테크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재무부장관 주도로 핀테크 산업 종합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7가지 목표를 정하고 강력하게 추진 중이다.

영국은 이 계획을 통해 가상 및 디지털화폐 활성화를 검토하고, 자금난에 빠져있는 중소기업을 위한 대체 금융기관을 검토하고, 핀테크 추진을 위한 정보통신 인프라를 만들고, 2025년 전망치를 연구하고, 1억파운드 규모의 영국기업은행 투자 프로그램 추가 집행,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 촉진을 위한 유인책 마련, 무역투자형(UK Trade and Investment) 주도의 세계 시장 개척 등을 발표했다.

지난 2015년 1월 재무부와 기술전략위원회(TSB)는 협력을 통해 핀테크 분야 관련성이 있는 금융 규제 완화, 해당 분야 스타트업 기업 육성, 은행과 핀테크 기업 간 계약을 통해 책임을 분산하고 은행 부담을 줄여주는 핀테크 기술 채택을 장려했다.

겉보기엔 국내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해당 정책을 추진하는 부분이 조금 다르다. 영국은 지난 2013년 FSA, 우리나라로 치면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를 결합한 형태인 조직을 해체하고 금융행위감독원(FCA)를 신설했다.

FCA 신설을 통해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금융 시장을 더 개방적이고 경쟁적으로 만들어 금융발전을 꾀했다. 그리고 지난 2015년 4월에는 FCA 산하에 결제시스템규제청(PSR)을 신설하고 소액결제시스템 개선과 활성화 방안을 고민했다.

영국에서도 소액결제시스템은 HSBC, 바클레이와 같은 대형기업이 진입장벽을 치고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이 섣불리 뛰어들기 어려운 영역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은 PSR을 통해 시장의 공정한 경쟁과 투명한 시장 형성을 위한 참가기준을 정하고, 직접참가기업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그 결과 현재 영국은 핀테크 산업을 운영하는 데 가장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 현재 영국에는 10억달러 이상 기업 가치를 가진 핀테크 기업이 2곳, 핀테크 관련 산업 종사자는 약 13만5천명에 이른다.

영국은 2020년까지 캐피털, 액셀러레이터, 혁신과제 등에 80억달러 투자 유치를 목표로 삼았다. 또한 2020년까지 기업가치와 시장점유율 기준 글로벌 핀테크 기업을 25곳 이상 늘리고 일자리 10만명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 인재 양성 및 대학 수준의 핀테크 인력 양성 과정을 개설했다.

미국은 영국과 좀 다르다. 영국이 국가가 나서서 핀테크 관련 정책을 주도한다면, 미국은 기업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핀테크 관련 정부 정책은 없지만, 소비자 피해 예방과 프라이버시 보호에 관한 부분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6월 미국연방준비은행은 핀테크 관련 특별팀을 개설했다. 신속결제 특별팀과 안전결제 특별팀을 통해 핀테크 결제를 신뢰할 수 있는 규제를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미국의 핀테크 관련 규제는 각 주정부가 금융거래와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모두 금융기업으로 간주해 투자자 보호와 금융 건전성을 위해 관리, 감독하는 구조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달리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을 채택해 자유로운 핀테크 사업을 만들어서 운영할 수 있게 지원한다.

또한, 사업 합법성 여부를 감독 기관에 물었을 때 비조치의견서(No action letters)를 통해 새로운 사업을 고민하는 핀테크 기업이 특정 행위에 대해 제재를 받지 않는 제도를 운용한다.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그 결과 2013년 기준 미국은 전세계 핀테크 산업 투자 분야에서 83%를 차지하고 있으면, 2014년 기준 미국 핀테크 기업 수는 374곳으로 1위를 차지했다. 실리콘밸리와 뉴욕 핀테크 이노베이션 랩은 핀테크 허브로 자리잡았다.

중국도 핀테크 산업 발전을 위해 관대한 정책을 운영하는 입장이다. 중국은 5가지 기본 원칙을 정하고 이에 따른 자율 규제를 원칙으로 한다.

  1. 핀테크는 혁신을 통해 실물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하지만 발전 속도에 신중
  2. 핀테크는 거시적인 금융 안전성을 위한 전반적인 요구 사항을 준수
  3. 합법성 및 소비자 권리 보호 강화
  4. 공정거래 보장
  5. 정부 규제와 산업 자율성이 균형을 이루면서 추진

이 원칙에 따라 운영하며, 정보는 불법 금융거래, 금융 안정성, 소비자 권리 부문에 한해서만 개입한다.

핀테크 활성화, 국내에서 이뤄지려면

이군희 교수는 국내 핀테크 시장은 잠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한다. 금융위원회 ‘2015 핵심개혁과제 성과점검회의’에 따르면, 2015년 11월 기준 국내 핀테크 업체는 360곳으로 관련 업계 종사자는 2만5600여명에 이른다. 작지 않은 규모다. 우리나라도 영국과 미국, 중국처럼 핀테크 허브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를 위해서는 핀테크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몇 가지 핵심 기준을 원칙으로 이에 대해 크게 어긋나지 않는 모든 규제는 없애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물론 건전성과 엄격한 시장 규율이 필요합니다. 위험성 관리, 감사 시스템이 강화되면 자연스레 대기업의 사금고화가 문제 되는 은산분리법에 대한 해결책도 등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핀테크는 자본과 산업이 결합한 영역으로, 자본을 분리해서는 핀테크가 클 수 없습니다.”

정부, 입법부, 감독기관, 금융기관, IT업체가 서로 유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건전성에 대한 감독, 투자자 보호에 대한 규정,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규정, 사기거래에 대한 감독, 돈세탁 방지를 위한 규정, 올바른 리스크 측정에 대한 감독, 채권 추심에 대한 처리 및 잔여 자산 분배에 대한 분쟁 조정 관련 규제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전통적이고 수직적인 현재 균형과 견제 시스템으로는 핀테크 산업이 발전하기 어렵다”라며 “공동 목표를 위한 협의체 구축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개방형 공동 플랫폼에 대한 필요성도 빼놓지 않았다. 최근 공개된 금융권 오픈 플랫폼처럼, 핀테크 기업이 아이디어만 있으면 쉽게 콘텐츠를 구현할 수 있는 공동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통합된 표준 통신방식, 통합된 표준 개발도구, 표준화된 데이터 양식, 핀테크 샌드박스 구축, 오픈 API 기반 테스트베드를 구축한 공동 플랫폼 환경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모든 환경이 갖춰져도 데이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이군희 교수는 “아무리 플랫폼이 좋아도, 그 위에서 돌아가는 데이터가 없으면 핀테크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라며 “핀테크 기업이 안심하고 활용할 수 있는, 프라이버시가 보장된 공동 데이터망 구축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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