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원장, 금융 인프라 구조 변화 이끌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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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블록체인과 같은 분산원장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 지난 2014년 비트코인 등 디지털 화폐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던 때와 달라진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12월22일 분산원장 기술을 금융권에 도입했을 때, 어떤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지 등을 자세히 다룬 ‘분산원장 기술의 현황 및 주요 이슈’ 공동 연구 결과보고서를 발간했다. 한국지급결제학회, 코인플러그, 국내 주요 은행과 금융결제원 핀테크 담당 실무자가 공동으로 연구에 참여했다.

한국은행은 분산원장에 대해 ‘인터넷에서 서로 알지 못하는 다수의 상대방과 거래를 할 때 중개기관 개입 없이 서로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탈중앙화된 정보공유 저장기술’이라고 정의했다.

기존 금융시스템은 원장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신뢰할 수 있는 제3의 기관을 설립하고 해당 기관에 대한 신뢰를 확보해 금융거래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금융시스템에서는 페이팔과 같은 제3의 사업자가 거래자에 대한 신상정보와 잔액 등의 장부를 관리하고 이용자를 이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했다. 사용자가 신뢰 비용을 부담했다.

분산원장 기술이 활용되면 이런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사용자끼리 상호 신뢰를 할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분산원장 기술은 모든 개인 간 거래를 포함하는 원장을 모든 구성원이 갖고 있다. 그 결과 어떤 순간이고 모든 구성원이 같은 장부를 가진 것을 입증할 수 있다면, 이를 조작하는 게 불가능하다.

분산원장으로 설계되고 구현된 시스템은 공통의 장부를 관리하는 다수의 네트워크 참여자가 거래 타당성을 검증하고 이를 승인해야 거래가 이뤄진다. 중앙권위기관, 제3의 신뢰기관 없이 사용자 간 직접적인 거래가 가능하다.

그 결과 금융기관이나 IT기업, 중앙은행 등에서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기존 인프라 효율성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비자, JP모건 등은 해외 송금 부문에서, UBS와 도이체방크는 본지점 송금 부문, 나스닥에서는 자본시장 거래 부분, 미즈호는 기록관리 분야에서 분산원장 기술을 일부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은행만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영국은 연금수령과 사용내역 기록, 에스토니아와 러시아는 주민등록 및 투표, 스웨덴은 토지소유권 등록 과정에서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했다.

탈중앙화가 장점…신뢰 비용 부담 낮춰

이번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분산원장 기술을 중장기적으로 탈중개화, 자동화 등을 통해 금융 인프라에 구조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분산원장 기술의 보안성과 효율성 등으로 증권과 같은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큰 폭의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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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산원장은 암호화된 데이터와 암호화된 키값으로만 트랜잭션을 하기 때문에 보안 무결성을 갖췄다. 또, 인증과 데이터 트랜잭션 증명을 위해 기존에는 여러 중간 매개 또는 인증 기능이 있어야 하지만 분산원장 기술은 모든 사용자가 거래 내역을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중앙 서버와 집중화된 시스템이 필요 없어 비용이 적게 들고, 거래 정보가 분산돼 있어 해킹 위험도 적다.

분산원장 기반 플랫폼에서는 제삼자를 배제하기 때문에 실시간 거래 시 네트워크 내의 모든 참여자가 공동으로 거래 정보를 검증하고 기록하고 보관한다. 그 결과 거래 효율성과 속도를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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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증권시장에서는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거래, 청산, 결제까지 이어지는 긴 결제 프로세스를 줄여 업무 처리에 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외에도 IT 시스템 측면에선 응용기술 개발비용, 인프라 장비조달 비용, 중간구조 개발비용이 절약되며, 경영 측면에선 회계감사 비용, 종이서류 관리비용, 노동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 외에도 국제 송금 부문에서는 중개은행 및 SWIFT 등 기존 인프라를 분산원장 시스템이 대체할 수 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은 블록체인 전문 기업인 코인플러그와 함께 분산원장 기술을 이용해 KB국민은행 한국 본사에서 KB국민은행 동경지사로 송금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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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한국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분산원장 기술을 적용하면 금융거래가 실시간으로 안전하게 처리되면서 상대방 리스크, 운영 리스크 등이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거래내역 등에 대한 실시간 파악이 이뤄지면, 규제 준수가 자동화되는 등 규제기술 적용이 쉬워져 위험 관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안성·신뢰성 확보 등 숙제 많아

분산원장 기술이 금융에 미치는 부정적인 요소도 있다. 보안 위험, 법적 위험도 커질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계약이 분산원장 기술과 결합하면, 스마트계약 시 프로그래밍 오류가 발생해 DDoS 공격에 의한 스마트계약 무효화 시도 가능성도 무시할 순 없다.

그뿐만 아니라, 분산원장 기술을 금융서비스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거래 비밀성 유지, 권한 통제, 신뢰 및 보안성 유지, 확장성 확보 등의 기술적 과제 등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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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분산원장 기술로 꼽히는 블록체인에서는 총액 유지, 암호 서명 포함 여부 등 몇 가지 기초적인 검증 조건을 통과하면 모든 거래가 기록되어 실행된다. 해킹이 일어나더라도 해킹된 금액 이체를 막을 수 없으며, 실수로 잘못된 계좌로 이체가 이뤄지더라도 돌이킬 수 없다. 계좌 동결, 채권 압류, 강제 이체 등이 불가능하다.

금융실명제와 상충하는 익명성도 단점 중 하나다. 국내에서는 금융실명제가 도입되면서 차명계좌 개설이나 거래, 타인의 명의를 이용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기본적으로 완전한 익명성을 추구한다. 금융권에서 섣불리 블록체인과 같은 분산원장을 도입하기 어려운 이유다.

느린 처리 속도도 문제다. 기존 금융권에서는 대량의 거래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게 핵심이다. 문제는 이런 속도를 아직 공개형 블록체인에서 구현하는 건 어렵다는 점에 있다.

대표적 분산원장 기술인 비트코인은 매 거래 10분 간격으로 블록을 통해 기록되며, 각 블록에 기록할 수 있는 데이터 크기는 최대 1MB에 불과하다. 속도는 느리고 크기는 적다. 그 결과 기존 금융시스템 결제 속도보다는 훨씬 빠르지만, 지급 속도 보다는 느리다.

즉, 기존 시스템에서 이체하면 이체 수령인이 거의 즉시 출금할 수 있지만, 분산원장 시스템에서는 최소 10~60분 시간이 걸린다. 초당 4~7건의 거래를 처리하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경우 초당 1만건 이상 이체를 처리하는 기존 시스템과 비교했을 때 글로벌 지금 시스템이 되기엔 부족해 보인다.

한국은행도 이런 한계를 알고 있다. 한국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분산원장 기술은 금융서비스 관련 조정과정이나 데이터 공유를 통해 효과적인 비즈니스 운영을 가능케 해 비용을 절감하고 금융시장 참가자 편익을 증진할 수 있다”라며 “분산원장 기술의 긍정적인 효과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과 핀테크 기업 그리고 규제기관의 이해와 협업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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