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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형 P2P 금융을 둘러싼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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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P2P 금융 상품을 살펴보면, 취급하는 상품 종류가 다양하다. 기관투자 상품부터 시작해서 학자금 대출에 특화된 상품, 비트코인을 활용한 금융 상품을 취급한다. 신용대출이나 부동산, 소상공인 대출에 집중된 국내 P2P 금융업체와 사뭇 다르다.

한편에선 국내 금융 관련 규제 때문에 P2P 금융이 제대로 꽃피우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실제로 12월27일, 기관투자자 P2P 대출 플랫폼을 꿈꾼 써티컷 상품 출시가 무산됐다.

써티컷은 자산운용사가 펀드를 구성해 참여하는 투자 방식에 대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지난 22일 ‘불허한다’는 입장을 통보받았다고 발표했다.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이 약관을 승인했으나 자산운용사의 펀드 투자는 허가하지 않으면서 ‘기관투자자형 P2P 투자 상품’ 출시가 어려워졌다.

30cut van image

순조로웠던 기관투자자형 P2P 투자상품 준비

지난 11월 써티컷은 업계 최초로 ‘기관투자자형 P2P 투자 상품’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출시 예정인 ‘NH 30CUT론’에 대해 기관투자자인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투자를 받겠다고 밝혔다.

기관투자자형 P2P 투자 상품은 자산운용사가 NH 30CUT론에 대한 펀드를 구성하면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가 펀드에 참여하는 형식이다. 당시 NH농협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NH 30CUT론의 약관을 승인받고 이를 써티컷에 전달했으며, 써티컷은 12월 초 상품 출시를 목표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써티컷 측은 “투자금 모집 후 12월 초 NH 30CUT론 대출 상품이 출시되면 기존의 사전신청자에게 먼저 대출이 실행될 예정”이라며 “펀드의 규모 및 구성방식은 펀드마다 달라질 수 있다”라고 안내하며 사전 투자자를 모았다.

만약 투자가 이뤄지면 P2P 금융 플랫폼이 자산운용사와 협력해 펀드 상품을 개발한 첫 사례로 기록될 터였다. 써티컷은 지난 5월부터 약 6개월에 걸친 검토 끝에 지난 11월16일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으로부터 NH 30CUT론의 대출약관을 승인받았다.

써티컷 측은 “제도권 투자 기구인 펀드를 통해 P2P 상품에 투자할 경우, 체계적인 리스크 분석 시스템을 갖춘 자산운용사가 상품을 검증하기 때문에 더욱 안전한 투자가 가능하다”라며 “써티컷만의 차별화된 신용평가시스템(CSS)과 함께 다수의 차입자에게 분산투자하는 포트폴리오 방식으로 투자 안정성을 극대화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때만 해도 써티컷 측은 신상품 출시를 앞두고 들떠 있었다.

그러나 이달 들어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국으로부터 ‘P2P 상품에 대한 투자는 펀드의 금지업무이기 때문에 펀드 설정이 불가하다’라는 통보를 받았다. 금융감독원 여전감독국으로부터는 “P2P 플랫폼에 대한 자금제공은 투자 행위로, 캐피탈의 투자는 안된다”라는 해석을, 저축은행감독국으로부터는 “P2P 플랫폼에 대한 자금제공은 예금담보제공 행위로 저축은행 예금담보제공은 안 된다”라는 해석을 받았다.

금융감독원이 자산운용사를 비롯해 저축은행, 캐피탈, 보험 회사에 이르기까지 P2P 플랫폼 참여에 대해 부처별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서 어느 한 곳도 기관투자자로 참여할 수 없게 됐다. 사실상 기관투자자형 P2P 상품 출시가 무산된 셈이다.

금감원, “관련 법률 없는 만큼 기존 법령 따라야”

금융감독원도 답답한 상황이다. 현재 P2P 업체 기관투자와 관련해 해석할 수 있는 법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이드라인만 있을 뿐이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P2P 업체 기관 투자 관련해 어떤 기관이 참여해야 한다고 정한 규정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 측은 “각 금융권별 따른 모든 규정을 파악해 일일이 해석하는 건 현재로선 어렵다”라며 각 금융회사 업종에 따른 법령을 따를 것을 조언했다.

즉, 금융감독원은 은행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 기술보증기금법, 상호저축은행법 등 기존에 존재하는 법을 바탕으로 해석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어떤 상품을 은행, 증권, 캐피털, 펀드에서 취급하느냐에 따라 각각에 관련한 법령을 적용 받는 게 당연하다”라며 “P2P 금융은 새로운 상품이니까 예외적인 인정을 해서 해석하는 건 기존 업체와 형평성에 어긋난다”라고 밝혔다.

P2P 금융 구조에 따라 상품을 설계해도, 금융회사가 참여하면 각 금융회사에 맞는 법을 적용해서 해석해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국 측은 기관투자형 P2P가 담보 제공 형식으로 이뤄지지만, 그 담보를 NH농협, 은행에 제공하는 만큼 차입자가 개인인 경우는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펀드는 개인 대출이 금지된 상품으로, 차입자가 문제 되기 때문에 기관투자형 P2P 상품에 참여할 수 없다.

자산운용사가 P2P 플랫폼에 대해 자금 제공을 아예 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자산운용국 측은 ‘기업 차입자라고 하면 가능하다고 본다’라는 단서를 달았다. 자산운용국 관계자는 “기관투자형 P2P 금융 상품 차입자, 대출자가 기업이라면 자산운용사에서 참여해 투자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여전감독국 입장도 비슷하다. 모든 캐피탈 투자가 안 된다고 해석한 게 아니라, 투자하기 위해선 현행 법률 조건을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자본시장법에서 다루는 투자 요건을 충족하면 문제없다는 얘기다.

여전감독국 관계자는 “여신전문 금융회사 중 신기술 금융회사가 있고, 신기술 금융회사는 신기술 사업자에게 투자할 수 있는 만큼, P2P 업체가 신기술 금융회사라는 전제 하에 투자가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P2P 금융업체 입장에서는 돈을 모으는 행위가 여신전문 금융기관 관점에서 돈을 투자하는 것과 같다. 여신금융회사 중 신기술 금융회사는 투자를 본업으로 하는 곳으로 P2P 업체가 신기술 사업자라면, 관련 법에 따라 투자라는 부분으로 기관투자형 P2P 금융 상품을 유치할 수 있다. 물론 자본시장법에 따라 투자를 받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답보 상태 놓인 기관투자형 P2P 금융, 규제 개선 건의

그러나 써티컷 측은 금융감독원에 이런 해석에 대해 답답하다는 눈치다. 신기술 금융회사는 스타트업 등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을 뜻한다. 신기술 금융회사의 투자는 스타트업/중소기업에 대한 지분투자, 회사채 인수 등에 해당하는데 이는 대출채권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P2P 금융 회사에 대한 투자로 봐야 한다.

써티컷 측은 “이 방식으로 투자를 받아 대출을 실행할 경우 금융위 P2P 가이드라인의 ‘자기자본대출 금지조항’에 위배되므로 불가능하다”라며 자본시장법상 투자 요건만해도 ‘금융투자상품’ 범주에 해당하는 것인데, 현재 P2P 투자상품은 자본시장법에서 다루고 있지 않아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써티컷이 추진한 ‘펀드’를 통한 P2P 투자는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하나 자산운용국에서 승인을 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 게다가 P2P 대출 가이드라인에서는 은행연계형 P2P 투자는 ‘예금담보제공(투자)’라고 해석하지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부처별로 해당 가이드라인을 인정하지 않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어 써티컷은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기관투자자 대상 P2P 투자 정의를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금융감독원 자산운용국은 ‘실질적인 대출행위’, 금융위원회 서민금융과/금융감독원 저축은행감독국은 ‘대출이 아닌 예금담보제공 행위’, 금융감독원 여전감독국은 ‘자본시장법에 의거한 투자 행위’로 보고 있다.

기관투자자 대상 P2P 투자 정의를 두고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금융감독원 자산운용국은 ‘실질적인 대출행위’, 금융위원회 서민금융과/금융감독원 저축은행감독국은 ‘대출이 아닌 예금담보제공 행위’, 금융감독원 여전감독국은 ‘자본시장법에 의거한 투자 행위’로 보고 있다.

써티컷 입장에선 스스로 투자 행위를 정의할 수 있는 귄위가 없는 만큼, 금융위원회가 기관투자를 두고 법령 해석을 내려주길 기대하고 있다. 써티컷은 투자자로 ‘일반법인’과 ‘전문투자자’를 한정한 상태다. 이 중 ‘전문투자자’는 금융기관 관할 감독 법령에 따라 투자 행위가 제한된다. 써티컷 측은 이를 종합적으로 보고, 해석을 내려주길 바라는 상황이다.

써티컷을 운영하는 서준섭 비욘드플랫폼서비스 대표는 “금융위 가이드라인에 따라 개인 및 법인의 P2P 직접투자가 가능해진 상황에서 더욱 안전한 펀드 간접투자가 불가하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며 “또한 미국의 P2P 상품에 투자하는 펀드가 이미 국내에서 수천억원 이상 판매되고 있는데 국내 P2P 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는 안 된다는 것 또한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기관투자형 P2P를 놓고 써티컷은 한국P2P금융협회와 공동으로 금융당국에 규제 개선을 건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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