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이 아닌 에코시스템을 사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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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여러분이 새로 스마트폰을 구입할 생각이라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요?

‘스펙이 좋은가’, ‘터치감이나 그립감이 좋은가’, ‘배터리는 오래 가나’, ‘AS는 잘 해주는가’ 하는 부분도 중요하겠죠.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내가 필요로 하는 콘텐트(동영상, mp3, 전자책 등)와 애플리케이션을 얼마나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가’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아이폰(혹은 안드로이드폰이나 윈도우폰)을 구입한다면, 이는 동시에 앞으로 2년간 앱스토어(혹은 안드로이드 마켓이나 윈도우 마켓플레이스)를 이용할 수 있는 채널을 함께 구입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단지 스마트폰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아이팟터치와 같은 MP3 플레이어나 킨들, 아이패드를 구입할 때에도 아이튠즈나 아마존의 전자책 서비스를 따져봐야 합니다. 조금 더 시야를 넓혀보면 Xbox 360이나 플레이스테이션3과 같은 게임기를 구입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경우입니다. 최근들어 TV 앱스토어와 스마트 가전제품이 등장하면서 조만간 TV, 냉장고, 디지털 카메라 등 가전제품을 구입할 때도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단순히 제품 하나를 사는 것이 아니라 에코시스템을 함께 구입하는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 많은 글로벌 업체들은 일찌감치 자신만의 콘텐트를 확보해 강력한 에코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습니다. 구글이나 애플, 아마존이 대표적이죠. 글로벌 업체들의 콘텐트 확보 경쟁 속에 웹사이트의 집합이었던 인터넷은 서로 다른 포맷의 콘텐트가 모여있는 배타적인 에코시스템으로 분할되는 모양새입니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조쉬 버노프는 이와 같이 분할된 인터넷의 모습을 ‘스플린터넷'(splinternet)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인터넷이 배타적인 에코시스템으로 분할되는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제품과 에코시스템이 밀접하게 결합되는 방식이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구입한 제품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제품을 구입하기 전에 어떤 에코시스템이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겠죠. 최근 몇몇 스마트폰의 마케팅을 살펴보면, 빈약한 에코시스템은 꽁꽁 감춰둔 채 스펙을 전면에 내세워 소비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머잖아 소비자들은 먼저 사용하고자 하는 에코시스템을 선택한 후, 그 에코시스템이 지원되는 단말기 라인 가운데 원하는 사양의 제품을 고르는 방식으로 구매 결정을 내리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IT 업체들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에코시스템을 구축한 업체와 기존의 영역에만 집중하는 업체로 구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에코시스템 구축을 선택한 기업들은 더욱 치열한 콘텐트 확보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들 업체는 다른 에코시스템에 길들여진 소비자를 어떻게 자사의 에코시스템으로 끌어들일 것인가 하는 어려운 고민을 하게 될 것입니다.

후발 주자의 경우 풍부한 콘텐트를 확보하는 데 많은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선두 업체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콘텐트 경쟁에서 뒤처진 후발 업체들의 제휴와 합병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거나 기존 에코시스템에 하드웨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자리를 찾아가게 될 것입니다.

에코시스템에 구축에 나서지 않는 업체들은 에코시스템을 구축한 업체의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이들은 하나 혹은 여러 개의 에코시스템에 대처하면서 새롭게 등장하는 플랫폼에 대한 관심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가까운 미래에 소비자들이 선호하게 될 플랫폼을 포착해내는 것이 곧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큰 변화의 흐름을 국내 기업들이 얼마나 잘 대처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습니다. 더 뒤처지다간 거대한 에코시스템을 구축한 외국 기업에 종속되지는 않을 지 우려됩니다. 아직 에코시스템 구축 경쟁이 시작 단계인 만큼 이제부터라도 잘 대응해주길 기대해 봅니다.

머잖아 새로운 제품을 구입하려고 할 때 고려할 만한 에코시스템 리스트에 국내 기업의 이름이 떠오른다면 반가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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