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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리아균 잡아내는 ‘200원짜리 종이 원심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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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드스코프’는 혁신이었다. 이른바 ‘1달러 현미경’. 우리돈 1천원에 만드는 현미경이다. 이 현미경은 종이접기하듯 도면을 따라 접어 만드는 물건이다. 종이비행기 접는 것만큼 쉽다. 방수도 된다. 최대 2천배까지 샘플을 확대해 관찰할 수 있다. 렌즈에 배터리까지 포함해도 제작비는 1달러가 채 안 된다.

폴드스코프는 아프리카 저개발국가를 위해 탄생했다. 스탠포드대학교 생명공학자인 마누 프라카시 교수팀이 만들었다. 그는 비싼 현미경 대신 값싸고 전력 소모도 거의 없는 휴대용 현미경을 아프리카에 손쉽게 보급하는 방법을 고심했다. 현지 주민들도 손쉽게 말라리아균을 확인할 수 있는 장비를 만들고 싶었다. 폴드스코프는 최근 크라우드펀딩 서비스 ‘킥스타터’에서 공식 모금을 시작하며 양산 준비를 갖췄다.

1달려 현미경 '폴드스코프'

1달려 현미경 ‘폴드스코프’

그런 마누 프라카시 교수팀이 또 일을 냈다. 이번엔 ‘의료용 원심분리기’다. 환자에게 뽑은 혈액을 넣고 빠른 속도로 돌리면 원심력에 의해 혈액 속 성분을 분리해주는 기기다. 기존 원심분리기는 수백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비싸다. 전원도 공급해야 한다. 그래서 저개발지역에서 쓰기엔 부담스럽다.

마누 프라카시 교수팀은 이번에도 종이로 원심분리기를 만들었다. 그는 어릴 적 갖고 놀던 실팽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기억하는가. 가운데 구멍이 2개 뚫린 동그란 물건, 이를테면 단추 같은 물건에 실을 관통한 다음, 양쪽 실을 잡고 늦췄다 당겼다 하면 윙윙 소리를 내며 단추가 빠르게 돌아가던 그 풍경을. 단순한 놀이 같지만, 여기엔 물리 법칙이 녹아 있다. 한 번 회전한 물체가 계속 회전을 유지하려는 ‘회전관성’과, 원운동하는 물체가 중심에서 바깥으로 힘을 받는 ‘원심력’이다.

마누 프라카시 교수팀은 이 원리를 이용해 혈액 성분을 분리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내놓은 물건이 ‘페이퍼퓨지’다.

페이퍼퓨지는 원심분리기다. 모양새는 장난감 실팽이를 꼭 닮았다. 가운데 있는 원반 모양의 종이엔 혈액을 담은 작은 튜브가 들어 있다. 가운데 구멍으로 끈을 관통시키고, 양쪽엔 나무 손잡이를 달았다. 이게 전부다. 이제 나무손잡이를 잡고 끈을 늦췄다 당기는 걸 반복해보자. 가운데 종이 원반이 회전하며 혈액에서 세균을 분리해낸다. 회전 속도는 최대 분당 12만5천회(125,000rpm)다. 병원에서 쓰는 상업용 원심분리기보다 빠른 수준이다. 연구진은 페이퍼퓨지를 이용해 15분 만에 혈액에서 말라리아 기생충을 분리해냈다.

페이퍼퓨지 역시 폴드스코프처럼 아프리카 대륙을 치유할 목적으로 고안됐다. 페이퍼퓨지 무게는 2g에 전원 공급도 필요 없다. 작고 가벼워 운반도 편리하고 비용도 훨씬 적게 든다. 망가질 염려도 없다. 다시 만들면 되니까. 종이로 만든 만큼, 환경 오염도 적고 재활용도 쉽다. 무엇보다 제작비가 매력적이다. 단돈 20센트, 우리돈 200원에 말라리아나 HIV균을 손쉽게 분리해낼 수 있다.

페이퍼퓨지는 아직 시제품 단계의 제품이다. 마누 프라카시 교수팀은 1월10일(미국시각) ‘손으로 작동하는 초저가 종이 원심분리기’ 논문을 <네이처>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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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퓨지(사진 : 스탠포드대)

사진 : 스탠포드대

사진 : 스탠포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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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네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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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네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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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네이처

사진 : 스탠포드대

사진 : 네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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