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개방형 영상 아카이브 ‘오아시스’ 2월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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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가 26년간 쌓아왔던 영상 창고에 ‘오아시스’라는 이름을 붙이고 2월 1일에 오픈베타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지난 1월17일 SBS는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서 ‘SBS 개방형 아카이브 시스템 ‘OASYS.tv’ 설명회’를 열고, SBS가 오아시스를 만든 배경을 소개했다. 참가자가 많이 몰려 1회로 예정된 행사가 2회로 나뉘어 열릴 정도로 오아시스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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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현 SBS 동영상포털 담당

오아시스는 ‘카이브 시스템(Open Archive SYStem)’의 줄임말이다. SBS가 보유하고 있는 영상콘텐츠를 자료화해 일반에 공개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시도다. SBS는 2016년 10월에 열렸던 ‘SDF 넥스트 미디어 챌린지 2016’을 맞아 참가 팀에게 제한적으로 오아시스를 공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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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오아시스 홈페이지 갈무리

우승현 SBS 동영상포털 담당은 “지상파가 쉽지 않다”라며 “TV에서 보던 콘텐츠를 모바일 등 세컨드-서드 스크린으로 보는 행태가 많아지면서 방송국 매출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라고 오아시스 공개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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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런닝맨’

SBS 등 전통적 영상 콘텐츠 강자인 지상파도 미디어 소비행태의 변화에 가만히 손 놓고 있지는 않았다. 온라인 정액제 서비스인 ‘푹'(pooq)도 만들고, 스마트미디어렙(SMR)을 만들어 영상 클립 유통권의 주도권을 확보했다. 그래도 충분하지 않았다. 매출은 하락세였다. 우승현 담당은 “SBS가 지금 온라인에 맞게 콘텐츠를 분절하고, 유통하고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프로그램 하나를 클립으로 쪼개는 일은 쉽다. 하이라이트만 뽑아 2~3분으로 끊어내면 된다. 하지만 이 영상을 자료화하려면 이야기가 다르다. 장면마다 장면이 담고 있는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이른바 ‘장면메타DB’다. SBS는 최신작부터 과거작도 소급해 정보를 입력하고 있다. 인물, 장소, 음악, CG자막, 음성대사 등을 인식해 넣는다. 대체로 이런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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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방향으로) 인물/음악/사물/장소를 인식한다

단순 소비만 가능했던 영상 콘텐츠는 이런 과정을 거쳐 장면별 검색이 가능한 자료가 된다. 생산에 사용될 준비가 끝난 셈이다. 오아시스는 SBS가 준비해 둔 영상이라는 밑재료가 저장된 창고다.

방송사의 콘텐츠는 비싸다. 주력상품인 드라마나 예능은 회차당 제작비가 억대다. 이런 영상 콘텐츠를 일반에 공개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SBS 입장에서도 오아시스를 내놓기까지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이 있었다. 우승현 담당은 “꽁꽁 싸매고 있다고 우리가 (영상을 활용해) 사업을 잘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이용 목적에 맞게 (업체에서)가져가고, SBS도 의미 있는 활용을 발견한다면 다음 행보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BS는 상반기까지는 유료화를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하반기에 사용 행태를 보고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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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오아시스 홈페이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찾을 수 있을까

영상을 활용할 수 있다고 해서 마음대로 다운로드하고, 짜깁기해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아시스의 기본적인 목적은 ‘SBS가 할 수 없는 영역에서 사업영역을 개척할 수 있는 플레이어와의 상생’이다. SBS가 컨트롤 할 수 없는 형식의 영상 자료 공급은 불가능하다.

기본적으로는 오아시스에 계정을 받고, 오아시스에서 영상 클립을 편집해 SBS의 플레이어를 자사 서비스에 임베드 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편집 및 온라인 사용이 원칙이다. 오프라인으로 파일을 받을 수 있게 만들 경우 SBS 측에서 데이터 이용행태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다. 그 외에도 ‘영상 자료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기회 모색’이라는 취지에 어긋나는 활용도 방지하기 위해 제한 사항들이 있다. ‘편집 클립 러닝타임은 3분을 넘지 못한다’, ‘1개 회차는 클립 편집에 5번 사용할 수 있다’ 등이다. 이 같은 조건은 SBS가 이미 하고 있는 콘텐츠 사업모델과의 중복을 배제하기 위함이다. 예컨대 인기 있을 장면만 편집하는 식의 영상, 사실상의 하이라이트 및 줄거리 영상을 제공하는 방식은 안 된다는 이야기다.

자유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이용하고 싶은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오아시스도 이제 시작하는 단계인데 데이터도 얻지 못하는 형식의 활용을 허용하면 SBS에 전혀 득이 되지 않는다. 예컨대 SBS의 영상을 받아서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 광고영상을 만든다면 SBS는 기껏 고생해서 남 좋은 일만 시켜준 셈이 된다. 영상 자료의 활용성이 다소 낮은 부분은 현실적인 한계에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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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 넥스트미디어챌린지 2016 대상 ‘쿠키랭귀지’

해 봐야 안다

오아시스가 처음 활용된 SDF 넥스트미디어챌린지 2016 대상은 음성인식 기술과 방송 영상을 이용해 대화형으로 회화 학습을 돕는 ‘쿠키랭귀지’가 차지했다.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가 되어 천송이의 대사를 하며 ‘도민준’과 이야기를 나누는 식이다. SDF 넥스트미디어챌린지 2016에서는 대체로 비디오 커머스나 교육프로그램을 들고 나왔는데, 다소 촉박한 시간 탓에 이미 각자의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SBS의 영상을 추가로 얹는 방법이 대부분이었다. 이 사례만으로 향후 오아시스의 활용을 짐작할 수 없는 이유다.

영상 콘텐츠의 잠재력과 가능성 때문에 오아시스는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사업모델이 그렇게 쉽게 나올 리 없다. 쉬웠다면 이미 누군가 하고 있을 테다. 이후의 생존은 해 봐야 안다. 오아시스의 본격적인 테스트가 이뤄지는 상반기가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