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화, IT가 제3세계 40억 인구를 만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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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인구는 약 60억명이다. 그 가운데 3분의 2인 40억 인구가 소위 ‘저개발국가’에 살고 있다.

이 ‘저개발’이라는 것이 어떠한 상황인 지 우리는 아이티 대지진 참사와 같은 긴급 상황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UN의 ‘새천년 개발 보고서’(The UN Millennium Development Goals Report) 발표 자료를 기초로 설명을 덧붙인다.

저개발이란 이런 것이다. 이들 60억 중 27억 인구는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간다. 소위 ‘절대빈곤’의 상황에 처해 있다. 매년 다른 이유가 아니라 그냥 배고파서 죽는 아이들이 1100만명이다. 매년 말라리아 등 우리가 예방할 수 있는 병으로 죽는 사람들이 600만명이다. 전세계에 가장 기본적인 교육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1억1400만명이다. 전세계에 문맹인 여성들은 5억8400만명이다.

저개발이란 이처럼 심각하고 긴급한 상황이다. 한국도 경제적 양극화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이들 40억 인구를, 특히 그 중에서도 상황이 더 위태로운 바닥 중의 바닥, 최빈곤국가 10억명을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나아가 우리가 이 40억의 인구를 무시할 수 없는 까닭은 단순히 인도적인 차원에서만은 아니다. 이는 우리 삶의 안전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어느 사회에서나 큰 이슈 중 하나인 ‘습관성 마약’ 문제를 생각해보자.

옥스포드대 개발경제학 전문가인 폴 콜리어(Paul Collier) 교수가 2003년 미국 외교 잡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에 ‘내전을 위한 시장'(The Market for Civil War)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이 글에서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내전이 발발한 지역에서 전세계 습관성 마약의 95%가 생산된다. 내전은 정부의 감시와 통제 능력을 마비시키고 불법·음성 상품을 생산·유통시키는 데 힘을 보태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3세계 문제가 지구상 나머지 인구와 깊은 연관을 갖는 것은 테러나 전염병 등과 같은 안보·보건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요즘 이슈인 ‘지구 온난화’ 문제도 제3세계를 제외하고 지구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들 바닥 40억 인구를 위해 IT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이 질문을 던지는 까닭은 애초부터 우리가 이 40억 인구를 무시할 수 없게 된 계기인 ‘세계화’와 IT가 깊이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세계화’라는 말이 사전에 등장한 건 1969년이다. 그 해는 미국의 첫 번째 통신위성이 지구를 공전하기 시작한 해였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현재 진행되는 세계화를 설명하려면 전세계 자본의 통합 과정을 빼놓을 수가 없다. 빛의 속도로 돈을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옮기고 그것을 환전하는 기능은 IT가 담당하고 있다.

이 IT가 시작시킨 세계화는 지난 수십년 동안 전세계 경제를 극적으로 발전시켰다. 애너스 매디슨(Anus Madison) 교수가 수치화한 통계 자료에 의하면, 지난 100년 동안 전세계 인구가 13배 증가할 동안 GDP는 300배 늘었다.  더 분명한 예는 바로 우리 옆에 있다. 중국은 지난 1979년 세계 시장에 자국 경제를 개방한 이래 지금까지 31년 동안 경제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고 3억 인구를 절대 빈곤에서 해방시켰다.

그러나 동시에 세계화가 전세계 빈부격차를 넓힌 것도 사실이다. 개발도상국 중에서도 최하위에 속하는 바닥 10억 인구는 전세계 GDP가 300배 증가하는 동안 앞서 설명한 처참한 ‘빈곤의 덫’에 갇혀 있다.

다시, 그렇다면 이들 바닥 40억 인구를 위해, 저 바닥 중 바닥인 최빈곤국가 10억을 위해 IT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IT는 어떤 다른 세계화를 기획할 수 있는 것일까.

IT의 경제·사회·문화적 속성에 대한 영역을 다루는 정보생태학의 대가인 하버드 로스쿨의 요하이 뱅클러(Yochai Benkler)는 그의 TED 강연에서 IT의 중요 속성 중 하나를 ‘민주성’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노동, 토지, 자본 전 시대의 생산수단 중에서 그 중 어느 것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적은 없었다. 무어의 법칙 같은 것이 강조하는 건, IT는 기능 향상과 가격 하락이 반비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명한 IT 컨설턴트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는 2003년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한 ‘IT는 문제가 아니다'(IT Doesn’t Matter)에 이은 2008년 문제작 ‘빅 스위치'(The Big Switch)에서 IT는 “전 세기 전기의 운명에 이르렀다”라고 단언하고 있다. 전구에서 전력 발전소로 전기가 발전해온 것처럼 IT는 PC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발전해 왔고, 이제는 단순 기술의 차이만으로는 의미 있는 경쟁 우위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태 즉 IT가 사회 전체의 인프라가 되는 단계로 돌입했다는 것이다.

이 IT의 보편화, 민주화는 이제 세계화 단계로 진전하고 있다. 제2차 세계화의 시작인 것이다. 그것은 제3세계 40억 인구에게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일례로, 전세계 33억 휴대폰 가입자 중 2억8천만명이 최빈곤국가가 몰려 있는 아프리카에 있다. 이공학 관련 박사 학위 소지자가 손가락에 꼽을 만한 대륙이 아프리카인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보자. 왜 IT가, 휴대폰이 이렇게 제3세계에서 많이 보급되고 있는지, 그리고 이 곳이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크고 있는 휴대폰 시장인 지를 생각해보면 더 놀랄 일이 있다. 바로 이 곳에서 휴대폰의 ‘혁신’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휴대폰이란 주로 전화 통화를 하고 문자를 주고받는 수단이지만, 이 곳에서는 다르다. 휴대폰 혁명이 크게 일어나고 있는 곳 중 하나는 동남아 방글라데시다. 펜실베니아 와튼스쿨 MBA 출신 이크발 콰디르(Iqbal Quadir)가 도입한 ‘그라민 폰’은 2007년 기준으로 가입자 숫자가 1700만명이다. 저개발국가인 방글라데시는 이 그라핀 폰 덕분에 2020년이 되면 이동통신 사업이 GDP의 1%를 차지하게 된다.

방글라데시에서 휴대폰은 ‘그냥 모든 것’이다. 사람들은 휴대폰으로 은행 결제를 한다. 휴대폰이 금융 시스템을 만든다. 휴대폰으로 응급 사태가 일어났을 때 구조 요청도 한다. 이것으로 사람들끼리 약속 시간을 정하고 시간 낭비를 줄인다.

왜 이 모든 것이 엄청난 일인가.

첫째, 저개발국가에는 이 같은 인프라가 없기 때문이다. 폴 콜리어(Paul Collier)가 쓴 ‘빈곤의 경제학'(The Bottom Billion)에 따르면 차드(Chad)라는 나라는 의약품이 지급되었을 때 실제로 주민 손에 전달될 확률은 1% 밖에 안 된다. 그 나라 행정망이 부패하고 무능하기 때문이다. 중간에 그 모든 의약품이 누군가의 주머니로 사라져버린다. 먹을 물 하나를 얻기 위해 하루 종일 맨발로 걸어가야 하는 이 나라에서, 바깥 세상과 연결될 수 있는 채널이 생긴다는 얘기는 사막에 오아시스가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적이다. 그리고 그 일을 휴대폰이, IT가 하고 있다.

이것이 왜 중요한가.

개발경제학에서 콜럼비아대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와 쌍벽을 이루는 대가가 뉴욕대 윌리엄 이스터리(William Easterly)다. 그는 제프리 삭스가 2006년에 발표한 ‘빈곤의 종말'(The End of Poverty)의 대척점에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는 ‘백인의 의무'(The White Man’s Burden)를 썼다. 그 책에서 이스터리는 삭스가 잘한 점은 인정한다. 40억 인구가 굶주리고 있는 건 그들이 무능하고 나태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구조적인, 그리고 각 나라와 지역마다 다른 환경과 상황 때문이다. 삭스는 그것을 정확한 통계 자료를 통해 제대로 지도화했다. 그것은 공적이다. 문제는 그의 대안이 여전히 ‘서구가 아프리카를 구해보자’, ‘원조 금액을 늘려라’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스터리는 말한다.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아무도 그 계획과 목표에 개인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 시스템 속에서 그 실행은 현실적 능력을 넘어서고 있다. 적어도 서구 혼자서는 그 일을 할 수 없다. 그것은 좋은 변명이 된다. 실패할 것은 실패했다는 것이다.

대신에 그가 제안하는 것은 실제 현장에서 되는 아이디어들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그것은 계획상에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이미 실제로 되고 있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이스터리가 책에서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강조하는 것은 이것이다.그 중 하나가 IT가 바닥 40억 인구를 만나고 있는 현장, 저 ‘휴대폰 혁명’이다. IT가, 인류 경제 역사상 가장 민주적인 생산 수단이 그들에게 없던 행정망과 유통망을 만들어주면서 그들의 빈곤의 문제 중 핵심인 사회적 활동에서의 소외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이것은 새로운 혁신의 원천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혁신은 제품 자체 뿐 아니라 그 것이 어떤 문맥에서 사용되는지도 굉장히 중요하다.

마취술은 일찍부터 존재했지만, 사람들은 마취술을 외과수술에 사용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1846년에 이르러서야 최초의 전신마취가 이루어진다. 그 전까지 외과수술이란 온몸을 묶고 견뎌내야만 했던 고역이자 형벌이고, 고문 이상의 고문이었다.

혁신은 이렇듯 ‘문맥’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이들 저개발국가들이 휴대폰이라는 IT 핵심 제품을 사용함에 있어 어떠한 새로운 ‘문맥’을 창조하고 있는 지 보고, 기대하고 있다.

사실인즉, 가난하다고 해서 꿈이 없던가. 경제적으로 봤을 때 이들은 빈곤하지만, 인문적 관점에서 이들의 창조성은 탁월하다.

간단한 예로 할리우드에 이은 가장 큰 2개의 영화 산업단지가 제3세계에 있다. 하나는 인도의 발리우드다. 인도 몸바이의 옛 영어지명인 봄베이와 할리우드를 조합해서 지은 이름이다. 인도의 전통적인 춤과 노래를 할리우드 선진 영화 촬영 기술과 결합한 이 영화들은 20세기 초반부터 인도에서 발전해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인기다.

다른 한 곳이 아프리카에 있다. 나이지리아의 놀리우드(Nollywood, 나이지리아+할리우드)다. 여기서는 가정용 비디오로 영화를 주로 만든다. 그러나 무시하지 말자. 한 해 제작되는 영화가 1~2천편이다. 영화의 연간 총수입이 2억5천만 달러에 이른다.

저’개발’이 저’창조’성 혹은 저’혁신’성은 아니다. 다시말해 인류에게 새로운 상상력, 도전과 기회를 줄 곳은 아프리카, 저개발국가, 저 바닥 40억 인구라는 얘기다. IT는 그 바닥 40억 인구를 다시 인류와 통합시킬 수 있는, 그들 사회 발전의 문을 열어줄 수 있는 열쇠다.

1969년 미국이 첫 번째 통신위성을 쏘아올렸을 때 현대의 본격적 세계화가 시작됐다. 그 해 ‘세계화’란 단어가 사전에 처음 들어갔다.

그리고 그 제1차 세계화에 기반이 된 IT는 이제 다음 단계의 세계화를 진행시키고 있다. 위에서 아래로만이 아닌, 바닥에서부터 위로 혁명이 시작됐다. 제3세계 휴대폰 혁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시도와 모험, IT의 연결망에 기초한 경제적 부와 사회적 복지의 생산과 분배에 도전할 때가 됐다.

생각을 뒤집어보자. 바닥에는 풍성한 공간이 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아직 우리 인류가 도달하지 못한 ‘함께 성장하는’ 미래를 꿈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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