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의 쾌변독설

가 +
가 -

신해철이란 뮤지션은 음악과 사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있어 거침이 없다. 했다하면 직격탄이다. 그런만큼 그는 종종 설화에 휩싸인다.

그의 말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고정관념과 대립각을 세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대마초 비범죄화를 주장했고, 또 교사들의 체금 금지를 요구했으며 급기야 간통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지랖이 넓어도 이렇게 넓을 수는 없었다. 다른 연예인들과 비교해 심하게 튀는 그의 이런 행보들은 많은 안티 세력들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안티의 명분은 너무 튀고 나댄다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궁금했다. 신해철급 뮤지션이면 그냥 음악만 하고 살아도 팬들한테 박수 받아가며 맘편하게 살 수 있을텐데 왜 사서 고생(?)을 하려할까?  모난돌이 정맞는 세상임을 마흔을 넘긴 그가 모를리는 없을텐데… 설마 남들한테 어텐션(attention)을 끌지 못하면 사는 재미가 없는 어텐션 증후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에 대해 그는 최근 출간된 <신해철의 쾌변독설>을 통해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어디까지 간섭할 수 있는가?’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간통죄 폐지, 대마초 비범죄화, 체벌 금지는 개별적으로 떨어진 이슈지만 넓게보면 ‘국가와 개인의 자유’란 테마로 수렴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가급적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보는 사람이고, 이런 이유로 비난을 감수하고 방송에서 쉽게 꺼낼 수 없는 얘기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신해철의 쾌변독설>에서 본 신해철이란 뮤지션은 꽤나 논리적이다. 표현이 거칠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세상을 향해 감정의 배설 따위는 하지 않는다. 원칙과 논리를 좀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책속에 비친 신해철은 예상했던대로 자아도 매우 강한 사람이었다. 음악은 물론 라이프 스타일에서도 그래보였다. 재미있는 일화하나. 그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다 관객에게 마이크를 집어던진 경력의 소유자다. 한마디로 ‘헉’ 이다. 가수가 자기 음악을 들으러온 팬에게 감히(?) 마이크를 집어던져?

“날아라 병아리를 부르고 있는데, 앞에서 타이밍 못맞추고 오빠~ 워워~하면서 방송국에서 내는 소리를 계속 내는 거에요. 다들 조용히 듣고 있는데….그래서 무대에서 마이크 집어던지고 넌 방송국으로 꺼져하면서…”

‘날아라 병아리’부르는데 워워~했던 팬도 생뚱맞았지만 그렇다고 마이크 집어던진 신해철도 우리가 알고 있는 연예인 이미지와 달라도 많이 다른 모습이다.

<신해철의 쾌변독설>을 읽는내내 들었던 생각은 그가 정말이지 많은 책을 읽었고 지금도 읽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책읽기는 난독증에 가까울 정도다. 분야를 가리지도 않는다. 이에 ‘신해철표 말발’의 진원지는 ‘타고난 재주’가 아니라 책이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이같은 신해철의 모습은 어른이 되고나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그는 중딩시절부터 좀 튀는 소년이었다. 그는 자신의 학창시절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중학교 다닐때) 저는 선생이 단지 학업성적 지표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그 인간의 미래에 대한 가능성조차도 얕잡아보는 그런 모습이 너무너무 싫었어요.”

중딩시절의 나와는 생각하는 레벨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의 기억은 계속된다.

“소년시절부터 나치의 이념에 동조하지는 않았지만 나치의 선전선동 예술에 굉장히 경도되어 있던 사람이라 나치가 기술적으로 사용했던 방법의 엄청난 선진성과 사람, 군중의 심리를 꽤뚫던 점들에 대해서 소년 시절부터 나름 연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중학생이 이랬단다. 다시 한번 ‘헉’이다.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씨가 신해철과 나눈 얘기들을 정리한 <신해철의 쾌변독설> 신해철이라는 뮤지션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다양한 시선들을 담았다. 음악에 대한 신해철의 생각, MP3 시대의 개막과 음악 시장에 대한 신해철의 생각, 기독교에 대한 신해철의 생각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다. 책속의 신해철은 뮤지션이 아니라 지식인에 가깝다. 토론 프로그램에서 신해철이 유시민이나 진중권과 갑론을박을 벌이는 선정적인(?) 상상도 하고 싶어진다.

나는 신해철의 생각에 100%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를 좋아하는 팬임을 자처하는 편이다. 그런만큼 <신해철의 쾌변독설>을 통해 신해철이 쏟아내는 거침없는 얘기들을 읽는 것은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보다 폭넓게 알 수 있어 좋았고 그가 던진 질문들을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아, 그러고보니 신해철이 최근에 만든 음악들은 별로 들을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그의 팬을 자처했다니…오랜만에 신해철의 최신 음악을 들어봐야겠다. CD로 듣고 싶지만 그게 만만치는 않을 것 같다.

[관련글1] <신해철의 쾌변독설>을 읽고싶다
[관련글2] 디지털과 한국 음악시장의 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