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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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연말정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세청 홈택스 웹사이트는 ‘반쪽짜리’다. 홈택스 웹사이트가 ‘윈도우XP’ SP3 이상, 웹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IE) 7 이상 PC 환경만 지원하기 때문이다.

연말정산을 위해 국세청 홈택스에 접속하고도, 시키는대로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플러그인을 내려받아도 연말정산에 필요한 ‘공인인증서 로그인’ 문턱을 못 넘고 있다면, 위에서 언급한 이유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국세청 홈택스 웹사이트는 대다수 국민이 찾는 공공기관 웹사이트임에도 불구하고, 윈도우 운영체제와 IE 웹브라우저만 지원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엣지’ 웹브라우저도 지원하지 않는다. 국세청 쪽은 <블로터>와 전화 통화에서 “그나마 안정적으로 사용하려면 윈도우7 이상 운영체제에서 작업하는 추천한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런 안내문은 홈택스 웹사이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공지사항을 확인하고 싶어도 ‘베라포트 플러그인’을 설치하라는 안내창을 수없이 마주해야 한다.

윈도우와 IE를 쓰지 않는 사용자는 로그인 과정에서 헤매다 포털 검색으로 옮겨 해결책을 찾는다. 홈택스 이용 과정에서 겪는 절망감은 리눅스나 맥, 사파리나 파이어폭스, 크롬과 같은 웹브라우저를 사용하는 국민 몫이다.

웹사이트 어디에도 지원하는 PC 운영체제와 웹브라우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웹사이트 어디에도 PC 운영체제와 웹브라우저 지원 환경에 대한 설명이 없다.

국세청 설명이 ‘변명’으로 들리는 이유

홈택스 서비스가 처음부터 이렇게 불친절했던 건 아니다. 과거 행정안전부는 2009년 공공기관 온라인 서비스 호환성 조사를 통해 국세청을 비롯한 47개 기관 홈페이지에 웹표준 준수를 권고했다. 국세청도 지난 2010년, 다양한 웹브라우저와 운영체제에서 연말정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국세청 웹사이트도 웹표준을 지원했다. 국세청은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는 웹표준을 준수해 개발해 윈도우와 맥, 리눅스에서 주로 쓰는 웹브라우저인 IE, 사파리, 파이어폭스 등을 지원한다”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

문제는 지난 2015년, 홈택스, 현금영수증, e세로 등 국세청 인터넷 서비스 8개를 하나로 통합해 새로운 ‘국세청 홈택스’를 선보이면서 생겼다.

국세청은 2011년 차세대 홈택스 서비스를 기획했다. 이 과정에서 멀티 OS, 멀티 웹브라우저를 지원하는 웹사이트를 고려하지 못했다고 한다.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가 이미 2010년 맥과 리눅스를 지원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다.

국세청이 내놓는 ‘해명’은 또 있다. 기존 크롬 웹브라우저는 연말정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2015년 9월 크롬이 업그레이드 되면서 NPAPI‘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 시절 개발된 API. 액티브X와 비슷한 기능을 제공한다. close를 지원하지 않아 지난해 연말정산부터는 이용이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국세청은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크롬 사용자에게 낮은 버전의 크롬으로 갈아타는 ‘다운그레이드’를 권장했다.

 

2015년 9월 크롬이 업그레이드 되면서 NPAPI를 지원하지 않자 국세청이 제시한 해결책 '크롬 다운그레이드'

2015년 9월 크롬이 업그레이드 되면서 NPAPI를 지원하지 않자 국세청이 제시한 해결책은 ‘크롬 다운그레이드’였다.

갈 길 먼 공공기관 웹표준화

하지만 국세청의 ‘해명’은 옹색해보인다. 구글은 NPAPI 서비스를 종료하기 3년여 전부터 이미 서비스 중단 계획을 발표했다. MS도 엣지 웹브라우저를 발표하면서 액티브X 지원을 중단했다. 웹브라우저 흐름은 5년 전부터 HTML5 기반 웹표준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2015년 7월 행정안전부는 전자전부 서비스 환경이 PC에서 다양한 기기의 웹브라우저 이용 환경으로 변화함에 따라 웹표준 기술 사용을 강화하기 위해 ‘전자정부서비스 호환성 준수 지침’을 개정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행정기관 등의 장은 전자정부서비스를 위한 웹사이트를 개선, 유지보수 및 운영하는 경우 다양한 웹브라우저에서 동등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국세청 홈텍스를 비롯해 적잖은 공공기관 서비스는 여전히 공인인증서 모듈 기반 플러그인 형태의 로그인 방식을 고집한다. 이 문제는 홈택스 웹사이트 하나로 그치지 않는다. 병무청, 조달청의 ‘나라장터’, 행자부의 ‘민원24’ 등 공공기관 웹사이트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경찰청 ‘경찰민원포털’ 웹사이트에서 만난 '반가운' 안내

경찰청 ‘경찰민원포털’ 웹사이트에서 만난 ‘반가운’ 안내

공공 서비스는 사기업이 운영하는 웹사이트가 아니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국민이 이용하는 웹사이트다. 그렇다면 전체 사용자의 대다수가 사용하는 PC 환경 뿐 아니라 나머지 환경도 고려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다행히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경찰청 ‘경찰민원포털’은 지난 2015년 10월, 증명서 발급에 쓰던 액티브X 프로그램을 제거하고 비액티브X 프로그램으로 변경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경찰민원포털은 IE8-IE11, 크롬, 파이어폭스 웹브라우저를 지원한다.

국세청 역시 액티브X 대체 기술의 보안성과 안정성을 고려하고 예산 상황을 감안해 멀티 OS, 멀티 웹브라우저를 지원을 ‘검토중’이란다. 국세청은 “내년부터는 가급적 가능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한 번 더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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