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장르문학 플랫폼, 맷집 키워 한방 터뜨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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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이 뜬다’는 말이 나온 지도 꽤 오래됐다. 이미 조아라나 문피아 등 웹소설 플랫폼이 잘 자리 잡고 있고,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큰 업체들도 뛰어들어 성과를 내는 판이다. 웹소설 시장은 레드오션이 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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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경 황금가지 편집부 대리, 김준혁 황금가지 편집부 주간, 이태한 비스킷프레스 실장

전통을 자랑하는 민음사 출판그룹의 장르문학 전문 브랜드 ‘황금가지’에서 레드오션에 뛰어들었다. 황금가지는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 공개 시범서비스를 지난 2월1일 시작했다. 황금가지는 ‘셜록 홈즈 전집’, ‘반지의 제왕’, ‘드래곤 라자’등 국내외 장르문학의 대표작들을 출간해온 전통 브랜드다. 브릿G는 ‘웹소설’보다 ‘온라인 소설’을 앞세우고 ‘작가 성장형 플랫폼’을 내세웠다. 소설의 특징을 최대한 살리는 서비스를 바탕으로 작가와 함께 온라인 소설 시장을 키우고자 한다. 브릿G를 기획한 황금가지 편집부의 김준혁 주간, 장미경 대리와 사이트 개발을 담당한 이태한 비스킷프레스 실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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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브릿G

장르문학 출판의 과거와 현재

“90년대 대여점 시장이 융성하던 시절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드래곤라자’도 뜨고 ‘반지의제왕’도 잘 됐지만, ‘언제까지 이게 종이로 될까?’라는 고민이 있었어요. 지금의 거품이 가라앉을 게 뻔히 보이더라고요. 저희는 90년대 후반부터 판타지 대여점은 끊었습니다. 그때부터 이미 대여점은 몰락할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그 즈음을 기점으로 출판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당시 저희가 ‘반지의제왕’ 책 광고를 낼 때 광고에 레골라스 사진을 넣었거든요. 그때만 해도 출판사들은 ‘고전이 어쩌고’ 하는 광고 말고는 생각을 못하던 시기였어요. 레골라스 사진을 광고에 박아놓으니까 책이 엄청나게 나가는 거죠. ‘아, 언제까지 책만으로는 움직이지 않겠구나’ 싶었고, 이후에 새로운 전환을 하려고 이것저것 알아봤죠.” – 김준혁 주간

김준혁 주간은 온라인 활성화를 위해 ‘황금드래곤문학상’을 기획했다. 첫 해에 대박이 났다. 서버가 다운될 정도였다.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일정 기간 안에 장편을 완성하기만 해도 10만원을 줬다. 당시에 장르문학은 돈이 안 됐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 소설을 썼다. 이 사이트가 계속 유지됐다면 나름의 전통을 쌓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이트 운영 주체는 따로 있었고, 그 회사가 사라지면서 사이트도 함께 사라졌다. 이후로도 두어 번 더 사이트를 새로 파서 시도했지만 잘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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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의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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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의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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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의 대표작

2003년 이후는 장르문학이 융성하던 시기다. 누구나 알고 있는 ‘해리포터’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끈 시점도 그즈음이다. 출판장르문학이 뜨다 보니 온라인은 관심에서 멀어졌다. 황금가지도 오프라인 출판시장에 집중했다. 다시 온라인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한참이 지난 후인 2010년대 초반이다.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이 사라졌다

“조아라나 문피아가 유료화로 전환을 하던 시점이기도 하고요. 저는 계속 고민을 해왔기 때문에 누차 경영진에 얘기했습니다. 포기할 때쯤 지금 대표님이 ‘해봐라!’ 하셔서 다시 시작하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기획을 실현하는 방법은 하나도 몰랐고요. 그냥 아이디어를 낸다는 생각으로 기획만 했습니다. 이후에 팀원이 충원됐고, 비스킷프레스랑 함께하게 되면서 구체화를 했죠.” – 김준혁 주간

시장의 변화가 꺼져가던 온라인 기획에 불을 붙였다. 2010년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지하철에서 책을 보는 사람들이 사라졌다. 경영진이 뒤늦게 위기감을 느끼고 신사업 전환의 필요성을 느낀 셈이다. 김준혁 주간이 큰 틀에서 안을 짜고, 장미경 대리는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고민을 했다. 이태한 실장이 합류하면서 아이디어가 브릿G로 실체화됐다. 단순히 기획에서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게 아니라 유기적으로 협업하고 때로는 개발 단계에서 역제안도 하면서 플랫폼을 구체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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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화면(사진=브릿G)

웹소설? 온라인 소설!

“출판장르문학 붐이 일었던 때도 수익을 본 곳은 없어요. ‘다빈치코드’, ‘해리포터’ 다 뜨긴 했지만, 그건 작가가 뜬 거지 장르가 뜬 건 아니거든요. 업계에 있는 사람은 다 보입니다. 작가는 뜨는데 장르는 안 뜨니까 한계가 보였죠. 원래 업계의 거품이라는 게 떴다 지곤 하는데요. 지금 웹소설도 거품이 낀 느낌이라서 (브릿G를 통해 출판과 온라인의) 구심점 내지는 중재점을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 김준혁 주간

웹소설이 뜨던 당시에도 굳이 판에 끼려면 들어갈 수는 있었다. 고민이 없었던 게 아니다. 당장 돈보다는 장르문학이라는 판을 굳건하게 다지고 싶었다. 김준혁 주간은 “원래 장르문학 하는 사람들이 마이너한 경향이 강하다”라며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판을 탄탄하게 만들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브릿G는 ‘웹소설’이 아닌 ‘온라인 소설’을 지향한다. 뭐가 다른가 싶지만 굳이 구분해서 사용하는 이유가 있다.

“지금 웹소설이 돈이 되니까 작가가 아닌 사람도 모이잖아요. 그렇게 되다 보면 작품의 퀄리티가 들쭉날쭉하고, 독자가 웹소설을 접할 때도 ‘작품이 좋다’라고 보는 건 아니잖아요. 저희가 굳이 ‘온라인 소설’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온라인 소설도 퀄리티 있고 작품성 위주로 돌아가는 플랫폼이 구축되면 인스턴트 외에 정찬도 먹을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김준혁 주간

장미경 대리는 “장르소설 출판하는 작가분 중에서는 웹으로 연재 안 하는 분들이 많다”라며 “(이분들이 연재하실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웹소설이 스낵컬처 시장이 되다 보니 꺼리는 기성 작가들이 있었다는 말이다. 브릿G는 웹소설에서 외면받고 있는 공포, 추리, 스릴러 등의 장르도 활발해질 수 있는 공간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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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기·읽기의 경험

“조회수, 평점 등 인기도 같은 것도 수치로 데이터화 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선택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댓글이나 리뷰도 작가가 여닫고를 정할 수 있고요. 글을 몇 명이 읽었는지도 숫자가 아니라 나뭇잎으로 표시합니다. 베타테스트 진행하면서 작가 의견 끊임없이 물어보고 있습니다.” – 이태한 실장

브릿G는 활자가 주가 되는 공간이다. 다른 글쓰기 플랫폼이라는 으레 있을법한 숫자도 되도록 배제했다. 조금 더 편안한 글쓰기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미지 노출도 없앴다. 흔한 판타지·로맨스 소설의 표지처럼 이미지를 넣자면 할 수는 있었지만, 괜히 퀄리티 낮은 이미지를 글에 붙여 플랫폼의 격을 떨어뜨리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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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소설판을 튼튼하게 만들기 위한 또 하나의 아이디어는 ‘리뷰’다. 김준혁 주간은 “외국에서 장르문학이 잘 되는 이유의 첫 번째는 출판 인구가 많아서이고, 두 번째로 평론가 조직이 잘 돼 있다는 거다”라고 말했다. 해외에는 장르문학 전문 평론가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없다. 장르문학에 주는 상도 거의 없고 평론도 마찬가지다. 김준혁 주간은 “평론가를 양성하지 않으면 장르를 받쳐줄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전문 편집자가 적극적인 개입도 황금가지의 역량을 반영하는 지점이다. 황금가지의 역량 있는 전문 편집인들이 브릿G에 올라온 원고를 살피고, 추천작을 선정한다. 괜찮은 작품은 출판까지도 이어줄 계획이다.

“전문 편집자의 힘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투고가 들어오면 쌓아두다가 한 번에 검토하고, 양이 많다 보니 대충 ‘아니겠다’ 싶으면 넘어갑니다. 지금은 상시로 작품을 꼼꼼하게 보고 있고, 고민합니다. 이제 저희 사이트만 가질 수 있는 큰 힘입니다. 간섭이라기보다는 작가로서 성장할 수 있고, 작품으로 만들 기회를 작가들에게 더 많이 제공하는 겁니다.” – 김준혁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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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집을 키운다. flickr, MartialArtsNomad.com, CC BY

매출보다 맷집을 키운다

브릿G도 여타 플랫폼처럼 유료화 모델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당장 사용자가 많지는 않기 때문에 성과가 나는 수준은 아니다. 김준혁 주간은 “단기간에 매출을 올릴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몸집을 작게 가져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당분간은 사용자를 브릿G로 유입시키고, 사용자에게 결제의 경험을 익숙하게 만드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브릿G에서는 책과 관련된 상품도 판매하는데, 여기서 마일리지를 얹어줘서 유료 콘텐츠를 소비할 수도 있다. 추후 작가를 후원할 때 사용할 수도 있게 만들 계획이다. 실제로 상품 유입의 효과가 상당해 도움이 된다.

“사이트에서 결제한 돈을 (작품을 읽는 데만 쓰고) 다른 데 못 쓰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약간 불안하거든요.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요. 결제한 돈으로 다양한 걸 할 수 있으면 사용자 입장에서 편리하죠.” – 이태한 실장

브릿G 서비스는 매출만을 바라보지 않는다. 물론 매출이 중요하지 않다고는 말을 못 한다. 다만 뒤에 황금가지라는 출판 브랜드가 있어서 든든하다. 편집인과 디자이너들이 많이 돕긴 했지만, 브릿G 개발부터 운영까지 3명이 맡고 있다. 당분간은 잘 버티는 게 목표다. 좀 더 건강한 판을 만들기 위해서다. 아직도 연간 30-40만권의 책을 내는 본진이 있고, 추후에는 홍보 루트도 다각화할 수 있다. 브릿G가 타 웹소설 플랫폼과 차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바탕이다.

“맷집을 키우고 있습니다. 움츠려서 잽만 날리고 있다가 언젠가는 큰 거 한 방 날려야죠. 몸집이 크더라도 대부분 무너지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말이 ‘강한 사람이 오래가는 게 아니라 오래가는 사람이 강하다’입니다. 몸집은 작게, 맷집은 강하게 1-2년 유지해서 사용자가 꾸준히 유입되고 확보되는 등 구체적인 성과가 보이면 어느 순간에 전환점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김준혁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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