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 본질은 ‘쩐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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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은 우리 스토리를 좋아하고, 우리는 그들로부터 돈을 버는 거죠. 그 스토리가 진짜든 가짜든 누가 상관하죠?”

마케도니아의 작은 도시 벨레스에 사는 19살 고란(가명)이 <BBC> 기자와 만나서 한 말이다. 고란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가짜 뉴스(Fake News) 사이트를 운영해, 한 달에 1800유로를 벌었다. 벨레스 평균 월급이 350유로밖에 안 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수익이다.

이처럼 최근 가짜 뉴스가 활개 치는 이유는 높은 수익성 때문이다. 가짜 뉴스는 구글, 페이스북 등 미디어 플랫폼의 유통 시스템을 타고 수많은 사람에게 순식간에 공유됐다. 그리고 순식간에 광고비를 벌어들였다.

▲pixabay-CC-BY-2.0.

▲pixabay-CC-BY-2.0.

논란 속의 가짜 뉴스 개념

미국 대선을 거치며 가짜 뉴스에 대한 논란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한국도 대선 국면에 접어들며 가짜 뉴스가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그러나 정작 가짜 뉴스의 정의와 범위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언론사의 오보에서부터 인터넷 루머까지, 가짜 뉴스는 넓은 스펙트럼 안에서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짜 뉴스의 기준을 정하고 범위를 좁히지 않으면 비생산적인 논란만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지난 2월14일 한국언론학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가짜 뉴스 개념과 대응방안’ 세미나에서도 이같은 우려가 나왔다. 황용석 건국대학교 교수는 “실제로 이 개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 사회적인 논의 없이 페이크뉴스 라는 용어가 광범위하게 적용되다 보니 불명확한 부분도 있고, 문제해결방식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세미나에서 논의된 가짜 뉴스 개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보도의 형식을 하고 유포된 거짓 정보

가짜 뉴스의 주무대는 인터넷 공간이다. 단연 구글, 페이스북 등 디지털 뉴스 중개자 역할을 하고 있는 IT기업과 가짜 뉴스는 중요한 역학관계를 갖는다. ’21세기형 가짜 뉴스’의 특징은 그 논란의 중심에 글로벌 IT기업이 있다는 점이다.

가짜 뉴스 돈잔치, 뒷짐진 구글

가짜 뉴스가 만들어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크게 경제적 이윤, 자기만족, 정치 선전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큰 요인은 경제적 이윤이다. 고란이 친트럼프 성향의 뉴스를 만든 이유는 단순하다. 도널드 트럼프에 호의적이고 힐러리 클린턴에 악의적이여서가 아니다. 트럼프의 뉴스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고란은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지 상관하지 않았다. 단지 ‘프란치스코 교황, 트럼프 지지선언’, ‘힐러리 클린턴, ISIS에 무기 판매’ 등의 가짜 뉴스가 돈이 됐을 뿐이다.

IT기업은 고란이 돈을 쫓아 허위 정보를 유통시키는 것에 별다른 제약을 가하지 않았다. 구글의 광고 플랫폼 ‘애드센스’ 시스템은 가짜 뉴스가 유통, 확산되는 것을 사실상 방관했다. 애드센스는 콘텐츠 및 방문자를 기준으로 관련성 높은 광고를 사이트에 게재하는 광고 시스템이다. 누구든 무료로 신청할 수 있다. 두 차례 콘텐츠 심사를 통과하면 자신의 사이트에 애드센스 광고를 붙일 수 있다.  애드센스는 3단계로 작동한다.

▲구글 애드센스 작동 3단계

▲구글 애드센스 작동 3단계

콘텐츠용 애드센스에 광고를 게재하는 경우 운영자는 68%의 수익률을 가져간다. 검색용 애드센스의 경우엔 수익의 51%를 지급받는다. 클릭 당 수익을 챙기는 PPC(Pay-per-click)광고와 달리 애드센스는 사이트에 접속하는 사람이 많을 수록, 광고 노출 정도가 빈번할수록 이익을 챙기는 구조다. 웹사이트 소유자 입장에서는 방문자 하나하나가 돈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데는 자극적인 소재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다. 사람을 끌기 위한 도구로 거짓까지 등장했고 그것이 지금의 가짜 뉴스가 됐다.

광고 중개자 구글 애드센스는 침묵했다. 구글은 콘텐츠가 담은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다. 시스템의 허점이 마케도니아의 10대들을 가짜 뉴스 생산자로 만든 셈이다. 구글 등의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가 가짜 뉴스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이유다.

개인화된 알고리즘, 가짜 뉴스 유통에 결정적

가짜 뉴스가 기승을 부리게 된 배경엔 뉴스 유통이 쉬워진 탓도 있다. 과거엔 뉴스가 전파되려면 신문과 방송을 거쳐야 했다. 인쇄소, 방송설비 등 뉴스 유통을 위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으면 뉴스를 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만 연결되면 누구나 뉴스를 전 세계로 유통할 수 있다. 마케도니아의 10대들이 ‘가짜 뉴스 장사’를 할 수 있었던 근본적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인터넷 환경에선 누가 가짜 뉴스를 배포했는지 알기 어렵고, 안다고 해도 해당 국가의 처벌 규정이 미비할 경우 책임을 묻기도 쉽지 않다.

검색 엔진, 소셜미디어(SNS) 등 인터넷 서비스의 알고리즘은 가짜 뉴스 유통을 더욱 확산시킨다. 정보는 알고리즘을 거쳐 선별적으로 전달된다. 이때 알고리즘은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용자가 좋아하고 자주 보는 것 위주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개인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가짜 뉴스의 분별을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이른바 ‘필터버블’ 현상이다. 필터버블은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검색 업체나 SNS 등이 이용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이용자가 특정 정보만 편식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필터버블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엘리 프레이저는 2011년 TED 강연에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수 성향의 글이 올라오지 않는 이유가 페이스북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보를 필터링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가짜 뉴스 개념과 대응 방안’ 세미나에서도 필터버블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민영 고려대 교수는 “가짜 뉴스는 확증편향성을 충족시키려는 욕구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필터버블 현상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가짜 뉴스의 문제점을 짚었다. 자기와 유사한 의견을 받아들여 심리적 불안정성을 제거하기 위해 가짜 뉴스를 소비한다는 설명이다.

개인화된 알고리즘과 확증편향을 충족시키려는 욕구가 만나 가짜 뉴스를 무분별하게 확산시키는 셈이다. 이는 개인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넘어 사회적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구글, 페이스북 등 IT기업이 가짜 뉴스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아란 한국언론재단 선임연구위원은 <가짜 뉴스에 대한 법률적 쟁점과 대책> 보고서에서 “인터넷서비스사업자의 가치판단이 개입된 알고리즘을 통해 가짜 뉴스가 전달되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춘다면, 일종의 편집권을 행사한 인터넷사업자에게는 법적 책임을 지울 수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flickr.Bex-Walton.-CC-BY-2.0.

▲flickr.Bex-Walton.CC BY 2.0.

대책 마련에 나선 IT기업들

IT기업이 의도했든 안 했든 가짜 뉴스는 그들이 제공한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확산됐다. 광고 정책과 개인화된 알고리즘이 가짜 뉴스 시장을 배를 불리는 데 한몫한 셈이다. IT기업들은 가짜 뉴스에 대한 책임을 더는 미룰 수 없게 됐다.

구글은 독자적으로 가짜 뉴스 콘텐츠에 대한 광고 컷오프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구글 애드센스가 가짜 뉴스의 확산에 기여했다는 비판을 수용한 결과다. 기존 뉴스사이트를 본뜬 사이트의 광고도 차단된다. ‘.com’으로 끝나는 뉴스 사이트 주소에서 끝에만 ‘.co’로 끝나는 도메인을 사용한 사이트 전체가 애드센스 광고 대상에서 제외된다. 구글은 지난해 말 애드센스 시스템 통해 가짜 뉴스를 퍼뜨린 게시자 200여명을 영구 차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애드센스 컷오프 제도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IT기업들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가 가짜 뉴스 유통을 방조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대책을 내놓았다. 우선 페이스북은 독일에서 가짜 뉴스 필터링 테스트를 하기로 했다. 필터링 테스트는 간단하다. 이용자가 가짜 뉴스를 신고하면 비영리 언론기관 ‘코렉티브’에서 팩트체크를 거친다. 가짜 뉴스로 판별될 경우 이용자가 뉴스 콘텐츠를 공유할 때 경고 알림이 뜬다. 알고리즘에서도 제외된다.

독일에 이어 프랑스에서도 가짜 뉴스 필터링 테스트가 시행된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오는 4월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가짜 뉴스 차단에 나섰다. 이들은 콘텐츠의 팩트체킹을 엄밀히 할 수 없다는 플랫폼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언론사들과 협업하기로 했다. 구글·페이스북이 <AFP통신>,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사 8곳과 협력하는 크로스체크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제휴 언론사들은 페이스북이 개발한 허위뉴스 차단 툴을 통해 이용자들이 올리는 뉴스 기사를 검증한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들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용자의 신고에 기댄 팩트체크는 가짜 뉴스를 막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가짜 뉴스의 생산과 확산 속도를 사후적인 신고 방식이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수익성에 대한 제한 조치 역시 구체적 실행 방안을 밝히지 않아 기대만큼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다니엘 시트론 메릴랜드대 법학과 교수는 “정보가 틀리거나 잘못되거나 완전치 않더라도, 사람들은 타인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지적했다.

결국 IT기업이 제공하는 개인화된 알고리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비판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대선을 앞둔 한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가짜 뉴스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처벌에만 초점을 맞춘 대응책이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 우리는 이미 많이 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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