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아니라 오리지널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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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해보자. 가장 인기가 많은 전성기 때도 시청률이 2%가 채 되지 않던 방송이 4년 만에 부활해 회당 평균 시청자 수 130만명을 기록하는 일이 가능할까? 이뿐만이 아니다.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고, 최고 시청자 수 266만명을 기록했다. ‘무한도전’도 아니고,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도 아니다. 바로 ‘스타크래프트’다.

시청률 2%에서 266만명까지

생방송 평균 시청자 수 166만명, 최고 시청자 수 266만명, 검색어 순위 점령 등등 아프리카 TV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이루어낸 업적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실제로 아프리카 TV 내부에서 ‘스타크래프트1’이 갖고 있는 위상은 다른 게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아프리카TV가 배출해 낸 가장 유명한 BJ인 철구도 ‘스타크래프트1’ BJ로 출발했으며 아프리카TV 톱급 게임 BJ 대부분이 ‘스타크래프트1’ 프로게이머 출신이다. 이에 힘입어 아프리카TV의 서수길 대표는 개인리그뿐만 아니라 팀리그를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유일한 게임 관련 MCN인 콩두컴퍼니 역시 아프리카TV에서 방송 중인 ‘스타크래프트1’ 게이머들로부터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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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호 선수와 이제동 선수의 대결 화면 갈무리(사진=아프리카TV)

e스포츠로의 부활일까

하지만 e스포츠로서 ‘스타크래프트1’의 부활은 어렵다. 즉, 보는 게임이자 아프리카 TV의 주요 콘텐츠 혹은 프로그램으로선 부활할 수 있으나 과거처럼 프로팀이 생기고 e스포츠로서 부활하긴 쉽지 않다. 첫째로 정규 리그 운영이 어렵다. ‘스타크래프트1’이 e스포츠로서 부활하기 위해선 개인 리그가 정규적으로 운영되고 팀리그가 생겨나야 한다. 하지만 선수의 신규 유입부터 여의치 않다. 아프리카TV가 주최한 ASL부터 과거 소닉이 진행한 스타리그까지 선수들이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즉, 2년여 시간이 지났지만 새로운 선수가 데뷔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ASL의 흥행을 이끌었던 ‘택뱅리쌍’은 물론이요, 철구마저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주요 BJ는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데 신규 BJ는 발굴되지 않았으니 정기적인 팀리그와 개인리그 운영이 어려운 건 당연지사다.

또 하나 문제가 있다. 바로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1’의 e스포츠화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근래 흥행한 e스포츠는 과거와 달리 게임 제작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도타2’, ‘스타크래프트2’, ‘오버워치’와 ‘카운터 스트라이크 : 글로벌 오펜시브’ 등 게임들의 e스포츠화는 대부분 제작사의 주도 하에 진행됐다. 제작사가 지역 대회와 세계 대회를 주최하고, 제작사가 인증한 대회만 우승 경력으로 인증하는 방식이다. 블리자드는 지난 2월23일 ‘오버워치’의 지역 연고제 기반 프로 스포츠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1’과 ‘워크래프트3’ 등 과거 게임에 대해선 일언반구 없었다. 제작사가 인정하지 않는 대회는 사실상 정식 대회로 인정받기 어렵다.

‘스타크래프트1’, 아프리카TV에서 미래를 보다

신규 선수의 유입은 없고, 기존 선수는 군입대를 앞두고 있다. 게다가 제작사는 ‘스타크래프트1’의 e스포츠로서 부활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스타크래프트1’의 미래는 무엇일까?

‘스타크래프트1’에 남겨진 생존 방법은 바로 스트리밍 플랫폼 아프리카TV만의 오리지널 콘텐츠화다. 프로스포츠라기보단 특정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로서 지속 가능하다. 실제로 ‘스타크래프트1’은 아프리카 TV에서만 접할 수 있다.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첫 번째 이유는 팬이다. ‘스타크래프트1’을 방송하는 BJ의 팬들은 BJ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TV에 충성도가 높다. 별풍선을 결제하면 매니저가 될 수 있고, 누적 별풍선이 많으면 열혈팬이 된다. 심지어 별풍선을 결제하면 본인 아이디의 색깔이 달라진다. 이로 인해 별풍선은 채팅방과 팬클럽에서 사회적 자본으로 작동한다. 그 사회적 자본이 일종의 고착효과를 만든다. 아프리카TV에서 만든 일종의 사회적 자본을 버리고 카카오TV와 트위치에서 새로 자본을 쌓을 이유가 없다. 쉽게 말해, 그동안 쏜 별풍선이 얼마인데 열혈팬들이 옮기겠냐는 말이다. 팬들이 움직이지 않으나 BJ도 움직일 이유가 없다.

더군다나 ‘스타크래프트1’ BJ들은 아프리카TV 내에서 자체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했다. 제동은 다른 BJ들과 팀을 결성해 팀리그를 만든다. 봉준은 마음이 맞는 게이머들과 Moo클랜을 만들어 철구의 NEOX 클랜과 대결구도를 만든다. 이영호와 철구가 같이 합동방송을 하고, 송병구는 지유와 ‘우리 결혼했어요’ 식의 방송을 한다. 별풍선을 건 ‘스타크래프트1’ 스폰 매치로 시작됐지만 끝은 무궁무진하다. 즉, ‘스타크래프트1’은 물론이요 그 외의 콘텐츠도 자생적으로 제작 가능한 BJ들 간의 콘텐츠 생태계가 구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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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 지유와 ‘우리 결혼했어요’ 콘텐츠를 찍고 있는 송병구(사진=송병구 유튜브 갈무리)

e스포츠보다는 아프리카TV의 콘텐츠

ASL은 e스포츠 대회보단 아프리카TV만이 보유할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가깝다. 스트리밍 플랫폼이 특정 게임을 자사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보유하려는 전략은 아프리카TV만의 것은 아니다. 이는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차별화를 위해 펼치는 주요한 전략이다. 트위치는 ‘워크래프트3’ 게이머와 하스스톤 게이머를 적극적으로 영입했으며 트위치배 ‘워크래프트3’ 리그와 ‘하스스톤’ 리그를 운영했다. 카카오TV로 이름을 바꾼 다음tv팟 역시 초반엔 화질을 강점으로 앞세워 비디오게임 스트리머를 적극적으로 유치했다. 생방송에 뛰어든 페이스북은 블리자드와 연계해 ‘디아블로3’와 ‘오버워치’ 스트리밍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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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치가 후원한 트위치배 ‘워크래프트3’ 챔피언스 리그(사진=쥬팬더 유튜브 갈무리)

위와 같은 모습은 기존 TV사업자들이 프로스포츠를 대하는 태도와 유사하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그리고 프로농구들이 방송사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는 이를 통해 고정 시청자를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킬러 콘텐츠다. 각 방송사들이 매해 많은 자본을 야구 중계에 투자하며 EPL 중계권을 따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이유다. 실제로 <JTBC>는 WBC 단독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최소 650만달러를 썼다는 추정이 나온다. 라이브에 뛰어든 트위터는 NFL을 핵심 콘텐츠로 삼았다. 삼성 역시 스포츠 생중계 관람을 자사 스마트TV의 강점으로 두었다.

게임, 밀레니얼을 훔치는 가장 좋은 방법

ASL의 성공은 ‘스타크래프트1’이라는 개별 게임의 e스포츠로서의 성공보다는 스트리밍 플랫폼에 추진한 오리지널 콘텐츠의 성공이다. 대기업팀은커녕 제작사도 개입하지 않았다. 스트리밍 플랫폼이 BJ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대회를 유치해 흥행에 성공한 모습은 케이블 채널이 방송사 PD를 영입해 프로그램을 흥행시킨 것과 유사하다. 인터넷 스트리밍 플랫폼이 런칭한 프로그램의 성공이다.

이 성공이 말하는 것은 2가지다. 첫 번째로 보는 게임이 돈이 된다. 게임은 밀레니얼 세대를 잡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미국의 케이블 채널 CW는 게임 MCN인 머시니마와 함께 게임 대회를 주최했다. 목적은 TV 앞을 떠난 밀레니얼 세대를 잡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아마존은 게임 전용 스트리밍 플랫폼인 트위치 인수에 무려 1조원을 쏟아부었다.

이로 인해 우리가 떠나 보내야 했던 많은 게임이 부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타크래프트1’과 ‘워크래프트3’ 그리고 잊힌 많은 게임들이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부활할 수 있다. 그 게임을 원하는 시청자만 있다면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새롭게 대회가 열릴 수 있다.

모두가 죽었다고 이야기한 ‘스타크래프트1’은 아프리카TV라는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부활했다. 더이상 공인 리그도 아니고, 가을의 전설과 골든 마우스는 없지만 괜찮다. 보는 것 하나만으로 우리에게 많은 추억을 돌려준다. ‘워크래프트3’도 아프리카TV와 카카오TV 그리고 트위치에서 부활했다. 과거 e스포츠는 그들만이 보는, 어린 것들만 보는 유치한 컴퓨터 오락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이젠 그 유치한 컴퓨터 오락이 스트리밍 시대에 밀레니얼을 잡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글 | 구현모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언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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