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에 도전하는 ‘오버워치’ 디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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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 심해에서 거대한 기계괴물 ‘옴닉’들이 튀어나와 한반도를 위협해온다. 대한민국 정부는 무인 로봇 부대 ‘메카’를 창설하지만 옴닉에게는 역부족이다. 무인조종이 옴닉에 의해 교란당하자 정부는 최첨단 로봇인 메카를 조종할 후보를 찾게 된다. 이윽고 뛰어난 반사신경과 직감을 지닌 ‘프로게이머’들이 물망에 오른다. 최고의 선수들이 선발된다. 그중에는 16살에 ‘스타크래프트6’ 세계 1위를 거머쥔 천재프로게이머 ‘D.Va’, 송하나가 있었다.

▲ 오버워치 캐릭터 송하나 D.Va

▲’오버워치’ 캐릭터 송하나 D.Va

디바가 되고 싶은 사람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FPS 게임 ‘오버워치’ 속 영웅 캐릭터 송하나, 일명 디바는 한국인 캐릭터다. ‘오버워치’ 영웅 중 가장 어린 19살이다. 엄청난 집념으로 승리를 쟁취하며, 상대에게 자비를 보이지 않기로 유명하다. 마스코트는 토끼. ‘오버워치’의 세계관은 20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국디바협회(전디협)’는 페미니스트 게이머들의 모임으로, ‘오버워치’의 디바(송하나)처럼 여성들이 즐겁게 게임하는 2070년을 꿈꾼다.

전국디바협회는 2016년 초겨울 무렵 만들어졌다. 당시 광화문 촛불집회에 ‘범야옹연대’, ‘미국너구리연합한국지부’, ‘전국트잉여연합’ 등 독특한 깃발이 대거 등장해 화제가 됐다.  김지영 전국디바협회장은 “광화문 박근혜 퇴진 집회에서 시작된 깃발대잔치를 보고 ‘앗, 나도 해야겠다’생각해  전국디바협회를 만들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버워치’ 캐릭터 디바의 상징인 토끼 로고를 깃발에 새기고 광화문을 누볐다.

시위 피켓은 ‘오버워치’ 캐릭터들의 대사를 인용해 만들었다. ‘파라’ 캐릭터의 유명한 대사 “하늘에서 정의가 빗발친다!”는 “하늘에서 하야가 빗발친다!”로, 디바의 궁극기 “너프 디스!”는 “하야 디스!”로 바꿨다. 전부 사비로 제작해 무료 배포했다. 깃발이 여기저기 소개되면서 후원자도 생겼다. 두 번째 제작에는 후원을 받아 핀버튼만 1천개, 피켓은 400개 정도를 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정지 이후, 전국디바협회는 해체하는 대신 성평등을 위해 계속 싸워나가기로 결정했다.

사진=전국디바협회

여성 게이머가 느끼는 차별의 시선

온라인게임을 할 때 여성 게이머들은 남성 게이머들에게 무시나 비하를 당하기도 한다. 전디협은 성차별을 막고 여성 게이머들의 권리를 확보하고자 한다. 김지영 씨는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해왔다. 친구들과 취미가 맞아 함께 PC방에 다녔다. 다 같이 게임을 할 때에는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했다. 크면서 점차 게임 내 성차별, 성희롱 사례를 겪고 알아가게 됐다. ‘오버워치’는 게임 안에 음성 기능이 내장돼 있어 성희롱, 성차별 사례가 부각돼 나타나기도 한다.

“얼마 전 일이다. 보이스가 켜져 있었는데, 그걸 몰랐다. 얘기했던 것도 아니고 숨소리가 들렸던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너 여자지? 숨소리 딱 들었어’라더니 조롱을 하더라. 친구가 하지 말라고 했더니 여자친구 데리고 게임하냐고 비아냥댔다. ‘뚱뚱한 X아, 살이나 빼’ 같은 말은 자주 듣는다. 그런 말이 공격이 될 거라고 믿는 것 같다. 이런 건 귀여운 정도다. 심한 말들은 강도가 더 세다.”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하면서 페미니즘 관련 강의나 행사, 시위도 참여하게 됐다. 때문에 ‘오버워치’를 하지 않아도, 디바 캐릭터로 플레이하지 않아도 게임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든 환영한다고 한다. 김지영 씨도 디바가 아닌 ‘메르시’가 ‘주캐 (주력캐릭터)’다. 새를 좋아하는데 친구가 ‘오버워치’를 ‘영업’하면서 “날개가 달렸고 날아다니는 캐릭터(메르시)가 있다”고 해서 ‘오버워치’를 시작하게 됐다. 그렇다면 왜 메르시가 아닌 디바를 마스코트로 택하게 됐을까.

“일단 송하나는 한국 여성이고, 나이가 어리다. 그런데 천재 프로게이머에 메카를 타고 싸우는 군인이다. 너무 멋지다. 2017년 현재는 그런 캐릭터가 실제 인물로 존재하기 어렵다. 어리고 예쁜 캐릭터가 안전하고 즐겁게 게임하는 세상이 왔으면 하는 바람에서 디바를 여성 게이머의 롤모델로 삼게 됐다.”

블리자드, ‘전디협’에 주목하다

이들이 디바를 페미니즘 활동의 마스코트로 내건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블리자드에 저작권이 있는 디바라는 캐릭터를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이었다. 2월23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DICE 서밋 2017’ 기조연설에서 제프 카플란 ‘오버워치’ 비주얼 디렉터가 전국디바협회를 소개하면서 이들은 다시금 화제가 됐다. 제프 카플란은 “1월 말 전세계적으로 여성 행진 행사가 열렸다. 우리 시선을 사로잡은 건 한국의 여성 행진에서 누군가 날리고 있던 ‘디바’ 깃발이었다”라며 “이곳을 더 찾아보니 페미니스트 협회로 여성의 권리를 말하는 곳이었다. 내가 열광한 것은 이들의 헌장이었다”라고 말했다.

“미래의 한국이 지금과 같이 성차별적인 국가라면 디바와 같은 사람이 등장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전국디바협회는 디바를 마스코트로 삼아서, 디바가 실제로 나타날 수 있는 성평등한 2060년을 만들기 위해 페미니즘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제프 카플란은 위 내용을 읽고 “이들은 고정관념에 도전하고 디바를 다르게 받아들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말고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보라'(Never accept the world as it appears to be, Dare to see it for what it could be)는 ‘오버워치’의 가치에 부합하는 일이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조연설에서부터 “우리는 고정관념에 도전해왔다”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오버워치’는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하는 게임이다. ‘오버워치’의 ‘아나’는 게임 캐릭터로 좀처럼 등장한 적 없는 캐릭터다. 이집트인 아나는 ‘오버워치’ 부사령관을 지낸 저격수다. 60세 여성 노인이고, ‘파라’의 어머니다. 전직 전투기 조종사 ‘트레이서’는 LGBT 캐릭터로, ‘오버워치’가 공개한 단편 애니메이션 ‘성찰’에서 동성연인과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김지영 씨는 ‘아직까지도 믿기지 않는다’며 웃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지?’ 생각했다. (제프 카플란이) 정말 멋지게 소개해줘서 기분 좋았다. ‘오버워치’에도 여러 논란은 있었다. 완벽한 게임은 아니다. 트레이서가 LGBT 캐릭터라고 해도, 당연히 그렇다. 디바는 전신타이즈를 입고 있고 또 어리고 예뻐서 그런지 특히 자주 성적 대상화되곤 한다. 하지만 국내 게임사에 비교해본다면 너무나 큰 변화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흑백논리,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는 문제다. 좋은 점은 칭찬하고 안 좋은 점은 비판하면서 개선해나가야 한다.”

퀴어퍼레이드, 게임대회···시즌2 준비 중

“트위터에서 설전을 벌이곤 한다. ‘왜 일일이 대응하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토론은 앞에 있는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보고 있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한다’는 글을 본 적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 대화를 보고 있던 사람들 중에 용기를 얻게 됐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순간이 뿌듯하다. 누군가 말하더라. 게임 내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성차별주의자는 그대로 있어도, 우리는 바뀐다. 부당한 것에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한다. 그러다보면 게임 내 성차별이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생기지 않을까. 계속 활동하려는 이유다.”

전디협의 시즌1은 종료됐다. 지금은 시즌2를 준비 중이다. 2주에 한 번씩 독서모임을 하고 영화를 본다. PC방에 같이 가서 ‘오버워치’ 게임을 하는 활동도 할 계획이다. 트레이서가 LGBT 캐릭터인만큼 퀴어 퍼레이드 참가도 고려하고 있다. 최근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행사가 있다. ‘오버워치’ 여성게이머 대회 ‘여자 나가신다’다. 주요인력, 게이머, 해설자 전부 여성으로 기획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 전문인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방송계통 종사자는 인력이 적은 데다가 페미니즘이라는 가치에도 동감해야 하니 더 힘들다. 돈도 많이 들고 후원은 어렵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김지영 씨는 ‘오버워치’ 캐릭터들의 대사를 빌렸다. “아나는 노인이고 어머니이자 저격수인 캐릭터예요. 아나한테 이런 대사가 있어요. ‘신념을 위한 싸움을 멈추지 마라’.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자리야의 대사, ‘함께일 때 우린 강합니다’. 이 말들을 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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