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플랫폼에 대한 표준화 접근 방식과 안드로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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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WAC나 SKAF등에 대한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가끔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제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0(MWC 2010)에서 국내 언론들이 크게 기사화한 적 있는 ‘WAC’라는 플랫폼, 리모(LiMo)라는 리눅스 기반 플랫폼, 웹브라우저 기반의 구글 크롬OS 등은 이른바 표준화에 기반한 모바일 플랫폼들입니다. ‘WAC, 리모 혹은 크롬OS가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좀더 일반적인 표현으로 바꾸어본다면, ‘현재 모바일에서 표준화 기구 혹은 협의체에 의한 플랫폼 혹은 프레임워크 접근 방식은 과연 애플리케이션 경쟁력이 있을까?’가 될 것입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스마트폰 플랫폼의 경쟁 상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스마트폰은 급격한 시장 확산이 이뤄지며 ‘성장기’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있어서는 아이폰·안드로이드·윈도폰·WAC·SKAF 등 플랫폼들의 표준 전쟁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표준 플랫폼의 결정은 ‘소비자가 선택’하는 플랫폼이 ‘사실상 표준’으로 결정되는 자유 경쟁 형태로 이루집니다. 마지막으로 터치와 인터넷 연결성으로 대변되는 현재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은 혁신 단계에 있어서 아직 ‘유동기’에 있습니다.

저는 현재 환경에서 표준화 작업에 기반한 플랫폼은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시장의 급격한 성장하고 변화하고 있고 모바일 앱에 대한 사용자 경험과 서비스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에, 표준화를 통한 접근 방식은 사용자의 요구를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표준화 방식은 개방성과 공공성에 비해 그 결정과 진행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대처할 수 없습니다.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현재 모바일 환경에서는 플랫폼 공급자들이 사용자의 새로운 요구사항을 유도하며 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표준화는 이미 존재하는 요구 사항들을 잘 정리해 반영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겠죠.

SKAF, KAF, WAC를 볼까요. 폰 종류에 상관없이 적용할 수 있어서 개발자들에게 시간과 비용을 절감시켜 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하는 이들 프레임워크들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SKAF의 경우 표준화 플랫폼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지원하는 데서 오는 제약은 결국 앱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됩니다. 해당 프레임워크에서 만든 애플리케이션이 각각의 플랫폼 위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어 사용자들이 쓰지 않으려 한다면, 아무리 여러 플랫폼에 쉽게 진입할 수 있고 비용이 절감된다 해도 의미가 없습니다. 결국 WAC, SKAF, 리모, 크롬OS 등은 당장에 별로 성공 가능성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WAC는 위젯의 표준화에서, SKAF는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서 의미가 있는 수준이지 다른 모바일 플랫폼과 경쟁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에서의 경쟁과 혁신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안정화된 후에 다시 플랫폼 표준화를 통해 플랫폼 공급자가 가둬놓은 폐쇄적인 환경을 개방된 형태로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과거 PC 운영체제 경쟁의 승자인 MS는 애플리케이션과 사용자 경험만 가뒀는데도 난공불락의 철옹성을 구축하였습니다. 그런데 현재 모바일 플랫폼 공급자들은 애플리케이션과 사용자 경험 뿐 아니라 콘텐츠 채널에 핵심 데이터 서비스와 하드웨어까지 직접 공급하며 사용자들을 감옥에 가두고 있습니다. 과거 MS가 PC에서 운영체제 지배력 때문에 악의 축 정도로 불리웠다면, 현재의 스마트폰 플랫폼 제공자들은 신이라 불리우기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WIN32 API에서 W3C로 상당부분 탈출한 PC에서의 경험이 과연 스마트폰에서도 반복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러니 삼성의 경우 표준화에 의한 접근보다는 ‘바다’ 처럼 직접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서 뛰어들었습니다. 최소한 삼성 정도의 회사는 성공 여부를 떠나 시도라도 해볼 수 있지만, 대부분은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 신이 될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지는 않죠. 그래서 결국 안드로이드라는 선택이 남습니다. 안드로이드의 경우는 구글이 직접 만들어가지만 최소한 그 결과물은 오픈소스화한다는 점이 다른 플랫폼들과 다릅니다. 물론 안드로이드폰의 확산과 함께 구글 서비스의 지배력이 갈수록 강화된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만, 오픈소스의 특성상 단말기 플랫폼이 안정화되고 나면 구글의 지배력은 현재보다 낮아질 수 밖에 없기에 신이 될수는 없다는 것이죠. 당장은 빠르게 플랫폼이 발전하는 시점이라 구글이 주도권을 쥐고 그만큼의 지배력을 가지고 플랫폼을 발전시켜 경쟁하고 있습니다만, 모든 것을 다 구글의 손에 쥐어주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지금도 안드로이드 참여자간 내부 경쟁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요.

플랫폼은 승자독식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직접 플랫폼을 만들어 경쟁할 수 없다면 오픈소스로 비교적 개방적인 안드로이드를 채택해서 승자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대신 지역별로 분화될 수 있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에 있어서는 최대한 힘이 나눠지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통신사들이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애플리케이션 프레임워크의 표준화 작업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안드로이드를 선택하고 대신 로컬 서비스들이 안드로이드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그런 움직임으로 현재 미국 AT&T에서 구글 검색을 빼고 야후 검색을 탑재한 안드로이드폰 출시를 한다든지, 중국에서 모토로라가 빙 검색과 빙맵을 탑재한 안드로이드폰의 출시를 준비하는 사례에서 볼 수 있습니다.

구글이 빠진 안드로이드는 의미 없지 않냐고요? 물론 현재 구글 서비스가 빠진다면 안드로이드폰은 경쟁력이 많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로 모여드는 진정한 힘은 바로 그 구글도 빠질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또한 ‘안드로이드가 라이선스 비용이 없지만 실제로 만들어 쓰려고 하면 비싸다’라는 말도 들리는데, 정말 짧게 보는 거죠. 당장 폰 하나 만드는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큰 그림에서 플랫폼 지배력의 변화로 산업내에 힘의 균형 관계가 변할 때 여전히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가를 따져야 합니다. 그게 아니면 다 포기하고 ‘애플교’나 ‘MS교’에 귀의해 아이폰, 윈도우폰 가져다 쓰는 게 훨씬 속 편하겠죠. 혹은 애플·MS·구글을 비슷하게 채택해서 공급자끼리 경쟁시켜 힘을 약화시키는 것도 많이들 고려할텐데, 그래서는 다신교가 될 뿐입니다. 세 분의 신만 남게 되겠죠.

현재 대부분의 참여자들에게는 썩 맘에 드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결국 ‘①죽는다 ②식물인간이 된다 ③반쯤 죽다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정도네요. 안드로이드가 모두가 만족하는 훌륭한 대안은 분명 아닙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를 선택하고 정신만 똑바로 차린다면 충분히 호랑이 굴에서 살아나올 수 있습니다. 표준화를 통한 시장 접근 방식이 가장 많은 참여자들이 만족하는 형태겠지만, 시장이 폭발하고 있는 지금 경쟁력이 별로 없습니다. 어차피 죽는 거 꿈틀거리기라도 해보자, 라는 대안으로 보인다는거죠.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을 끊임없이 살펴봐야겠지만, 지금은 안드로이드가 국내 모바일 및 인터넷 업체들이 살아남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그리고 잘만 사용한다면 국내 모바일 업계의 기회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