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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는 그만”…내부 개발자 직접 키우는 싱가포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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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일한 지는 2-3년 정도 됐습니다. 그만큼 저에게도 매우 새로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곳에 오고 싶었습니다. 변화를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체오 호 첸은 싱가폴 정부 최고 정보 관리자(Government Chief Information Officer)이자 거브테크 부총재로 일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3월17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오픈소스 아시아 서밋인 ‘포스아시아’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최근 싱가포르 정부가 진행하는 기술 실험에 대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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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오 호 첸은 싱가포르 정부 최고 정보 관리자(Government Chief Information Officer)

거브테크는 처음 2-3년 처음 생긴 공공기관으로, 정부의 기술 혁신을 담당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내부 기술력’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과거 수십년 동안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모든 기술을 아웃소싱했다. 공무원은 외부 기업의 기술을 몇 가지 검토하고 필요한 기술을 사거나 특정 기업에게 외주를 맡기는 식이었다. 체오 호 첸 CIO는 “수십년 동안 아웃소싱을 하면서 정부는 기술과 관련된 능력을 모두 잃게 됐다”라며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정부 스스로 기술에 대한 이해도와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처음에 7명이 시작했던 거브테크는 현재 1800명이 속해 있다. 여기에는 데이터과학자, 프로그래머, UX 디자이너, 네트워크 전문가, 아키텍처, 엔지니어, 네트워크와 보안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이들 모두 공식 공무원이며, 내부적으로는 ‘스페셜리스트’라고 부르고 있다. 거브테크를 이끄는 수장 중 한 명인 체오 호 첸 CIO도 비슷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거브테크 이전에는 20여년 동안 금융업계 IT기술 컨설팅을 해왔다. 프로그래밍도 오랫동안 했으며, 인터뷰 도중에 구글의 오픈소스 기술인 쿠버네티스텐서플로우와 관련된 개념도 술술 설명했다.

거브테크에 들어오기 위해선 일종의 코딩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기술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체오 호 첸 CIO는 “아웃소싱을 계속하면 기술을 구매할 때 무엇이 중요한 건지, 특정 기술이 가진 가치에 대해 잘 모르게 된다”라며 “거브테크는 직접 개발을 안 할지라도 최소한 우리가 직접 기술의 큰 틀을 설계하고 디자인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또한 “기술을 선택할 때 보다 까다롭고 똑똑하게 따지는 정부가 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거브테크에서 오픈소스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오픈소스 기술을 사용하면서 내부 기술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사실 정부에게 제일 쉬운 것은 글로벌 기업이나 유명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입니다. 외부 기술을 이용하고 문제가 생기면 전화해서 고쳐달라고 하면 되고요. 하지만 오픈소스 기술은 따로 별도의 지원을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내부 기술력이 높아야 오픈소스 기술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오픈소스를 사용하려면 그만큼 내부 기술력이 받쳐줘야 합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문제죠. 또 외주를 주는 것보다 직접 기술 전문가를 고용하는 것이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고 생각합니다. ”

오픈소스와 참여를 통해 만들어지는 서비스들

가브테크는 그동안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냈을까? 여기에는 ‘참여’라는 핵심 가치가 있다. 체오 호 첸 CIO는 포스아시아 연설에서 “커뮤니티와 함께 일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라며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문제 해결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에서는 교통 체증 때문에 구급차가 제때 도착하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거브테크는 ‘마이리스폰더’라는 모바일 앱을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마이리스폰더는 구급차가 어디로 가면 가장 빨리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응급조치가 가능한 의료인이 응급차에게 자신이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람을 보내고 위치를 전송한다. 체오 호 첸 CIO는 “물론 정부가 구급차를 추가로 구매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마이리스폰더로 시민들은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정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개인이나 작은 스타트업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장도 마련했다. 거브테크는 매달 정부부처와 작은 스타트업들을 초대하고 있다. 초대된 정부부처는 현재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발표해야 한다. 발표시간은 단 5분. 마치 스타트업이 투자자에게 발표를 하는것과 비슷하다. 그리고 또다 른 참여자인 스타트업 피드백이나 해결을 주는데, 이들 역시 5분 안에 발표해야 한다. 여러 기업과 정부부처의 발표가 끝나면 커피를 마시며 자유롭게 다시 토론을 한다. 체오 호 첸 CIO는 “이러한 시도로 다양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행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외부 오픈소스 기술을 적극 활용한 사례도 있다. 거브테크가 개발한 ‘거브바이’는 역경매 방식을 활용한 입찰 방법이다. 경매 금액을 먼저 설정하고 더 낮은 금액으로 기술을 만들겠다는 참가자에게 먼저 제품을 개발할 기회를 주고, 오류를 수정하고, 작은 단위의 소프트웨어를 우선적으로 다룬다. 거브바이에서 사용됐던 핵심 기술은 싱가포르 정부가 만들지 않았다. 대신 미국 정부의 오픈소스팀인 18F가 만든 마이크로 펄체이스를 복사하고 일부 수정해 만들었다. 거브바이 자체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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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오 호 첸 싱가포르 정부 최고 정보 관리자(Government Chief Information Officer)

작은 프로젝트 성공하면서 정부 설득해

전세계 아무리 열려 있는 정부라고 할지라도 오픈소스 기술이나 새로운 기술 실험을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체오 호 첸 CIO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작은 프로젝트 위주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저와 함께 일하던 사람들은 제가 이 프로젝트를 없앨까봐 걱정하기도 했어요. 실제로 정부는 결코 일하기 쉬운 곳이 아닙니다. 전세계 모든 정부는 보수적이고 위험을 감수하기 싫어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름길은 없습니다. 일단 보여줘야 합니다. 작은 프로젝트라도 진행하고 결과를 보여주는 식으로 정부를 설득했습니다. 더 많은 것을 이룰수록 정부는 가능하다라는 신념을 갖게 될것이라고 봤거든요. 정부 부처 모두를 다 설득할 필요도 없습니다. 결과를 보여주면 저희를 지지해주는 부서는 한두개씩 나왔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정부는 이러한 시도에 매우 열려 있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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