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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북의 미래는 넷폰이다
by 비전 디자이너 | 2010. 03. 19

오늘날 유행하고 있는 넷북의 시조는 전 MIT 미디어랩 소장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가 만든 ‘XO’ 노트북 시리즈다.

OLPC(One Laptop Per Child, 저개발국가 아이들에게 교육용 저가 노트북 보급 운동)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된 이 XO 시리즈는 오픈소스 운영체제(OS)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고 대량 생산을 통해 가능해진 100달러 가량의 저가에, 태양열 등에 반사되지 않는 특수 처리된 디스플레이, 깔끔하고 친숙한 디자인, 글을 모르는 아이들을 배려한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 등으로 2005년 그 아이디어가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공개된 이후부터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2007년 OLPC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하면서 산업계에서도 XO 시리즈가 가진 시장의 잠재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필요한 기능은 다 갖추고 있으면서도 저렴하고 휴대 가능한 노트북, 오늘날 ‘넷북’의 컨셉트가 이 XO 시리즈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대만의 아수스 등이 그런 컨셉트를 살린 Eee PC를 선보이며 시장에 선풍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곧 다른 주요 대형 업체들도 그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이것이 넷북이 지금과 같이 시장에 자리잡게 된 배경이다.

OLPC 홈페이지 뉴스에 따르면, OLPC의 혁신성에 기초한 넷북은 기존 산업계를 다음과 같이 뒤흔들었다.

첫째, 윈도우 비스타가 나오면서 중단될 뻔 한 윈도우XP가 계속될 수 있었던 까닭은 넷북 때문이다. 넷북 OS로 윈도우가 선택되지 않는다면 그 자리를 리눅스 등이 대신할 것이고, 이에 따라 MS는 인텔과 한 편으로 ‘운영체제 개량을 통한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요구’ 전략을 포기해야만 했다. 동시에 윈도우XP 라이선스 가격은 기기당 60달러에서 30달러로 내려갔다. MS는 나아가 저개발국가에 한해서는 라이센스 가격을 3달러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둘째, 넷북은 1년에 3500만대가 판매되고 있으며 그것은 노트북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 반대로 시장 변화에서 밀린 인텔의 이윤은 2007년 4분기와 2008년 4분기 사이에 90% 감소했다. 이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최소화되고 경량화된 OS라는 것을 깨달은 구글은 크롬 OS를 발표했다.

한마디로, OLPC에서 프로젝트에서 시작된 XO 시리즈의 새로운 노트북의 혁신 컨셉트는 노트북의 미래를 바꾸었다. 노트북의 미래를 노트북이 아니라 넷북으로, ‘기술의 진보’에서 ‘이용자 가치의 향상’으로 중심축을 전환한 것이다. 그 결과 산업계, 시장의 구조, 게임의 질서가 변화했다.

‘아웃소싱’이라는 말을 유포시킨 미시간 경영대학원의 경영구루 C.K. 프라할라드(C.K. Prahalad)가 그의 <저소득층 시장을 공략하라>(The Fortune at the Bottom of the Pyramid)에서 쓴 표현을 빌리자면 ‘역혁신’(reverse innovation)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보통 혁신 전략이라는 것은 선진시장에서 먼저 실험하고 성공한 것을 저개발국가에 도입하는 경로를 취하는데, 역혁신 전략은 그 반대다. 먼저 저개발국가에 적합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성공을 거둔 다음, 그것을 다시 선진시장의 비슷한 수요를 가진 대중 시장 공략에 사용하는 것이다. 저개발국가에 비영리 교육 목적으로 개발된 XO 시리즈가 비슷한 수요를 가진 선진시장의 대중적 수요를 공략하면서 넷북 붐으로 크게 성장한 구조도 이 역혁신 전략의 발상에서 이해된다.

이 역혁신 발상이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저개발국가의 구매력 부족, 인프라 빈약, 환경의 열악함 등은 기업에게 있어서 제품을 개발·생산·유통·판매·관리하는 모든 차원에서 거대한 도전이다. 그러나 이것은 큰 기회이기도 하다. 저개발국가에서 살아남은 제품, 그 곳에서 성공한 서비스는 다시 선진국 시장에서도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기본적 필요에 의해 환영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저개발국가의 습하고 더운 기후에 맞게 제조된 제품은 선진국 환경에서 커피에 젖는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이 같은 혁신의 관점은 세계적으로도 크게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GE, P&G 등이 공격적으로 이 혁신 전략을 받아들이고 있고, 2009년 경영 전문지 ‘비즈니스위크’에 의해 ‘C.K. 프라할라드의 역혁신을 위한 다섯 가지 팁‘이란 제목으로 경기 불황으로 인한 연구개발비 감소에 따른 혁신의 위력이 감소한 가운데 주목받고 있는 혁신 중 하나로 이 ‘역혁신 전략’이 지적된 바 있다.

그렇다면 이 역혁신 전략의 발상으로 볼 때 XO 시리즈의 컨셉트에 따른 넷북의 성공, 그 다음, 그 미래는 무엇인가? 어떤 저개발국가에서 자생한 혁신이 선진시장의 잠재 수요를 공략할 수 있을 것인가?

지난번 글에서 소개한 방글라데시 그라민폰이 그 다음 XO 시리즈일 수 있다. 현재는 MIT 레가툼 센터 소장으로 있는 이크발 콰디르가 기획한 이 저가·선불 휴대폰은 1997년 도입된 이래 2007년까지 약 1700만 가입자를 기록하면서 방글라데시에 휴대폰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그 이유는, ‘연결성’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던 방글라데시에 이 휴대폰이 사람들을 서로 연결시키고, 그 연결성을 통해 새로운 활동들을 창조해내 ‘생산성’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이 금융 서비스를 대신하고, 응급 조치를 취해주며, 경제 활동의 핵심이 되고 있다.

이 저개발국가의 문맥에서 발전한 휴대폰 상품과 서비스들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지의 제3세계에 이와 엇비슷한 휴대폰 혁명을 일어키고 있다. 한 예로, 2007년 ITU 발표 자료를 보면 1999~2004년 동안 가장 많이 성장한 시장이 아프리카다. 58.2% 성장했다. 그 뒤를 잇는 곳은 아시아로, 34.3%를 기록하고 있다.

그 곳에는 우리 선진시장에서 볼 때에도 혁신적인 것들이 많다. 휴대폰을 이용한 미소금융(micro-finance), 미소보험(micro-insurance), 미소사업(micro-enterprise), 원거리교육(m-learning), 헬스케어(m-healthcare) 등등. 이것은 우리한테도 새로운 것들이다. 이 새로운 것들이 거침없이 시도되는 까닭은 구매력 부족, 인프라 빈약, 환경의 열악함 등 기존 상식으로는 이보다 더 불리할 수 없는 조건들 때문이다. 그 조건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혁신을 해야만 한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르완다, 남아메리카 멕시코, 동남아시아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 새롭게 떠오르는 휴대폰 시장의 제품과 서비스를 비교·연구함으로써 우리는 다시 어떠한 역혁신의 트렌드를 감지할 수 있는 것일까? 기술 혁신의 방향으로 진보하는 노트북이 아닌 저렴한 가격의 휴대성을 지닌 넷북이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전복했다. 같은 파괴적 혁신을 우리는 저개발국가에서 시작된 휴대폰 혁명에서 생각해낼 수 있을까? 넷북에 이은 넷폰을 구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처럼 넷북의 미래가 넷폰이라는 것은, XO 시리즈가 넷북으로 이어진 배경인 ‘역혁신의 발상’을 노트북 시장이 아닌 휴대폰 시장에 적용해본 것이다. 최근들어 주목할 만 한 추세인 제3세계 휴대폰 혁명은 이 역혁신 발상의 원천이 저개발국가인 만큼 그들의 큰 변화라는 점에서 휴대폰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만든 계기가 됐다.

그러나 그것은 거듭 강조하지만 단순히 기기를 저가로 낮추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정도라면 보증금이 뒷받침된 지금의 휴대폰 가격도 충분히 낮고, 방대한 중고폰 시장도 존재한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은 저개발국가에서 시험된 견고성 등의 실제적 필요성을 중시한 디자인, 선불제처럼 휴대폰 통화료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 그리고 휴대폰을 통한 미소금융, 미소보험, 미소사업, 원거리 교육, 헬스케어 등이 포함된 전체적으로 새로운 컨셉트로 짜여진 전략적 구상을 말하는 것이다.

그 역혁신 발상을 우리가 노트북에서처럼 휴대폰에서 시험해볼 수 있을까? 그 시험은 넷북의 성공과 비교해 얼마나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아직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은 답, 그러나 도전해 볼 만 한 가치 있는 미래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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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OCW(공개강의운동) 오거나이저, 공익 NGO 세계화와 빈곤문제 공공인식 프로젝트(GP3) 프로젝트 디렉터, 마이크임팩트 소셜 웹 서비스 기획자, NHN의 네이버 3기 서비스 자문위원으로 일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CCK)와 글로벌 보이스 온라인(GV)의 자원봉사자로도 봉사한다. 쓴 책으로는 '소셜 웹이다'와 '소셜 웹 혁명'이 있고, '드래곤플라이 이펙트'를 번역했다.
13 Responses to "넷북의 미래는 넷폰이다"

글에서 보여지는 통찰력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정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비전디자이너’라는 멋진 필자의 아뒤가 전혀 ‘꿈’ 같지 않은 것이 글 속에서도 절절히 느낄 수 있군요.
모든 이들이 ‘어우러져 아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가꾸시는 비전을 디자인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

제대로 된 포스트를 잘 봤습니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도움이 됩니다.
작은 것에서 시작된 변화가 큰 파장을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깊은 통찰력에 진정 탄복합니다.

넷북이든 넷폰이든 인터넷 무선랜망만 좋아진다면 아주 대박나겠죠…
스카이프로…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오호! 그렇군요…

윗분이 말했든 싼값에 무선통신망이 설치가되는게 먼저일듯…

전국적으로 와이브로가 개통되면 무선인터넷기기들이 장난 아니게 팔릴거 같은데

재연아 깜짝 놀랐음!! 좋은 글 감사~

6년전에 나온 와이브로로 인해 휴대폰 시장이 점차 사라질줄 알았는데
SKT, KT 두 와이브로 사업자 및 장단 맞춰주던 정부로 인해 와이브로는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되었죠.
결국 세계에서 가장 앞서나가던 무선인터넷망이 두 사업자에 의해 사장이 되었고,
뒤늦게 아이폰에 의해 무선인터넷의 필요성과 국내 무선인터넷망의 낙후성이 요즘에 와서야 인식이 되고 있습니다.
3G망 사업자에게 경쟁 솔루션인 와이브로 사업권을 준것 부터가 문제의 시작이였습니다.
또다른 제3의 사업자에게 와이브로 사업권을 넘겼더라면, 우리나라는 아이폰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 세계에서 살고 있었을겁니다.
와이브로나 4G의 LTE나 고속 무선인터넷망이 전국적으로 상용화가 되게되면 휴대폰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게 될 것입니다.
이유는 우리가 모바일환경에서 내려받을수 있는 정보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되는데, 휴대폰의 3~4인치 화면에서는 그 정보를 처리하는데 제약사항이 많기때문입니다.
결국 7~9인치의 모바일 넷북 or 넷폰(이름이 뭐든 상관없습니다.)이 지금의 스마트폰/휴대폰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며, 우리는 7~9인치 단말기 하나로 voip, internet, office, game, music, movie 등 모든것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사용성 측면에서도 현재의 이동중의 휴대폰 사용, 집의 PC에서 유선인터넷 사용, 인터넷전화(or 유선전화) 사용으로 각 개개인은 통신 비용으로 중복해서 많은 요금을 내고 있지만, 앞으로는 단말기와 요금제 하나로 그 모든것을 가능하게되므로 요금제도 통합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시장을 국내 스스로 형성시킬수 있느냐, 아니면 아이폰과 같은 외국의 솔루션이 들어올때 비로소 깨닫기 시작해서 형성이 되게 되느냐는, 앞으로 세계의 IT 분야를 누가 차지하게 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핵심 요소입니다.
현재 이러한 대세에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건 애플입니다.
현재 시장에서 받아줄 수 있는 최선의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가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나은 시장을 가급적 빨리 열어주면(와이브로/LTE) 그에 맞는 제품들이 자연히 나오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놀라는 부분은, 저개발국가에서 히트친 제품이 나중에 선진시장에 도입되었다라는 사실보다는, 성능좋은 기존 노트북들을 제치고 성능 안좋은 넷북이 성공했다는 사실에 있지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놀랄 일이 아닌것은, 대부분의 경우 혁신적인 신제품, 또는 신기술은 저가시장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완전히 새로운 제품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제품은 기존의 시장을 침식하며 생겨납니다.
Clayton M. christensen의 경쟁기반이동에 관한 이론에 의하면, 넷북의 출현은 전형적인 disruptive innovation의 전형적인 예인듯 합니다. 이와 관련해 혹 궁금하신분은 Clayton M. christensen의 저서 “성공기업의 딜레마”를 참고하시면 좋을듯 합니다.
여튼, 지역을 단위로한 세분시장 차원에서 혁신을 바라본 역혁신의 개념은 재미있네요. 한번 자세히 알아봐야겠습니다.

다들 좋은 지적입니다.

두 개만 첨언을 할게요.

사실 통신망 사업자 허가 등의 문제는 제3세계에서도 핵심입니다. sms보다는 voip가 문맹률을 감안할 때 훨씬 좋은 서비스인 데..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역시 사업자들의 이해관계가 엉켜서 관련 네트워크를 구성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버드대 버크만센터의 Ethan Zuckerman이 여기에 평한 게 있는 데.. 나중에 관련 자료들을 한 번에 다 보고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네트워크를 둘러싼 제도, 환경 설정의 문제는 어디서나 핵심이죠.

클레이톤 크리스튼슨의 disruptive innovation도 좋은 참고 자료입니다. Eric Von Hippel의 Democratizing Innovation이나 Everett Rogers의 The Diffusion of Innovation도 제3세계의 user-centered design이나 기술 확산에 관련해서 좋은 참고 자료들인 데.. 역시 나중에 소개할 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댓글 통해서 많이 배웠습니다. 모두 편안한 밤 되시길!

[...] 있다는 것이다. 넷북을 통해 IT 생태계의 체제 변화를 시도하려 했던 MS는 발목을 잡혔고, 이는 PC 시대 붕괴의 전초전이었다. 그리고 PC라는 ‘베를린 장벽’, [...]

[...] 당시 MIT 미디어랩 소장이었던 니콜라스 네그로폰테는 자신의 역저 <디지털이다>(Being Digital)를 전자책이 아닌 종이책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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