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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3C 첫 한국인 HTML 에디터, 문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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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은 ‘하이퍼링크’로 연결된 세계다. 하이퍼링크의 종착지는 웹페이지다. 웹페이지는 구조화돼 있다. 제목, 본문, 링크, 단락, 목록 등은 일정한 규칙에 따라 구성된다. 그 기본 규칙이 ‘HTML’이다.

웹과 웹을 긴밀하게 연결하려면 이 규칙을 잘 만들고, 충실히 따라야 한다. 규칙은 누가 만드는가. 대표 단체가 ‘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W3C)이다. 전세계 웹을 연결하는 언어인 HTML의 표준을 만들고 보급하는 단체다. 이들이 만든 표준은 사실상 국제표준이다.

그런만큼 W3C에는 전세계 내로라하는 웹 전문가가 참여한다.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같은 거대 기업 소속 개발자부터 정부와 민간 전문가까지 두루 활동한다. 여기서 오가는 표준화 논의를 조율하고 문서화하는 일은 ‘에디터’가 맡는다. 책임과 역할이 막중한 자리다. 그렇기에 에디터가 되기란 쉽지 않다. 미국과 유럽지역 전문가가 주도하는 이 틈새를 뚫고 동양인으론 처음이자 유일하게 에디터로 활동하는 이가 있다. 문상환(36) 씨다.

W3C 웹플랫폼 워킹그룹 HTML 에디터 문상환 씨.

팀 버너스 리 주도, HTML 표준 문서 작업 진행

문상환 씨가 W3C에서 맡은 역할은 ‘웹플랫폼 워킹그룹 HTML 에디터’다. 전세계 HTML 표준을 명시하는 작업을 책임진 편집자다. HTML 에디터는 W3C 워킹그룹 의장이 선임한다. 현재 W3C에서 활동하는 HTML 에디터는 모두 5명이다. 문상환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HTML 에디터로 활동 중이다. 그는 W3C 테크니컬 아키텍처 그룹(TAG)에도 몸담고 있다. 직접 표준 문서를 만드는 게 아니라 표준 문서 감수를 맡은, 일종의 기술 자문그룹이다. TAG는 ‘웹의 창시자’ 팀 버너스 리 의장이 운영하며, 2년마다 선거로 구성원이 선정된다. 현재 10명이 참여하고 있다.

“HTML 워킹그룹은 구글이나 애플 같은 외국 거대기업 개발자들이 주도합니다. 아시아는 W3C에서 입김이 약한 편이죠. 에디터가 되려면 열정을 갖고 열심히 기여하고 행사에도 부지런히 참석해야 합니다. 표준 전반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야 하고요. 활동을 게을리하거나 내부에서 분란을 일으키면 내부 규율에 따라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기도 합니다. 책임감과 실력, 노력과 열정을 두루 갖춰야 하는 자리죠.”

문상환 씨는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했다. 프로그래밍 지식은 독학으로 익혔다. “대입 수학능력시험 끝나고 책 보며 혼자 시작했어요. 동아리 선배가 프로젝트를 따오면 방학때 선배가 가르쳐준 대로 따라하며 열심히 배웠죠.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했어요. 전공에 맞춰 금융권이나 무역회사 가는 게 영 체질에 안 맞더라고요. 그래서 개발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회사에 원서를 넣기 시작했죠.”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오페라소프트웨어에 입사했다. 웹브라우저 ‘오페라’를 만드는 노르웨이 소프트웨어 업체다. 그곳에서 8년을 꼬박 일했다. 주로 웹표준과 웹·모바일 브라우저 개발에 주력했다. 삼성전자 1세대 ‘옴니아’ 폰에 내장된 웹브라우저가 그의 작품이다.

삼성전자가 2008년 6월 내놓은 윈도우폰 ‘옴니아1’. 문상환 씨는 옴니아1 내장 웹브라우저 개발을 담당했다.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낸 경험도 W3C 활동에 보탬이 됐다. 어린 시절, 의공학을 전공한 연구원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초등학교 3학년까지 보냈다. “그 덕분에 평균 한국인보다 조금 더 영어를 자연스레 구사하는 편입니다. 외국계 기업인 오페라소프트웨어에서 근무한 것도 도움이 됐죠.”

자기 의견을 좀 더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외국 문화를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레 체득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국내에선 이름난 개발자라 하더라도 소극적으로 관전하는 분이 많습니다. 실력 있는 개발자분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커뮤니티에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HTML 에디터는 이를테면 중재자다. 재미와 고충이 공존하는 자리다. “표준을 명시하는 자리다보니 무게감이 있습니다. 기업에서 제품을 찍어내듯 빠르게 의사결정하는 일은 드물죠. 한 번 고민할 것도 두세번 고민합니다. 그런 건 재미있어요. 내로라하는 개발자가 참여하다보니 밑도 끝도 없는 토론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제가 표준안을 제안하고 이견이 없길래 이를 문서에 넣었는데, 몇 달 지나 다시 이슈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땐 사람이 지치기도 하지요.”

인공지능 기반 시각장애인 돕는 기술 만들고파

문상환 씨는 현재 오드컨셉에서 기술이사를 맡고 있다. 오페라소프트웨어를 그만둔 뒤 대학 동창의 권유로 지난해 합류했다. 오드컨셉은 딥러닝 기반 상품검색·추천 기술을 제공하는 벤처기업이다. 2012년부터 딥러닝과 인공지능 관련 기술 개발에만 집중해 왔다. 지난해 딥러닝 기반 시각이미지 검색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주요 e쇼핑몰에 공급했다. 문상환 씨는 이곳에서 일하며 근무 외 시간을 활용해 일주일에 평균 이틀 정도 W3C 활동에 투자한다. 틈틈이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지금은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인공지능 관련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아버지도 그랬다. 한평생을 의공학과 재활의학 연구에 투자했다. 지금도 정부출연연구소에서 일하며 인공팔과 손가락 등을 연구하는 현업 학자다. 명예는 얻었지만, 마냥 풍족하진 않았다. 어릴 적에도, 지금도 그렇다. 아버지가 걸어온 길을 문상환 씨도 자연스레 따라가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인공신경망 기반 ‘인공눈’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눈 앞의 물건을 알려주는 건 1단계죠. 추상적인 콘셉트를 사람의 블랙박스 안에서 이해하고 인지시키는 게 제 목표입니다. 돈은 안 되겠죠. 인류를 위해 공헌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사업 면에서도 꿈을 키우고 있다. “개인자산관리를 컴퓨터로 분석해 누가 어떤 식으로 돈을 벌 것이란 자료를 바탕으로 가이드를 주는 엔진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산관리사’쯤 되겠네요. 그 사람이 무슨 계획을 갖고 있는지, 돈을 불리는 게 우선인지 노후 대비가 목적인지 등의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다음 행동을 추천해주고 리스크를 분석해주는 겁니다.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자산관리사를 일반인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열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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