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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크 뉴스 문제는 저널리즘의 실패”

'가짜 뉴스'와 '팩트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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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원

지금 뉴스미디어 관련해서 가장 주목받는 단어는 단연 ‘가짜뉴스’와 ‘팩트체크’다. 미국 대선 이후 이슈가 됐고, 심심찮게 사람들의 입에서도 오르내린다. 많은 사람이 ‘가짜뉴스가 문제다’라고 하지만, 정작 ‘가짜뉴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문제가 뭔지도 정확히 모르는 데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서울대학교 미래뉴스센터에서는 4월20일 ‘페이크 뉴스와 팩트체크, 그리고 테크놀로지’라는 주제로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원의 발제로 ‘페이크 뉴스’ 개념 정의의 문제와 현재 시도되고 있는 팩트체크의 방식에 대해 살폈다. 오세욱 선임연구원은 “최근의 페이크 뉴스 소란과 언론이 항상 해 온 ‘사실 확인’의 재부상은 그동안 진행돼 온 저널리즘의 실패를 보여주는 현상”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뉴스룸의 투명성과 뉴스 유통 플랫폼이 활용하는 기술의 투명성이 요구된다”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외무부 홈페이지. <BBC>등의 기성 언론도 ‘페이크 뉴스’로 낙인찍힌다.

‘가짜 뉴스’말고 ‘페이크 뉴스’

‘페이크 뉴스’는 흔히 ‘가짜 뉴스’로 번역되지만, 이런 번역에는 문제가 있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페이크(Fake)는 사기, 기만, 허위 등의 뜻을 가진다. 이 단어가 ‘가짜 뉴스’로 번역되면 자연스럽게 수용자 입장에서는 ‘진짜 뉴스’를 떠올리게 된다. ‘진짜 뉴스’의 형식적인 요건을 상정하고, 요건을 갖추지 못한 무언가는 ‘가짜 뉴스’가 된다. 진위판별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때문에 ‘가짜 뉴스’는 ‘내 마음에 안 드는 무언가’가 된다. 오세욱 선임연구원은 “(페이크 뉴스를)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며 “보는 사람마다 정의가 달라진다”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러시아 외무부의 홈페이지다. 러시아 외무부는 러시아를 부정적으로 보도한 서방 언론 대부분을 페이크 뉴스라고 도장까지 찍었다.

2016년 미국 대선 기간 중 주류 언론 뉴스와 가짜뉴스의 페이스북 ‘인게이지먼트’(반응) 추이

페이크 뉴스가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버즈피드>의 보도 이후다. <버즈피드>는 2016년 11월 미국 대선 전 3개월간 가장 인기 있었던 페이크 뉴스 20개의 페이스북 내 공유, 반응, 댓글 수를 분석한 결과 페이크 뉴스가 이끌어낸 수치(870만건)가 <뉴욕타임스> 등 주요 매체의 기사보다 더 많은 반응(730만건)을 이끌어냈다고 보도했다. 오세욱 선임연구원은 페이크 뉴스 문제의 대두에는 기성 미디어의 실패가 있다고 분석했다. 오세욱 선임연구원은 “페이크 뉴스의 기원을 따지면 기원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라며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하지 못한 미디어가 탓할 대상을 찾다가 페이크 뉴스를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크 뉴스의 정의는 여전히 논란이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상을 정의하는 게 필요하다. 오세욱 선임연구원은 다음과 같이 페이크 뉴스를 정의했다. 지금의 디지털 환경에서 유통되는 미디어 콘텐츠로서의 속성에 주목했다.

“콘텐츠 생산이 급격히 증가한 환경에서, 원본과 작성 주체의 불명확성이라는 특성을 감안해 이용자가 믿을 수 있는 뉴스 형식을 갖춰 신뢰를 얻은 후, 정파적 혹은 경제적 목적으로 내용을 의도적으로 교묘히 조작하여, 한눈에 전체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소셜 미디어, 모바일 메신저 등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 확산을 의도한 뉴스.”

‘한국신문’ 웹사이트

한국엔 페이크 뉴스 사이트가 없다

우리나라도 페이크 뉴스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문제를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영미권에서 페이크 뉴스를 만들어내는 페이크 뉴스 사이트(Fake news site)를 중심으로 분석이 가능했다. 하이퍼링크를 기반으로 어떻게 연결됐는지 파악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미국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지지자는 기성 미디어와 연결돼 있고,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는 페이크 뉴스 사이트와 연결돼 있으며 기성 미디어와는 연결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대상 자체를 규정하는 것부터 어려움이 있다. 오세욱 박사는 “연구를 위해 현황을 분석하고 싶었는데 페이크 뉴스 사이트를 찾을 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예컨대 수용자가 보기에 ‘이거 페이크 뉴스 사이트’ 아닌가 싶은 사이트라도 막상 열어보면 정기간행물로 정식 등록된 사이트인 경우가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찾을 수 있는 사이트는 일본에서 혐한세력이 만들어 운영하는 ‘한국신문’이 전부다. 이 또한 ‘페이크 뉴스’를 정의하는 문제에서 기인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관련 비방·흑색선전(가짜뉴스 등) 신고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는데, 신고 글을 살펴보면 기성 매체 글부터 커뮤니티 게시판까지 다양하게 올라와 있다. 오세욱 선임연구원은 “서로 다른 해석을 가지고 페이크 뉴스라고 한다”라며 “연구자 입장에서는 현황을 보여줄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사용자가 ‘가짜 뉴스’를 접하는 주요 통로는 카카오톡, 라인 등 모바일 메신저(39.7%)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 플랫폼은 27.7%를 나타냈고, 인터넷 카페, 커뮤니티, 블로그가 24.3%로 뒤를 이었다. 가짜 뉴스 사이트에서 가짜 뉴스를 접했다는 사람은 불과 3.7% 수준이었다. 오세욱 선임연구원은 “이것도 실제는 아닐 것”이라며, “내가 연구하면서 찾은 사이트가 하나 정도 뿐”이라고 말했다. 응답자들이 정파적인 판단으로 <조선일보>나 <한겨레>를 가짜 뉴스 사이트라고 말했을 거라는 의미다.

자동화된 팩트체크의 부상

대책은 대체로 펙트체킹 시스템의 구축, 뉴스 생산 및 유통의 투명성 강화, 저널리즘 품질 고양, 미디어 리터러시 향상 등이 꼽힌다. 대체로 하나 마나한 뻔한 소리인 가운데 특히 요즘에 주목받고 있는 대안이 ‘팩트체크’다.

디지털화에 따라 수많은 뉴스와 정보, 발언 등이 기록되면서 이러한 사실을 사람이 하나하나 확인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오세욱 선임연구원은 정보량 증가에 따라 사실을 자동으로 확인하는 기술이 등장한 배경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요약하자면 사실 확인의 대상이 방대해지고 뉴스 유통 플랫폼의 책임이 증가하는 가운데 인간의 편견을 배제하면서 사실 확인을 수행하기 위함이다.

첫째, 사실 확인을 해야할 텍스트 자체의 급격한 증가

  • 유명인, 정치인 등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할 주요 인사들의 발언 창구가 2010년대 이후 신문, 방송 등 기존 언론을 넘어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와 팟캐스트 등으로까지 확대됨
  • 또한, 이들의 발언 내용을 임의로 편집한 이용자 생성 콘텐츠들까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음

둘째, 확인하려는 사실을 선정함에 있어서 개입되는 편견의 배제

  • 그 많은 정보 중 왜 꼭 특정 사실에 대해서만 확인하려고 했는지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함
  • 왜 이 발언을 확인하는지 왜 이 사실을 확인하는지에 대한 합리적, 객관적 설명이 없다면 ‘사실 확인’은 그 근거를 잃음

셋째, 뉴스 기사 유통의 플랫폼화

  • 플랫폼들은 뉴스를 직접 생산하기보다 유통에만 주력하기 때문에 사실 확인 등을 수행할 전문 인력을 보유하지 않고 있음
  • 기술기업으로서 플랫폼들은 ‘사실 확인’에 있어서도 사람보다는 기술의 힘을 선호하고 있음
  • 페이크 뉴스 등과 관련해서 사실 확인을 위한 플랫폼의 책임을 강조할수록 사실을 자동으로 확인하려는 플랫폼의 욕구도 높아질 것임

국내 기사에도 적용된 ‘팩트 체크’ 라벨

사실 자동 확인 기술의 유형은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다만 이하의 방식은 아직 실제 적용보다는 연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식 기반 방식 : 가능한 많은 정보 및 문서들을 확보한 후 새로 등장한 사실과 비교해 사실 여부를 확인한다. 기존의 데이터와 비교해서 판단하는 방식이다.

맥락적 방식 : 위키피디아, SNS 등 소셜 네트워크상에서 정보가 확산하는 과정을 분석해 관련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한다. 실제로 사실임을 입증할 수 있는 문서까지 몇 단계를 걸쳐서 가는지 파악하는 방법이다.

형식 기반 방식 :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는 특정한 형식을 준수하고 있는지 등을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한다. 구글이 클레임리뷰 마크업을 따르는 뉴스콘텐츠를 ‘팩트 체크 문서’로 분류하는 방식이 여기에 해당한다.

기계 학습 방식 :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수학적 모델로 구현한 후 기계가 그것을 학습하게 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게 한다. 사실 확인보다는 사실 확인이 필요한 내용을 빠르게 찾는 데 유용하다.

얼핏 이런 방식은 기계가 직접 수행하기에 공정해 보인다. 하지만 알고리즘을 결정하는 건 사람이다. 기계가 처리했다고 마냥 공정한 것도, 엄청 정확한 것도 아니다. 오세욱 선임연구원은 “’기계가 하니까 정확하다?’는 검증할 수 없다”라며 “언론이 권력화되는 기술에 대해서도 감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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