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초보들이 만든 투표 가이드 서비스, ‘대통령쇼’

"코딩, 소통하기 위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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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Flickr francois schnell CC BY

한국에서 언어학습은 중요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영어는 기본이고 중국어는 중요 옵션이다. 외국어 학습에 대한 수요는 쉬이 줄어들지 않는다. 최근의 특징이라면 이 언어에 프로그래밍 언어가 추가됐다는 건데, ‘4차 산업혁명’ 같은 말이 부상하면서 주기적으로 강조되던 ‘융합형 인재’의 중요도가 다시 올라갔기 때문이다.

덕분에 코딩을 공부하는 기회에 대한 수요도 무척 높다. 컴퓨터공학을 이중전공하는 문과생도 심심찮게 보인다. 단기 프로젝트 형식으로 진행하는 ‘멋쟁이 사자처럼’같은 프로그램도 인기가 많다. 유행이다. 대체로 유행을 보는 시선이 그렇지만, 아니꼽게 보는 시선도 상당하다. 아무리 타 공학 분야에 비해서 진입장벽이 낮다지만, 그래도 전문성이 중요한 분야인데 어설프게 살짝 배우면 오히려 배우지 않은 것만 못해서다. 실제로 코딩을 배우는 비전공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코딩 알려주는 대학생 연합 IoT 동아리 ‘오픈소스’ 1기 졸업생 ‘시미끝창’ 팀을 만나 코딩을 배우기로 한 이유부터 실제 결과물을 낸 후의 느낀 점까지 들어봤다.

이윤우, 표다훈, 고아라, 심준식, 신현경, 이신일(사진 오른쪽 끝에서 반시계방향)

시미끝창 팀

– 고아라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 신현경 덕성여대 정보통계학과
– 심준식 한성대 멀티미디어공학과
– 이신일 동국대 산업시스템공학과
– 이윤우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 표다훈 동국대 산업시스템공학과

# 왜 코딩을 배우고 싶었나?

배움은 대체로 좋다. 유행이라고 해서 꼭 나쁘다고만 볼 수도 없다. 소위 기업에서 요구하는 ‘융합형 인재’는 혼자 생각하고 만드는 것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을 지칭하기보다는 소통에 방점을 찍는다. 하나의 제품이 잘 팔리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이 긴밀하게 협업하는 게 중요하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직군에서 원활하게 소통이 돼야 좋은 제품을 잘 만들고 잘 팔 수 있다. 학생들은 코딩을 배우는 이유로 소통을 꼽았다.

이신일 : 창업을 생각하고 있다. 사업가가 되고 싶은 거라 개발자 수준으로 많이 배울 필요는 없지만, 내가 구상하는 아이디어가 있을 때 기본적인 틀을 만들어서 개발자에게 넘겨주는 수준은 되고 싶다. 사업가로서 그 수준은 갖추면 좋지 않을까 싶다. 트렌드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이제 코딩은 기본적인 소양이 되는 것 같다. 실무를 하려면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한다. ‘이런 전공을 하니까 안 배워도 돼’라는 생각은 옛말이 아닐까 싶다.

표다훈 : 원래 컴퓨터는 별로 관심이 없다. 하드웨어를 만드는 데만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 시대는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가 필수적으로 붙는다. 소프트웨어를 알지 못하면 하드웨어도 잘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마침 동아리 공고를 보게 돼 지원했다.

고아라 : 실질적으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예전에 C언어를 배울 기회가 있긴 했었는데, 전공생이 아니다 보니 힘들었다. 동아리에서는 잘 아는 사람들이 가르쳐 주는 것도 좋고,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이 모여 있어서 서로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이윤우 : 동아리 하기 전에 사회적 기업을 준비한 적이 있었다. 기획을 맡았는데, 프로그래밍에 대한 지식이 없다 보니 구체적인 가이드를 줄 수가 없었다. 대화 자체가 안 됐다. 어느 정도 돌아가는 흐름과 원리를 알아야 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느꼈다. 창업에 관심이 있는데, 흐름을 보니까 프로그래밍을 모르면 산업 자체에 끼어들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은 파이썬 기초를 배웠다.

# 너무 유행처럼 소비된다는 지적도 있는데?

심준식 : 코딩을 접하는 기회가 쉽지는 않다. 조금이라도 경험을 해 보면 잘 맞는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 것고, 그렇다면 진로로 잡아서 나가볼 수도 있을 거다. 코딩을 접할 있는 기회 자체는 좋은 것 같다. 무작정 코딩을 의무교육화하자는 건 아닌데, 기초를 접해보는 건 좋은 듯싶다.

이윤우 : 영어랑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일자리에서 영어 능력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워낙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어 영어를 안 하면 뒤처진다는 심리 때문에 과열된 양상이 있다. 사회에서 코딩을 보는 것도 비슷한 느낌이 있다. 이런 접근은 위험해 보인다.

# 배워보니 어떤가? 다른 걸 배우거나 전공 공부를 열심하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신현경 : 프로그래밍이 코드 짰다고 다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느꼈다. 실제 활용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표다훈 : 코딩 동아리를 할지 말지 결정할 때 선택의 갈림길에 있었다. 당시에는 기계설계기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름대로 살면서 중요한 선택이었다. 배워보니 시간이 아까웠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프로젝트 결과도 나와서 뿌듯했고, 배우는 것도 많았다.

이신일 : 스타트업이나 기업의 제품이 나올 때는 ‘이러이러한 게 있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몰랐을 때는 모르고 지나쳤을 것들에 관해서 관심 갖게 됐다. 서비스 기획 등을 할 때 도움이 될 것 같다. 예전에는 잘 모르고 ‘이렇게 하면 되지 않아?’라고 말했다. 개발자에게 잘못한 일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고아라 : 개인적으로 다른 걸 준비하던 게 있었다. 하지만 지금 배우지 않으면 못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유용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었고, 기획이나 사용자 경험 등에도 관심이 있었다. 관심 있는 사람이 모이다 보니 얻는 점이 많았다. (코딩 공부하느라 못한) 학과 공부 등은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쇼 사이트 갈무리

결과보다 과정에서 배우다

시미끝창팀은 ‘대통령쇼’라는 사이트를 제작했다. ‘인물, 정당, 지역 등에 대한 정보를 배제한 채 오로지 정책만을 바탕으로 자신의 성향과 가까운 후보를 탐색해보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간편하게 대선 후보의 정책을 훑어보고 자신에게 맞는 후보를 알아볼 수 있도록 돕는다. 4월22일 기준으로 대략 13만명이 방문해서 서비스를 체험했고,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늘고 있다. 이제 막 코딩을 배운 사람들이 함께 만든 사이트임에도 꽤 많은 사람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물론 소소하다면 소소한 결과지만, 코딩을 배운 덕에 머릿속에만 있던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 사람들에게 영향을 줬다.

표다훈 : 배웠는데 결과물을 내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윤우와 처음에 광화문에서 만나서 6시간 동안 아이디어를 짜고 1시간 동안 코딩 잘하는 선배한테 물어봐서 책도 추천받았다. 같이 공부한 오픈소스 1기에서 함께 협업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은 멤버도 찾았다.

이윤우 : 지난해 말에 광화문에 나가면서 ‘한 사람’ 때문에 사람들이 추운 날씨에 고생하는 걸 보고 분노하게 됐다. 몇 번 나오면서 ‘왜 우리가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대선에서는 조금 다른 선거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유권자가 주체적으로 더 알아보고 공부하고 선택해야 옳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코딩을 조금 배우고 보니까 뭔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했던 걸 구현하고 싶었다.

표다훈 :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깃허브도 찾아봤다. 참고할 만한 코드를 막 찾았다. 처음에는 이미지 하나만 바꾼 건데도 ‘우리가 해냈다’라고 너무 좋아했다. 단체 카톡방에도 자랑했다. 이게 쌓이니까 커졌다.

신현경 : 원래 정치에 관심이 많이 없다. 다른 구성원이 원하는 걸 만들어줘야겠다 생각하고 들어왔다. 디자인을 개선하고, 기능을 추가하는 일을 맡았다. 큰 프로젝트는 처음이었다. 팀원과 상의를 많이 하면서 결정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대화가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결과보다 과정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이윤우 : 사람들이 일상을 올리는 블로그에 우리 프로젝트를 포스팅한 걸 봤다. ‘사람들의 일상에 다가갔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그림이 나왔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준식 : 웹 개발과 정치 둘 다 관심 없었는데 웹으로 정치 사이트를 만든다고 하니 개인적으로 시간낭비가 아닐까 싶어서 고민이 많았다. 그래도 프로젝트 한 번 해보려고 휴학까지 했으니까 해보자 생각했다. 전에는 웹 개발이 자잘하고 외울 게 많은 것 같아서 싫었는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보니 웬만한 건 다 만들 수 있을 듯하다. 좋은 경험이었다.

고아라 :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서 충무로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만든 서비스다. 아쉬움도 많지만 내가 참여한 이 서비스를 잘 키워보고 싶다. 좋은 경험이었다.

이윤우 : 시미끝창이 우리 팀 이름이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의미다. 프로그래밍을 1도 모르던 사람들이 겨우내 고생해서 배우고, 프로젝트 진행하고, 매일 회의해서 만든 결과를 대중에게 공개해서 소기의 성과를 거웠다. 팀 이름처럼 ‘시미끝창’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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