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타트업.kr] ②디에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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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서 중요한 요소는 여럿 있습니다. 아이디어, 인맥, 실행력… 따지고 보면 안 중요한 게 없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건 ‘버티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잠깐 반짝이고 사그라지는 게 아니라 활활 타오를 기회를 기다릴 힘이 중요합니다. 잘 버티면서 지속적인 성과를 내는 미디어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디에디트

  • 2015년 6월29일 시작
  • 하경화·이혜민 공동대표 겸 에디터
  • 주요 콘텐츠 : 리뷰
  • 유통 플랫폼 : 네이버포스트, 페이스북, 유튜브, 브런치, 인스타그램

‘에디터 M’ 이혜민, ‘에디터 H’ 하경화

‘내 것’을 만들어보자

에디터 H 하경화 님(이하 H), 에디터 M 이혜민 님(이하 M)은 IT 매체인 <기어박스>출신이다. 우연한 기회에 같이 퇴사하게 되면서 <디에디트>를 구상하게 됐다. 전 회사에서도 쓰고 싶은 걸 쓸 수 있었지만, 매체 이름으로 나가는 기사는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었다. 시작은 소소했다. 내 것, 내 사이트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소셜미디어와 매체 그 중간 정도의 성격을 띄우는 건 어떨까 생각했어요. 슬로건도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당신의 취향, 여자의 리뷰’인데, 여기서 여자는 여성 독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뜻이 아니에요. 우리가 여자라는 걸 말하는 거죠.” – M

나를 드러내는 매체

“저희를 되게 많이 드러내요. 우리의 주관적인 느낌과 생각을 드러내고 객관성을 잃는 게 나쁜 게 아니고, ‘사람들이 받아들여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개인의 느낌을 전달해보자고 시작해서 <디에디트>를 만들어봤죠.” – M

“세상엔 이미 콘텐츠도 많고, 기사도 많고, 리뷰도 많으니까 우리는 거기에 캐릭터를 담은 글을 만들어보자고 작정을 했습니다.” – H

<디에디트>는 두 명의 에디터가 가진 캐릭터가 전면에 선다. ‘나’가 앞에 선다. ‘나의 취향’을 이야기한다. 에디터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선글라스에 빨간 립스틱’도 이런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 M은 “개인 영향력이 클수록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점이 많다”라고 말했다.

“어떤 연예인이 셀카를 찍어서 올렸는데 휴대폰 케이스가 보여요. 그럼 그게 뭔지 알고 싶고,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에디터 캐릭터 구축은) 그런 효과도 노리는 거거든요. 우리를 드러내서, 우리가 쓰는 물건들을 부각하는. 광고 전광판 같은 역할. 독자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런 걸 하고 싶습니다.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을까요? 긍정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 M

내 글을 읽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사이트를 만드는 데 한 달 정도 걸렸다. 퇴사 이후 매일같이 만나 기획회의도 했다. 컨셉을 잡는 데 고민이 많았다. 둘 다 매체 출신이고 글을 써 왔는데, ‘요즘 사람들은 글을 읽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었다. 모바일 시대에 들면서 업계 사람들은 ‘3분 안에 끝내야 한다’, ‘텍스트가 길면 안 된다’는 말을 많이 했다. 대체로 글이 가지는 콘텐츠로서의 매력에 부정적인 인식을 보이는 사람이 많았다. <디에디트> 초반에는 이런 우려를 고려해 글을 짧게 쓰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원래 본인들의 스타일대로 길어졌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글의 길이와 무관하게 글을 읽었다.

사진=<디에디트>

지금은 유행이 살포시 지나갔지만, 몇 년 전까지는 루이비통 스피디를 ‘3초백’이라고 불렀다. 강남 시내에 서 있으면 3초에 한 번씩 마주칠 정도로 흔한 가방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유행에 편승하길 좋아하는 나라도 사기 민망할 만큼 흔했지.

정신을 차리니 한국에 ‘3초 헤드셋’이 나타났다. 지하철을 타면 3초에 한 번씩 넥밴드 헤드셋을 만날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LG 톤플러스다. ‘사랑해요, LG’를 하드 캐리하는 톤 플러스!

그런데 나는 넥밴드가 싫다. 본래 호불호가 갈리는 아이템이다. 혹자는 “넘나 편한 것!”이라며 인생템이라 말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아재 자제요”를 외친다. 잘생긴 오빠도 넥밴드 헤드셋을 착용하면 맥없이 아저씨가 된다. 친한 사람과 오랜만에 만났는데 넥밴드를 착용하고 있으면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 ‘내가 하니까 어때? 넥밴드 첫 경험’, <디에디트>

사진=<디에디트>

부딪치면서 배웠다

“대행사와 브랜드 쪽에서 매체 소개서를 요구했어요. 만들어서 보냈는데 ‘기자님 이거 매체 소개서가 아니고 자기소개서예요’ 하는 거예요. ‘사람들은 더 이상 매체를 소비하지 않는다!’ 이런 내용 쓰고 에디터 H, 에디터 M 소개하는 내용을 담았으니 자기소개서라고 하신 거죠. 그분들은 어떤 채널을 가지고, 노출은 얼마나 되고, 단가는 얼마인지 이런 걸 요청했는데 우리가 너무 순진하게 자기소개서를 보냈어요. 그때 ‘다시 한 번 우리 수익모델과 미래를 생각하면서 제대로 생각해보자’ 했죠.” – M

처음엔 수익이 없었다. 외주나 기고 등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버텼다. 계속 콘텐츠를 만들어왔고, 그 외에는 잘 아는 분야도 없었다. H는 “저희가 글 쓰는 것밖에 할 줄 몰라서 부딪치면서 배웠다”라고 말했다. 나사처럼 필요한 역할만 수행하던 조직생활과 스타트업은 한참 달랐다.

“스타트업 자체가 그래요 시간도 인력도 돈이니까 자본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나를) 때려박을 수밖에 없어요. 저희는 아직 젊고, 어리고, 열정 넘치고, 즐거운 일이니까 1년정도는 버틸 수 있는데, 체력적, 정신적으로 소모가 크잖아요. 사람도 뽑고 돈도 벌어서 방어하면서 오래갈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 H

일과 생활의 분리가 없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계속 일했고, 일 생각을 하면서 잠들었다. 나와 회사가 분리되지 않는 기간이었다. 직장에 있을 때는 업무시간에 기사만 쓰면 됐지만, 스타트업은 혼자서 모든 걸 다 해야 한다. 같은 집에 살아도 엄마 아빠 얼굴도 못 보면서 사는 날이 이어졌다. 할 게 너무 많아서 쫓기듯이 일했다.

“<디에디트>는 내가 아닌 거죠. <디에디트>의 돈도 내 돈이 아니고.” – H

처음에는 개인사업자로 시작했다. 미디어 스타트업 전문 액셀러레이터인 메디아티에서 시드 투자를 받으면서 ‘디에디트’라는 법인으로 전환했다.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사업체와 ‘나’가 별개의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벌었으면 세금을 내야 하고, 일하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본인의 회사지만 월급도 가져가야 했다. 사람을 쓰면 4대보험도 들어야 한다.

사진=<디에디트>

지금은 일주일에 하루는 쉰다. 매일 일만 했을 때 망가진 생활 사이클을 비교적 건강하게 유지하고, 개인 생활도 갖기 위해서다. 지금은 사람들이 출근하는 날 기준으로 콘텐츠 하나 이상 페이스북을 통해서 유통하는 걸 목표로 일한다. 영상은 일주일에 하나 정도 뽑아내고 있고, 하나 정도 더 늘리는 게 목표다. 에디터도 충원하고자 한다.

<디에디트> 사이트는 이렇게 생겼다.

브랜디드 콘텐츠, 사이트의 예쁨은 유지하면서

“저희 사이트가 이렇게 생겼잖아요. 대한민국에 이렇게 예쁜 사이트가 없어요. 이걸 유지하는 게 바로 우리 사이트의 톤앤매너를 유지하는 거예요. 제품이 구리면 여기 들어왔을 때 우리 사이트를 해쳐요.” – H

수익모델로서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전체 사이트의 분위기를 해치는 것은 곤란하다. 일종의 줄타기다.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초창기에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디에디트>는 사이트의 ‘예쁨’을 유지한다는 기준으로 콘텐츠를 만들었다. 에디터 H와 에디터 M이 사용할 것 같지 않은 물건은 <디에디트>에 들어올 수 없다.

“사이트의 얼굴이나 외형을 유지하는 게 겉멋 들었다 할 수 있는데, 저는 이런 디테일이 <디에디트>의 브랜딩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안 살 것 같은 거 올리면 ‘돈 받았구나’ 생각하게 되고, 독자 한 명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브랜드의) 추락이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 M

사진=<디에디트>

트렌드가 아무리 빨리 바뀌더라도

“한 달 단위로 저희가 보는 세상이 바뀌고 있어요. 지금이 딱 12개월째인데 처음과 다르고, 3개월 전과도 다릅니다.” – H

미디어 시장은 급격하게 변한다. 페이스북 등 거대 플랫폼이 장악한 시장의 구도 자체가 크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플랫폼 업체의 정책에 따라서 뜨고 지는 콘텐츠 포맷이 달라진다. 동영상이나 라이브가 콘텐츠의 주류로 떠오른 것은 순전히 플랫폼 업체가 그런 유형이 수익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밀어줬기 때문이다. 콘텐츠 유통 환경은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빠르게 변한다.

이런 상황에서 홈페이지 없이 소셜 플랫폼을 통해서만 콘텐츠를 유통하는 브랜드도 상당히 많아졌다. 어차피 독자와의 접점이 소셜에 있는데 굳이 홈페이지로 독자를 끌어올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디에디트>는 생각이 다르다. 항상 <디에디트>의 웹사이트를 중심에 두고 생각한다. 비록 얼마 전에 초과 트래픽 비용으로 무려 117만원을 내는 등 유지비용이 적진 않지만, 그래도 웹사이트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는 무조건 웹사이트 중심’이라고 처음부터 고집부렸어요. 모든 유통은 웹사이트로 사람을 끌어모으기 위함입니다. 어떤 플랫폼에도 함몰되면 안 돼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거 거든요. 지금 가장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포털 사이트 같은 곳도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몰라요. 그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는 건 내 것인 내 사이트인 거죠. 저희가 되게 많은 채널로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지만, 절대적인 중심은 웹사이트에요. <디에디트>시작할 때는 웹사이트 하지 말라는 분이 많았어요. 블로그나 브런치 같은 거 공짜로 하면 되는데 왜 그렇게 생고집을 부리냐는 거죠. 하지만 그건 제 것이 아니고, 저만의 색깔을 100% 표현할 수 없잖아요.” – H

미디어 스타트업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

“너무 정론적인 이야기지만 중심을 잃지 않는 것. 디지털 기반의 스타트업, 플랫폼, 트렌드 이런건 다 바뀝니다. 동영상이 뜨고, MCN이 뜨고 다 바뀌잖아요. 이런 트렌드를 배척하는 건 안 됩니다. 따라는 가야죠. 하지만 내 중심이 없으면 자본에 지게 돼 있습니다. 트렌드만 따라가다 보면 그게 나의 색깔을 흡수해버리거나, (자본이 충분한 곳에서) 훨씬 더 멋있는 거 만들어서 밟아버려요. 하지만 내가 있으면 안 죽습니다.” – H

“비슷해요. 해외에서 ‘뭐가 유행한다더라’ 이런 게 있는데 결국엔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알고, 나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게 뭔지 아는 게 중요합니다. 뭐든지 따라가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당장은 돈이 안 될 수 있어도 쿨함, 멋짐을 유지하는 게 진짜 중요합니다. 그거는 돈 주고 살 수 없어요. 단시간에 이뤄지지도 않고요. 멋짐을 유지하기 위해 맨땅에 헤딩하다 보면 멋져지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M

덧.

에디터 H는 마지막 질문에 “그리고 힘들다면 취직해라. 하루 빨리 취직해라. 스타트업은 더 힘들다. 많이 자고 싶으면 취직해라”라고 덧붙였다. M은 “저희가 원래 노예근성이 있다”라며 “그전 회사도 ‘이렇게까지 열심히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는데, 이게 내 것이 되면 열심이라는 기준이 달라진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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