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타트업.kr] ③야구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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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서 중요한 요소는 여럿 있습니다. 아이디어, 인맥, 실행력… 따지고 보면 안 중요한 게 없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건 ‘버티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잠깐 반짝이고 사그라지는 게 아니라 활활 타오를 기회를 기다릴 힘이 중요합니다. 잘 버티면서 지속적인 성과를 내는 미디어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야구친구

  • 2012년 4월 시작
  • 최중한 GM(Genaral Manager, 야구에서는 단장의 직급을 의미한다)
  • 주요 콘텐츠 : 야구 관련 데일리 콘텐츠(프리뷰, 리뷰, MVP), 웹툰 등
  • 유통 플랫폼 : 카카오톡, 야구친구 앱, 페이스북 등
  • 수익모델 : 브랜드 마케팅, IP 활용 커머스 등

최중한, 유효상

야구를 좋아하던 직장인이 모이다

최중한 대표는 네이버 출신이다. 야구친구에서 콘텐츠 분야를 총괄하는 유효상 CCO도 네이버 스포츠 섹션 담당 에디터였다. 둘은 야구동호회에서 만났다. 함께 야구를 좋아하는 스포츠 미디어업계 종사들과 자주 만나다 보니 자연스레 스포츠 미디어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했다.

막 아이폰이 세상에 등장하며 콘텐츠 캔버스의 변화가 시작되는 때였다. 모바일은 무엇인지, 어떤 변화가 올지, 그런 이야기를 지인들과 나누다가 실행에 옮긴 결과물이 지금의 야구친구다.

“야구 끝나면 술 마시고, 이야기 나누고 하다가 처음 (야구친구의) 컨셉트를 구상하고, ‘우리가 하면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 네이버도 이미 너무 큰 조직이다 보니 쉽게 변하기는 어려울 거라고도 생각했고요. 같이 창업에 나선 효상이도 원래 기자 출신이고, 스포츠 쪽에서 일해왔어요. 같이 술 마시고 이야기 나누는 지인 네트워크에 최훈 작가님도 계시고, 글 쓸 수 있는 분들 있으니까 ‘모바일에서 가장 쉽게 소비될 수 있는 야구 콘텐츠를 유통해보자’해서 시작하게 됐죠.” – 최중한

1년 정도는 병행했다. 새로운 문법에 맞는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고 만들어나갔다. 2013년 1월에 함께 퇴사하고 지하 셋방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콘텐츠를 함께 구성하는 필진들은 외부에 있었다. 최훈 작가, 최중한 대표, 유효상 CCO에 한 명을 채용해서 야구친구를 꾸려나갔다.

사진=야구친구

“세상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바쁘다”

원칙은 ‘한 화면’이었다. 그날의 매치, 선발투수, 중계하는 방송사 정보, 캐스터, 해설, 프리뷰, 날씨 등 그날의 야구경기를 보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정보를 한번에 보여주고자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런 정보를 기존 포털 서비스에서 확인하려면 사용자가 40번 정도 클릭을 해야 했다. 당연히 모바일에서는 더 걸렸다. 야구친구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뒀다.

“처음에는 10장만 내보냈어요. 사람들은 바쁘잖아요. ‘이거 화장실에 가서 잠깐 볼 수 있게끔 해주자’ 했죠. 야구라는 게 보면 매일 챙겨보지만, 개인 사정 따라서 안 보면 한 달도 안 보고 그렇거든요. 이런 독자와도 계속 선을 이어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했습니다.” – 유효상

이성훈 기자가 연재하는 ‘상식과 조금 다른 야구’

최훈 작가의 프로야구 카툰 2017(사진=야구친구)

나머지 콘텐츠는 지인들과 함께 채웠다. 야구 전문기자를 포함 다양한 필진이 포함된 네트워크다. ‘WHO’, ‘상식과 조금 다른 야구’, ‘토막기록’, 등 야구친구의 콘텐츠를 채워준다. 지인들을 모아두고 설명회도 열었다. 함께 스카우팅 리포트도 낼 만큼 야구 미디어 쪽에서는 소위 ‘한가닥’씩 하는 사람들이다.

“’공포의 외인구단’이라는 이현세 작가 만화가 있어요. 만화에 보면 거지같이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서부구단’이라는 명함을 주거든요. 이 구단이 원래 존재하지도 않은 구단이었는데, 나중에 오혜성이 크고 보니까 그 구단이 생긴 거죠. 저도 그때 모인 40여분에게 말도 안 되는 ‘서부구단’ 같은 명함을 드린 거죠. 모두 다 도와주신다고 해서 다행히 진행하게 됐습니다.” – 유효상

야구친구의 강력한 경쟁자

야구친구는 ‘독자의 10분’을 목표로 한다. 야구친구의 경쟁자는 동종업계의 미디어나 포털만이 아니다. ‘어벤저스’도 경쟁 대상이고, 아이유 신곡도 경쟁 대상이다. 야구친구는 독자의 시간을 차지할 수 있는 모든 것과 경쟁해야 한다 이 10분의 시간을 가져오는 것도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동시에 중요해지는 개념은 ‘공간’이다. 사람들은 특정한 무언가를 소비하기 위해 특정 공간에서 시간을 쓴다. 그래서 야구친구는 정확한 시간, 최소한의 시간을 뺏기 위해 노력한다. 야구친구가 간결한 콘텐츠, 한눈에 읽히는 콘텐츠를 지향하는 이유다.

‘세상 속에 야구가 있다’ (사진=야구친구)

플랫폼과 미디어의 경계는 흐릿하다. ‘페북에서 봤다’, ‘네이버에서 봤다’라고 하지, 특정 페이지나 브랜드를 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생존하려는 방법으로 ‘버티컬’이 강조되곤 한다. 야구친구도 ‘야구’를 주제로 한 버티컬 미디어다. 유효상 CCO는 “모순적이지만 버티컬이 잘 되려면 더 넓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모순적인 말이기는 한데, 버티컬이 잘 되려면 더 깊고 더 넓어져야 합니다. 저희는 ‘오늘 날씨가 되게 덥다’, ‘어디 지진 났다고 하더라’ 이런 생활 관련 이야기도 많이 합니다. 얼마 전에 대통령 탄핵이 있었잖아요. 세상 속에 야구가 묻어있는 거지, 난리가 났는데 ‘세상일은 전혀 모르겠다’는 식으로 야구 이야기만 하면 (그 콘텐츠를) 누가 인정하겠어요. 모순된 말이지만 더 깊어지고, 더 넓어져야 합니다. 야구팬만 보는 게 아니라 대중을 봐야 하는 것 같아요.” – 유효상

사진=야구친구

사진=야구친구

온갖 수익모델을 실험해보다

처음에는 카카오톡 플랫폼에서 시작해 페이스북, 자체 앱 등으로 콘텐츠를 유통을 넓혀왔다. 카카오톡 같은 플랫폼 업체는 ‘남의 땅’이다. 처음에 창업할 때는 남의 땅에서도 야구친구를 잘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카카오에서도 콘텐츠 공급자가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다양하게 시도했다. 하지만 순전히 콘텐츠만으로는 유의미한 수준의 수익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콘텐츠 사업이 자생하며 성장하기는 힘든 구조다. 광고도 들어오긴 했지만 수익적인 차원에서 운영에 충분하지 않았다. 야구친구는 생존을 위해 다양한 수익모델을 실험하고 시도했다. 야구친구를 마케팅 채널로 활용해 야구게임 런칭에 맞춰 마케팅 캠페인도 진행해봤고, 다른 플랫폼에 콘텐츠도 공급했다. 콘텐츠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하고자 게임 업계와도 접촉했다. B2C도 한다. IP를 활용해 피규어, 다이어리, 휴대폰 케이스 등 커머스 분야에서도 수익화를 시도하고 있다.

“제일 좋은 건 B2C 사업을 하는 거잖아요. 구독도 B2C죠. 저희 콘텐츠를 제일 좋아하는 건 독자들이잖아요. 효상이한테도 1년에 한두 번씩은 ‘우리 구독은 안 되겠냐?’ 물어봐요. 어렵죠. 여전히 콘텐츠는 공공재에 가깝고, 캡처 문화를 막기도 어렵고요. 물론 ‘독자가 얼마를 내고 야구친구를 본다’는 건 자신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거니까, 그 부분은 시도를 못 해봤다고 해야 할 것 같아요.” – 최중한

참고로 전날 경기가 연장 12회까지 갔으며, 이날 경기도 연장 12회말 무승부로 끝났다(사진=야구친구)

독자들의 친구가 된다

“야구를 볼 때 좋은 해설자, 좋은 캐스터, 예쁜 여자 아나운서의 출연이 시청률을 올리는 담보가 될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저 해설자가 너무 싫어도 음소거를 할지언정 우리 팀 경기는 봐요. 반대로 너무 좋은 해설자가 나온다고 해도 그 경기 보자고 우리 팀 경기를 안 보는 건 불가능하죠. 야구는 팀별로 끊어진, 더 깊숙하게 들어가는 버티컬이 많아요. 콘텐츠 구성을 위한 노력이 쓸모없다는 게 아닙니다. 고객이 뭘 원하는지 더 자세히 알아야 한다는 거죠.” – 유효상

야구친구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야구팬들과 즐길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예컨대 월요일 쉬고 다시 야구경기가 있는 화요일에는 독자들이 궁금해할 법한 시간에 그날의 라인업을 정리해 올린다. 경기가 끝나면 오늘의 경기 결과를 반영한 순위표를 올린다. 이긴 팀의 하이라이트 영상은 한 번 더 올려본다. 진 팀은 쳐다보기도 싫겠지만, 이긴 팀의 팬은 여러 번 봐도 또 보고 싶은 장면이기 때문이다.

사진=야구친구

야구장을 출입하는 필진들에게 부탁해 사소한 장면이라도 담는다. 야구장을 출입하는 필진들에게 그라운드는 삶의 현장이지만, 야구팬에게는 가까이서 보고 싶어도 못 보는 공간이다. 불펜에서 몸 푸는 모습, 혼자 연습하는 모습 같은 걸 담아 페이스북으로 유통했다.

이용자가 보내주는 콘텐츠도 활용한다. 페이스북에서 댓글을 활용해 자주 대화를 나누는 식이다. 예컨대 야구경기가 있는 날 비가 예정돼 있으면 현장에 나가 있는 각 지역의 야구친구 팬에서 현장 상황을 받는 식이다.

이렇게 관계를 맺은 독자는 야구친구가 수익화를 시도할 때도 도움이 된다. 광고성 콘텐츠나 IP를 활용한 물품을 보더라도 꼭 스팸이라고만 보지 않는다. 심리적인 장벽을 낮추는 효과다.

“대기 질이 너무 나쁜 적이 있었어요. 저도 야구장 안 갈 것 같은 날씨였거든요. 저희가 보통 대기 질이나 시구자 정보도 제공하는데, 그 날은 ‘야구장을 가라고 권할 수가 없다. 가실 분은 마스크 챙기시고, 노약자는 가급적 가지 마시라’라는 식으로 썼어요. 이게 상술로만 운영하는 거면 그냥 ‘가세요’ 하면 되는 거잖아요. 하지만 그러면 누가 좋아하겠어요” – 유효상

미디어 스타트업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

“‘바람의검심’에 나오는 ‘사이토 하지메’라는 캐릭터가 ‘아돌’이라는 필살기를 써요. 하나밖에 없어요. 미디어 스타트업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잘할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어요. 미디어 본질에 충실하면서 지금 하는 일을 잘하고, 기회가 올 때까지 버티고, 버티고, 버티는 게 필요합니다” – 유효상

“미디어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고, 직업으로 선택할 수 있으면 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렇게 살 수 있으면 해라. 힘들면 하지 마라’ 이게 겁주는 게 아닙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얼마나 좋고, 멋있어요? 다만 조금 더 현실적이었으면 좋겠다는 거죠.” – 최중한

덧.

유효상 CCO는 “힘들고 이런 거 자꾸 알려봤자 좋은 사람 안 들어오고, 좋은 사람이 안 들어오면 (업계가) 죽는 거다”라며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면 막 즐겁게 하기 보다는 열 받고, 짜증나고, 나를 무시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도 참을 수 있다. 정말 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무조건 시도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지금 안 해보고 나중에 후회해서 뭐하나. 질러보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스타트업 경영학교: 아이디어부터 투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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