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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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IT 강국’이라는 말은 이제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이 된 것 같다.

애플,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하드웨어부터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어느 쪽의 유행과 추세를 따라가 보아도 우리가 선도하는 것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드웨어 영역에서 스마트폰에 화들짝 놀란 마음은 서비스 영역에 들어가서는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 Social Networking Service)들을 보고 마음이 서늘해진다.

작년 말 애플의 아이폰 출시 조짐이 있을 때만 해도, 다들 ‘설마 설마’ 했었다. 그 ‘설마’가 오늘날의 ‘충격’으로 다가오기 까지, 깨닫기에 필요한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스마트폰(smart phone) 시장에서는 삼성, LG 등이 피쳐폰(feature phone) 시장에서 유지하던 경쟁력이 유지되지 않았다.

EBN 산업뉴스의 기사를 보면 지난해 3분기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 스마트폰 시장에서 노키아는 39.9%, RIM은 20.8%, 애플은 17.7%를 차지해 1,2,3위에 올랐다. 우리의 삼성, LG의 점유율은 3.2%와 0.2% 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가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피쳐폰 시장은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인 스마트폰에 의하여 점점 더 잠식당하고 있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온라인 광고 시장의 거의 절반을 점령하고 있고, 자체적인 운영체제(OS) 등 기술적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고유의 ‘개방형’기업 정신과 비전, 전략을 가지고 있는 구글 정도면 모를까, 현재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고 있는 애플과 경쟁할 기업을 국내 대기업의 역량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기술력, 자본력 때문이 아니라 ‘상상력’ 때문이다. 새로운 제품, 서비스 등을 기획하고 있지만 이미 혁신의 패러다임을 선점당한 이상, ‘뒷북치기’ 이상을 과연 우리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의 스마트폰을 생각하고 있을 무렵, 그들은 이미 그 ‘다음’을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암울한 생각은 서비스 영역, 그 중에서도 지금 ‘꽃’이라 할 수 있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봐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는 아직 트위터, 특히 페이스북은 활성화가 덜 됐다. 서비스 영역에서 싸이월드 등 국내 서비스 제공업체의 이용률이 높은 편이다. 그렇다면 안전한 것일까? 그러나 이 추세가 계속 될 수 있을 것인가?

스마트폰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중 하나는, 그 ‘설마’가 ‘진짜’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맥락에서 위기 의식을 가지고 단적인 예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 우리는 왜 싸이월드 이후 또 다른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신화를 만들지 못했을까? 그리고 싸이월드는 정말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일까?

전에 쓴 글, ‘스타벅스 커피 한 잔에 담긴 IT의 미래’에서 소셜 네트워킹은 사실 ‘서비스’가 아니라고 했다. 서비스라고 했을 때 그것은 서비스 제공업체가 무언가를 ‘주고’, 이용자들이 그것을 ‘받는’ 개념이다. 그러나 소셜 네트워킹은 이용자들이 수동적이지 않다. 그 이용자들은 창조하고, 공유하고, 그리고 확산시킨다. 그 ‘오픈 컬쳐'(open culture)라는 네트워크 특유의 문화에 소셜 네트워킹의 핵심이 있다.

여기에는 ‘사고의 역전’이 있는 것이다. 마치 스타벅스 커피숍처럼, 그 장소는, 그 서비스는 ‘소비’만의 장소가 아니라 ‘문화’ 그리고 ‘창조’의 터전인 것이다.

그렇다면, 싸이월드는 정말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일까? 답은, ‘가능성이 있었다’라는 생각이 든다. 싸이월드는 사람들에게 함께 모일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주었다. 그래서 어디로 갈 지 몰라 헤매던 많은 인터넷 ‘이용자’들이 살 집을 찾아 싸이월드로 오기 시작했다. 일촌을 맺고, 그 일촌이 확장됐다. 도시화에 견줄 수 있는 인터넷화, 도시민의 아파트화에 견줄 수 있는 네티즌의 싸이월드 일촌화다.

그러나 오프라인에서 관계가 거의 재현된 온라인 일촌 관계가 형성이 되고 나서, 그 다음은? 그 다음은? 이라는 질문, 의아심의 배경에 ‘싸이월드, 그 이후’가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 오늘날 싸이월드의 추락세는, 그리고 스마트폰의 교훈을 통해 본, 그 운명은, 사실 ‘일촌, 그 다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싸이월드=일촌’, 그리고 그 다음은 무엇인가?

참여 중심의 플랫폼으로서 웹을 바라 본 책 <소셜 웹 기획>(Designing for the Social Web)에서 조슈아 포터(Joshua Porter)는 많은 사람들이 소셜 웹(social web)에 대하여 ‘사람’에만 집중하고 그 ‘사람’들을 묶어주는 ‘매개체'(object)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앞서 싸이월드 신화를 생각해보자. 일촌은 ‘사람’이다. 그러나 그 일촌과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 싸이월드는 거기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일촌과 ‘도토리’를 주고 받기 위해서 싸이월드를 해야 하는가? 그 이상의 어떤 새로운 비전을 싸이월드는 제시하고 있는가?

최근 미국 소셜 웹 생태계에서 흥미로운 현상중 하나가 ‘커피 파티 운동'(coffee party movement)이다. 다소 보수적인 미국의 소셜 웹 기반 시민운동인 ‘티 파티 운동'(tea party movement)에 반발하여 한국계 미국인인 애나벨 박(Annabel Park)이 주동한 이 진보성향의 시민운동은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2010년 3월 2일을 기준으로 했을 때 5만명 이상의 팬(fan)을 확보하고 있었는 데, 중요한 것은 그 것이 수개월이 채 되지 않은 기간에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 시민운동의 내용은 간단하다. 의료보험 법 개혁 등에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 시민들이 침묵하지 말고, 스타벅스에서 커피 마실 때 같이 정치적인 이야기도 하고, 뜻도 모아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모토가 ‘일어나자, 잠에서 깨자'(Stand Up, Wake Up)이다.

흥미로운 일이다. 그런데 이 흥미로운 일이 싸이월드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아니 질문을 바꿔서, 왜 싸이월드에서는 이 같은 거대한 사회적 움직임이 나타나지 못했을까? 싸이가 한 가장 위대한 일은, 싸이월드에 수많은 가입자 들과, 수많은 일촌 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은, 사람 다음에 ‘매개체’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매개체를 만들기 위해서, 이루기 위해서, 싸이월드는 무엇을 말하고, 제시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맥락에서, 우리에게 왜 ‘싸이월드, 그 후’는 없는 것일까.

답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가 ‘서비스’가 아닌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소셜 네트워킹은 서비스가 아니라 ‘문화’다. 이것은 상품과 서비스가 소비됐을 때가 아니라, 문맥과 경험이 창조됐을 때, 그래서 지식과 정보가 새롭고 특별한 의미를 가질 때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선순환을 통해서 자생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리고 그 핵심 중에 핵심은 이 생태계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 서비스 제공 업체가 아니라 ‘이용자들’ 자신인 것이다.

이용자들은 ‘수동적’인 서비스를 ‘받기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혁신의 대가 에릭 폰 히펠(Eric Von Hippel)은 이용자 혁신에 대한 명저 <혁신의 민주화>(Democratizing Innovation)에서 10-40%의 이용자가 혁신을 주도하는 ‘선도 이용자'(lead user) 그룹에 속한다고 했고, 그들이 실제 R&D 센터에서 하는 것보다 더 유용한 많은 혁신적 제품, 서비스들을 만들어 낸다고 했다.

이용자들은 이처럼 언제나 ‘창조와 혁신의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그 맥락에서,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란 ‘이용자의, 이용자에 의한, 이용자를 위한 세상’을 열어주는 것과 다름 아니다. 기업이 소비자를 창조하는 시대에서, 이용자가 또 다른 이용자를 창조하는 시대로 전환된 것이다.

일촌은 ‘사람’이란 열쇠는 찾았지만, 그 것을 ‘매개체’의 구멍에 맞추지는 못 했고, ‘미니미’는 ‘플랫폼’은 만들었지만, 그 것을 ‘혁신’으로 이끌 소비의 패러다임을 넘는 창조의 패러다임을 제시하지는 못 했다. 그래서, ‘싸이월드 그 이후’가 막혀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 가?

많은 사람들이 싸이월드를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개방형’ 시스템과 비교하면서 ‘폐쇄성’ 문제를 언급한다. 물론 폐쇄성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싸이월드가 개방형 시스템으로 바꾼다고 해서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경쟁력’은, ‘경쟁 우위'(competitive advantage)에서 나온다. 그렇게 볼 때, 싸이월드가 트위터나 페이스북처럼 ‘개방형’으로 ‘같게’ 되는 건,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적 자산(strategic asset)이 될 수는 없다. 고유한 차별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패러다임을 선점해야 하는 것일까? 조심스럽지만, 그 답은 사람을 넘어선 ‘매개체’, 그리고 플랫폼을 넘어선 ‘창조의 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생텍쥐베리가 말한 것처럼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을 불러 모아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누어 주는 대신,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야”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사람을 넘어선, ‘매개체’, ‘창조’, 그 저 넓고 끝없는 ‘바다’를 봐야 한다.싸이월드는 물론 지금의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그 다음은, 사람들을 ‘광장’에 불러 모으는 것 이상일 것이다. 거기서 한 걸음 나아가 모인 사람들을 ‘꿈’꾸게 하는, 서비스 이상의 그 ‘무엇’일 것이다. 거기서 ‘싸이월드, 그 후’를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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