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열쇳말] 클릭티비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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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출처: 맨체스터유나이티드 홈페이지>

SNS와 관련해서 가장 유명한 말은 아마도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입에서 나온 이것일 테다. “SNS는 인생의 낭비다.” 정확한 워딩은 이렇다. “There are a million things you can do in your life without that. Get yourself down to the library and read a book. Seriously. It is a waste of time.”(인생에서 그거-SNS-없어도 할 수 있는 건 엄청나게 많다. 도서관에 가서 책이나 읽는 게 낫다. 그건 정말이지 시간 낭비다)

소셜미디어는 사람이 모이는 곳이고 필연적으로 현실 세계와 관련을 맺고 산다. 정치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정치적인 행위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기존 소셜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인식이 덧대진다. 이른바 ‘클릭티비즘(Clicktivism)’이다.

| 소셜미디어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행위엔 기존 SNS가 가진 부정적 인식이 덧대진다. <출처: 픽사베이>

‘클릭’과 ‘행동주의’의 합성어

클릭티비즘은 ‘클릭(Click)’과 ‘행동주의(Activism)’의 합성어다. 이 단어는 지난 2월 옥스퍼드 영어사전 온라인판에 신조어로 추가됐다.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정치·사회적인 지지 목적의 행동’을 뜻한다. 다만 클릭티비즘은 ‘서명 및 청원처럼 적은 시간이나 관여만을 요구하는 것(regarded as requiring little time or involvement)으로 여겨’지는 다소 부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시간이나 노력은 별로 들이지 않으면서 지지 표명만 한다는 뜻으로, ‘말만 앞선다’는 의미에 가깝다. 온라인에서 클릭 몇 번, 입력 몇 번으로 할 수 있는 청원 정도의 행동만 하면서 실제 변화는 없는데도 ‘사회문제의 개선에 참여했다’는 정당성과 자신을 위한 변명만 챙겨가는 모습을 비판하는 시각이다. 유사한 단어로는 ‘슬랙티비즘(Slacktivism)’이 있다. 슬랙티비즘은 게으름뱅이를 뜻하는 ‘슬래커(slacker)’와 행동주의의 합성어다. 위키피디아에서는 클릭티비즘을 오프라인 시위도 포함한 개념으로 보고 구분하고 있다.

|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2017년 2월, 온라인판에 ‘클릭티비즘’을 신조어로 추가했다. <출처: 옥스포드 사전 갈무리>

이런 비판적인 시각은 지난 2014년에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서 도드라졌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루게릭병에 대한 관심과 후원을 촉구하기 위해 시작됐다. 하지만 지나치게 인기를 끌면서 본질은 사라지고 이벤트만 남았다는 비판이 적잖았다. ‘의도야 어쨌든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는 반론이 있지만, 여기에는 오히려 자원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쪽으로만 관심이 쏠리는 ‘펀딩 카니발리즘’을 유발한다는 비판도 있다.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태만한 형태의 정치참여는 도움이 안 된다는 시각이다.

| 클릭티비즘에 대한 비판은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서 도드라졌다. <출처: flickr, Anthony Quintano, CC BY>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치참여, 부정적이지만은 않아

부정적인 면은 긍정적인 측면보다 눈에 띈다. 앞서 언급한 퍼거슨 감독의 말이 유명해진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인터넷이 시민의 정치참여에 도움을 주는 순기능도 무시할 수는 없다. 온라인에서 시작돼 사회에 영향을 끼친 사례도 실제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존스홉킨스대학 연구진은 아이스 버킷 챌린지로 조성된 기금을 받아 실제로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도 했다.

인터넷은 앞선 사례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직접 매개로도 기능할 수 있지만, 자연스럽게 정치를 학습하고 교류하는 장으로 활용됨으로써 궁극적으로도 긍정적인 역할을 끼칠 수 있다.

정재관은 논문 ‘정보통신기술 혁명은 위기의 대의 민주주의를 구할 것인가?’에서 인터넷의 정치적 효과에 대한 이해를 위해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특정 유형의 정치참여가 인과적으로 연결되는지 파악하고자 했다. 연구에 따르면 인터넷과 제도적 유형의 정치참여로써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청원운동’, ‘보이콧’, ‘시위’같은 비제도적 정치참여는 모두 ‘인터넷 이용’과 양의 상관관계를 가지며 통계적으로 상당히 유의미한 결과를 냈다. 정재관은 이를 바탕으로 “인터넷 이용 비율이 높은 사회일수록 사회적 자본이 충만하며, 사회적 자본이 충만할수록 정치적 관심을 가진 시민의 비율이 높음과 동시에 비제도적 정치참여 방식인 청원, 보이콧, 시위 참여 시민이 늘어난다는 것”을 확인했다.

최지향은 ‘SNS 이용과 정치참여’ 논문에서 SNS 활용과 오프라인에서의 실질적 정치참여 간 관계를 살펴본 바 있다. 최지향은 “SNS 사용은 정치적으로 상호작용 확대 빛 SNS 내에서의 정치적 전문가 집단과의 접촉 기회 증가 등 정치적으로 유용한 사회자본 획득에 기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라며 “SNS 이용을 통해 획득한 이 같은 정치적 사회자본을 매개로 오프라인 정치참여도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분석한다. 이 같은 분석은 마냥 인터넷이 실제 사회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안 되리라는 우려를 덜어낸다.

| SNS 이용으로 얻은 정치·사회적 자본이 오프라인 정치 참여 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출처: 국회톡톡 화면 갈무리>

실질적 효과 이끌어내는 서비스로 연결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가벼운 정치 및 사회참여 행동을 실제 영향력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국내에서도 많이 관찰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16년 있었던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에서의 시민참여를 들 수 있다. 시민들은 온라인을 통해 필리버스터에 참여하는 국회의원을 응원하고 지원했다.

정치 스타트업 와글은 국회 안팎을 연결해 법안 발의를 돕는 입법 청원 플랫폼 ‘국회톡톡’을 런칭해 운영하고 있다. 국회톡톡에서 올라온 ‘몰카 판매 금지 법안’은 시민의 입법청원을 해당 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전달됐고, 더불어민주당의 진선미, 남인순, 김영호, 권미혁, 박남춘 의원이 이 청원을 받아 입법활동에 나서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쉐어앤케어’는 공익활동을 스토리로 정리하고 공유로 홍보효과를 올려 기업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매칭하는 서비스다. 쉐어앤케어에서 소개되는 스토리를 공유만 해도 공유자의 이름으로 1천원, 좋아요를 누르면 200원으로 계산된다. 온라인에서의 가벼운 활동을 실제 도움으로 전환해 클릭티비즘의 한계를 극복하는 모델이다.

※ 참고링크

이 글은 ‘네이버캐스트→테크놀로지월드→용어로 보는 IT’에도 게재됐습니다. ☞‘네이버캐스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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