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깊은 바닷속에서 통신할 수 있는 수중무선통신에 대한 연구가 전세계적으로 활발하다. <출처: SK텔레콤>

지금까지 깊은 바닷속은 대표적인 통신 음영 지역으로 꼽혔다. 육상과 달리 물 속에서는 전자파, 광파 등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직 음파로만 제한적인 통신을 주고 받을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하고 수중통신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이제 깊은 바닷속에서 통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수중통신 기술은 잠수함 탐지와 같은 해상 안전은 물론 수산 먹거리 안전을 위한 방사능·패류 독소 감시 및 적조 모니터링, 쓰나미·해저 지진 조기 경보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사용성이 무궁무진하다.

수중무선통신을 두고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하다. 국내에서는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가 앞다퉈 수중무선통신 기술을 연구 중이다. 지난 3월12일 SK텔레콤은 국내 최초로 바닷속에서도 통신을 가능케 돕는 수중통신망 핵심 설계 기술을 확보했다. 바닷속 통신은 이제 연구 수준을 넘어 상용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 수중통신이 가능해지면 바닷속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활용할 수 있다. <출처: 국토교통부>

물 속에서 음파로 데이터 전송

수중무선통신 기술은 구현하기 어렵다. 물속에서는 전자파와 광파 등을 쓸 수 없다. 오로지 음파로만 데이터 통신을 주고 받을 수 있다. 물속에서 서로 음파로 의사소통을 하는 돌고래처럼 말이다.

돌고래처럼 음파로 통신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음파는 수중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전달 속도도 초속 1.5km 정도로 느리다. 그러니 지상에서처럼 빠르게 통신을 주고 받기 쉽지 않다.

국토해양부는 이런 한계를 극복해 물속에서도 빠르게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고 효율적인 네트워크 통신이 가능한 수중통신 모뎀을 개발했다. 6km에 이르는 수평거리에서 10kbps의 전송 속도로 양방향 통신을 할 수 있다.

| 소형화 단일 플랫폼 세부 보드 구성도. <출처: 국토교통부>

이 수중통신 모뎀은 순수 국내기술로 초음파 센서, 초음파 센서 구동부, 통신 신호처리부, 전원공급부 등을 만든 수중음향 모뎀의 소형화 단일 플랫폼이다. 조건과 목적에 맞춰 제어하고 관리할 수 있다.

모뎀만 있다고 해서 수중통신을 바로 구현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수중 센서, 수중 기지국, 해상 통신 부표 등이 필요하다. 각 센서에서 수집한 정보는 기지국을 거쳐 해상 통신 부표로 전달되고, 이 데이터가 다시 위성·LTE 등 통신망을 거쳐 지상으로 전송되는 구조다. 물 속에서는 음파를, 공기 중에서는 전파를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한다.

핵심은 수중 기지국이다. 수중 기지국을 이용하면, 기존 음파를 활용한 일대일 통신과 비교해 변동성이 심한 수중통신 환경을 극복할 수 있다. 수중 기지국을 설치해 지름 20-30km 지역 내에서 수중 정보를 수집하는 센서와 통신하면, 간섭을 최소화 해 저전력으로 오랜 시간 통신을 주고 받을 수 있다. 바닷속 유선통신망과 비교해 구축·운용 비용이 저렴하다.

| 수중통신망 구조도. <출처: SK텔레콤>

지난 5월 기지국 기반 수중통신 기술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SK텔레콤과 호서대는 인천 남항 서쪽 10km 해상, 수심 약 25m깊이, 송·수신 거리 약 800m 환경에서 LTE 방식을 활용해 바닷속 통신기술 시험에 성공했다.

호서대와 SK텔레콤은 이날 바닷속 수온과 염도·조류속도 등 10여가지 정보를 측정, 이를 음파(3-70KHz)에 LTE(OFDM 변조) 주파수를 얹는 방식을 활용해 문자와 사진 데이터를 20초 간격으로 연속 송·수신했다.

| 수중으로 전송된 데이터가 특수 장비(오실로스코프)를 통해 그래프 형태로 보여지는 모습. <출처: SK텔레콤>

전세계는 바닷속 통신 전쟁 중

수중통신 기술을 활용하면 기지국 주변 수중 소음 센서를 이용, 잠수함 등을 탐지·식별하거나 바다물 해류, 수온, 염도, 조류 속도, PH(수소이온농도) 등의 데이터를 확보해 수자원 보호나 해양 환경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수집한 수중 데이터를 바탕으로 쓰나미·해저지진 등 재난 상황 대응, 어족자원과 해양 생태계 모니터링을 통한 해양 환경 보호, 수중·항만 방어 체계 구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미국·유럽·일본 등 전세계는 이미 바닷속 통신 기술을 확보해 해양 무선 네트워크를 구축해 활용 중이다. 미국은 1990년대 초부터 무인잠수정(Unmanned Underwater Vehicle, UUV), 자율무인잠수정(Autonomous Underwater Vehicle, AUV)을 통한 1-20km 반경의 장거리 수중통신을 연구했다. 2000년대 접어들어 수년 동안 배터리의 교체없이 저전력 통신이 가능한 100m-1km 이내의 근거리 수중통신 연구를 하고 있다.

캐나다는 세계 곳곳의 관측소에서 유선망 기반 센서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실시간 원격 관측 시스템을 구축하는 ‘오션 네트웍스 캐나다(Ocean Networks Canada)’를 구축해 운용 중이다. 오션 네트웍스 캐나다는 캐나다 빅토리아대학에서 시작한 비영리 단체로, 수중망 여러 개를 통해 매일 수중 데이터 200Gb 이상을 관리·분석한다.

유럽은 GEOSTAR, UAN, SUNRISE 등 수중 사물인터넷 통신망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일본은 지진 및 쓰나미 관측을 위한 수중통신망 연구를 하고 있다. 중국은 2000년대 초반 수중 음향 센서 네트워크 관련 연구 투자를 시작으로 2007년 수중음향 센서 네트워크 플랫폼을 연구했다. 2015년 중국과학원에서 수중 센서 네트워크의 효율적인 전력과 지연시간 제어를 위한 깊이 정보 기반 라우팅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 GEOSTAR 프로젝트. <출처: ORFEUS>

| SUNRISE 프로젝트 테스트베드 및 주요 연구. <출처: 한국통신학회, ‘최근 수중 통신망 연구 개발 동향 분석에 관한 연구

국내에서는 LIG넥스원이 국방과학연구소 지원을 받아 2000년도부터 항만감시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한화(옛 삼성탈레스)에서 수중통신모뎀을 개발 중이다.

한국해양과학원 산하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는 대용량 지향성 초음파 송신부와 배열센서를 사용해 9.7km까지 10kbps로 전송할 수 있는 단방향 수중통신모뎀 테스트베드와 6km 거리에서 10kpbs의 전송속도를 제공할 수 있는 양방향 수중통신모뎀 시제품을 개발했다.

또한 SK텔레콤은 2015년부터 호서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선박해양플랜트 연구소, 한국원자력연구원, 경북대, 인하대, 중앙대 등과 공동으로 ‘분산형 수중 관측·제어망 개발’ 사업에 참여해 연구 중이다.

| 공동연구팀이 수중통신으로 전달된 가상의 지진 경보를 특수 장비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출처: SK텔레콤>

분산형 수중 관측·제어망 개발 사업은 수중망 기술을 확보하고 기존 육상·해상망과 연동하기 위해 해양수산부가 지원하는 국가연구개발 사업이다. 오는 2021년까지 수중통신망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한다.

SK텔레콤과 호서대 등은 충청남도와 협력해 올 하반기 서해에서 실행되는 수중망 실증 실험과 2020년에 구축하는 테스트베드에 이번에 개발한 수중통신망 설계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해양 생태계 미치는 영향 없나

수중무선통신 기술을 두고 물속에서 음파를 사용해 통신하는 만큼, 수중 생태계 교란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수중통신도 중요하지만, 환경에 미치는 부작용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당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조용호 호서대학교 해양수산IT융합기술연구소 IT융합학부 부교수는 <블로터>와의 일문일답에서 “음파의 송출 파워를 돌고래나 고래가 의사소통하는 정도로 약하게 하면 수중생물 생태계에 영향이 없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송출 파워가 약하면 수중에서 원거리 통신 자체가 쉽지 않다. 조용호 교수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처럼 송출 파워가 크다면 아주 먼 거리까지 통신하는 게 쉽지만, 그만큼 송출 파워에 의한 주변 영향도 커진다”라며 “약한 송출 파워로도 원거리 통신을 가능케 하는 연구를 호서대에서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 참고 링크

이 글은 ‘네이버캐스트→테크놀로지월드→용어로 보는 IT’에도 게재됐습니다. ☞‘네이버캐스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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