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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니] 너의 이름은 ‘엑스페리아XZ 프리미엄’ 

2017.07.25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이름은 존재를 규정한다. 이름을 통해 우리는 누군가에게 인식되고 기억되고 호출된다. 이름이 불리지 않으면 잊힌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 ‘너의 이름은’에서 주인공들이 흐릿해져 가는 기억 속에 서로의 이름을 애타게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마트폰은 우리의 일상에서 떼놓을 수 없는 존재로 자리매김했지만 호명되는 제품은 극히 일부다. 대중의 기억 속에서 잊혀 가는 이름들이 무수히 많다. 소니 ‘엑스페리아’도 그중 하나다.

‘엑스페리아XZ 프리미엄’은 스마트폰 시장의 ‘꽃’이 되고 싶은 소니의 야심작이다. 엑스페리아라는 명칭은 ‘경험하다’라는 뜻의 영어단어 ‘Experience’에서 따왔지만, 엑스페리아를 경험하는 사람은 소수다. 소니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갈라파고스 시장인 일본에서조차 20% 미만이며, 세계 시장으로 넓힐 경우 ‘기타’로 분류된다. 소니는 결국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가성비’ 제품군인 하위 모델을 정리하고 플래그십급 모델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엑스페리아XZ 프리미엄은 라인업 정리 과정에서 나온 소니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이다.

소니다운 빛깔

이름부터 프리미엄이다. 2016년 소니가 스마트폰 리브랜딩 과정에서 내놓은 ‘엑스페리아X’ 시리즈 중에서도 알파벳 순서 제일 마지막인 Z가 붙은 전작 ‘엑스페리아XZ’에 프리미엄이 추가됐다. 엑스페리아XZ 프리미엄은 이름에 걸맞는 빛깔과 향기를 지녔을까. 실물로 마주했을 때 첫인상은 영롱했다. 색감 장인 소니답게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오묘한 색을 제품에 잘 입혔다.

엑스페리아XZ 프리미엄은 ‘딥씨 블랙’과 ‘루미너스 크롬’ 두 가지 색상으로 출시됐는데, 내 손에 쥐어진 건 딥씨 블랙이었다. 소니 측의 설명에 따르면 깊은 바닷속에서 일렁이는 햇빛의 반짝임을 담았다고 한다. 바다에 빠져보지 않아서 실제로 그런 색을 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빛에 비쳤을 때 은은하게 드러나는 푸르스름한 빛깔이 발군이다. 또 ‘프리미엄 미러’ 디자인을 적용해 제품 전체가 거울처럼 빛을 반사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해준다. 엑스페리아XZ 프리미엄은 빛에 따라 보이는 색이 달라서 사진과 실물의 차이가 큰 제품이다.

'엑스페리아XZ 프리미엄'의 색을 카메라에 온전히 담아내기 힘들어 최대한 느낌을 살려 색상을 보정했다.

‘엑스페리아XZ 프리미엄’의 색을 카메라에 온전히 담아내기 힘들어 최대한 느낌을 살려 색상을 보정했다.

거울 같은 디자인은 의외의 효용성을 보여준다. 바로 고화질 ‘셀카’다. 전면 카메라의 낮은 화질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용자는 제품에 반사된 자신의 모습을 거울처럼 확인하면서 고화질 후면 카메라로 셀카를 찍을 수 있다. 물론 외모에 지나치게 자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추천하지 않는 촬영 방법이다. 루미너스 크롬 색상의 경우 더욱 거울에 가깝다. 하지만 이런 미러 디자인의 단점은 지문이 잘 묻는다는 점이다. 외신에서는 이를 ‘어마어마한 지문 자석’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지문엔 취약하지만 전·후면에 강화 유리 ‘고릴라글래스5’가 적용돼 내구성은 튼튼한 편이다. 일제 스마트폰답게 IP65/68등급의 방진·방수 기능도 지원한다.

어마어마한 지문 자석

어마어마한 지문 자석

IP65/68등급은 먼지를 완벽히 차단하고 저압으로 분출되는 물과 수심 1미터 이상에서의 지속적 침수 등 두 형태의 물 피해로부터 보호된다.

IP65/68등급은 먼지를 완벽히 차단하고 저압으로 분출되는 물과 수심 1m 이상에서의 지속적 침수로부터 보호된다.

전체적인 모양새는 네모반듯하다. 전통적인 소니의 디자인이다. 화면 위아래로 스피커가 하나씩 달려있고 베젤의 비율 역시 동일해 완벽한 대칭 구조를 이룬다. 좌우 측면은 곡선으로 돼 있어 부드러운 그립감을 준다. 전작인 ‘엑스페리아XZ’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달라진 점이라면 볼륨 버튼이 오른쪽 측면 가운데 자리 잡은 전원 버튼의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이동해 사용성이 좀 더 편해졌다. 가쓰누마 준 소니 모바일 수석 디자이너는 지난해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대자연을 모티프로 한 독창적 색감, 곡선이 주는 편안한 그립감이 엑스페리아XZ의 자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오른쪽 측면 가운데 전원 버튼을 기준으로 위쪽엔 볼륨 버튼, 아래쪽엔 카메라 버튼이 있다.

오른쪽 측면 가운데 전원 버튼을 기준으로 위쪽엔 볼륨 버튼, 아래쪽엔 카메라 버튼이 있다.

문제는 베젤이다. 바다를 모티브로 디자인해서 그런지 태평양처럼 넓다. ‘엣지 투 엣지’ 혹은 ‘베젤리스’로 불리는 베젤을 최소화한 디자인이 최근 추세다. LG ‘G6’나 삼성 ‘갤럭시S8’ 같은 경우 베젤을 최소화해 각각 5.7, 5.8형의 대형 화면을 탑재하고도 크기를 줄여 한 손에 쉽게 잡히는 디자인을 구현했다. 5.5형의 화면을 채택한 소니 엑스페리아XZ 프리미엄은 한 손으로 쥐기 쉽지 않다. 여기에는 화면 비율의 차이도 있다. G6와 갤럭시S8은 각각 18대9, 18.5대9의 화면비율을 적용해 가로를 더 줄이고 세로를 더 늘려 그립감을 높였다. 엑스페리아XZ 프리미엄은 기존 16대9 비율과 ‘태평양 베젤’의 콜라보를 통해 양손 조작을 피할 수 없다. 소니는 올해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에 베젤리스 디자인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젤리스' 추세에 역행하는 '태평양 배젤'

‘베젤리스’ 추세에 역행하는 ‘태평양 배젤’

소니만의 기술과 향기

Premium. Different.

엑스페리아XZ 프리미엄의 홍보 슬로건이다. 소니는 하위 모델을 정리하면서 “오직 소니만이 전할 수 있는 기술”로 제품 차별화를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소니가 가장 잘하는 게 뭘까. 크게 3가지로 나눠보면 디스플레이, 카메라, 오디오 기술이다. 소니는 TV와 카메라 음향기기를 만든다. 엑스페리아XZ 프리미엄에는 소니의 첨단 기술이 집약돼 있다. 제품 차별화를 위해 자신들이 잘하는 일에 집중한 셈이다.

최초의 4K HDR 디스플레이

넷플릭스의 간판 타이틀 <옥자>

넷플릭스의 간판 타이틀 <옥자>

소니는 ‘브라비아TV’ 기술을 엑스페리아XZ 프리미엄에 입혔다. 스마트폰 최초로 ‘4K HDR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4K해상도는 3840×2160close는 기존 풀HD의 4배에 달하는 829만4400 화소 수를 지원하는 영상 기술을 말한다. HDR(High Dynamic Range)는 어두운 곳은 더 어둡게, 밝은 곳은 더 밝게 나타내는 등 명암을 세밀하게 표현해 눈으로 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영상을 보여주는 기술이다. 엑스페리아XZ 프리미엄으로 이런 기술들을 지원하는 콘텐츠를 감상했을 때 눈이 호강하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문제는 아직 콘텐츠가 기술을 받쳐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4K HDR을 지원하는 콘텐츠가 아직 찾아보기 쉽지 않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의 영상 서비스에서 4K 해상도를 지원하지만, 4K 콘텐츠는 많지 않다. HDR 기술이 적용된 콘텐츠는 더 적다. 엑스페리아XZ 프리미엄은 4K HDR 지원 앱을 실행시키는 경우가 아니라면 풀HD 해상도로 작동한다. 또 5인치대의 스마트폰 화면으로 4K HDR를 온전히 느끼기도 힘들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뿌려지는 화면 자체는 좋은 편이다. 갤럭시S8 등과 비교하면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선명한 화면을 보여준다.

유튜브에서 4K 콘텐츠를 실행시켰을 때 '아이폰6S'는 최대 1440p(QHD)의 해상도로 재생되지만 '엑스페리아XZ 프리미엄'은 2160p(4K) 해상도까지 지원된다.

유튜브에서 4K 콘텐츠를 실행시켰을 때 ‘아이폰6S’는 최대 1440p(QHD)의 해상도로 재생되지만 ‘엑스페리아XZ 프리미엄’은 2160p(4K) 해상도까지 지원된다.

육안으로 실제 화질 차이를 잡아내긴 힘들다.

육안으로 실제 화질 차이를 잡아내긴 힘들다.

순간의 순간을 포착하는 카메라

가장 차별화되는 기능은 카메라에 있다. ‘모션아이 카메라’라고 불리는 DRAM이 내장된 적층형 엑스모어 RS CMOS 센서와 1900만 화소의 카메라를 탑재해 기존 스마트폰으로는 담을 수 없는 특별한 순간을 포착할 수 있다. ‘슈퍼 슬로 모션’은 모션아이 카메라 기술이 적용된 대표적인 기능이다. 날아가는 총알도 잡아내는 960fps의 속도의 영상 촬영 기능을 통해 일상에 슬로 모션을 걸 수 있다. 쉽게 말해 슈퍼 슬로 모션은 초고속 카메라 기능이다. 아이폰 등에 적용된 240fps의 슬로 모션 기능과는 격이 다르다.

하지만 순간을 포착하는 슈퍼 슬로 모션은 순간적으로만 작동한다. 일반 영상을 촬영하는 도중에 슈퍼 슬로 모션 버튼을 누르면 0.182초의 순간만 슬로 모션으로 담기는 식이다. 슈퍼 슬로 모션 영상만 촬영하는 단일샷 모드로 촬영해도 마찬가지다. 0.182초 동안만 순간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원하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기는 쉽지 않다. 잘만 활용하면 재밌게 일상을 담을 수 있는 기능이기 때문에 제한적인 사용성이 아쉽다.

기본적인 카메라 성능도 나쁘지 않다. 전작인 엑스페리아XZ처럼 카메라를 작동시키는 물리 버튼이 있어서 빠르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카메라 버튼은 셔터로도 쓸 수 있어 찍는 맛을 살려준다. 또 버튼을 살짝 누르면 반셔터 기능이 적용돼 일반 카메라처럼 먼저 피사체에 초점을 맞춘 뒤 원하는 구도를 잡는 식으로도 촬영할 수 있다. 햇빛 아래에서는 탁월한 사진을 뽑아낸다. 하지만 빛이 부족한 저조도 환경에서 자동 모드로 촬영할 경우 선예도가 떨어지며 사진의 밝기가 다소 어둡다.

저조도 환경에서 디테일과 어두운 노출값이 아쉽다.

저조도 환경에서 디테일과 어두운 노출값이 아쉽다.

소니의 깐깐한 음장 기술

소니 하면 오디오다. 멀게는 워크맨과 가깝게는 MD플레이어 등 숱한 휴대용 오디오 기기를 만들며 ‘리스너’들의 감성을 자극했던 소니다. 이번 제품에도 소니의 오디오 기술이 집약됐다. LG 스마트폰이 고성능 DAC 등 하드웨어로 좋은 소리를 제공한다면 소니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통해 승부한다. DSEE HX 기술로 MP3 음원을 고해상도 오디오 수준의 품질로 향상시켜 준다. 무선 환경에서는 일반 블루투스보다 최대 3배 더 많은 오디오 데이터를 전송하는 LDAC코덱을 탑재해 이를 지원하는 무선 헤드폰을 사용하면 음원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소니 오디오 기기의 특장점은 ‘클리어베이스’ 등의 음장이다. 클리어베이스는 풍부한 저음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소니 자체 음장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소니의 음장 기술은 깐깐해도 너무 깐깐해졌다. 기본 음악 앱과 극소수의 서드파티 앱에만 음장이 적용된다. 사용 폭이 좀 더 넓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헤드폰 유형을 분석해 적합한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자동 헤드폰 최적화' 기능도 있다.

헤드폰 유형을 분석해 적합한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자동 헤드폰 최적화’ 기능도 있다.

몸짓과 눈짓 사이, 엑스페리아라는 이름

엑스페리아XZ 프리미엄은 소니만의 기술력으로 이름을 남기려 한다. 분명 디스플레이, 카메라, 오디오의 성능과 기능은 소니만의 차별화된 향기를 남긴다. 자신들이 잘하는 것에 집중한 전략은 유효했고 엑스페리아만의 정체성을 다졌다. 하지만 차별화된 기능들은 제한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어 사용자의 필요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소소한 아쉬움이 쌓여 제품 전체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법이다.

엑스페리아XZ 프리미엄은 현재보다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제품이다. 소니만의 고유한 빛깔과 향기를 바탕으로 디테일을 채워간다면 더욱 많은 사람들 입에 이름이 오르내릴 것이다. 엑스페리아는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을 것인가 ‘잊히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될 것인가.

spirittiger@bloter.net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기술을 바라봅니다. 디바이스와 게임,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