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끌어모았던 ‘갤럭시노트7’은 펑펑 터지며 삼성전자를 화려하게 말아 먹을 뻔했다. 연이은 폭발 사고로 결국 생산 중단 결정이 났고, 그날 주가만 무려 8%가 빠졌다. 그래도 그간 쌓아둔 신뢰와 이후 출시한 S8 성공적인 안착으로 과거의 실수를 어느 정도 덮었다. 이번에 출시한 삼성전자의 주력 플래그십 라인업 갤럭시노트8은 과거의 오명을 완전히 지워낼 수 있을까. 갤럭시노트8을 사야 할 이유와 사지 말아야 할 이유를 정리했다.


산다

전작이 노트라면

‘갤럭시노트’는 패블릿의 대명사다. 핵심은 ‘S펜’이다. 어떤 물건들은 시대가 아무리 바뀌고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대체될 수 없는데, 펜이 그렇다. 수첩 크기의 핸드폰에서 펜을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경험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노트를 찾게 돼 있다.

물론 ‘갤럭시노트8’의 S펜은 전작보다 특별히 나아진 건 없다. 그렇지만 여전히 우수한 성능을 자랑한다. 4096단계의 필압, 펜 기울기 인식 등 세밀한 활용이 가능하다. 방수 방진도 되기 때문에 물속에서 노트8로 필기하는 것도 가능한데, 이건 진짜 노트보다 나은 점이라고 하겠다. 악천후에서도 필기를 해야 할 당신에게 추천!

필기 접근 단계를 확 낮춰 실용성을 높인 ‘꺼진 화면 메모’도 더 좋아졌다.

생산성을 강조한 폰답게 다중작업에서도 효과적인 기능이 추가됐다. ‘앱 페어’다. 함께 쓰고 싶은 두 앱을 한 번에 불러와 멀티뷰로 볼 수 있다. 예컨대 야구경기 라이브 영상을 보면서 야구 기사를 읽는다든지, 유튜브를 보면서 페이스북을 하는 것 등이 가능하다. 보통 스마트폰 같은 좁은 화면에서의 멀티태스킹은 답답하지만, 갤럭시노트8은 6.3인치이므로 훨씬 낫다.

압도적인 성능 : 아직 아이폰 못 사잖아

삼성의 최신 플래그십 모델이다. 현존하는 폰 가운데 가장 좋다. 물론 맥북프로 뺨도 후려칠 수 있다는 ‘아이폰X’의 A11 바이오닉 칩 성능은 갤럭시노트8의 그것을 한참 초월하긴 한다. 하지만 램 용량을 비롯, 다른 부분은 수치상 갤럭시노트8이 꿀리지 않을 뿐더러 나은 부분도 많다. 아직 한국에서 아이폰X를 살 수 없으므로 지금 가능한 선택지 중 가장 좋은 휴대폰은 갤럭시노트8이다.

의외로 카메라가 장점 : 아웃포커스

갤럭시노트8은 갤럭시 시리즈 중 처음으로 듀얼카메라가 도입된 제품이다. 듀얼픽셀 1200만화소의 광각 카메라에 1200만화소, 2배 광학줌을 갖춘 망원 카메라가 하나 더 들어갔다. 후면 듀얼카메라에는 모두 손떨림방지 기술이 적용됐다. ‘듀얼카메라가 뭐가 좋냐?’ 싶지만, 당연히 두 개니까 하나보다는 낫다. 추가된 보조 카메라는 망원 등 별도의 목적을 수행하는데, 이 두 카메라가 기록한 이미지 정보를 결합해 원하는 특성을 강조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특징을 바탕으로 새로 추가된 기능이 ‘라이브 포커스’다. 배경을 날린 아웃포커스 효과를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다. 카메라는 무거워 들고 가지 않지만, 여행지 등에서 인생샷을 건져보고 싶다면 갤럭시노트8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밖에서도 잘 보인다

갤럭시S8의 휘도는 1020니트, 아이폰7의 휘도는 625니트다. 이에 비해 갤럭시노트8은 1200니트다. 날이 쨍쨍한 바깥에서도 즐거운 스마트폰 활용이 가능하다. 걷다가 다른 사람과 충돌하는 것만 조심하자.

후면 안 예쁘다?

케이스 안 쓰시는 분…?

색상 안 예쁘다?

케이스 안 쓰시는 분…22 ?

S8과 다를 바 없다?

펜과 듀얼 카메라에 혹하지 않은 사람은 S8로 가시라, 이거는 인정.

무겁다?

무거운 게 아니라 묵직한 거다. 원래 비싼 물건은 약간 묵직한 맛이 있어야 한다.


안 산다

참을 수 없는 디자인

삼성은 공평했다. 갤럭시노트8에 펜을 주고 듀얼카메라를 주고 갤럭시S8의 장점을 모두 담았지만, 끝내 디자인은 주지 않았다. 단점으로 꼽혔던 지문인식 버튼도 노트8에 그대로 옮겨왔다.

갤럭시노트8은 기기 뒷면에 듀얼카메라를 탑재했다. 그리고 렌즈 오른쪽에 지문 인식 버튼을 배치했다. 상반기 출시된 갤럭시S8도 제품 뒷면의 카메라 렌즈 옆에 지문 인식 버튼을 뒀는데 위치가 애매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손이 쉽게 닿을 수 없는 곳에 있고 지문 인식을 하려다 카메라 렌즈를 오염시킬 우려가 있다. LG ‘G6’나 ‘V30’도 지문 인식 버튼을 뒷면에 뒀지만 중앙 쪽에 배치해 사용자가 편하게 잠금을 해제하도록 했다.

갤럭시노트8은 갤럭시노트 중 가장 큰 6.3형 스크린을 탑재했다. 이름하야 ‘인피니티 디스플레이 디자인’이다. 삼성은 갤럭시노트8이 “한 손으로도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최적의 그립감을 제공한다”고 했다. 최적의 그립감이 이 정도라면 노트8 대신 실제 노트를 쓰는 것이 낫겠다.

잠깐. 색상에 대한 언급을 안 할 수 없다. 노트8은 미드나이트 블랙, 오키드 그레이, 메이플 골드, 딥 씨 블루 총 4가지 색상으로 출시됐다. 블랙을 빼면 실험적인 색상들이다. 특히 딥 씨 블루는 삼성의 로고 색상을 닮았다. 격렬하게 불호를 외치는 이들이 제법 많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어차피 폰 케이스 쓸 거잖아?

맞다. 게다가 비싼 스마트폰이라면 더더욱 케이스를 꼭 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스마트폰이 어떤 디자인이 됐든 상관없을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껍데기는 가도 알맹이는 남는 법.

혁신을 자제했다고?

아이폰 기사에 꼬리표처럼 붙던 제목이다. 갤럭시노트8에서도 혁신은 찾아볼 수 없었다.

노트 시리즈는 S펜의 기능이 중요하다. 삼성은 갤럭시노트7에서 S펜의 진화를 이뤄냈다. 펜촉, 필압, 방수방진 등급까지 놀라웠다. 그러나 노트8의 S펜은 전작과의 차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소프트웨어 기능을 향상했지만 이는 혁신이라고 부르기는 다소 민망하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은 갤럭시노트8 공개 후 열린 한국 취재진과의 간담회에서 “갤럭시S8·S8+를 더 팔기 위해 갤럭시노트8의 혁신을 자제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삼성도 갤럭시S8에 집중한 듯한 뉘앙스니, S펜의 활용성을 익히 알고 있는 기존 노트 팬이나 S펜을 써보고 싶은 사용자가 아니라면 굳이 노트8을 살 필요가 있을까?

15초는 너무 긴 시간이다

갤럭시노트8은 ‘라이브 메시지’ 기능을 크게 홍보하고 있다. 사용자가 직접 움직이는 이미지를 제작해 메시지로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이다. S펜으로 사진에 이모티콘을 입히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최대 15초 분량으로 만들 수 있다.

물론 재미는 있다. 그런데 자주 쓸 일이 있을까? 로딩 시간은 길고 재생 시간 동안 내용을 기다리기도 지루하다. 하아암.

무엇보다 아이폰은 이미 1년 전 iOS10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비슷한 기능을 추가했다. 아이폰은 OS 업데이트로 새 기능이 이전 모델에서도 일괄 적용되는 데 반해, 삼성은 새 제품에서만 라이브 메시지와 같은 신기능을 적용하는 게 좀 아쉽다.

노치 vs 베젤

영상 콘텐츠를 감상할 때 아이폰X의 노치 디자인보다는 노트8의 전면 블랙 베젤이 더 깔끔하게 느껴진다.

크니까 무거울 수밖에 없다

LG V30은 대화면폰인데도 7.3mm 두께에 158g이다. 가볍다. 노트8은 195g.

펜에 그래도 기능이 많지 않나

기껏 노트 사놓고 정작 펜은 한 달에 한두 번 쓰는 사람도 있다. 신기능은 별 기대하지 말 것. 하지만 기존 기능들이 유용하니 펜이 궁금하다면 추천. 이것도 전부터 있던 기능이지만 꺼진 화면 메모 기능은 진정 유용해 보인다.

듀얼 카메라와 라이브 포커스는?

최근 나온 스마트폰은 다 듀얼 카메라다. 둘다 OIS, 이른바 ‘손떨림 방지’ 기능이 탑재됐는데 이건 세계 최초라고. 짐벌과 비교해봐도 되려나? 라이브 포커스 기능에 솔깃했다.

3.5파이 이어폰 단자

아직 3.5파이 이어폰 단자와 헤어질 준비가 안 됐다면 아이폰보단 갤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