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취향] 스마트홈, 어디까지 써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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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취향’은 IT 덕후들의 취향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한번 빠지면 출구도 없고 통장이 텅장된다는 IT 덕질을 <블로터>가 찾아갑니다.

사진=스마트싱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사람들은 집에서 어느 정도의 시간을 보낼까. 2016년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내놓은 ‘홈 IoT 시장분석 및 시사점’에 따르면 사람들은 평균 12.3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은 주거시설 및 가정생활이 인간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편안한 삶’으로 인식하고 있다. 홈 IoT, 이른바 ‘스마트 홈’ 시장에서 가능성을 보는 이유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스마트 홈은 ‘TV, 냉장고, 세탁기 등 집안의 다양한 기기들이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지능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주거 공간’이다. 디바이스에 대한 애정으로 자신만의 스마트 홈을 만들어 가고 있는 이가 있다. SK텔레콤 오픈 사업 플랫폼 사업을 맡고 있는 김유신 부장이다. 

그의 집안에는 수없이 다양한 기기들이 ‘스마트‘하게 연결돼 있다. 집안 곳곳을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싱스 플랫폼은 기본이다. 홈 IoT를 만드는 필수품, 스마트 플러그는 곳곳에 연결돼 있다. 

스마트 플러그 : 와이파이나 스마트폰 등의 스마트 기능을 추가한 플러그. 기존의 전기 플러그에 와이파이나 스마트폰 등의 기능을 추가해 원격에서 전기를 켜거나 끄는 것은 물론 전기 사용량을 감시할 수 있다. 따라서 스마트 플러그가 설치된 가정이나 사무실의 전기 과열이나 불필요한 전기 사용을 억제할 수 있다.

스마트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어쩐지 비쌀 것만 같지만, 그가 스마트 플러그를 쓰는 이유는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TV와 셋톱박스가 의외로 대기전력을 많이 잡아 먹는데, 스마트 플러그로 전원을 차단할 수 있어 편리하다. 에어컨 등 자주 껐다 켜는 물건 곳곳에 연동해놨다. 

집안에 설치된 스마트 카메라만 5대다. 일반 버전과 나이트비전이 강화된 버전 2종류다. 보안 문제는 우려되지 않냐는 질문에 김유신 부장은 “카메라 제조사와 다른 타사 제품의 스마트플러그로 전원 제어를 하게 설치해서 사람이 집에 있는 시간에 스마트 카메라가 해킹으로 오작동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깃불을 스마트폰으로 편하게 끄고 켤 수 있는 스위처도 있다. 제습기와 공기청정기도 스마트폰으로 조작 가능한 제품이다. 스마트한 집을 지키는 것 역시 스마트 기기들이다. 도어락 감지 센서를 설치해놔서 보안도 걱정 없다.

그가 잠들었을 때도 스마트 홈은 ‘열일 중’이다. 기상시간이 다가오면 점점 밝은 빛을 내 알람 효과를 주는 샤오미 LED 무드등, 뒤척임을 체크하고 숙면을 유도하는 위딩스의 AURA(아우라), 수면 중 호흡과 맥박을 체크하는 레즈메드의 ‘S+’ 등 수면 상태 모니터링 기기들도 있다. 

“손목에 차는 샤오미 밴드나 핏빗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부정확하다고 느껴졌다. 또 잠잘 때 시계 같은 것을 차고 자면 불편하더라.”

‘필립스 휴’도 있다. 넷앳모는 집안에 있는 공기 질, 온도, 습도, 그리고 소리, 기압 등을 체크해준다. 사람이 없는데 일정 수준 이상의 소음이 발생하면 그에게 알림이 오게끔 설정돼 있다.

이렇듯 IoT를 최대한 활용해 스마트 홈을 구현하고 있는 김유신 부장을 만나 사용 중인 스마트 제품부터 AI 스피커의 미래, IoT 시장 전망까지 두루 물어보았다.

– 생활에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재미로 쓸만한 스마트 기기도 있을까요?

물론 있다. 스마트 트래커(가방, 지갑, 키, 리모컨, 여권 등 다양한 물건에 부착해 손쉽게 물건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구글 글래스, 스피로의 BB-8, 그리고 옛날에 제다이 포스도 샀다. 

스피로 BB-8 모습. 귀엽다.

 

– 정말 많네요. 이렇게 많은 기기를 집에서 쓰다보면 까먹고 안 쓰는 기기도 있을 것 같고 더러는 헷갈릴 수도 있겠는데요?

맞다. 늘 사용하는 기기가 있고, 신경을 쓸 때 잠깐 들여다보는 기기가 있다. 각자 명확한 니즈가 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거다. 현재 맞벌이 부부인데 애들이 집에 언제 들락날락했는지를 체크하려면 일일이 연락하기보다 설정해둔 스마트홈 디바이스를 통해 알림을 받는 편이 좋다. 집밖에서는 유용한데, 집안에서는 앱을 실행하고 잠금해제하고 앱을 실행해야 하니 가끔 번거로울 때도 있다. 

– 스마트 기기를 이렇게 많이 쓰는 사람이 흔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특별히 스마트홈을 구축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업무로 시작하긴 했지만 나처럼 하는 사람은 없더라. 원래 기기를 좋아한다. 대인관계보다 대물관계랄까, 물건과의 관계가 좋다. 컴퓨터와 같은 물건들은 반응이 솔직하다. 사람은 복잡한데 기기는 명확하다.

어릴 때 자기만의 성을 쌓고 놀기도 하지 않나. 이불 같은 것으로 성채를 만들어서 “내 궁전이야” 하는 거다. 이와 비슷하게 내가 생활하고 있는 집을 첨단 공간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를 두고 ‘덕업일치’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최근 IT 공룡들이 만들겠다고 손을 걷어붙이고 나선 AI 스피커도 여러 대를 쓰신다고 들었는데요.

2015년 6월에 사용하기 시작한 ‘아마존 에코’를 시작으로 지난해 9월에는 SKT ‘누구’를, 10월에는 ‘구글홈’을 샀다. 기가지니를 제대로 써보려고 KT망도 또 뽑을까 하다가, 사람들이 미친놈으로 볼 것 같아서 참았다. 구글홈과 에코 중에서는 확실히 아마존 에코 인식률이 뛰어나더라. 애플이 내놓은 홈팟은 고민 중이다. 나도 월급쟁이인지라 모든 걸 다 살 수는 없다.

사실 사람들이 AI 스피커,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를 생각하고 영화  ‘그녀’의 인공지능 비서 ‘사만다’를 기대한다. 하지만 지금의 AI는 발전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아직 뇌가 아니라 귀와 입만 뚫려있는 상태다.

그럼 음성인식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음성인식 영역은 20년 전부터 있어왔다. 이제 모르는 사람도 많겠지만, 안성기가 음성인식 기능을 사용해 “본부, 본부!”라고 외치며 전화를 거는 광고가 있었다. 거기에서 발전해 지금은 인공지능이 됐다.

하지만 자비스를 구현해내려면 특정 대상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하고 지금까지 사용자가 어떻게 사용해왔고 어떤 내력이 있는지 ‘히스토리’도 관리해야 하고 그 맥락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는 추론 영역까지 올라가려면 한참 멀었다.

– 그나저나 IoT, 이른바 사물인터넷이 화두가 된 것도 오래됐는데요. 아무래도 일반 가정에서 쓰이는 건 아직도 먼 일처럼 느껴집니다. 기술과 기기만 보면 참 편리해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성장이 더딘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편익에 대해서 짜고 ‘페인 포인트(사용자가 불편, 고통, 불만을 느끼는 지점을 뜻하는 마케팅 용어)’에 대해서는 후하기 때문이다. 더 편리한 것보다는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것을 개선하는 데 돈을 쓰더라. 또 안 보던 제품은 잘 안 사는 경향이 있어서 그렇지 않나 생각한다.

현재 K-ICT 디바이스 랩 등에서 멘토 역할을 맡고 있는데, 사실 멘토링을 하면서도 “이것 말고도 먹거리가 있으면 도전하시라”고 하고, 아니면 생각해보라고 한다. 지금은 스타트업이 뛰어들기에는 아직 어려운 길일 수 있다.

– 아마 또 다른 진입장벽은 아직 인프라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점 아닐까 싶습니다. 예컨대 IoT 스마트 홈이 구축되려면 스마트 기기와 연동돼야 하는데, 최신가전이어야 가능한 것 아닌지요. IoT가 정말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올 수 있을까요?

맞다. 세탁기, 에어컨 같은 가전기기가 멀쩡하게 잘 돌아가는데 바꿀 리 없지 않나. 그리고 지금의 IoT는 전원 제어 기능만 있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한 가전제품 사려면 300만-400만원을 줘야 한다. 스마트한 기기를 좋아하는 나조차도 못 산다.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아이폰은 2007년에 나왔어도, 앱스토어는 2008년에 나왔다. 당시 내가 샀던 앱 중에는 라이터 앱이 있는데, 폰 화면 아래 보여지는 부싯돌 이미지를 손으로 문지르면 라이타 불이 켜지고, 폰을 옆으로 기울이면 자이로 센서가 감지해서 불꽃이 옆면으로 기울이며 마치 폰의 옆면을 태우는 듯 지직 거리는 앱이었다. 이걸 99센트 주고 샀었는데, 신기하다는 것 말고 아무런 쓸모는 없었다.

하지만, 앱스토어에 많은 앱들이 계속 생겨나고 망하고 쌓이고 사라지면서, 시장에서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앱들이 주목을 받고 선택되는 것처럼 발전해서, 지금은 스마트폰 없이는 생활을 하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아이폰의 등장은 혁신적이었다.

나는 아마존 에코 시연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보면서 2007년 아이폰이 등장했을 때와 같은 전율을 느꼈다.

현재 아마존 에코에 올라온 서비스(Skills)는 대략 1만5천개 정도가 된다고 한다. 대부분 뉴스를 듣거나, 농담을 해주거나, 스포츠 결과를 알려주는 것들 정도이다. 아직 꼭 필요하다기 보다는 그저 재미 수준에 머무르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기본적인 서비스(음악 감상, 알람 등)는 그 제품을 개발한 곳에서 만들어 제공했지만, 시장에서 소비자가 필요한 서비스나 기능을 제조사에서 모든 것을 예상하고 만들 수는 없다. 따라서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참여해서 시도하고 또 망하고, 그러다가 시장이 필요로 하는 것들이 주목받고 하는 식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스마트폰의 앱스토어에 있는 앱들이 처음에는 그저 재미일 뿐 실용성은 없어 보였지만, 그 수많은 시도가 쌓여서 지금의 스마트폰 환경을 만든 것처럼, IoT도, 스마트홈 시장도 시장에서 다양한 시도가 될 수 있어야 하고, 시장이 선택하는 것들이 나올 수 있도록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스마트홈에서 절대적으로 강력한 음성인식 UX를 갖는 스마트 스피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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