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또라이’의 데이터 공부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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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2천여명이 참석했던 파이썬 컨퍼런스 ‘파이콘’이 성황리에 끝났다. 60여개의 다양한 발표가 진행된 가운데 눈에 띄는 발표가 하나 있었다. 바로 ‘파이썬 입문자의 데이터 사이언스(Kaggle)’라는 발표다. 발표 시작 10분 전부터 이미 좌석은 꽉찼다. 무대 앞과 뒤, 통로까지 참석자로 빽빽했다. 발표자는 박미정 아이오 최고기술책임자(CTO). 스타트업 혹은 개발자 행사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여성 CTO였다. 발표가 끝나고 “데이터에 대한 관심도 많고, 입문자용 콘텐츠라 많은 분이 오신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하던 박미정 CTO로부터 스타트업에 유용한 몇가지 팁을 좀더 들어보았다.

▲2017년8월12일 진행된 박미정 아이오 CTO 발표 현장 (사진:블로터)

데이터 공부, 캐글로 시작해보세요

캐글은 데이터 과학 및 머신러닝을 학습하는 플랫폼이자 온라인 경연 대회를 운영하는 곳이다. 기업이나 특정 사용자가 데이터를 첨부해 문제를 내면 누구나 이 문제에 답을 제출 할 수 있다. 참가자는 문제를 풀면서 데이터 분석을 경험하고 공부한다.

예를 들어, 미국 국토안보부는 캐글에 위험 감지 알고리즘을 향상할 수 있는 방안을 묻는 문제를 제출하면서 데이터 약 10기가바이트(DB)도 함께 제공했다. 현재까지 199팀이 여기에 참여했으며, 향후 가장 좋은 답안을 제출한 참가자가 상금을 받는다. 캐글은 지난 3월 구글에 인수됐다.

“제 회사 차기 제품에선 고객한테 더 많은 서비스, 적합한 서비스를 추천해야 해요. 그럴려면 고객 환경 정보를 센서나 제품 등에서 수집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통계나 데이터쪽으로 전공하지 않았어요. 당장 개발은 해야겠는데 뭐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더군요. 그래서 일단 오프라인 학원 수업을 들었고, 그때 캐글을 처음 접했어요. 처음에는 문제를 푸는 건지 알고 재밌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이거를 우리 서비스에 어떻게 녹일지 고민할 수 있더라구요.”

박미정 개발자는 캐글에 공개된 자료 중에 타이타닉 생존자 예측 문제자전거 공유 시스템 예측 문제를 풀면서 데이터과학을 익혔다고 한다. 처음 데이터를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이 두 문제를 살펴보면 좋다. 만약 어떤 알고리즘을 적용할지 고민된다면, ‘사이키트런 치트시트‘을 참고하자. 자세한 과정은 이번 발표자료에도 공개됐다.

▲사이키트런 치트시트. 어떤 알고리즘을 적용할지 모를 때 참고하면 좋다(사진:사이키트 홈페이지)

☞박미정 CTO 파이콘 발표 자료 원본 링크

“개발만 하고 싶어서 스타트업 왔어요”

박미정 CTO가 현재 근무하는 아이오(IO)라는 회사는 스마트홈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주로 사용자는 1-2인 가구라고 한다. 대표 제품에는 스마트폰으로 전등을 끄고 키는 스위치 ‘스위처’가 있고, 가전제품을 스마트폰으로 제어하는 ‘링커’도 개발 중이다.

박미정 CTO은 어쩌다 스타트업 개발팀을 이끌게 됐을까?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박미정 CTO는 졸업 후 대기업 SI 업체에 입사했다고 한다. 하지만 2년 반 정도 근무한 후 퇴사했다.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로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할 겸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때는 스타트업이라는게 존재하는지도 몰랐어요. 그냥 개발자로 더 성장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던 참에요. 대학원에 스타트업 CTO였던 선배가 있었어요. 비트코인 회사였는데, 우연히 따라서 들어갔는데 너무 좋았던거죠. 그곳은 개발자가 중요한 회사이고 동시에 개발자는 프로그래밍에만 집중하면 되는 그런 회사였어요. 그때부터 스타트업에 관심이 생겼어요. 지금 아이오 대표님이 제 동기였는데, 이후에 아이오에 오라고 제안하셨죠.”

▲박미정 아이오 CTO (사진:블로터)

박미정 개발자가 초기부터 아이오 개발팀을 이끈 건 아니었다고 한다. 아이오는 설립 초기 이벤트 진행으로 많은 사용자가 몰렸는데, 이때 서버 기술을 정리할 개발자가 필요했다. 박미정 개발자는 그 당시 서버 안정화를 돕기 위해 합류했고 그 이후 CTO 자리를 제안받았다. 혹시 여성 CTO에 대한 내부 선입견은 없었을까?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얼마나 대단한 개발자이기에 여성 CTO를 임명하느냐는 의견도 존재했다고 한다.

“그런 시선이 불편한 것까진 아니고 오히려 익숙했어요. 어느 조직에 가든 그렇게 보더라구요. 저는 개발에 관심이 많아서 이것 저것 찾아보고 참여하는 편인데, 그걸 안좋게 보는 남자 선배도 있었어요. 하지만 몇 달만 저랑 일하면 나를 인정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죠. 그래도 처음엔 제가 조언하거나 피드백을 주면 껄그러워하더라구요. 다행히 몇 달 지나니 먼저 물어봐 주더라구요. 그런건 제가 극복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몇 달은 참은 셈이죠. (웃음) 기술로 결과를 보여주고, 공부한 내용도 공유하면서 계속 노력하니 팀원들이 인정해준 거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일찍 일어나는 또라이가 세상을 바꾼다

박미정 CTO의 자신감에는 공부에 있다. 현재 그녀는 일주일에 5일 정도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3시간정도 공부하고 출근한다고 한다. 아예 매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공부하는 ‘얼리또라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관리하고 있기도 한다. 여기엔 누구나 가입할 수 있으며, 현재 멤버수는 120명 정도이다. 직장인은 퇴근 후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데, 대신 딱히 일정 없는 오전 시간을 확보해 공부하자는 의미로 서로 모였다고 한다.

▲박미정 CTO가 관리하는 ‘얼리또라이’ 페이스북 페이지 (사진: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원래 잠이 없는 편이에요. 페이스북 멤버에게는 충분한 수면시간을 유지한 채로 공부하라고 조언해요. 저는 뛰어난 사람이 아니예요. 그래서 늘 공부할 수 밖에 없더라구요. 술도 줄였구요. (웃음) 대신에 새로운 기술을 조금 빨리 익히는 편이예요. 이때 프로그래밍의 경우, 그 언어를 보기 전에 무엇을 만들지 먼저 정하고 시작해요. 예를 들어, ‘주식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꺼야’ 라는 식의 목표를 먼저 정하고 학습하는 식이죠. 그럼 만드는 재미가 있어서 포기를 잘 안하더라구요. ”

현재 아이오 개발팀은 7명. 새 제품 출시 때문에 새로운 직원도 찾고 있다고 한다. 박미정 CTO는 “아이오같은 사물인터넷 제품이 젊은 세대에게 꾸준히 팔리는 건 흔치 않다”라며 “앞으로 지금의 결실을 이어서 한국의 1-2인 가구에게 관심 받으면서 오래가는 스마트홈 제품을 만들고 싶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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