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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터포럼] 구글 성차별 메모 논란과 ‘테크&젠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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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엔지니어였던 제임스 데모어가 한 달여 전 10페이지 분량의 메모를 남겼다. 이 메모는 곧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먼저 언론에 소개된 메모 내용을 살펴보자.

“남녀 간 생물학적 차이가 있고, 이는 테크 기업에서 여성 직원의 수, 여성 리더의 수에 영향을 미친다.”
“생물학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아이디어보다 미적인 것, 감정적인 것에 관심이 많다. 또 여성은 일반적으로 ‘사물’보다 ‘사람’에 관심이 더 많다.”
“남성은 일반적으로 여성에 비해 더 체계적(시스템적)이다. 이는 많은 남성들이 여성보다 코딩을 더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워크-라이프 밸런스를 더 추구한다. 남성은 여성보다 높은 지위에 오르고자 하는 원동력이 강하다.”

논란이 일자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퍼뜨렸다”라며 제임스 데모어를 해고했다. 논란은 더욱 커졌다. 제임스 데모어는 언론이 자신의 메모의 일부분만 맥락을 삭제한 채 보도해 자신의 주장이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또 해고가 부당하다며 법적 공방에 나섰다.

많은 사람들이 제임스 데모어의 메모를 비판한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이들은 자신도 생각했지만 차마 말하지 못했던 논의들을 수면위로 끄집어내 주었다면서 제임스 데모어의 주장을 지지한다. 해고의 부당성에 공감하며 제임스 데모어를 위한 펀딩도 쏟아내고 있다.

메모를 접한 많은 여성은 평생 마주해온 편견에 대한 피로감을 이야기한다. 구글의 여성직원들은 구글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하버드 출신의 여성이 구글 내 성차별 및 인종차별로 인해 구글을 퇴사했다는 내용이 기사화되기도 했다.

이번 논란을 접하고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제임스 데모어의 메모 전체를 놓고 ‘블로터포럼’을 진행했다.

  • 일시 : 2017년 8월30일
  • 장소 : 서울 중구 디자인하우스
  • 참석 : (가나다순)
    • 강신규 :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디지털 영상문화에 관심이 많다. 현재 문화이론전문지 <문화/과학>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누가 문화자본을 지배하는가? – 한국 문화산업의 독점구조>(공저), <게임포비아>(공저)가 있다. 또 역서로는 <비디오게임>(공역)이 있다.
    • 박진희 :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교수.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과학사에 매력을 느껴 베를린공과대학에 다시 입학해, 2003년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과 기술을 인문·사회·과학적으로 탐구하는 ‘과학기술학’ 연구를 하고 있다. 주디 와이즈먼이 쓴 <테크노페미니즘>(공역)을 우리말로 옮겼다. 저서로는 <영화와 문학 속의 과학기술>(공저) 등이 있다.
    • 신예지 : 엔웨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실리콘밸리에 있는 엔웨이 본사와 엔웨이코리아를 오가며 일하고 있다. 그전에는 글로벌 CDN 서비스 기업 씨디네트웍스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파이콘KR 준비위원회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파이썬 언어를 사용하는 여성 개발자 모임 ‘파이레이디스 서울’을 조직했다. 블로그 ‘make something’을 운영한다.
    • 윤종영 : 국민대 소프트웨어 융합대학 산학협력 교수. LG에서 일하다가 1996년 미국으로 건너가 실리콘밸리에서 IT 컨설턴트로 일했다. 페이스북, 핀터레스트, 야후를 비롯한 50여개 회사를 컨설팅했다. 실리콘밸리에서 테크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한인 커뮤니티 ‘베이에어리어 K그룹’의 회장, 사단법인 코드(옛 CC코리아) 이사를 맡고 있다.
    • 한수연: <블로터> 기자. 진행을 맡았다.
▲(왼쪽부터) 강신규 책임연구원, 박진희 교수, 신예지 엔지니어, 윤종영 교수.

▲강신규 책임연구원, 박진희 교수, 신예지 엔지니어, 윤종영 교수(왼쪽부터).

톺아보기 1. ‘남녀의 생물학적 성격 차’ 이야기한 제임스 데모어의 주장, 옳은가?

한수연 : 제임스 데모어는 메모에서 ‘생물학적 차이’에서 기인한 남녀 간 성격 차(personality differences)가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박진희 : 사회적 성(젠더)과 생물학적 성(섹스), 둘 사이 관계와 논란을 연구하는 분야 중 ‘과학기술학’이라는 분야가 있다. 과학기술학에서는 생물학 이론이 정립될 때 자연에서 나온 데이터로만 순수하게 구성되는지를 연구한다. 데이터 선별과 해석은 결국 사람이 하는 부분이다. 생물학적 이론은 과학자가 몸담은 사회의 구성과 이데올로기와 전혀 무관한 채, 순수한 데이터를 가지고 결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19세기 부인학에서 여성의 특징이라고 얘기하는 것과 20세기 들어와서 여성의 특징이라고 얘기하는 내용이 다르다.

메모에서 이야기하는 여성성/남성성이라는 것이 어떻게 구성됐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그런데 메모에서는 이미 사회적으로 결정된 여성성/남성성을 그대로 끌고 와서 여성은 이렇다, 남성은 이렇다고 구분하고 있다.

강신규 : 나도 비슷한 의견이다. 제임스 데모어는 메모에서 자기 생각만을 나열한 게 아니라 근거를 들었더라. 남녀 성차가 있다는 연구를 제시했다. 근데 이게 정설이라고 보기 어렵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 신체적으로 정서의 차이가 있다는 연구는 확증된 게 아니다. 생물학적 이유보다는 사회문화적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ICT 업계에 남자가 (여성보다) 많은 건 애초에 이 분야가 남성에게 더 어울린다는 사회적 편견 때문이다.

메모에 미국 일리노이주 피오리아 브래들리대의 데이비드 슈미트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가 근거로 제시돼 있더라. 슈미트 교수는 남녀의 정서적 성향에 있어 생물학적 차이가 있다는 게 일반적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 교수가 제임스 데모어의 메모에 대해 발언한 게 있다. 슈미트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차이를 업무적 능력과 연관 짓기 어렵다”라고 말한다.

여성성/남성성은 사회적으로 부여되는 것이지 신체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또 만에 하나 그렇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그조차 여성성/남성성을 업무와 연관시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는 걸 짚고 싶다.

신예지 : 메모를 읽으며 제임스 데모어가 애초에 왜 이 글을 작성했을지 생각해봤다. 작성자는 구글이 다양성을 위해 너무 힘쓰고 있어 다양성을 지닌 사람이 구글에 입사할 수 있는 기준을 너무 낮췄고 이것이 구글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 같다. 그러면서 메모의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성/남성성을 짚고 있다. 여성성/남성성을 아예 뺐고 구글이 더 좋은 테크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더 좋은 사람을 뽑아야 하고, 이를 위해 더 높은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했다면 보다 좋은 문서가 됐을 것이다.

그런데 제임스 데모어가 결국 하고 있는 주장은 구글이 여성과 흑인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이 목적이 상당히 순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논란이 생겼다고 본다. 파이콘에 성명서가 있는데, ‘성별, 성적 지향, 외모, 장애, 신체 사이즈, 인종, 종교’를 언급해서 다른 사람이 기분 나쁘면 잘못됐다고 판단한다. 이런 것들을 언급하면서 논리를 진행했기 때문에 메모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관련해서 나오는 수치들이 맞다고 할지언정, 결론적으로 많은 사람이 피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윤종영 : 일단 나는 생물학적으로 남녀가 다르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굉장한 편견이다. 제임스 데모어의 배경을 보니, 일리노이대(UIUC)에서 생물학, 물리학, 화학을 전공했다. 또 하버드대에서 시스템 생물학을 전공했더라. 굉장히 엘리트다. 또 생물학에 꽂힌 사람이다.

아마 이 친구는 구글에 와서 불만이 많았던 것 같다. 원래 소프트웨어를 했던 게 아니라 생물학을 하다가 구글에 와서 주니어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시작해 일을 하다 보니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었던 거다. 그래서 이 메모를 쓴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구글을 일반화하면 안 된다고 본다. 구글은 실리콘밸리에서도 매우 특이한 회사다.

한수연 : 다양성 프로그램이 잘 돼 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는 건가?

윤종영 : 그렇다. ‘실리콘밸리’ 하면 늘 구글, 페이스북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실리콘밸리에는 매우 다양한, 크고 작은 회사들이 있다. 늘 실리콘밸리를 너무 일반화한다는 느낌이 든다.

구글이 어떻게 보면 ‘역차별’인 다양성 프로그램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미국 정부가 계속 압박하기 때문이다. 구글같이 큰 회사는 남녀 직원 비율을 조사해 제출해야 한다. 또 언론에도 계속 관련 이야기가 나온다. 몇 년 전 조사에서 구글의 남녀 직원 비율이 8대2 정도 됐다. 이걸 가지고 사람들이 비난했다. 이 때문에 다양성 정책이 생긴 면이 분명 있다고 본다. 그래서 (다양성을 지닌 사람들의 입사) 기준을 낮췄을 수 있다.

톺아보기 2. 구글의 차별 철폐 프로그램, 역차별로 볼 수 있나?

한수연 : 다양성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역차별’로 볼 소지가 있다고 생각하나?

윤종영 :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명문대에 입학하기 매우 어려운데, 인구 통계학적으로 입학하기 쉬운 프로토타입이 있다. 가장 어려운 집단은 동양 남성, 가장 들어가기 쉬운 이들은 흑인 여성이다. 이는 현실이고 사실이다. 이걸 역차별로 보느냐 혹은 동등한 기회로 보느냐에 대해선 해석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학엔 분명 이런 점이 있다.

박진희 : 회사에는 인사고과를 비롯해 여성이 경력을 쌓기에 차별적인 부분이 많다. 여성은 일과 가정을 양립해야 하는 환경적 요인에 의해 직장에서 이탈하는 경우도 많다. ‘누수 현상’이라고 한다. 이런 현상이 전반적으로 나타난다. 때문에 지금 ‘역차별’일 수 있다고 말하는 제도가 계속 유지될 필요가 있다.

강신규 : 역차별 문제, 어려운 문제다. 어떤 이들은 태어나서부터 학위를 마치고 사회생활을 할 때까지 매우 차별적인 사회 안에 있었을 수 있다. 이들에게 소위 말하는 ‘여성 지원책’을 주는 게 역차별인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과정상 문제를 보면 ‘과연 그렇게 역차별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직장을 다니는 누군가에게는 이게 역차별로 보일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 생각해볼 점이 있다. 이런 차별적 부분을 왜 구글, 즉 기업이 책임져야 하는지다. 사회가 길러냈는데.

신예지 : 난 역차별 문제가 나오면 항상 하는 얘기가 있다. 구부려진 파이프를 곧게 펴려면 반대쪽으로 구부려야 한다. 그래서 남녀 비율 7대3이 3대7이 되기 전까지는 역차별이라는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아예 파이프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나는 이 ‘구부러뜨리기’를 교육이 할 수 있다고 본다. 계속 이런 (다양성 프로그램은 역차별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미래의 사람들도 계속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한 명이라도 생각을 바꾸면, 그제야 그 사람 주위에서부터 교육이 조금씩 되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생각을 변화시켜서 다음 세대에게 다른 생각을 교육하지 않으면 절대 바뀌지 않을 거다.

윤종영 : 아 박수를 치고 싶다…(짝짝짝)!

박진희 : 교육 얘기가 나와서 사례를 공유한다. 노르웨이, 네덜란드는 컴퓨터공학 교육 콘텐츠를 바꿔나가는 프로젝트를 한다. 컴퓨터공학 트레이닝 콘텐츠 내용 자체가 남성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편향됐다는 거다. 협동성 같은 사회적 감수성은 남녀 할 것 없이 모두에게 필요한 공통의 가치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기존 콘텐츠 안에 담기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노르웨이랑 네덜란드는 아예 텍스트를 다시 쓰고 있다. 실습 과정에서도 지금의 바이어스(bias)를 바로잡는 노력을 같이하고 있다. 유럽은 이런 감수성이 보다 높다 보니 교육에서도 (바이어스를) 실질적, 제도적으로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수연 : 윤종영 님, ‘실제로 역차별적인 부분이 있다. 이게 현실이다’라고 말했는데 혹시 생각이 바뀐 부분이 있나?

윤종영 : 굉장히 설득당했다. 그런데 머리가 복잡해졌다. 뭔가 반론을 재기하고 싶은데…. 사실 제임스 데모어도 이런 생각을 했을거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분명히 개인적인 사례가 있었을 텐데, 다시 한번 어떤 건지 궁금해진다.

박진희 교수와 윤종영 교수.

박진희 교수와 윤종영 교수.

톺아보기 3. 제임스 데모어의 제안,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한수연 : 메모에 나오는 제임스 데모어의 제안들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 긍정적으로 검토할 부분이 있진 않을까?

– 제임스 데모어가 제시하는 ‘성차를 줄이는 비차별적인 방법들’-

  • 여성은 사물보다는 사람에 더 관심이 많다. ⇒ 사물 중심적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보다 사람 중심적으로 만드는 걸 검토할 수 있다.
  • 여성은 대체로 더 협동적이다. ⇒ 테크 기업 내에서 협동적인 사람이 더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여성은 대체로 더 불안정한 경향이 있다. ⇒ 큰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하는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 여성은 대체로 직장과 일상생활의 균형을 추구하는 성향이 더 높다. ⇒ 파트타임 일자리를 허용해 테크 업계 여성 종사자의 수가 늘어나도록 유인해야 한다.

윤종영 :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걸 인정한다는 건, 앞의 전제를 인정한다는 거다. 그래서 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은 ‘너희(여성)들이 못 하니까 도와줘야 돼’라는 식이다. 특히나 테크 회사, 즉 몸을 쓰지 않는 회사에서 여성/남성을 나눠서 판단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

박진희 : 진단 자체가 완전히 바이어스됐다. 이런 전제 하에 생물학적으로 여성성에 맞는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우리 평화를 유지하자는 식이다. 제임스 데모어가 해결 방안으로 제안한 것은 여성성/남성성이라는 본질이 굳은 사회적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로 이 특성에 맞춰서 일을 주자는 건데, 이렇게 되면 소위 말하는 ‘젠더 갭’을 한층 더 강화하자는 얘기밖에 안 된다.

하지만 일과 양육에 대한 부분이 더 고려되는 일자리 환경을 만들자는 건 긍정적으로 생각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다.

강신규 : 전적으로 동의한다.

신예지 :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톺아보기 4. 구글의 제임스 데모어 해고, 옳았나?

한수연 : 구글이 제임스 데모어를 해고했다. 이 조치가 잘못됐다는 역공도 많다. 해고 조치가 잘 한 대처라고 보나?

강신규 : (해고 조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악마가 되지 말자’라는 행동강령을 어겼기 때문에 제임스 데모어를 잘랐다고 했다. 만약 제임스 데모어의 주장이 매우 문제적이라고 치더라도, 그에 대한 대가가 ‘해고’여야 하는가? 중간에 어떤 합의의 절차가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차별적 발언을 했을 때 회사 내 징벌을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할지와도 연결되는 문제다. 또 나아가 차별 발언에 대해 해고하는 게 정당한가에 대한 문제와도 연결된다.

지금 구글이 캘리포니아 주법을 위반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구글 측은 과거에도 행동강령을 어겼을 때 한 번에 자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선 문제가 없다고 밝혔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이 토론과 합의로 유명한 회사였기 때문에 아쉬운 점이 많다.

박진희 : 일자리를 자른다는 건, 행동강령의 문제라기보단 계약상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든지, 혹은 능력이 없다든지 등 계약 위반 여부를 가져가야 한다. 행동강령을 어겼다고 바로 일자리를 없애는 건 과도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강신규 : 우리 사회로 눈을 돌렸을 때, KBS에 일베기자 논란이 있었다. 해직하라는 사람들의 요구가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 경우는 구글처럼 엔지니어가 아니라 뉴스를 만드는 기자였다. 본인의 삐뚤어지고 편향된 시선이 (뉴스) 콘텐츠에 반영되니까 논란이 많았다. 이런 점들도 같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윤종영 : 미국 슬래시닷 사이트에서 ‘구글은 제임스 데모어를 해고해야 했을까?’라는 설문을 하고 있다. 2만2천명이 넘는 사람이 참여했는데, 참여자의 32%는 ‘해고 잘 했다’, 62%는 ‘해고하면 안 됐다’를 선택했다. 3%는 ‘다른 의견’이다. 32대65. 그런데 또 만약 구글이 해고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지 않았더라도 애매할 것 같다.

▲슬래시닷에서 진행 중인 설문. (2017년 9월4일 기준. 출처=슬래시닷 홈페이지 갈무리)

▲슬래시닷에서 진행 중인 설문. (2017년 9월4일 기준. 출처=슬래시닷 홈페이지 갈무리)

신예지 : 난 중립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제임스 데모어가 만약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보였고, 누군가에게 ‘너는 이러니까 일을 잘 못 할 거야’라고 말을 해서 피해를 본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해고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 사람이 정말 잘못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이를 행동으로 했을 것이고, 해고되지 않았을까? 구글이 굳이 지금 이 시점에서 제임스 데모어를 해고해 논란의 중심에 설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강신규 :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지만, 제임스 데모어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메모를 올렸을 때는 안 그러다가, 한 달이 지나 논란이 되니까 구글이 날 해고했다.”

신예지 : 논란이 돼 구글의 이름에 먹칠하는 것 같으니까 ‘보여주기’식으로 반응했다고 생각한다.

신예지 엔지니어와 강신규 연구원.

신예지 엔지니어와 강신규 연구원.

톺아보기 5. 한국 테크 업계는?

한수연 : 우리나라 얘기를 해보자. 구글에는 다양성 프로그램이 잘 돼 있는 것 같다. 한국 테크 기업들은 어떤가?

신예지 : 카카오는 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여성에게 지원을 많이 해주기보다는 개발자를 많이 뽑기 위함이라는 느낌이 든다.

강신규 : 두 가지 정도 짚을 수 있다. 올해 사단법인 미래포럼 CEO 스코어라는 곳에서 한국 500대 기업의 ‘성별 다양성 지수 보고서’를 발표했다. 1등이 네이버다. 직원의 성비, 임금 차, 임원 비율 등을 다 통계 내서 평가한 거다. 네이버가 100점 만점에 77점을 받았다. 재밌는 건 업종별로는 IT 업계가 1등은 아니다. 여성 직원이 많다고 여겨지는 생활용품 쪽이 1등이다. 이 수치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또 한 가지, 한국 테크 업계의 성차별 논란, 논쟁에 대해 굉장히 오래 찾아봤는데 걸리는 게 없었다. 사례를 찾다가 이번 4월 ‘무한도전’에서 ‘국민내각’ 특집편을 한 걸 봤다. 국민대표 200명이 국회의원 5명과 ‘대한민국에 바라는 점’을 이야기하는 특집이었다. 여기에 30대 여성 프로그래머가 나와서 성차별 이야기를 하더라. 언어폭력, 성차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성희롱까지 당했다고 한다. 이 프로그래머가 얘기하길, 스트레스가 심한 업무 환경에서 남성이 본인들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여성들을 괴롭힌다는 거다. 그런데 여기서 매우 한국적인 문화가 작용하는데, ‘여자들은 군대 안 갔다 왔잖아. 너희는 사회를 모른다. 그러니까 사회에서 배워라’라는 논리가 있다는 것이다. 또 회사에 도움을 요청하면 ‘남들 다 참고 다닌다’, ‘너만 왜 유별나냐’ 라는 충고를 가장한 면박이 돌아온다고 한다.

재밌는 건, 국회의원이 해결책이라고 내세우는 내용이다. 의원들이 그냥 ‘노동문제’로 환원하더라. 젠더 문제가 빠져 있었다. 이를테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라고 한다거나, ‘직장 내 신고센터를 설치해 상담을 의무화해야 한다’라거나. 그런데 이런 건 다 사후조치다. 원인에 대한 이야기, 젠더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이런 식의 접근을 보며 젠더 감수성이 누락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2016년 한국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관련 학위 취득자 중 여성은 18%에 불과했다. 미국보다 훨씬 적다. 중요한 건 이 사람들이 졸업 후 취업하는 과정에서 전공을 살리는 않는다는 점이다. 왜 중간에 계속 이탈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톺아보기 6. 테크 업계의 젠더 갭을 줄이기 위해 해야 할 노력은?

한수연 : 테크 업계의 젠더 갭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실천적 노력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박진희 : 기업 단위보다는 더 위 차원, 즉 정부 차원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기업 평가에 성비, 남녀 임금 격차를 본다든지. 또 기업이 젠더 갭이 강화되는 환경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면 그 기업에 ‘젠더 노력상’ 등 포상을 주는 제도를 통해 환경을 바꿀 수 있다. 더불어 기업 차원에서는 직장 생활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게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신예지 : 일단 기업들이 ‘불법적인’ 것만 하지 않아도 여성이 일할 만 하다고 생각한다. 성추행적 발언을 했을 때 제대로 징계를 내린다거나. 또 사실 ‘여성’이 일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하는 것의 대부분은 그냥 ‘사람’이 일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냥 사람이 쉬기 힘들고 사람이 육아하기 힘든 환경인 거지, 여성이 쉬기 힘들고 여성이 육아하기 힘든 게 아니다. 애를 여자 혼자 기르는 것도 아니고. 이런 것에 대해 사회적 공감이 이뤄져야 한다. 기업 차원에서는 일차적으로 불법적인 걸 하지 않는 게 가장 현실적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강신규 : 중장기적 부분과 단기적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중장기적으로는 노동, 가정, 교육 문제 등이 있다. 단기적인 게 오히려 중요할 수 있는데, 이를테면 미국의 경우 노동부가 정부 차원에서 남녀 임금 차별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기업에 자료를 요구하고 패널티를 주고 고발한다. 한국 정부도 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인 관심이 있어야 한다. 기업 지원도 계속 있어야 한다. 공공기관의 경우 현재 할당제를 실제로 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고 나서는 더 적극적으로 하는 모양새다. 또 공사 병행과 관련해 일반 기업에까지 육아 휴직제도가 확대돼야 한다.

또 무엇보다 이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다. 성차별 논쟁에 대해 많이 찾아봤는데 사례를 찾기 어렵다. 그만큼 언론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종사자들도 이에 대해 이야기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본다. 일단 현황 파악부터 돼야 한다. 전방위적으로 IT 업계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마침 지금 사회적 요건이 갖춰졌다. 이를 요구할 수 있는 적기가 아닌가.

한수연 : ‘이공계 내 성차별 아카이빙 프로젝트’가 있긴하다. 전방위적 현황 파악을 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윤종영 : 업계 내 SI와 비SI가 있는데, 나는 SI가 전반적으로 큰 악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불가능한 이야기 같지만, SI가 없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러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이 여러모로 도약할 거다. 참고로 실리콘밸리에서는 SI가 거의 죽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작용했다. SI가 없어지면 ‘맨먼스’ 계산 자체가 없어질 거고, 그러면 여자로서 불이익을 받을 요소들이 없어진다고 본다. 타고 올라가면 SI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줄 평

한수연 : 제임스 데모어의 성차별 논란 메모에 대해 ‘마지막 한 줄 평’을 부탁한다.

  • 신예지 : 메모에서 여성/남성을 뺐다면 매우 좋은 글이 됐을 것이다.
  • 박진희 : 제임스 데모어는 한국의 IT 업계 현황을 돌아보게 하는 데 굉장히 기여했다.
  • 윤종영 : 제임스 데모어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어떤 경험을 했는가’ 묻고 싶다.
  • 강신규 : 제임스 데모어는 편견덩어리인 것 같지만, 해고 자체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있다. 또 지금 우리 앞도 깜깜하다. 우리 상황도 모르는데 이 사람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답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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