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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스쿨 혁신의 힘은 ‘시스템’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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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대학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요즘 이 질문은 전세계 대학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심지어 수재들과 유명 교수가 모인 아이비리그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기 좋은 시스템이 대학 혁신을 불러올 수 있다고 믿는 대학이 있다. ‘미네르바스쿨‘이다. 2011년 처음 개교한 이후로 꾸준히 성장을 보이던 미네르바스쿨은 최근 한국 정부까지 관심을 보이며 벤치마킹하는 중이다. 얼핏보면 평범한 사이버대학 혹은 대안학교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켄 로스 미네르바스쿨 아시아태평양 총괄 디렉터와 2016년 미네르바스쿨 입학생 최다나 양은 ‘학생 교육에 집중된 탄탄한 시스템’을 성공 이유로 꼽는다. 꼭 똑똑한 학생들이 모여있어서, 교수진이 화려해서도 아니다.

▲켄 로스 미네르바스쿨 아시아·태평양 총괄 디렉터(왼쪽)와 2016년에 미네르바스쿨에 입학한 한국 학생 최다나 양.

대규모 수강생이 있는 온라인 강의  VS 소수정예 온라인 강의

미네르바스쿨은 기숙사 대학교로 2가지 부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일단 모든 수업은 100% 온라인 강의다. 오프라인 교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4년 내내 7개 나라를 돌아다니며 동기들과 기숙사 생활을 한다. 온라인 강의는 사실 한국에서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많은 한국 중고등학생들은 EBS 같은 온라인 강의로 수능 시험을 준비하고, 대학생들은 사이버 강의로 학점을 얻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이 과연 혁신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제 미네르바스쿨에서 1학년을 마친 최다나 학생도 입학 전에는 온라인 강의 방식에 의심을 품었다.

“저는 초등학교는 한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미국에서 다녔어요. 미국 고등학생 시절 AP(Advanced Placement)라고 대학교 1학년 수준의 강의를 미리 듣는 과정이 있거든요. 그때 미리 녹화된 영상을 온라인으로 봤어요. 그리고 교수님께 연락하면 몇 주 뒤에야 답변을 받을 수 있더라고요. 그때 실망을 많이 해서 온라인 교육에 안좋은 선입견이 있었죠.”

최다나 학생과 같이 입학한 학생 수는 160여명. 1학년은 같은 과목을 들어야 하는데, 인원이 많으니 반을 나눠 온라인 강의에 들어간다. 한 반은 최대 18명까지만 들어간다. 이상하다. 보통 온라인 강의는 더 많은 사람이 시·공간 제한없이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도입한다. 10명이 아닌 100명이 접속한다고 비용이 더 드는 것도 아니다. 몇십만명이 동시 접속하면 인터넷 속도가 느려질 수도 있겠지만, 고작 100명이 동시 접속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미네르바스쿨이 한 반에 제한 인원을 둔 데는 이유가 있다. 교수가 학생 한 명씩 최대한 집중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강의는 온라인으로 진행되지만, 일방적인 녹화 강의는 아니다. 실시간 영상채팅을 하며, 동시에 모든 게 기록되고 데이터로 저장된다.

혹시 온라인 강의로 인해 교수 혹은 학생들 간 친밀도가 낮아지지는 않을까? 일단 학생들은 기숙생활을 하면서 충분한 교류를 하고 있다. 같은 해에 입학한 학생들은 무조건 같은 도시를 함께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기숙사 안에는 식당은 없고, 대부분 친구들이 같이 요리를 해서 먹는다. 동아리, 스터디 모임 등이 있는 건 다른 대학과 비슷하다.

최다나 학생은 “교수님과의 친밀도는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수업이냐에 따라 느껴지는 건 아니다”라며 “교수가 나에게 주는 피드백과 질문을 했을 때 반응을 보면 학생에 관심이 있고, 관리하고 있다는 느낌을 충분히 받는다”라고 밝혔다.

같은 맥락으로 미네르바스쿨의 온라인 교육은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에게도 효율성을 높여준다. 인쇄해서 제출하는 과제는 없다. 학생이 온라인으로 빨리 과제를 제출하는 대신, 교수 역시 온라인을 활용해서 반드시 1주일 안에 채점하고, 피드백을 줘야 한다. 보통 학생이 이메일을 보내면 교수는 2-3일 안에 답을 보낸다. 오프라인 교실에서는 오히려 모든 대화를 기억할 수 없지만, 온라인 속 대화는 모든 게 기록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보다 꼼꼼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환경이 생겼다.

▲미네르바스쿨 교수가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주는 방식. 몇 분에 학생이 손을 들어 발표했고, 어떤 말을 했는지 다시 들을 수 있다. 교수는 학생의 발표마다 의견을 적는다. (사진 : 미네르바스쿨 소개 유튜브)

A+를 받았다고 승자, F를 받았다고 패자가 아니다

미네르바스쿨은 2014년에 첫 입학생을 받았다. 그때만 해도 입학생은 28명이었다. 그 숫자는 점점 늘어, 지금은 전체 학생수가 480명이 됐다. 최근 진행된 입학 전형에선 5만명이 지원서를 냈다. 모집요강이 다른 부분이 있긴 하지만 최근 하버드 입학 지원자가 약 4만명, MIT가 2만명,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가 7만명인걸 보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입학생들은 전세계에서 오기 때문에 다양성이 높다고 한다. 현재 미네르바스쿨에 재학중인 한국인은 총 4명이다. 최다나 학생은 국제정치에 관심이 많아서 원래는 워싱턴DC에 있는 대학을 알아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부모님이 미네르바스쿨을 추천해줬고, 실제 살펴보니 마음에 들어서 진학을 결정했다. 혹시 이름있는 대학을 가고자 하는 마음을 없었을까?

“다른 대학을 준비하던 미국 친구들을 봐도, 꼭 아이비리그만 가고 싶어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공립대학을 갈지 사립 대학을 갈지 그 부분을 더 많이 고민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물론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요. 저는 일반 대학을 가면 기껏해야 어학연수로 다른 나라를 1-2군데 정도 가잖아요. 근데 미네르바스쿨은 7개 나라를 간다는 게 마음에 들었고요. 거기다 오리엔테이션에서 동기를 만나고 수업 방식을 보니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켄 로스 디렉터는 학생을 뽑을 때 반드시 고려하는 게 있다고 말했다. 성실함이다. 시험 성적만 높은 학생은 뽑을 수 없다는 게 미네르바스쿨의 원칙이라고 한다. 그는 “성실함은 우리가 가르쳐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성실하지 못하면 결국 미네르바스쿨에서 버텨내지 못할 걸 알기에 뽑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보통 한국에서는 똑똑한 학생들이 모여 있는 경우 오히려 경쟁적인 학습 분위기가 생겨난다. 미네르바스쿨에선 그렇지 않다. A+를 받은 사람은 승자, F를 받은 학생은 낙제로 규정하진 않는다. 이를 위해 미네르바스쿨은 서로 비교하지 않고, 협력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끊임없이 제공한다. 예를 들어 학생들의 등수를 매기지 않고 절대 점수로 평가한다. 학생들에게 각자의 목표와 성공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모든 시험은 오픈북으로 진행된다. 평가를 위한 과제는 없기 때문에 굳이 학생들이 서로의 과제를 베껴서까지 제출하지 않는다. 졸업할 때는 GPA가 필요한 학생을 위해 따로 학점을 환산해 제공하긴 하지만, 실제 수업에선 등수나 점수에 신경쓰지 않도록 학교에서 수업을 구성한다.

켄 로스 디렉터는 “실제 사회에선 문제가 있으면 검색하고 주변에 물어보고 협력하면서 해결하지 않는가”라며 “그 과정을 학교에도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똑똑하거나 목표지향적인 학생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내부 교육 방식과 시스템을 통해 학생들을 계속 협력하도록 유도한 게 잘 작동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돈벌이보다는 한 목표로 함께 나아가는 게 동력

미네르바스쿨은 교수나 학생 뿐만 아니라 행정직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다나 학생은 “미네르바스쿨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해서 시행착오가 많은데 이게 누군가에는 단점으로 느껴질 수 있다”라며 “하지만 특정 숫자의 학생이 학교에게 ‘이런 점을 고쳐줬으면 한다’라고 얘기하면 학교측은 개선안을 의무적으로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사실 이러한 구조가 한국에 없는 것은 아니다. 교수 평가나 학교 평가는 내·외부 기관에서 많이 진행된다. 그럼에도 의미있는 변화가 기존 대학에서 생겨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켄 로스 디렉터는 “기본적인 출발선이 다르다”라고 지적한다.

“기존 대학은 오로지 연구결과로 평가받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논문을 더 잘 쓰기 위해 노력하고, 그러한 연구실과 연구원을 더 지원해줍니다. 교수가 중심이 돼 어떤 학생을 받을지 고르는 경우도 있죠. 그러한 구조에서는 기존의 평범한 대학생을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변화하지 않아도 잘 돌아가니까요. 미네르바스쿨은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닙니다. 교수, 학생, 행정직원이 서로 같은 목표를 갖고 함께 가니 서로가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고 개선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저희도 정말 피나는 노력을 하면서 이 부분을 지켜내고 있습니다.”

미네르바스쿨 방식이 모든 학생에게 맞는 교육체계라고 말할 수는 없다. 교수, 학생, 행정직원 모두 같은 목표를 갖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미네르바스쿨을 따라해서 온라인 강의와 토론식 교육을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 켄 로스 디렉터는 그런 단편적인 요소만 가져가서는 미네르바스쿨같은 교육은 생길 수 없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미네르바스쿨에 관심을 보이는 곳이 교육업계만은 아니다. 기업과 고용주도 있다. 현재 미네르바스스쿨 1학년을 마치면 90% 학생들이 인턴십을 시작한다. 구글, 아마존, 우버 등이 학생을 채용한다. 최다나 학생은 방학동안 비트코인 관련 스타트업에서 인턴 생활을 하고 있다. 켄 로스 디렉터는 “미네르바스쿨에 일본인 학생이 별로 없는데도 일본의 엔젤 투자자가 장학금을 제공했다”라며 “그 이후 10명이 넘는 학생을 그와 관련된 여러 회사 인턴으로 고용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로봇이 기존 직업을 대체할만큼 우리 학생들은 미래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게 교육해야 한다”라며 “고용주들에게 학생들이 어땠는지 피드백을 받고 이를 다시 교육에 적용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미네르바스쿨에 자문을 주는 기업들(사진 : 미네르바스쿨 홈페이지)

미네르바스쿨은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바로 올해 말부터 미네르바스쿨 서울 기숙사가 열린다. 미네르바스쿨 학생 250명이 한국에서 6개월간 거주할 예정이다. 위치는 강남 근처. 미네르바스쿨은 각 기숙사가 있는 도시의 다양한 커뮤니티와도 협력한다.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정부, 대학, 교육업계 등과 협력해 학생들에게 새로운 교육을 열고, 동시에 해당 도시와 소통하며 함께 발전해갈 예정이다. 지금은 서울의 많은 기관과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켄 로스 디렉터는 “서울에 새로운 기숙사가 열리는 만큼 한국 교육 시장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최다나 학생은 기존 교육 체계에서 회의감을 느끼거나 점수로 평가받는 게 싫은 학생에게 미네르바스쿨을 추천했다.

“미네르바스쿨은 수업 전에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도 많고, 스스로 생각도 많이 해야 하는 학교예요. 수업을 따라가는 게 쉬운 건 아닙니다. 또 모두에게 맞는 교육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주어진 정답에 의심을 품고 새로운 답을 찾고 싶은 친구들, 점수로 나를 평가하는 것이 싫은 사람이라면 미네르바스쿨에 적합하다고 봅니다. 거기다 여행을 좋아하면 더욱 좋겠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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