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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현실은 왜 ‘아이폰X’ 발표장에서 조연에 그쳤을까

2017.09.14

'아이폰8' 발표 영상 갈무리

‘아이폰8’ 발표 영상 갈무리

“하루 세 끼 식사를 하는 것처럼 AR 경험은 일상의 일부분이 될 것이다.”

팀 쿡 애플 CEO는 지속해서 증강현실(AR)의 잠재력에 대해 언급해왔다. 가상현실(VR)이 현실 세계와 완전히 차단된 환경을 제공하는 반면, AR은 현실과 조화된다는 점에서 AR의 가능성에 대해 높게 평가한 것이다. 결국 애플은 아이폰에 AR 기능을 집어넣었다. ‘iOS11’에 탑재될 AR 플랫폼을 통해 본격적인 AR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새 아이폰의 AR 기능은 충분히 소개되지 않았다.

9월12일(현지시간) 새 아이폰 발표에서 AR은 조연이었다. ‘아이폰X’ 공개에 앞서 애피타이저에 가까웠던 ‘아이폰8’ 발표 도중, 잠깐 AR 게임 하나가 시연된 게 전부다. VR/AR 에반젤리스트 로버트 스코블은 “애플의 새 OS가 왜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을 가져다주는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꾸준히 AR에 관심을 보여온 애플의 행보에 비춰봤을 때 이번 발표에서 AR 기능에 대한 소개는 부족했다. 애플은 왜 그랬을까.

이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이 나왔다. <더버지>는 9월13일(현지시간) 애플이 전략적으로 AR에 대해 적게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AR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강하며, AR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와닿지 않기 때문에 이번 발표에서 의도적으로 AR을 강조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AR은 신기하지만 쓸모없는 미래지향적 기술 정도로 여겨지곤 한다. 지난 수년간 성공한 AR 콘텐츠는 ‘포켓몬고’가 유일하다. 콘텐츠가 확실히 준비되지 않으면 이런 인식을 뛰어넘기 힘들다. 또 AR은 데모 시연을 보는 것과 실제로 경험해보는 게 확연히 다르다. 무대에서 시연되는 데모를 보는 것보다 자신이 속한 현실 세계에 AR로 구현되는 사물을 겹쳐서 보는 것이 훨씬 인상적이다.

사진: 애플 홈페이지

사진: 애플 홈페이지

생태계 구축 이전에 콘텐츠 홍보가 과할 경우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구글의 VR 플랫폼 ‘데이드림’이 대표적인 예다. 데이드림은 훌륭한 아이디어와 좋은 기술력을 선보였지만 초기에 몇몇 스마트폰에서만 지원돼, 구글이 홍보하는 콘텐츠를 실제로 경험해볼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애플이 실제로 의도적으로 AR 관련 발표를 축소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과장되지 않고 절제된 출시가 AR에게 필요하다. <더버지>는 “AR은 필연적으로 과대광고로 인해 열광과 환멸의 사이클을 겪은 VR의 후계자로 취급될 것”이라며 “혁명을 선언하기 전에 유기적으로 성장하게 함으로써, AR을 좀 더 침착하게 개발하도록 도울 수 있다”라고 전했다.

애플은 지난 6월5일 ‘세계개발자회의(WWDC) 2017’에서 개발자를 위한 AR 개발도구 ‘AR키트’를 공개했다. AR 기능을 포함한 ‘iOS11’은 한국 기준으로 9월20일에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spirittiger@bloter.net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기술을 바라봅니다. 디바이스와 게임, 시빅해킹, 가상현실 등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