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의 산실, 우아한형제들 집을 가다

몽촌토성역 2번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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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공간’이라 하면 여러가지가 생각납니다. 창업자의 거주공간인 쪽방이나 반지하에서 월급은커녕 라면으로 연명하며 상품을 만드는 모습부터 조용한 카페를 찾아 아메리카노 시켜놓고 옹기종기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위워크 같은 코워킹 스페이스나 지원기관에서 자리 몇 개를 마련해 한 공간에서 여러 업체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장면도 떠오릅니다. 여기서 조금 더 성과를 낸 업체는 조그만 사무실을 임대해서 이런저런 물건들을 쌓아두면서 일하곤 하죠.

스타트업의 업무 공간 확장은 성장세를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척도입니다. 꾸준히 성장하는 매출이나 서비스 이용자 수, 가까워져 오는 손익분기로도 성장세를 가늠할 수 있지만, 역시 가장 와닿는 건 ‘층수 확장’ 이더라고요. 사람을 뽑고, 공간을 마련한다는 엄청난 고정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국내 스타트업 중에서도 상당히 성장한 업체들이 많습니다. 사옥을 마련하고 십수 개의 층을 쓰는 업체들도 꽤 있죠. 조금 여유가 생기면 공간에도 문화가 스며듭니다. 기업의 문화가 배어 있는 업무공간을 보면 업체에 대해 조금 더 잘 알 수 있기도 합니다. 필수 앱이 된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며 국내 스타트업의 대표 격으로 자리 잡은 우아한형제들 사옥을 다녀왔습니다.

리셉션은 2층입니다. 하지메마시떼!

사내 여러 공간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9시1분은 9시가 아니다’라는 말이 꽤 유명해져서 잘 알려진 내용입니다. ‘규율 위에 세운 자율적인 문화를 지향한다’는 우아한형제들의 업무 철학을 함축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멋진 철학이죠. 문제는 우리의 상사들이 퇴근 시간이나 야근은 어떻게 되든말든 일을 시키면서 이 말만 기억한다는 데 있습니다.

사소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 형성에 중요한 이런 디테일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지막 사진 속 ‘낭떠러지’ 문을 열면 에어컨 실외기 공간이 나옵니다.

18층에 위치한 카페입니다. 사내 카페는 직원 복지의 상징 중 하나죠.

전부 맞는 말입니다.

상도 받았군요.

사진 찍는 포인트 중 하나랍니다.

직원이 5-6명 정도 있었던 완전 초창기의 포스터입니다. 한 장 출력비가 5만원 정도 했는데요. 이 지출을 위해 전 직원이 회의했었다고 합니다.

직원들의 버킷리스트가 담겨 있습니다. 이 중 달성한 것들엔 체크가 돼 있네요. ‘반바지 미니스커트 입고 출근할 수 있는 회사’, ‘TV 드라마에 PPL로 자주 나왔으면 해요’ 등이 보입니다. 잘 안 보이는 듯해 깨끗한 사진을 한 장 가져왔습니다.

‘배민 문방구’에서 파는 물건들입니다. 우아한형제들에 방문한 손님이나 직원들이 선물용으로 산답니다.

피식했던 물건은 이건데 직접 사진을 찍지 못해서 가지고 왔습니다.

조그만 글씨는 왜 쓰여 있을까 궁금했는데 한 층 더 내려가고서 알았습니다. ‘족발’ 등 음식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뜬금없지만 귀엽습니다.

시도 적혀 있었습니다. 읽진 않았습니다.

배달의민족의 서비스 비전입니다. 기존 배달 음식을 넘어 다양한 음식을 사용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만날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전망 좋은 17층은 면접에만 쓰입니다. 한 층을 면접에만 쓰는 게 좀 아깝지 않나 생각했는데 그만큼 면접도 많이 보고, 사람도 많이 뽑고 있다고 합니다. 우아한형제들은 올해 200명 이상 채용 계획을 세웠고, 순조롭게 달성하고 있습니다.

면접을 보러 온 사람이 채용되든 안 되든 좋은 경험을 하고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꾸몄다고 합니다. 보시다시피 경치도 좋습니다.

탕비실도 층마다 있다

1인 좌석이 구비된 벽 일체형 테이블과 전화통화를 위한 독방

계단식 회의실

우아한형제들 사옥은 층마다 거의 같은 구조로 돼 있습니다. 컨셉은 다릅니다. 스포츠 역사에서 혁신적인 발자국을 남긴 선수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최초로 커브볼을 던진 투수인 캔디 커밍스, ‘배면뛰기’라는 역발상으로 높이뛰기의 역사를 쓴 딕 포스베리 등이 소개돼 있습니다. 이 층은 크로스컨트리 스키에서 ‘스케이팅 주법’을 개발한 파울리 시토넨이 그려져 있습니다.

살짝 다르지만, 전체적인 구성은 비슷하죠. 개인 공간보다는 공유공간을 넓게 구성한 게 특징입니다. 쾌적한 환경에서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업무 공간을 구상했다고 합니다.

우아한형제들 직원은 정기적으로 ‘이사’를 합니다. 각 층을 대표하는 구성원이 분기마다 제비뽑기로 업무공간을 결정합니다. 개인 짐은 대부분 캐비닛에 있어서 이사에 크게 무리는 없다고 합니다. 전망이 좋다 보니 높은 층을 선호할 줄 알았는데요.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2대뿐이라 지각이 우려될 경우-9시 1분은 9시가 아니므로– 걸어서 올라가야 해서 낮은 층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매주 수요일 9시5분부터 30분까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와 구성원이 편하게 이야기를 하는 자리가 마련됩니다. 익명으로 미리 받은 질문을 대표가 직접 읽고 답하면서 함께 논의하는 자리인데요. 대표의 이름을 따서 ‘봉타임’이라고 부릅니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조심하게

그 외에 전동 안마의자, 동굴형 수면실, 샤워장 등이 갖춰진 남녀 휴게실과 여성 구성원들을 위한 파우더룸, 수유실도 있습니다. 이런 공간을 구상하기 위해 김봉진 대표가 수개월 동안 ‘어떻게 구성원 간 협업을 이끌 수 있을지’, ‘업무 능률을 높일 수 있을지’ 조사하고 분석해서 반영했다고 합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단순히 편하고 예쁜 공간이 아니라 일하기 좋은 공간, 창의력이 발휘되는 공간, 협업이 잘 되는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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