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나만...?

구글, 하드웨어의 중심에서 AI를 외치다

2017.10.12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사람과 컴퓨터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마 그 자리에는 인공지능(AI)이 있을 것이다. AI는 사람과 컴퓨터가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구글은 10월4일(현지시간) 하드웨어 이벤트를 열고 하드웨어 제품을 발표했다. 무려 8개씩이나. 그러나 이날 행사의 본질은 하드웨어가 아니었다.

구글은 스피커가 어떻게 생겼고, 왜 패브릭으로 감쌌고, 스마트폰 안에 어떤 칩셋이 들어갔는지에 대한 설명보다 이 하드웨어를 통해 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ㅡ‘AI’에 집중했다. 모바일 퍼스트에서 AI 퍼스트 세계로의 전환을 선언한 구글답게 말이다.

일단 ‘물건’부터 살펴보자

또 만났네, 픽셀2

구글이 지난해 내놓은 스마트폰 ‘픽셀’의 후속작, ‘픽셀2’가 나왔다. 이번에도 XL 모델과 함께다. 동글동글, 귀여운 외양을 가지고 있다. 픽셀2는 대세에 따라 베젤이 적은 디자인으로 나왔다. 픽셀2는 6인치 OLED 디스플레이가, 픽셀2 XL은 6인치 QHD+ 디스플레이에 퀄컴 스냅드래곤 835 프로세서가 탑재되며, 후면에 지문 센서를 두었다. 픽셀2의 가격은 649달러, 픽셀2 XL의 가격은 849달러다. 우리돈으로 70만원대 초반에서 90만원대 중반 선이다. 참고로 ‘아이폰8플러스’는 그 중간인 799달러다.

12MP(메가픽셀)의 후면 카메라는 듀얼 카메라가 아닌 듀얼픽셀 센서가 탑재돼 있는데 광학 기기 벤치마크 사이트인 DxO마크가 평가한 바에 따르면 픽셀2가 삼성의 갤럭시노트8, 아이폰8플러스보다 카메라 성능이 우수하다고. 지난해 픽셀이 나왔을 때에도 카메라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다. 3.5mm 헤드폰 잭은 사라졌는데 여기에는 원성이 자자하다.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 서서히 이별할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하자.

한편 구글은 픽셀2에 구글 렌즈를 탑재했다. 구글 렌즈는 AI 컴퓨팅 능력으로 이미지 기반의 정보를 학습해 사용자가 카메라에 담는 게 무엇인지 인지하고 이를 이해한다. 예를 들자면 와이파이 연결을 위해 복잡한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카메라로 찍으면, 구글 렌즈는 그것이 와이파이 비밀번호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와이파이에 알아서 연결시켜준다. 꽃을 비추면 꽃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식당 간판을 찍으면 해당 식당에 대한 정보도 내준다.

AI 스피커 : 큰 애와 작은 애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된 AI 스피커, ‘구글 홈 미니’와 ‘맥스’도 나왔다. 작은 애와 큰 애다. 구글 홈 맥스는 AI 기반의 스마트 사운드를 통해 오디오 환경을 사용자 맞춤형으로 조절해준다. 세탁기가 돌아가고 있으면 알아서 볼륨을 조절하는 식이다. 구글 홈 미니는 조약돌처럼 생겼다. 49달러로 부담 없는 가격대다. 그래서인지 <와이어드>는 구글 홈 미니 리뷰에서 “성탄절 선물로 제격이다”라면서도 “집을 더 ‘스마트’하게 만드는 중심 요소가 될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알아서 찍어주는 개인 스냅 사진가, 구글 클립스

구글 클립스는 확실히 새롭다. 작고 가벼운 핸즈프리 카메라로, 기계학습 기능이 적용돼 있다. 놀라운 점은 카메라 스스로 어떤 순간을 포착할지 찾아내고 안정적인 사진 또는 짧은 길이의 영상을 찍는다는 것이다. 클립스는 구글 클립스 앱에 무선 동기화되며 사용자는 클립스가 찍어둔 장면들 중 원하는 것만 선택해 저장할 수 있다.

구글 포토를 사용하면 사진 및 영상을 무제한으로 무료 백업할 수 있다. 또 얼굴인식 기능을 이용, 사용자에게 중요한 사람으로 인식되면 프레임 안에 그가 있을 때 더 많은 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다고. 그래서 혹자는 구글 클립스야말로 엄청난 혁신이라고 평하더라.

좋은 순간을 보내다가 문득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기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카메라를 들면 어쩐지 경직되곤 한다. 클립스가 있다는 건 스냅 사진가가 항상 내 곁에 있는 느낌 아닐까? 우리가 흘려보내던 많은 순간들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릭 오스텔로 부사장은 “온디바이스 이미지 처리 기계 학습을 구축한 연구원이 팀 내에 있었고 우리는 이 카메라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술을 우리 삶에 더 잘 안착시킬 수 있는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했다”라고 구글 클립스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고품질 사진을 찍을 수 없고 뷰파인더가 없다는 것은 좀 답답하게 느껴지긴 한다. 또 언제든 ‘도촬’을 당할 우려도 있지 않을까. 구글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클립스가 작동할 때 불이 켜지도록 했다. 또 기계학습은 클라우드를 통하지 않고 기기 내에서 이루어진다. 최근 애플이나 화웨이가 칩셋 자체에 AI를 심는 것처럼 사용자 개인이 소유한 기기가 그 개인만을 위해 맞춤형으로 기계학습해 개인의 데이터를 좀더 보호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클립스는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나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이들을 염두에 두고 고안됐다. 양육자의 입장이라면 살 것도 같다. 다만 이렇게 ‘신기한’ 기능이 있는 기기들은 대개 시장에 주류로 안착하기는 어렵다. 클립스의 가격은 249달러로 책정됐는데, 우리 돈으로 28만원 정도다. 가정에 보급되기에는 다소 진입 장벽이 있어 보인다. 가격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아마 보안 용도라면 더 널리 사용될 수 있지 않을까.

클립스가 쓰이든 쓰이지 않든, AI 카메라의 쓰임새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훌륭해보인다.

‘내 귀에 통역장치’ 픽셀버즈

픽셀버즈는 이번 구글 하드웨어 이벤트에서 가장 주목 받은 제품이다. 외국어를 전혀 모르는 채로도 외국인과 소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기 때문이다. 앱을 열며 버벅거리지 않고도 말이다. 픽셀버즈를 보자 우리 너무 일찍 태어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신들도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외국인들도 다른 나라 말을 공부하는 게 고역인 모양이다.

구글 픽셀버즈는 실시간으로 최대 40개 언어를 번역해주는 블루투스 이어폰이다. 이어폰을 픽셀2와 연결하면 AI 음성인식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와도 연동된다. 오른쪽의 이어버드를 길게 누르고 “프랑스어로 말할 수 있게 도와줘”라고 하면 통역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구글이 시연한 모습을 보면 한 사람은 영어로, 다른 한 사람은 스웨덴어로 대화하는데도 꽤 자연스럽게 소통한다. 실제 사용할 때도 그만큼 자연스러울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가격은 애플의 에어팟과 똑같은 159달러.

이 밖에도 구글은 데이드림 VR 헤드셋과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된 최초의 노트북, 픽셀북을 선보였다.

구글은 왜 하드웨어를 만들까

지난해 구글이 픽셀 스마트폰을 내놨을 때, ‘구글이 취미로 스마트폰을 만든다’는 농담을 듣기도 했다. ‘많이 팔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던 탓이다. 그러나 세계의 데이터를 쥐고 있는 IT 공룡이 고작 심심풀이로 스마트폰을 만들 리가.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AI 퍼스트 시대’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오고 있다. 구글의 길은 명확하다. 사람과 컴퓨터 사이, AI라는 징검다리를 직접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드웨어를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글이 보여주고자 하는 본질은 하드웨어에서 작동하는 구글표 AI의 ‘가능성’이다.

이에 대해 <더버지>는 “피차이는 AI 기능을 모든 제품에 통합하는 것뿐만 아니라 AI에 의해 영감을 얻은 제품 즉, AI가 없으면 생각할 수 없는 제품을 만들어 AI에서 구글의 강점을 보여주고자 노력한다”라고 평했다.

릭 오스텔로 부사장은 “AI의 잠재력을 현실로 이끌어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구글 하드웨어 비즈니스는 시작 단계에 있으며 장기적으로 구축해나갈 것이고 (구글은) 투자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