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포럼] 뉴미디어 규제, 플랫폼의 역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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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유튜브와 각종 커뮤니티들은 떠들썩했다. 두 이름이 끊임없이 오르내렸다. 유튜브 채널 운영자 신태일과 갓건배다. 두 사람은 동영상 콘텐츠를 매개로 서로를 공격했다. 잘잘못을 따졌다. 수위를 넘나드는 협박성 행위, 혐오 발언, 미러링이 계속됐다. 곧이어 유튜브 플랫폼마저 심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논란이 됐던 채널의 유튜브 동영상 목록. 현재는 모두 삭제된 상태다.

두 채널은 결국 유튜브로부터 계정 영구 정지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벌써 몇 주째 수백만 조회수를 넘나드는 영상이 매일같이 올라온 뒤였다. 늦장 대응이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다소 억울해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확실히 그 후로 논란은 잠잠해졌다. 이것이 콘텐츠 유통사인 플랫폼의 힘이다. 그들은 책임의 화살이 향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스스로 증명했다.

최근에는 더더욱 뉴미디어 규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에 대한 콘텐츠들이 범람하고 있지만 대응이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구체적인 통계 자료도 쏟아진다. ‘1인 방송 심의 사례가 몇 건이고, 몇 배나 늘었다. 규제 사각지대다’는 식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에게 이런 논란은 더이상 새롭지 않다. 국정감사를 전후로 반짝 규제 얘기가 나온다고 본다. 하지만 분명 무기력하게 지나갈 시점은 아니다. 관련된 전문가분들을 모시고 ‘블로터 포럼’을 진행했다.


▲유진희 사무국장, 금준경 기자, 손지원 변호사(왼쪽부터)

  • 일시 : 2017년 9월 27일
  • 장소 : 서울시 중구 디자인하우스
  • 참석 : (가나다순)
    • 금준경 : <미디어오늘> 뉴미디어팀장. 건국대학교에서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를 전공하고 같은 학과 대학원까지 다니다 무한휴학 중이다. 저서로는 ‘MCN비즈니스와 콘텐츠 에볼루션’과 미디어오늘 선후배 기자들과 함께 쓴 ‘뉴스가 말하지 않는 것들'(공저) ‘저널리즘의 미래'(공저) ‘프레임 전쟁'(공저)이 있다.
    • 손지원 : 사단법인 오픈넷 자문변호사이자 한국 인터넷 투명성 보고서 연구원. 국가의 표현물 규제와 방심위 심의제도 연구 및 표현의 자유 관련 공익소송을 수행하고 있다.
    • 유진희 : 사단법인 엠씨엔협회 사무국장. IT벤처에서 엔터테인먼트 신사업 마케팅 담당을 거쳐, 종합광고회사에서 일했다. 소니픽쳐스 PP채널인 애니맥스의 한국지사 마케팅 및 기획 총괄을 담당했다. 이밖에 콘텐츠 제작과 대형 프로모션 관련해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현재 국토교통부 정책홍보 자문,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미디어파트 자문을 맡고 있다.
    • 권도연 : <블로터> 기자. 진행을 맡았다.

Q1. “유해성 콘텐츠 논란, 책임은 어디에 있나?”

권도연 : 이번 포럼을 시작하기에 앞서 ‘신태일 갓건배 논란’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과도한 수위의 콘텐츠가 두 채널을 오갔다. 도중에 불법 행위까지 발생했다. 결국 플랫폼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의 조치인 계정 정지가 있고 나서야 잠잠해졌다. 비난의 화살은 여러 방향으로 날아갔다. 각 개인에게 잘잘못을 묻기도 했고, 플랫폼에게 방조 책임을 묻기도 한다. 잘못의 주체는 누구였다고 보는가?

유진희 : 1인 미디어 콘텐츠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크게 2가지가 있다. 하나는 문화적 관점, 그리고 다른 하나는 산업적 관점이다. 문화적 관점이라는 건 꼭 대단한 문화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영상을 만들어 올리고, 그게 외부에 공유되는 그 자체가 이미 크리에이터 활동이라는 것이다. 그다음 산업적 관점에서 MCN이 등장한다. 멀티 채널 네트워크라고 하지 않나. 크리에이터 활동 중 비즈니스가 될 수 있는 영역을 묶어서 네트워킹 사업을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혼자 개인 취미로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서 일부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고, 그런 부분은 당연히 개인의 문제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자꾸 문화적인 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산업적인 영역에 대한 규제로 적용을 한다.

금준경 : 최근 논쟁에서 누리꾼들이 분노하는 지점은 ‘살해 협박을 했는데 벌금이 5만원 밖에 안 나왔다’처럼 법적 처벌 강도에 대한 부분이다. 그런데 이것은 인터넷 방송 규제가 없어서 문제라기보다는 사건에 대한 법적 처벌에 대한 것이다. 혐오 발언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상에서 혐오 발언은 이미 많이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인 미디어 콘텐츠 영상이라는 이유로 굉장히 부풀려지는 것도 있다. 혐오 발언이 처벌 못 받는 것은 인터넷 방송 규제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한국에 혐오 발언에 대한 처벌법이 없기 때문이다. 대체 무엇이 혐오 발언이고 이것을 어떻게 대할지에 대해 한국 사회가 논의를 한 적이 없다. 그런데 그걸 무시하고 ‘혐오성 콘텐츠 처벌 안 한다.’ ‘인터넷방송 규제해야 된다’라는 흐름은 불편하다.

손지원 : 1인 미디어 방송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구의 잘못이냐고 한다면, 그런 표현을 한 개인 잘못이다. 그중에서 불법한 행위가 벌어졌다면 불법 행위를 한 개인을 처벌하면 되는 거다. 신태일 갓건배 둘 중 누구의 잘못이냐에 대한 문제도 그렇다. 불법적인 행위를 먼저 판별하면 된다. 그런데 이들이 사회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못 보게 해야 된다는 식의 규제는 납득할 수 없고, 국가가 굉장히 모순적인 태도를 취하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리벤지 포르노’ 같은 것들도 엄격히 하지 않는 현실이다.

이용자들이 유해성 콘텐츠에 대해서 반응하는 건 결국 이용자들의 리터러시 문제다. 사업자들은 당연히 시장에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수익을 추구하는 모델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 사업자들의 관리감독 책임은 기술적으로나 많은 걸 요구한다. 그 과정에서 부응하지 못한 측면을 잘못이라면 잘못이겠지만 비난을 받거나 규제되어야 할 대상은 아니라고 본다. 사업자 시스템 자체를 규제하려고 하는 건 좀 어폐가 있다.

Q2. “콘텐츠 사업자들은 정말 책임이 없을까?”

권도연 : 불법 행위에 대해서만 법적인 처벌을 하면 된다는 생각에 다들 동의하시는 것 같다. 그렇지만 콘텐츠 사업자들은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서 금전적인 수익을 취하고 있다. 그 안에 개인이 존재하는 것일 수 있다. 사업자들에게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있을까?

유진희 : 사업자들은 이미 이것을 해결하려고 자율 규제를 당연히 너무 강화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는 인공지능으로 문제 되는 콘텐츠를 걸러볼 수 있을까 실험도 해보고, 콘텐츠 사업자들은 크리에이터든 제작자든 불러서 가이드라인 제공하고, 컨설팅도 해준다. 디지털이라서 관련이 없지만 방송 심의 규정에 맞출 수 있도록 바른언어 이런 것도 계속 교육하고 있다. 이건 산업적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이라고 본다.

개인들의 영역을 우리가 무시하자는 게 아니다. 단지 개인에 대해서 누를 수 있는 자격 권한이 아무에게도 없는데, 어떻게 일개 사업자가 개인을 누르겠나. 그러니까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그 규제의 ‘ㄱ’자만 들어와도 되게 당황스러운 거다.

금준경 : 하지만 사업자가 잘못이 없냐는 측면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저는 사업자는 이용자한테 신뢰를 줄 의무는 있다고 생각을 한다. 2015년 때 다음카카오에 아동 음란물이 노출됐다고 이석우 전 대표가 재판을 받은 적 있다. 그런 건 사업자가 전부 다 검열할 수는 없는 문제다. 그럼에도 절대 방치하고 있지는 않는다. ‘사업자로서 문제적인 콘텐츠를 막으려 우리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를 보여준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걸 보여주는 게 필요한 거다.

아프리카TV는 50명의 모니터링 요원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이마저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번 신태일 갓건배 이슈나 왁싱샵 사건처럼 논란이 생기면 아프리카TV는 바로 언론 취재에도 응해서 입장을 내주고 사과하는 등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한다. 만족스럽지는 않아도 대처방안도 함께 논의하려고 한다.

그런데 유튜브는 다르다. 논란이 생기면 사람들이 불안해하는데 ‘우리가 이런 콘텐츠를 이런 기준으로 현재 얼마나 거르고 있습니다’라는 걸 이용자한테 보여주지 못한다. 취재도 안 된다. 이용자를 대신해서 취재하는 기자들한테도 전혀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에서 콘텐츠로 돈은 벌어간다.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걸 막을 순 없겠지만 책임질 부분을 안 진다는 생각도 조금 든다.

손지원 : 최근에 국민의당 모 의원이 낸 보도자료를 봤다. 사업자들이 시정 요구를 10%만 따르고 있다고 냈더라. 그런데 시정요구 심의 1200여건 중 방심위가 문제 있다고 판단했던 게 130여건이다. 이렇게 하면서 10%만 사업자들이 따르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사업자들은 제가 봤을 때 웬만해선 다 따르고 있다.

금준경 기자와 유진희 사무국장

Q3. “유튜브, 어떻게 대응했어야 할까?”

권도연 : 잠깐 유튜브 이야기를 더 해보고 싶다. 사실상 이번 논란에서는 무대 배경이 된 곳은 유튜브다. 논란이 되는 콘텐츠들은 문제 제기가 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매일같이 올라왔고, 모두 수백만 조회수를 우습게 넘겼다. 그들이 얼마의 수익을 남겼느니 하는 식의 추측도 난무했다. 하지만 몇 주가 지나는 동안 유튜브는 나서지 않았다. 대응이 늦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손지원 : 유튜브가 유통자인 입장에서 이 나라에서 불법적인 내용임을 명백히 인지했는데도 만약 차단하지 않았다면 굉장히 어려운 논의로 넘어간다. 실질적인 관할권이나 법 집행권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 인터넷의 특수성 때문이다. 단언할 수 없는 부분이다. 유튜브 자체를 사업자로서 제재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불법 행위자로 제재할 권한이 우리에게 있는지도 모른다.

유진희 : 유튜브 내부에서도 되게 많은 논의를 했다고 들었다. 사실 쉽게 나올 수 없는 결론이었을 것이다. 글로벌 플랫폼이라는 특수성도 분명히 있다. 해외에서는 문제 안 되는 콘텐츠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문제가 되는 케이스도 분명 있다. 국내도 심의에 대한 규정 합의가 없는데, 글로벌 합의는 더 적용하기 어렵다.

금준경 : 유튜브의 문제라고 느꼈던 부분은 논란에 대한 대응에 있다. 최소한 자사 플랫폼에서 발생한 콘텐츠로 벌어진 논란이 있었던 것이고, 이에 대해서 설명이나 설득에 대한 절차가 너무 없었다. 네이버나 다음이었다면 국내 사업자이기 때문에 훨씬 더 적극적으로 대처했을 것이다. 채널을 차단하고 안 하고에 대한 조치는 둘째치고 투명성과 의지를 보였어야 했다.

얼마 전 백인 우월주의 광고가 미국 대기업 콘텐츠에 광고 매칭이 돼 광고 불매운동을 진행한 적이 있다. 이때 유튜브는 바로 사과하고 대책으로 가이드라인과 알고리즘 기술개발 등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CJ 광고에 혐한 콘텐츠가 붙어서 문제제기하고 취재했는데, 그 어떤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한국 콘텐츠와 한국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갖고 한국에서 돈 버는 사업자가 왜 한국 이용자들의 문제 제기는 반영 안 하고 미국 이용자의 문제제기에만 반응하는가? 모순된 점이라고 생각한다.

손지원 변호사

Q4. “뉴미디어 환경에서 콘텐츠 유해성 판단의 주체는 누구인가?”

권도연 : 다시 유해성 콘텐츠 논란으로 돌아와 보자. 그런데 법적인 것 이외에 수위라는 측면도 있다. 말씀하신 것들처럼 대체로 플랫폼 사업자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고, 콘텐츠 제작의 자유와 책임이 오롯이 개인에게 있다면, 불법 행위 이외의 유해성 측정은 누가 판단할 수 있나?

손지원 : ‘불법이 아닌 행동에 대해 유해 정도의 수위를 정해서 규제하겠다’는 건데, 결국 이 말은 정부가 정하겠다는 것이고, 보수성을 띨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예전에 이런 헌법재판소 판례가 있다. ‘가치 상대주의를 지향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떤 사회적 유해성을 국가가 일차적으로 제어하는 것은 이것 자체가 해악일 수 있다. ‘는 훌륭한 판례다. 국가가 사회의 유해성이나 건전성을 판단하는 순간 그건 전체주의적으로 나아갈 수가 있다. 그래서 타인에게 사회적으로 굉장히 명백한 해악을 끼치는 불법이 기준이 돼야 한다.

유진희 : 어떤 콘텐츠에 대해 가치판단을 국가가 한다는 것, 저는 이거야말로 국민에 대한 국가의 월권이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수위라는 것은 시대에 따라 계속 달라진다. 이와 관련한 표현의 자유 논의는 옛날부터 계속 있어 왔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은 모바일 미디어이고, 누구나 오픈된 공간에서 얘기할 수 있는 세상이 돼 사람들이 체감이 높아졌을 뿐이다. 불법 콘텐츠의 양이나 수위가 높아진 콘텐츠가 예전보다 많아졌느냐? 절대 그렇지 않다고 본다.

금준경 : 국회에서 국감 자료로 내놓는 통계를 보면, ‘아프리카TV에서 심의에 걸린 콘텐츠가 5년 전에는 10건이었는데 지금은 100건이다. 인터넷방송 규제 사각지대다.’ 이렇게 나온다. 그런데 냉정하게 봤을 때 이건 정부에서 심의를 세게 해서 그런 거다. 마치 5년 전에 유해성 콘텐츠 문제가 없었는데 지금 문제가 있는 것처럼 국회에서 만들고 언론들은 받아쓴다. 그러면 사람들은 ‘아 이게 위기가 심각하구나’라고 느끼는 순환이 되는 게 문제다.

‘나꼼수’가 유명했을 때 정부가 심의 규정을 도입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 만약 그게 도입이 됐다면 저는 지금의 TBS, SBS 라디오에서 김어준이나 정봉주를 찾아볼 수 없었을 것 같다. 또 나아가서 JTBC 썰전이라는 프로그램도 안 나왔을 것 같다. 콘텐츠의 창조성이라는 건 초창기부터 규제하고 옥죄면 오히려 산업에 악영향을 줄 수가 있는 거고, 그 악영향이 너무 크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손지원 : 규제의 수위를 정하자 할 때 보통 나오는 근거가 ‘인터넷은 청소년들이 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에 이걸 다 청소년 수준으로 다 맞추자는 거다. 청소년들이 볼 수 있기 때문에 규제를 해야 한다고 한다면 사실상 성인들의 알권리는 어떻게 맞출 것인가.

금준경 기자

Q5.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어떻게 작동하나?”

권도연 : 규제 이야기가 나오는 근원지, 혹은 책임감을 통감하고 나서는 곳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다. 그런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인 미디어 콘텐츠 문제에 얼마만큼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나? 그리고 그 논의는 현실적이고 적절한가?

금준경 : 기본적으로 방송은 방송심의 규정을 따른다. 통신은 통신심의 규정을 따르고. 지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는 현재 ‘융합콘텐츠’라는 걸 새로 만들어서 인터넷 방송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자는 거다. 그런데 우리는 방송심의위원회의 문제점을 너무나 체감하고 있다. 미국 프리덤하우스가 최근 발표한 인터넷자유보고서를 보면 방송통신심의위가 ‘대세는 백합’이라는 웹드라마에서 동성 키스 장면을 제재했다고 적혀 있다. 그래서 한국의 인터넷 자유도는 나이지리아보다 낮게 나온다. 한국 사람들은 규제가 너무 익숙한 나라니까 ‘아 그렇구나’ 싶은데 외국에서 볼 때는 ‘세상에, 저걸 왜 규제해’라고 본다.

손지원 : <한국인터넷투명성 보고> 연구작업 때문에 방심위 방청을 거의 매번 간다. 가보면 우리는 이미 너무 과도한 규제를 받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가 손 놓고 있지 않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사업자들을 통제해야 된다’는 식의 방향으로 규제 논의가 진행된다. 말씀하신 ‘대세는 백합’같은 경우도 사실 어떤 규제 사항을 위반했는지 적시하지 않았다. ‘그냥 조금 불편하다. 자율규제 권고로 가자.’ 이렇게 굉장히 황당하게 진행됐다.

유진희 : ‘대세는 백합’은 네이버 웹드라마인데 네이버 외에 페이스북에서도 유통이 됐는데 문제는 네이버만 규제가 됐다. 페이스북은 해외 사업자니까 규제가 안 됐던 거다. 지금 규제가 중구난방인 부분들이 있다. 똑같은 콘텐츠인데 왜 플랫폼마다 규제가 달라지냐는 이야기도 있다.

네이버 웹드라마 ‘대세는 백합’ 페이지 메인 이미지

금준경 : 예전에 방심위에서 문제 된 BJ들을 부른 적이 있다. BJ 철구를 앉혀놓고 ‘너 왜 이런 방송하냐’는 식의 훈계질을 한다. 심지어 어떤 여자 크리에이터한테는 ‘예쁘게 생겨서 왜 그러냐’는 식으로 말한다. 방심위한테는 그들을 출석시킬 법적 권한도 없다. 그런데도 사업자가 저자세니까 데려오라고 해서 혼내는 거다. 이건 기성 미디어에서 가졌던 방심위의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하는 측면이 강하게 들어갔다고 본다. 방심위 위원이 다 50대 이상 남성이다. 막말로 ‘꼰대 심의’가 될 수밖에 없다. 여기는 여야도 없다.

손지원 : 방심위 위원 평균 연령이 58세 정도다. 기본적으로 지금 시스템 자체를 이해하고 있는 분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1인 미디어 방송이 리얼타임이라는 것도 잘 이해를 못 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중에서 딱 문제 장면만 틀어주고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당연히 ‘어떻게 이런 것이 방송에 나오죠? 절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모니터링하면서 너무 답답해서 손이 다 떨린다. 일단 방송하고 구분해서 이해를 잘 못 하시는 것 같다. 아프리카TV에서 본인들의 콘텐츠 홍보를 위해 자꾸 ‘방송’이라는 용어를 쓴다. 근데 이걸 진짜 방송으로 아시더라. ‘방송에서 이런 것을…’이라는 말은 정말 많이 들었다.

유진희 : 그러니까 그 용어가 문제다. 방송이라는 용어를 쓰지 말았어야 한다.

‘2016년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록’ 중 BJ 철구 출석 부분.

Q6. “해외에서는 콘텐츠 규제 어떻게 이뤄지나?”

권도연 : 뉴미디어 환경은 모두가 동시에 처음으로 겪어보는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그렇다. 서로의 사례를 참고하고 배우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해외에서 콘텐츠에 대한 규제 사례를 알고 싶다. 자국 플랫폼이든, 국가 정책적이든, 어떤 것들이 있나?

금준경 : 얼마 전 유럽에서 시청각 훈령을 만들었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 자세히 알아보니까 이게 인터넷 콘텐츠를 규제하려는 게 아니더라. 엄밀히 말하면 레거시 미디어 사업자인데 OTT 사업도 하는 경우에 콘텐츠에 대한 책임을 막중하게 묻는 것 같다. 누가 제작을 했느냐, 누가 유통을 했느냐를 많이 보는 거다. 그런데 우리나라 방송통신심의는 이 맥락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한국도 이제 뉴미디어 규제해야 된다 라는 것의 근거로 썼다.

유진희 : 방송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공공성과 공익성을 가진 건 맞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콘텐츠 규제를 논하는 것과는 범위 자체가 다르다. 유럽에서 말하는 유사방송 개념은 원래부터 공공성이나 공익성을 갖고 있던 주체들이 이걸 OTT 확장하고 있을 때 논의했던 부분이지 개별 콘텐츠에 대한 게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인터넷방송’이라는 용어 때문에 개인들에게까지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을 요구하는 이상한 논리로 넘어가고 있다.

금준경 : 그리고 유럽의 훈령은 만드는 데 5년이 걸렸다고 한다. 만들게 된 배경도 유럽이 EU로 통합돼 있는데 영상 시장만 따로 돼 있어서, 이걸 단일시장으로 묶는 일환에서 기준을 만든 거다. 사회적인 논의가 엄청나게 오랜 기간 이어지고 합의가 있었다는 건데, 한국은 그런 과정 없이 항상 도입부터 하려고 한다.

유진희 : 미국같은 경우는 ‘방송’이라는 용어는 지상파에서만 쓰고 동시에 굉장히 공익적으로 규정한다. 그러니까 미국은 어떻게 보면 방송이란 용어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그 외의 콘텐츠들에 있어서는 자율 규제로 가는 방향이다.

손지원 : 해외에서 어떤 미디어를 규제 대상으로 보느냐 안 보느냐의 기준은 크게 3가지다. 영향력(영향력이 있는 경우), 전파독점(전파를 독점하느냐, 일방향성과 침투성이 있는 전파를 이 사람들이 소유해서 보내주느냐), 그리고 콘텐츠에 대해 편성이나 편집권을 갖고 있느냐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어떤 라이브 시스템에서 실시간으로 동영상을 유통하는 플랫폼에 사실상 편성권이나 편집권에 대한 규정을 적용하기는 굉장히 힘들다. 사전적으로 납품을 받아서 검수하는 개념이 있을 수가 없다.

유진희 :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에는 제작, 유통, 편성이 있다. 그중에서 방송의 꽃은 편성이다. 그런데 1인 방송 분야는 편성의 개념이 아니다. 시간의 편성도, 배열의 편성도 없다. 내가 원하는 때에 방송을 켜서 커뮤니케이션하고 끝내버리는 커뮤니티의 개념이다. 방송의 개념으로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뉴미디어 산업에 이런 규제가 딱 들어오는 순간 그다음은 이제 광고 규제로 가게 된다. 방송의 PPL처럼. 지금은 콘텐츠의 영역이지만 온라인광고협회 같은 곳에서는 깜짝 놀라고 주시해서 보고 있다. 규제가 규제를 계속 낳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는 거다.

금준경 : 올해 초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인터넷 규제를 얘기하면서 ‘광고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을 했다. 이걸 보고 놀랐다. 내용 규제만 이야기한 게 아니었다는 걸 처음 알게 된 거였기 때문이다. 기존 레거시 방송에서 광고의 영역이 점점 줄어들고 뉴미디어가 올라가니까 여기서 기존 기득권 미디어의 이해관계를 반영한다는 생각이 좀 든다. 이 부분은 비판받을 대목인 것 같다.

Q7.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해결책인가?”

권도연 : 맨 처음에도 이야기가 나왔듯, 결국엔 이용자들의 미디어 리터러시에 달렸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이제 막 미디어를 접하는 세대에서부터, 성인에게까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뭔가? 한국에선 지금 안 되는 건가?

손지원 : 우리나라는 참 이상하게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낮은데 의존도는 굉장히 높다. 방심위도 그것 때문에 부담스러워하는 것. 결국은 각 가정의 책임을 국가로 방기한다는 느낌이 든다. 청소년 유해 매체물이라고 생각되는 것에 대한 차단은 결국 교사나 부모들의 리터러시 교육으로 시작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콘텐츠를 접하는 이용자들의 인식을 개선해야 되는 것이다.

금준경 : 한국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아이들에게 비판적 사고를 길러주는 게 목적이 아니라, 신문이 위기인데 어떻게 하면 잘 팔 수 있을까에서 기반한 거다. 이걸 NIE 교육이라고 한다. 어떤 교사가 취재 중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애들은 지금 철구의 앙기모띠 발언을 너무 많이 한다. 그래서 나는 너무 걱정인데 정작 미디어 리터러시 세미나 가보면 신문방송 얘기밖에 안 한다. 보지도 않는 것을 잘 보는 방법을 가르쳐서 뭐하겠냐.”

권도연 : 그렇다면 어떤 범위까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논의에 들어갈 수 있을까. 아이디어 차원에서 말씀해주실 수 있나?

유진희 : 아예 초등학교 때부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의무교육화 시키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 이런 부분이야말로 국가에서 나서야 하는 부분인 거다. 요즘에 코딩교육 많이 한다고 한다. 그런 것처럼 뉴미디어를 활용하는 능력을 아예 교과과정 필수 영역으로 집어넣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본다.

금준경 : 그런데 저는 교육에도 맹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게임 규제, 교육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나온 게 ‘셧다운제’다. 한국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뉴미디어 영역에서 한다고 한들 ‘저런 거 보지마’, ‘철구 보지마’처럼 될까 의문이 든다.

손지원 : 성교육도 무조건 ‘하지 마’다.

유진희 : 만약 그런 교육이 진짜 들어가면 별도의 전문가들을 꾸려야 한다.

flickr.CC BY.Juan Cristobal Cobo

금준경 : 방통위에서 현재 진행하는 자유학기제 미디어 교육을 가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냥 1일 아나운서 체험같이 한다. 프롬프터 앞에서 정해진 멘트 한 번씩 30명이 읽고 집에 간다. 이게 무슨 리터러시 교육일까 싶었다.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해서 핀란드 취재를 갔다 온 적이 있었는데. 거기는 아예 학교에서 페이크 다큐를 만들게 하더라. 만들면서 자기가 알게 된다. ‘아 이렇게 하면 문제가 있구나.’ 제작을 하는 입장에서 느끼는 거다. ‘이렇게 하면 내가 사람들을 속일 수 있고. 콘텐츠가 문제적인 게 만들어질 수 있고, 영향력이 커질 수 있구나’ 라는 걸 스스로 체험하고 활동하면서 깨닫게 하는 교육이다.

한국의 꼰대같은 교육 시스템으로는 적용이 어렵겠지만 어쨌든 학계에도 이런 것들을 새롭게 고민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 분들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교육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부터 논의가 이뤄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유진희 : 아니면 진짜 언론, 법률, 학계, 협회, 사업자들, 창작자들 다 같이 방심위처럼 구성돼서 클린 콘텐츠를 계속 발굴해내는 작업을 하는 것도 아이디어라고 본다. 어린아이들 같은 경우에 수익이나 구독자 같은 걸로 영향력을 측정한다. 거기서 자극적인 콘텐츠의 범람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면 역으로 정말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데 구독자가 낮거나 잘 안 알려진 것들을 발굴해줘서 그들한테 더 새로운 권위를 부여해준다면 어떨까 싶다. 좋은 콘텐츠를 만든다는 인증이나 금전적인 혜택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은 교사들한테만 맡겨서는 안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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